〈 15화 〉15화. 숨겨진 공간
이게 웬걸?
세영이 향한 곳에 때마침 봉인석이 존재했다.
그리고 손을 대기도 전에, 지면이 울리기 시작했다.
핑쿠햄스터 : 아저씨. 제가 하나 해제했어요.
알파 : 응 잘했어. 나도 발견했어. 그럼 이 퀘스트도 끝이네.
그때 노랑나비가 목소리를 높였다.
노랑나비 : 저요! 저! 마지막 봉인은 제가 해제해 보면 안 돼요?"
파티 상태였기 때문에, 모두와 대화를 주고받을수 있었다.
그 때문에 흩어 졌어도 소통이 가능했고, 모든 봉인석을 발견했음을 깨달았다.
알파 : 그래. 그럼 기다릴게. 가장 왼쪽끝 방이야.
노랑나비 : 네, 지금 달려가고 있어요.
레드문 : 하여간... 아무튼 일단 아저씨가 있는 장소에서 모이자.
핑쿠햄스터 : 그래, 그러자.
세영은 일행을 기다리며, 주변에 자란 허브들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경험치획득량.
본래 지금 레벨에는희귀 등급 채집 물의 채집 성공률이 높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평범한 채집가였다면, 셋에 둘은 채집에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영의 기초 채집 스킬은 남들보다 레벨이 높았다.
엄청난 양의 채집을 반복한 까닭이며, 라나의 채집 가위 덕분이기도 했다.
'이 가위는 역시 사기야. 채집 스킬 경험치가 2배라니... 역시 라나님에겐 한번 더 감사를 전해야 겠어.'
[기초 채집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세영의 레벨은 노랑나비를 기다리는 동안 10까지 올라 버렸다.
불과 몇분 사이의 일이었다.
푸른색. 희귀 등급의 채집물을 꾸준히 채집한 덕이었다.
그리고 메시지가 들려왔다.
[레벨 10에 도달하셨습니다. 이제 당신은 클래스를 선택하실수 있습니다. 판게아 행성에는 다양한 클래스가 존재합니다. 곳곳에 존재하는 클래스 마스터를 찾아 클래스를 선택하세요.]
'10레벨 부터 였구나... 혹시 내가 약제사가 하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그동안은 레벨이 부족해 할 수 없었을까?'
세영은 아직 마땅히 해야 할 직업을 선택하지 못했다.
어떤 종류의 클래스들이 존재하는지도 몰랐고, 마스터들의 위치도 몰랐다.
그리고 그건 비단 이세영 만의 일은 아니었다.
*
판게아 행성은 전직퀘스트는 물론, 마스터의 위치까지도 비밀에 휩싸여 있다.
물론, 몇몇 유명 클래스.
마법사나 전사같은 클래스들은 웹튜버들에 의해서 소개되고, 자세한 정보가 인터넷 상에 공개됐다.
RPG게임의 대표격 직업들이 그랬는데, 이 직업들은 워낙 선택하는 플레이어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보를 감추기도 어려웠다.
다만 그 까닭에, 가장 인구가 많은 마법사의 경우, 착용 장비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
수요가 높으니 당연한 일!
"희귀등급 고블린 지팡이 가격 봤냐?"
"어, 3천만 넘었더라. 와... 씨. 나도 하나만 주워봤으면."
"난 마법산데 아직도 일반등급 지팡이 쓴다."
"그러니까 나처럼 히든 클래스를 선택해야지 멍청아. 내가 고른 몽크는 템 값도 쌀텐데."
"그럼 뭐하냐. 넌 아직 마스터도 못 찾아서 전직도 못 했잖아."
"씨발, 아픈 데를 찌르네."
반면 특이한 클래스나 히든 클래스를 선택하고 싶은 사람들은 20레벨, 30레벨이 넘도록 마스터만을 찾아다니는 처지였다.
이들은 아직 클래스를 선택하지 않았어도, 세영이 그랬던 것처럼 NPC에게 스킬을 전수받거나, 플레이를 통해 스킬북을 얻어 스킬을 습득할 수 있었다.
과금러들은 스킬북을 거래소를 이용해 고가에 구입하기도 했다.
그래서클래스가 없음에도 이런 스킬들을 활용해 레벨업 할 수는 있었지만, 그 수는 극히 소수였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느 순간 포기하고, 전직이 쉬운 알려진 직업을 택했기 때문에.
*
'무슨 직업을 해야, 돈 벌기가 수월할까?'
타고나 자라길 욕심이 거의 없었던 세영.
하지만 그의 목표는 '알파'라는 그의 캐릭터명 처럼 분명했다.
'돈 잘 버는 캐릭터라면 뭐든 좋은데...'
세영이 고민하고 있을 때, 노랑나비가 통로 쪽에서 뛰어왔다.
"아저씨! 저 왔어요. 히히."
세영은 소녀를 맞이하며, 봉인석의 위치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뭐에요 아저씨. 봉인석 주변에 허브들 다 어디갔어요!?"
"보면 알겠지만, 채집 중이었어."
"벌써, 이만큼이나요?"
노랑나비가 바라본 봉인석 주변은, 잘려지고 남은 허브의 밑 줄기만 가득 존재했다.
세영의 레벨도 그렇지만 기초 채집 스킬역시 7레벨에 도달해 있었다.
거기에 라나의 가위까지.
지금 레벨대의 사람들 중 채집속도에서 그를 따라올 자는 없었다.
"서둘러 봉인을 해제 하자. 언제까지 동굴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네."
고개를 끄덕인 노랑나비.
세영의 말대로 노랑나비는 봉인을 해제했다.
처음이란 망설임은 전혀 없이, 간단하게 성공했다.
그러자 땅울림과 함께 기다리던 문구가 나타났다.
[퀘스트를 완수하셨습니다.]
"완료다! 우와! 지금 레벨에 E 등급의 파티 퀘스트를 클리어 하는건 아마도 우리 뿐일 거에요!!"
노랑 나비는 신나서 폴짝 폴짝 뛰어댔다.
그리도 기뻤던 것일까.
"꺄아-!"
그런데 그때, 통로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까만 곰의 목소리 였다.
"무슨 일이지?"
[!!긴급 퀘스트!!]
[퀘스트가 수락되었습니다.]
[다가오는 바위 동굴의 가디언 : 당신은 바위 동굴의 결계를 유지하는 3개의 봉인석을 파괴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수백 년간 바위 동굴을 지켜오던 가디언들이 당신의 존재를 눈치채고야 말았습니다. 다가오는 가디언 들을 피해 서둘러 동굴을 탈출 하세요.]
- 당신의 길을 막아선 가디언 들을 처치해야 합니다.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회피해도 괜찮습니다. 구해낸 페어리들과 함께 살아서 바위 동굴을 빠져나가십시오. 페어리들이 죽게 된다면, 그들은 당신에게 저주를 내릴지도 모릅니다.
-분류 : 전투 or 회피
-난이도 : E (파티, 연계 마지막)
-제한 시간 :무제한
-보상 : 칭호 '페어리의 친구' , 거미줄 (처치한 가디언 수에 따라 증가)
"뭐야, 갑자기?"
노랑나비 : 까만 곰! 무슨 일이야? 왜 비명을 지른 거야?
까만 곰 : 몬스터야... 엄청 많아.
레드문 : 지금 여기 난리도 아니야. 무슨 놈의 몬스터가 몇천 마리는 되겠어.
핑쿠몬스터 : 그것보다 무슨 일이야? 왜 하필 지금, 어려운 퀘스트를 받은 거야?
퀘스트를 받은 게 아니다.
이전 퀘스트를 완료하자마자, 자동으로 퀘스트가 갱신된 것이다.
알파 : 받은 게 아니야. 가디언 이란 놈들 때문에 이전에 했던 봉인해제 퀘스트의 난이도가 높았던 걸 테고, 놈들이 죄다 살아 있으니 자동으로 다음 퀘스트가 나온 거 같아.
노랑나비 : 어떻게 하죠?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게 맞겠죠? 여긴 좁아서 포위당하면...
알파 : 그래, 나가자. 레드문! 거긴 어때?
레드문 : 지금 이... 걸 뭐라고 해야하지? 그냥 축구장이라 할게요. 우리가 들어왔던 출구 쪽에서 몬스터가 끝도 없이 계속 몰려와요. 탈출할 길이 없어요.
까만 곰의 비명소리나 레드문이 하는 소리만 들어봐도 세영은 알 수 있었다.
지금이 꽤나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나가자."
"네,아저씨."
나가려던 때였다.
그런데 나머지 파티원들이 이쪽으로 달려오는게 아닌가.
"뭐야, 니들 왜 이리로와! 포위 당하면 어쩌려고!"
"이미 포위당했어. 저건 우리가 어찌 해볼 수 있는 양이 아니야."
"가디언이 그렇게 많니?"
아마, 이쪽으로 도망쳐 온 모양이었다.
그래도 흩어지진 않으려고, 세영과 노랑나비가 있던 장소로 달려온 것이다.
"어쩌지..."
"여기서 게임을 종료하면 어떻게 되는거지?"
"다 죽겠지. 필드나 던전에서는 게임을종료해도, 거기에 캐릭터가 그대로 있어. 아마... 재 접속하면 죽어 있겠지."
"아니... 접속이 안될걸? 죽어서 패널티로 24시간 동안..."
그랬다.
이제 남은 길은 죽는것 뿐이었다.
"쟤들이 그렇게 쌔?"
"몰라. 그렇지 않을까? 적어도 밖에서 잡은 떠돌이 고블린 보다야 강하겠지. 그런게 수천 마린데 우리가 무슨 수로 이겨?"
"뭐야그럼.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 거야?"
파티원들은 모두 절망했다.
잃어버릴 장비야 고가의 것이 없으니 걱정 없었지만,앞으로 24시간 동안 게임을 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이 뼈아팠다.
"인간, 여기서 뭐 하냐."
"그래 인간."
"이건 선물이다! 페어리는 인간에게 빚을 질 생각이 없다고!"
파티원이 모여 있던 동굴의 가장 깊은 곳.
그곳에 갑자기 페어리들이 나타났다.
"뭐야, 너희들. 왜 여기 있어?"
"흥, 왜라니. 우린 약속을 지킨다."
잠자리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페어리들은, 세영의 손 위에 작은 주머니 하나를 내려놨다.
[고대 마족의 주머니]
- 페어리들을 바위 동굴에 가둬 둔, 사악한 마족의 주머니입니다. 안에무언가 들어 있습니다.
이미 클리어 한, 지난 퀘스트의 보상이었다.
"뭐에요? 아저씨."
"내가 열어봐도 괜찮겠어?"
"당연하죠. 아저씨 아니었으면 이런 데 오지도 않았어요."
세영은 그 말이 왠지 자신을 타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자신이 아니었으면 이런 위험에 빠지지 않았을 테니.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여기서 죽어도 괜찮아요. 이런 아무도 모르는 동굴도 발견했고 완전 재밌었어요."
"맞아요. 아저씨! 덕분에 칭호도 얻었고."
"맞아!"
세영은 그들의 말에 가슴 따뜻한 무언가를 느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열어볼게."
[고대 마족의 주머니를 사용합니다.]
고작 주머니 하나를 열 뿐인데,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고대의 마족의 주화]
- 과거 일부 마족들이 사용하던 고대의 주화입니다. 앞 면에는 마왕 프라우스의 초상화가 세겨져 있습니다. 금으로 만들어졌으며, 주화 수집가에게 가져가면 매우 고가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마족 히부린의 열쇠]
- 마족 히부린이 사용하던 열쇠입니다. 히부린의 비밀 장소에 당도한다면 유용하게 사용 될 것입니다.
"열쇠는 하나 뿐이고, 주화도 2개 뿐이네. 어떻게 하지?"
"아저씨 가지세요. 저희는 한 것도 없고."
"맞아요. 그대신 저희 치료약이 떨어졌을 때 제일 먼저 팔아주세요. 히히"
세영은 참 착한 아이들이라고 또 한번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가장 먼저 치료약을 만들어 주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 나중에 주화가 팔리면, 그 돈도 나눠 줄게."
"에이, 안그러셔도 된다니까."
일행을 바라보는 페어리들은 세영의 어깨와 머리 위에 걸터 앉아 한숨을 쉬었다.
"바보 인간들. 그럴 때가 아니라구."
"맞아! 바보들!"
"그래, 놈들이 다가오고 있다고. 무서워-!"
척. 척. 척.
가디언들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소리가 매우 가깝게 느껴졌다.
"그런데 가디언은 무슨 몬스터야?"
노랑 나비가 궁금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거미야. 바위 거미."
"뭐?"
"크기가 고블린 정도로 커. 그리고 수가 엄청 많아. 등이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던데, 우리 무기로는 상처를 주기도 힘들어 보이던걸."
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어리들에게 물었다.
자신의 왼쪽 어깨 위에 내려앉은 페어리에게,
"너희들 혹시 저 거미들의 약점이나 공략법을 알고 있어?"
"몰라. 하지만 놈들은 거미야. 겉으로 보기에는 바위지만, 분명 거미야."
"맞아. 놈들은 거미야. 바위가 아니라."
"우린 놈들이 쳐놓은 거미줄에 걸렸어. 조심해야 해. 무서워."
페어리들은 세영의 옷깃이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꺄아-!"
"귀... 귀여워~"
"하여간... 지금이 그럴 상황이냐. 이 멍청이들아!"
소녀들은 그런 페어리들이 몹시 귀여웠던 모양이다.
그건 세영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라는 소년들의 말도 옳다.
"겉모양만 바위 같고, 단순한 거미라면 어떻게 든 되지 않을까?"
"아니... 그래도 저 수는... 그리고 그냥 거미가 아니라 고블린 크기의 거미라고!"
일행이 발만 동동 구르던 그때.
페어리 하나가 세영의 귓불을 잡아당겼다.
"아, 아야. 아파-!"
페어리는 말도 하지 않고, 한쪽을 가리켰다.
"왜... 그래?"
세영이 바라본 곳은 그낭 평범한 바위였다.
"저기서 왠지, 우리 친구의 존재가 느껴져."
"뭐?"
아무리 자세히 봐도 바위로 된 벽 뿐.
여기에 대체 뭐가 있다는 거야?
'어?'
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음 속으로 동굴 버섯이나 허브를 떠올려 봤다.
그랬더니 바위 벽 넘어에, 엄청난 양의 허브 군락이 느껴지는 게 아닌가.
"뭐야? 이 바위 안에 허브가 자라고 있는거야?"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세영은 바위 주변을 더듬기 시작했다.
파티원들 역시 같은 행동을 시작했다.
드르르륵.
"찾았다!"
바위가 움직였다.
누군가 비밀 통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 통로 너머로 수상한 문 하나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