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화. 마차 (18/122)



〈 18화 〉18화. 마차

이세영은 도시 남 쪽의 말 목장을 향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잡화점의 제이크 때문이다.

"네? 말은 없다고요?"
"자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나더러 말까지 달라는 거야?"


잡화점의 제이크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세영을 바라봤다.


퀘스트 보상은 낡은 짐마차 뿐.
말은 세영이 직접 구해야 했다.


"참고로, 말  마리는 있어야 할거야. 낡았지만 큰 마차니까."

한숨이 나왔다.
자신이 얼마나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괜히 제이크가 미워졌다.

"그리고, 치료약 납품은 언제 계속할 건가. 라나가 가지고 오는 수는 너무 적어!"

문을 열고 나가는 세영을 향해, 그런 말이나 해대니  미울 수밖에.


'휴우... 치료약이 2 실버씩 하는데도 아직 잘 팔리나 보네.'

당연했다.
이제 세영이 게임을 시작하고 이틀이 조금 지났을 뿐이니.


얼른 말을 사고 제조를 시작해야겠다 생각한 그였다.
그래서 지금 말 목장을 향하는 중이다.

*

"알파.  왔는가?"
"네. 안녕하셨어요."


목장의 관리자는 세영을 친근하게 맞이했다.
얼마 전, 마차 운전 법을 배우고 간 참이라 세영의 모습을 알아본 모양이다.


"말을 구입하고 싶은데요."
"하하, 내 얼마 안지나 그런 이유로 찾아 올  알았지. 그래. 어떤 말을 원하는가. 튼튼한 전투마? 아니면 날쌘 속도를 가진 경주용 말도 있고."
"저, 마차를 끌 튼튼한 말이 필요합니다."

관리인은 조금 아쉬운 티를 냈다.


"흠, 마차를 끄는 말이라... 가장 저렴한 말을 원하는가?"
"아니요. 싸면 좋지만, 그래도 튼튼하고 건강한 말을 원해요."


세영은 자신 주변의 누군가가 아픈게 싫었다.
그게 비록 가상현실 세계의 말이라 해도.

"안 아프고, 오래 오래 사는 말로 주세요."
"하하. 그러지. 돈은 충분 한가?"
"네... 아마도?"

세영의 대답에 의문을 표하는 관리인.
그바람에 급히 말을 덧붙혔다.

"저는 말 시세를 모르니까요. 충분할 겁니다."

관리인은 여러 마리의 말을 소개했다.
세영은 그 중 가장 튼튼해 보이는 말 두 마리를 골랐다.


"알파. 자네, 눈이 좋군. 하지만  말들은 가장 비싼 놈들이야."
"얼마인데요?"

관리인은 손가락을 하나 펼쳤다.


"두마리 더해서 1골드 입니까?"
"아니, 10골드. 한 마리당."

세영은 눈을 크게 떴다.

'10 골드면 현금으로 얼마지... 110만원...  마리면 220만원.'

말의 가격이라 생각하면 저렴했지만, 진짜 말이 아닌 게임 속 말. 그걸 220만원이나 주고 사야한단 말인가.

세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고뇌에 빠졌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어요? 음... 6시간... 아니, 하루면 되니까."
"그래. 내 특별히 자네를 위해서 이 두 마리는 팔지 않고 기다리지."

세영은 곧장 라나를 찾아가기로 했다.
제조실을 딱 하루만 더 빌리기 위해서.

*

세영의 생각은 이랬다.
현실의 돈으로 생각하면 엄청 큰돈이지만, 게임 내에서는 단순한 돈이 아니라 자신의 시간.
6시간 동안 노력해서 번 돈으로   마리를 살 수 있다면, 그리 비싼 금액은 아니라고 느꼈다.

자신의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고, 그걸 시급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이다.

"어머, 알파님 어서 오세요. 이제 얼굴 보기 힘들 줄 알았는데."
"라나님. 제조실을 좀 빌려도 괜찮을까요?"
"네? 저의 제조실을요?"
"네... 저는 아직 제조실이 없어서..."

세영은 마차뿐만 아니라, 제조할 장소 역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여관이라도 빌려서 해야 하나... 아니면 집을 사야 하나?'

여관은 만원사례.
도시에서 집을 구매하는 건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건축 스킬까지 배워, 마이홈을 직접 지을 수도 없는 일.


"왜, 하루만 더 빌려주실  없을까요. 제가 만든 약 절반을 라나님꺼로하고..."
"에이, 뭘 그런걸 부탁하세요. 얼마든지 사용하세요. 알파님은 제게 많은 돈을 벌게 해주신 분인걸요. 제자도 소개해 주시고."
"네?"

그가 경매를 통해 반매한 정보.
그 정보를 통해 퀘스트를 수행하러 라나를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


"사람이 벌써 다녀갔나요?"
"네. 지금 채집을 하러 가셨어요. 오늘 오후나 내일  찾아 오실거에요. 아직 정식으로 저의 제자가 된건 아니지만요. 호호"

채집 퀘스트 하나에 비싼 금액을 지불해 경매에 참여한 만큼, 급했는지 벌써 다녀갔다고 한다.

"그 사람이 저의 제자가 되서 치료약을 제작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알파님이라도 제조실을 빌려드릴 순 없게 될거에요. 하지만 오늘이라면 마음껏 쓰셔도 좋아요. 사용하신 마나수의 가격만 제대로 지불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이런 부탁을 하는건 이번이 마지막이라 다짐했다.
 도움을  라나씨에게 더는 민폐를 끼칠 수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는 북부 숲에서 채집한 숲의 허브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어머. 북쪽 숲의 허브네요. 그 장소는 몬스터들이 많아 채집하기 힘드셨을 텐데."
"라나님은 숲의 허브를 이용한 치료약을 제조가능하신가요?"
"네... 하지만 전 전투 능력이전혀 없으니 혼자서는 도무지 허브를 구할  없었어요. 잡화점에 납품하기 위해선 꾸준한 공급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었죠."

라나의 이야기를들은 세영은 또 그녀에게 부탁할 수 밖에 없었다.


"저...제조법을 알려 주실 순 없을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조법은 하급 치료 약과 같아요. 물론 허브를 제외한 재료도 마찬가지고요."
"아, 그렇습니까?"
"네. 허브티를 끓여서 재료를 넣고 트렌트의 나뭇가지로 저어보세요."

라나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그런 설명을 해줬다.
세영은 그녀가 정말 상냥한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혹시, 더 상위의 치료  제조법도 그런 걸까요?"
"아니요. 치료 약은 하급 치료약과 치료약. 두 가지 뿐이에요. 초보 모험가 용이죠! 그다음 부터는 포션. 포션은 연금술의 영역이라 연금술사 클래스가 되셔야 가능한 일이에요.혹시 연금술사가 되고 싶으신 거라면, 저의 스승님을 소개해 드릴까요?"


[퀘스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미 클래스를 선택하셨습니다. 새로운 클래스 전직을 위해서는, 특별한 퀘스트를 수행해야 합니다.]


'헉...'


연금술사 클래스의 전직 퀘스트가 나타났지만, 세영은 수행할 수 없었다.
남들이 하나 찾기도 힘든 클래스 전직 퀘스트를 하루에  개나 찾아낸 세영.

"와- 이미전직을 하셨군요?"
"네... 덕분에."

라나는 말없이 입을 다물고, 한껏 궁금한 표정을  채 세영을 올려다 봤다.
그녀가 엔피씨임에도 처음 경험한 또래 여성의 애교에 세영은 얼굴을 붉혔다.

"저... 연금술 발사자 라는 클래스 입니다."
"그게 대체 뭔가요?"

그는 자신이 동굴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라나에게 친절히 설명했다.

"와, 정말 엄청 나세요. 마치 이야기 속의 주인공 같으세요."
"네? 뭘요..."

라나의 호들갑에 부끄러워진 세영이,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걱정 마세요.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비밀로  테니까. 저에게 그런 비밀 이야기를 꺼내 놓으시다니 정말 감사드려요. 알파님!"


[라나는 자신의 소중한 비밀 이야기를 들려준 사실에, 당신에게 매우 감동했습니다. 그 보답으로 자신의 스승님인 알케미스트 '로이안'의 정보를 알려주었습니다.]


"제 스승님을 찾아가 보세요. 분명, 알파님에게 도움이될 거에요."

[파르도 섬의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라나의 소개장을 획득하셨습니다.]


"저는 이미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그래도 되는 걸까요?"
"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알파님의 클래스도 일종의 연금술사나 마찬가지 잖아요? 그럼 괜찮을 거에요. 좀 깐깐하신 분이긴 하지만... 정 불안하시면 저희 스승님은 모르실만한 희귀한 레시피를 가져가시면 될 거예요."
"감사드립니다. 라나님."
"뭘요. 호호호. 얼른 제조나 시작하세요."

라나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대며 제조실 밖으로 나갔다.


이제 혼자 남겨진 세영이 제작을 시작할 때다.

*


'아, 허브 아까워...'


제조는 쉽지 않았다.
반복된 실패로 세영은 지쳐갔다.

'그때는 뱀 덕분에 정말 쉽게 만든 거구나...'

그뿐만 아니었다.
당연히 상위의 아이템인 만큼, 난이도가 상승한 것이다.


세영은 끓여  숲의 허브티를모두사용해, 재차 물을 끓이고 있었다.


차라랑-.


물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밖에서 종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나의 집 현관문에 달린 종이 흔들리며  소리였다.

'손님인가?'

세영은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서 오세요. BI물약님."
"퀘스트 템 다 캐왔습니다."
"네 이리 주세요."

BI물약이라는 캐릭터 명을사용하는 사람이었다.
그가바로 141만원이나 내고, 세영의 정보를 사간 주인공.


"BI물약님. 혹시 약제사가 될 생각은 없으신가요?"
"있습니다. 전직하면 되나요?"
"아니요. 약제사는 클래스가아닌, 서브 직업 중 하나에요. 누구나 배울  있어요."
"그렇습니까. 아무튼 배우겠습니다."

무언가 딱딱한 말투였지만, 그도 자신과 비슷한 길을걷는다는 사실에 세영은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네. 그럼 BI물약님은 내일 오전에 방문해 주시겠어요?"
"지금 당장이아닙니까?"
"네. 지금은 선객이 있어서... 허브를 더 채집해 두시면 제조 법을 배우실 때 도움이 되니까, 더 많이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내일 찾아 뵙겠습니다."


세영은 둘의대화를 어쩔 수 없이 엿듣게 되었다.
그래서 급히 라나에게 사과를 했다.

"죄송해요. 라나님. 혹시 저 때문에 제자가 되실 분을 내일 오라고 하신 건가요?"
"네, 당연하죠. 저는 비밀을 지키니까! 호호호."
"꼭 그렇게 까지 하진 않으셔도 괜찮아요."

세영은 같이 대화를 나누며 채집도 하고, 제작도 함께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페어리인 뱀의 재잘거림도 그리워 졌다.

"아직도 성공 못하신 건가요?"
"네... 어렵네요."
"이상하네요. 전에는 순식간에 성공하셔서 천재이신 줄 알았는데!"
"네? 설마요."
"호호호. 농담이에요. 농담."

까르르 웃는 라나.

라나가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확연히 달랐다.
세영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호감도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 것이다.

BI물약이라는 사람에 비하면, 세영은 라나의 가족과도 다름없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만약 BI물약이 연금술사가 될 생각이고 연금술 마스터의 소개를 받고 싶다면, 라나에게 세영 만큼의 호감을 얻어야  것이다.
지금 그와 같은 태도라면, 그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

세영은 라나의 조언을 듣고, 결국은 제조에 성공할  있었다.

[치료약]


- 체력을 순간적으로 50 회복합니다.
거래소에 등록 가능합니다.

뱀 딸기 주스보다 높은 회복력.
역시 치료약은 치료약이다.


거기에 거래소 등록 가능.
엔피씨에 의해판매되는 붕대나 하급 치료약과는 다르게, 이건 거래소를 통한 거래가 가능했다.


"감사합니다. 라나님."
"뭘요. 또 오세요. 전 이야기 듣는 것도 좋아하니까 언제든지요.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네! 그리고 가위는 돌려드릴게요."
"아니에요.전 이미 다른 가위를 주문한걸요?"
"네?"
"혹시 제 새것을받고, 사용하던  돌려줄 생각이신 건가요?"
"아, 아닙니다. 결코..."

세영은 당황했지만, 그건 라나의 농담이었다.
호감도가 일정치 이상 상승한 덕에, 자연스럽게 농담까지 해오는 라나.

이세영 역시도 그런 라나를 친구처럼 생각했다.

*

 만들어진 치료약은 350개.
숲의 허브를 얼마 채집하지 못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는 없었다.

세영은 그걸 거래소에 올렸다.

[거래소에 등록한 '치료약'이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벌써?'


이세영은 거래소의 시세를 보고, 치료약을 개당 10 실버에 등록했다.
시세가 11실버였기에 조금 싸게 등록한 것이었다.

그런데 불과 1분만에 모두 팔려 버렸다.


무려 35 골드.

'돈 벌기  쉽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혼자선 힘들겠지.'

하지만 숲의 허브를 채집 하기 위해선, 곁에서 몬스터를 사냥해 줄 동료가 필요했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당장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않았는가.
세영은 곧장 말 목장을 향해 달려갔다.


마차가 생기면, 서둘러 하급 치료약을 대량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걸로도 돈은충분히 잘 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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