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6화 〉16화. 전직 퀘스트 (16/122)



〈 16화 〉16화. 전직 퀘스트

드드드득.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옆으로 움직였다.
그리고바위가 있던 장소에는 작은 통로가 있었다.


통로는 매우 짧았는데,  10M 정도.
그 끝에는 재질을 알 수 없는 딱딱한 나무로 된 문이 있었다.

"잠겨 있는데요?"
"아마도, 여기가..."

세영은 인벤토리에서 '히부린의 열쇠'를 꺼냈다.

"그래. 이런 경우에는 이거지!"

모두가 기대를 머금은 표정으로 세영의 행동을 기다렸다.

딸깍.

잠금쇠가 풀리는 소리.


끼이이익-.


세영 역시 기대를 머금고 문을 열었다.


'이런 데다 잘도 만들어 놨네.'

바위 동굴 속에 이런 장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궁금해 하는 건, 오직 세영 뿐이었다.
게임 속이라면 이런 당연하게 존재하는 법.
파티원들의 머릿속은 오히려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보물! 보물! 보물의 산이 있지 않을까요? 우헤헤."
"멍청아. 더럽게 침 흘리지 마."


콜록. 콜록.

연출된 상황임에도 절로 재채기가 나올 만큼 많은 양의 먼지.
그 매캐한 먼지 사이로, 작은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히부린의 비밀 연구실을 발견하셨습니다.]


"실험실 같네요."
"뭐, 이런 경우는 보통 그런 경우지."
"그게 무슨말이야 멍청아!"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라곤 전혀 닿지를 않았는지 낡디 낡은 나무 의자와 테이블.  위에는 먼지가 가득했다.


[당신은 히부린의 비밀 연구실의 최초 발견자입니다.]


[보상으로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의외의 방문자]

- 히부린의 비밀 연구실을 발견하셨습니다. 고대 마족 히부린. 당신은 그가 오랜 연구 끝에 얻은 결과물의 일부를 옅볼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 행운 + 1

곧바로 여기 저길 뒤지기 시작했다.
나오는 아이템은 모두 자신들의 차지!

"케헥. 아, 조심 좀 하라고. 먼지날리잖아."
"아, 알았어."

금은보화 따위의 보물은 눈에 띄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수확이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척. 척. 척.


"인간. 거미들이 다가오고 있다!"
"위험해. 위험!"

페어리들의 급한 목소리에 문 밖을 돌아보니, 어느덧 거미 때가 가득했다.

척. 척. 하는 소리는 바위를 닮은 거미의 몸통이 땅에 부디칠 때 나는 소리였다.

"일단, 문을 잠궈."
"네!"


서둘러 실험실의 문을 걸어 잠궜다.

쿵. 쿵.

거미들이 몸통을 문에 부디쳐 왔지만 부술 수는 없던 모양.

"휴우. 이제 완전히 그 머냐 갇힌 생쥐 꼴이네요."
"독에 갇힌 생쥐."
"그거나 그거나."


세영은 푸념을 하는 파티원들을 뒤로하고 이것 저것 보이는 물품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정보창이 떴다.

[히부린의 연금술 두루마리 :???? ]


'이게 그건가?'


세영은 잽싸게 손에 쥐었다.
그리고 두루마리를 조심히 펼쳤다.


당신은 레벨과 연금술 능력이 부족해 해독할 수 없습니다.

아쉽지만 읽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영원히 못 읽는것도 아니고.
레벨과 연금술 스킬이야 차차 상승할 터.

눈에 보이는 두루마리를 죄다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아저씨,  하세요?"
"응. 연금술 레시피들이 보여서."
"저도 하나 찾았어요."


그녀가 건넨 건 매우 유용한 정보였다.

[하부린의 연금술 두루마리 : 마비]

그건 바로동굴 버섯을 이용한 마비 독의 제작법이었다.
마비 포션과 마비 가루의 제조법.

"이거야!!"


세영의 외침에 모두가 그를 돌아봤다.


"아저씨 설마 그 내용 보여요?"
"응. 다른 건 안 보였는데 이건 보여."
"그래요??"
"뭔데, 뭔데 그래?"

세영은 차근차근 설명했다.
마비 효과가 있는 버섯. 그리고 그걸 이용한 각종 약품의 제조법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그게, 그렇게 기쁜 일이에요?"
"멍청아. 생각을 해봐. 마비가루를 만들어 저 거미들에게 마시게 하면, 탈출할  있을거 아냐!"
"아하!"

그랬다. 세영은 곧바로 마비 가루 제작에 들어갔다.
다행히 허브를 채집하며 바위 동굴 버섯도함께 채집해 둔 덕이다.

동굴 버섯의 크기가 워낙 커,  사이에 난 작은 허브를 채집하기 위해선 미리 제거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여기 있던 기구들 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할 거 같네."
"와, 하늘이 돕네요."
"하하. 뭐래. 게임이니까 당연히 파훼법이 주변에 존재하는 법이라고!"

항상 그런것은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그걸 찾아 낼 수 있는것역시 아니다.

"뭐래!  멍청해서 저 두루마리 읽지도 못하면서."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왜들싸우는지.
세영은 간지러운 귀를 후비며, 제작을 시작했다.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새로운 연금 레시피가 등록됩니다.]

[마비 가루]

- 연금술을 통해 제작된 마비 가루입니다.흡입할 경우 일정시간 마비에 빠집니다. 다른 약품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완성!"
"와, 엄청 간단하게 하시네요."
"두루마리에 적힌대로 했을 뿐이야. 한번 완성되면 다음 부터는 스킬을 사용하면 되니까 더 빨라지고."
"와- 저도 제작직이나 할까요."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만, 세영처럼 꾸준히 채집과 제작에 시간을 투자하기란 쉽지않은 법이다.

"아서라. 그러다 망캐된다."
"하긴... 아저씨 만큼 채집할자신도 없고."

마비가루는 완성됐다.
다음은 어떻게 문밖의 거미들에게 가루를 마시게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그, 연막탄 같은 걸 제작할 수 없을까요?"
"연막탄?"
"네, 그 평소에는 안정적인데, 던지면 폭발하면서 연기가 푸슈슈- 나오는!"

하지만 세영은 제조법을 모른다.
그가 모르는데 다른 누가 만드는 법을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그때 까만 곰이 입을 열었다.

"페어리 들이라면, 몰래 하늘을 날아가서 뿌릴 수 있지 않아?"
"흠... 위험하지 않을까?"


그러면서 일행은 페어리들을 바라봤다.

"무서워... 인간은 나빠."
"그래. 거미는 페어리를 잡아먹을 거야!"

하나같이 세영의 등 뒤에 숨기 바빴다.

"이건안 되겠는 걸. 퀘스트에도 나와 있듯이 쟤들이 죽기라도 하면 저주받을 거야."
"으으... 저주라니..."

노랑나비가 파르르 몸을 떨기 시작했다.


딸그락. 딸그락.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모두 긴장했다.
문을 부수려는 거미들과는 또 다른 소리였다.


"무... 무슨 소리야?"
"시러, 싫다고."


노랑나비는 자신의 귀를 막으며 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귀신을 정말 싫어하는 모양새.
어두운 동굴 안이었기 때문일까.
심지어 눈물까지 보였다.

그 반응에 친구들은 하나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간이 아니야."
"익숙한 냄새가 나!"
"맞아."


페어리들은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날아갔다.

두루마리가 놓여있던 테이블 밑.
그곳에  원뿔 모양의 새장 같은것이 보였다.
안이 전혀 안보이게 끔 완전히 가로막혀 있었는데, 페어리들은 어쩔 줄 몰라 주변을 방황했다.


"너희들 왜그래?"

세영의 물음에,

"인간... 도와줘."
"이 안에... 동료."
"결계. 카스나 무서워."

그들은 마음이 급한지, 세영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무슨 말인지 이해한 세영은 곧장 다가가, 새장의   꼭대기에 손을 얹고 마나를 흘렸다.


프스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은 빛과 함께, 결계가 해제 됐다.


페어리들은 날개짙을 열심히 반복하며, 새장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빛을 잃은 세 마리의 페어리들이 보였다.

*


그들은 사악한 마족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더 많은 페어리들이 있었는데, 살아 남은건 몇몇뿐.

마족은 페어리를 도구처럼 다뤘고, 실험 재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인간, 고맙구나."
"고마워."
"이름을 알려줘."
"난 알파야."


[당신은 오랜시간 새장 안에 갖혀있던 페어리들을 구출하였습니다. 그들은 당신을 은인으로 여길 것입니다.]


[보상으로 칭호가 주어집니다.]

[칭호 : 페어리의 은인]


오랜시간 새장에 갖혀 고통받던 페어리들이 당신을 은인으로 생각합니다.모든 페어리들은 당신에게 알 수 없는 고마움을 느낄것입니다.


행운 +4


[행운 스텟의 수치가 10을 돌파했습니다. 당신의 각종 행동에 확률적으로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퀘스트 클리어가 아니었음에도, 새로운 칭호가 생겼다.
심지어 스텟도 증가.
세영의 행운 스텟이 12가 되면서, 메시지가 들려왔다.


'보너스라니 뭘까?'


기뻤지만, 자신만 이런 칭호를 받게 되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귀여운  더 늘어나썽~"
"꺄악-!"


하지만 소녀들은 그런 세영의 마음을전혀 몰랐다.

"정말, 이럴때가 아니라고. 얼른 탈출할 방법을 생각해야지!"
"맞아. 아저씨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세영은 빛을 잃은 페어리들에게 물었다.
이 방에 오래 있었으니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다.


"음... 사악한 마족은 언제나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그건 도움이 되지 않는 정보였다.
마족의 것으로 보이는 로브 역시 보이질 않았다.


"놈은 항상 마스크를 쓰고 있었어."
"맞아. 마스크 위로 무서운 눈만 보였어."
"놈의 눈은 두려워."


페어리들은 갑자기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괜찮으니까 더는 생각하지 마."

세영이 두려움에 떠는 페어리들을 안심시키는 동안, 여기저길 뒤져보던 아이들이 무언가를 찾았다.

"아저씨, 이거 아닐까요?"
"그게 뭔데?"


[히부린의 마스크]

- 히부린이 연금술을 사용할 때 착용하는 마스크입니다. 낮은 등급의 독에의한 상태이상에 저항합니다.


마법 방어력 +2 , 하급 독 면역


때마침 발견된 마스크.
일행은 탈출의 실마리를 발견하자 쾌재를 불렀다.


"근데, 몇개나 있어?"
"많아요. 열개 쯤. 그리고 다른것도 찾았어요.전 레벨이 부족해서 이름을 확인  수 없는데, 아저씨는 어떤지 봐주세요."


[*히부린의 개조 쇠뇌*]

쇠뇌가 세영의 손에 닿는 순간이었다.

[!!클래스 퀘스트!!]

[ **연금술 발사자 (Achemical missor) :  퀘스트는 클래스 전직 퀘스트 입니다. 연금술 발사자는 연금술사 중에서도 무엇보다 공격적인 클래스입니다. 자신이 만들어낸 많은 약품을 사용해, 적을 무력화시키거나 때로는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있습니다.]

- 고대 마족 히부린은 다른 마족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그는 자신이매우 똑똑하다고 생각 했으며,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피를 싫어한 그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전투를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마왕 프라우스의명령으로 인간계를 침공해야만 했습니다. 선천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탓에 고뇌하던 히부린은 자신의 두뇌를 사용한 전투 방법을 창조해 냈습니다.


- 직접 만든 연금 물품과 히부린의 개조 된 쇠뇌를 사용해 몬스터를 사냥해야 합니다. 최소 100마리 이상의 몬스터를 처치하십시오.


- 연금술 발사자는 히든 클래스로, 클래스 마스터가 존재하지 않는 클래스 입니다.

-분류 : 클래스 선택.
-난이도 : E (기초 연금술 5레벨 이상. 레벨 10 이상)
-제한 시간 : 무제한
-보상 : 연금술 발사자로 클래스 변경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그것도 단 한  들어본 적조차 없던 클래스의 전직 퀘스트였다.

'연금술 발사자?'

세영은 황당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아... 전직 퀘스트가 떴어."
"네? 뭔데요?"
"마스터도 없는데 떠요?"

놀라는 건 비단 세영 뿐만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매우 놀랐다.

"아저씨, 벌써 10레벨이세요?"
"응. 아까 채집을 했더니 올랐거든."
"헉... 그렇게 빨리요?"
"아마 희귀 아이템을 채집해서 그런 거 같아."

하지만 세영은 선뜻 수락할 수 없었다.

'연금술 발사자라니, 제작해서 죄다 몬스터에게 던지면 돈을 어떻게 벌지?'


"전직해보세요. 저도 처음 들어봐요. 완전 히든 클래스 아니에요?"
"맞아요. 해보세요. 그리고 듣기로는 퀘스트를 완수하면 클래스 변경도 가능하다고 들었어요."
"그래?"

세영은  말을 믿고 마음을 정했다.
언제든 다시 변경할  있다면, 나중에 변경하면 그만이니까.


'우선은 고블린을 잡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그는 며칠내로 직장 동료를 데리고, 고블린 시리즈를 수집해야  임무가 있었다.
그걸 생각하면 연금술 발사자는 오히려 적합한 직업 일지도 모른다.

전투가 약점인 그에게는 오히려 원거리 딜러인 편이 전투가 수월할 테니.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세영은 흔쾌히 수락했다.
쇠뇌를 건내준 파티원들을 위해서라도, 한번 시도해  만한 도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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