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9화 〉19화. 마차 (19/122)



〈 19화 〉19화. 마차

"야,  마차 요즘 자주 보이지 않아?"
"그러게. 뭐지?"
"좀 낡긴 했어도  두 마리가 끄는 대형 마차라 비쌀 거 같은데. 누군지는 몰라도 왜 이런데 세워둔 걸까?"
"훔쳐 가는 건 안되겠지?"
"되면 진작 누가 하지 않았겠냐."


도시 파르도의 바로 근처.
초원에서 여우 사냥을 하던 플레이어들은, 최근 자주 보이기 시작한 마차를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 마차는 바로 이세영의 마차였다.


'아~ 채집만 할 순 없을까.'


말을 구입하자 마자, 마차를 끌고 초원 허브를 채집하기 시작한 이세영.
클래스가 변경되며 2배로 증가한 인벤토리와, 큰 짐마차 덕분에 전과는 비교도  되는 양의 허브를채집할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채집을 끝내고 나면, 대량으로 하급 치료약 생산이 가능해졌다.
다만 그 시간이 너무 길어져, 정신적으로 지치고 있었을 뿐이었다.

[보너스 채집에 성공하셨습니다.]

[초원 허브의 씨앗]

초원 허브를 재배 가능한 씨앗입니다

- 행운 보너스로 인해 확률 적으로 얻은 아이템입니다.




'헉?'

초원 허브를 도대체 얼마나 채집했을까.
짐마차 두  분량을 채집할 동안한 번도 보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채집에 성공했다.


'씨앗이라니...'

씨앗을 본 세영은 잊고 있던 퀘스트가 떠올랐다.
이미 정보 경매에서 판매가 완료된 풍차 마을의 용병 모집 퀘스트.
그 보상을 받으려면 한참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으로 미뤄두고 있었다.
당장은 돈 버는데 집중하고 싶었으니까.

'씨앗은... 농사를 짓는 것일까?'


호기심이 발동한 세영.
하지만 꾹 참았다.
지금 농사를 지으러  순 없는 일이니까.


채집한 초원 허브는 이틀이면 상해 버린다.
게임 시간 상 그런 것이니 현실이라면 12시간.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아이템은예외이긴 하지만, 그가 지금 채집한 양을 전부 인벤에 쑤셔 넣기엔 허브가 터무니 없이 많았다.
상하기 전 전부 사용하지 않으면 다 쓰레기통에 버려야한다.

'치료약부터 만들어야겠지...'


세영은 초원 허브가 가득 찬 마차를 끌고, 도시로 돌아 가기로 했다.

*

"아이고, 우리 알파님 오셨습니까."
"네... 뭐."

세영은 자신에게 지나치게 깍듯이 대하는 여관 주인이 거북했다.
이유는 돈 때문인데, 세영이 제조를 위해 무려 평소의 세배나 되는 비용을 지불하고 여관의 방을 대여한 까닭이다.
그것도, 다인 실을 혼자 사용하는 것이기에 꽤 비용이 들었다.

끼이익.

대여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공간은 좁디 좁았다.
안 그래도 협소한 공간이, 지금껏 만들어 쌓아  하급 치료약 때문에  좁아졌다.


'하아...'

서둘러 납품부터 해야  것 같다.
더는 치료약을 쌓아  공간조차 부족했다.
.
.
.

짐마차에 실려있던 허브를 여관 방의 한 구석에 쌓아 놓고, 하급 치료약을 옮겨 실었다.
여러 번 왕복 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마차에는 한 번에 1500개의 하급 치료약이 들어갔다. 인벤토리에도 오백 개니 총 이천 개.
그게 한 번에 납품 가능한 하급 치료약의 최대 개수였다.

그렇게 잡화점 까지 왕복 5번을  총 1만  가량의 치료약을 납품하는 것.
그게 지금 이세영이 하고 있는 일이다.


"야. 저건 뭐 하는 거냐?"
"글쎄. 누가 퀘스트라도 하는 거 아니야?"
"저 상자 안에 대체 뭐가 들었을까? 여관 방 안에서 실어나르던데."
"저런 노가다 퀘스트는 거저 줘도 거절이야. 근데, 마차는 부럽네."


수상한 세영의 모습.
여관에 머물던  플레이어들의 이목이 집중 되기 일쑤였다.

심지어 직접적으로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정보가 돈이 되는 프클의 세계에서는 매너가 없는 행동으로 알려졌지만, 모두가 그 사실을 인지한 것은 아니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네. 안녕하세요."
"지금  하고 계신 지 여쭤봐도 될까요?"


이 정도면 그나마 양반.
다짜고짜 물어오는 사람도 있었다.

"저기, 님. 이거 뭐 하는 거임?"


세영이 막 마차를 몰고 마지막 납품을 출발 하려 던 차였다.
한 명이꺼낸 질문을 시작으로 궁금했던 몇몇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도 나름 묻고 싶었으나 참고 있었던 거였는지, 물꼬가 트이자 질문이 쇄도했다.


"별거 아닙니다. 하급 치료약을 잡화점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네... 네?"
"치료약이래... 이 많은 양이 전부?"
"님 이거 어디서 났어요?"
"저, 죄송한데 제가 시간이 없어서..."

이런 저런 질문이 계속되자 난감해진 세영은 서둘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광장에서 치료약을 팔던  함께해준 노랑나비가 그리울 정도였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래요. 너무 몰아 부치지 맙시다."
"감사합니다. 하하... 그럼  이만."


몇몇 매너 있는 사람들이 더는 세영을 몰아세우지 못하게 막아주었다.
당혹스러워 하는 세영의 표정을 눈치  준 것이다.

만들어낸 억지 미소를 머금은 채 마차를 몰고 멀어지는 세영을, 멍- 하니 바라보던 그들.
 중 몇 사람은 곧장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향했다.


*


"하. 하. 하. 알파!  자네만 믿었다고. 이 양은 정말 엄청 나군!"
"하하..."


세영은 조금 지친 기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순식간에 저 어딘 가로 날아갔다.


"자, 납품 대금일세!"


[납품 대금을 받았습니다.]

[현재 보유 금액 : 178 골드]

무려 170골드를 받았다.

말을 사고, 마나수와 각종 재료와 트렌트의 가지로 만든 마법 막대까지 샀다.
여관비는 또 어떠한가.
그러나 돈을 쓰긴 엄청 썼는데, 쓴 돈의 10  이상의 돈이 생겨버렸다.

"다음 납품은 언제 할 생각인가? 이 양도 이틀... 아니 하루도 못 가."
"설마, 저 몰래 가격을 더 올리시는 건 아니죠?"
"흥. 그럴 생각은 없으니 안심 하게나."


잡화점에서 나온 세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한가득 차올랐다.
아까 전의만들어낸 미소가 아니라, 진심에서 나오는 표정이었다.

'조금만 고생하자.'


세영은 다시 구입한 마나수를 마차에 싣고, 여관으로 돌아갔다.

*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클 마니아.
사용자 20 억 명을 돌파한 프클인 만큼 게시판의 조회 수도 엄청났다.
그중 유용한 정보가 없는지 찾는 하이에나들의 눈에 방금 올라온 게시 글이 눈에 띄었다.

no. #21345332 : 대량의 하급 치료 약 납품 퀘스트 발견.

어그로 다분한 제목으로 조회 수는 순식간에 수십 만을 돌파했다.
때문에 방금 전 올라온 글임에도 금세 메인 페이지에 등장했다.

(파르도 섬 여관에서 대량의 하급 치료약을 납품하는 사람을 봤음. 대형 짐마차를 끌고, 내가 본 것만 5번을 왕복 했음. 물어보니 하급 치료 약 납품  이래. 짐마차에 물약 몇 개나 들어감?)

지랄한다. 이걸 누가 믿음?

- 제가 쓸려고 했는데 먼저 쓰신 분이 있었네요. 저도 봤어요. 그분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니까 사람들이 달려들어서 나중에 도망치심.


- 저도 거기 있었음.


그럼 이거 진짜임?


- 마차  정도면 돈 좀 벌었나 보네. 님들 거래소 안 봄? 거래소에 치료약도 만들어 올리는 판에, 하급 치료약 만드는 사람이야 널리고 널렸겠지. 스텟 증가 포션도 경매장에 올라왔고. 대체 이런 글이  메인에 올라가냐.

- 섬에 사는 촌 놈들이라 정보가 늦음. ㅋㅋㅋ

댓글 역시 수천 개가 달리고 있었다.


이 글이 핫 한 이유는 분명했다.
최근 들어 스텟 증가 포션이 경매장에 올라오면서, 연금술에 대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와, 시발. 누가 시세 장난치는  같네요.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습니다! BJ포르말린의이름을 걸고 기필코 낙찰 받겠습니다."

스텟 증가 포션은, BJ포르말린이 최종 낙찰 받았다. 납품가는 무려 2 억 7 천 만원.
하지만 BJ포르말린은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았다.
오히려 크게 이득을 봤다.


포션을 확보한 건 물론. 해당 경매 참여 영상은 24시간 만에 조회수 1억을 돌파한 것이다.
낙찰을 지지한 시청자의 후원과 영상 광고의 수익 만으로도 3억 이상을 벌었으니 손해 일리가 있겠는가.


그가 올린 동영상 역시, 연금술에 대한 관심을 증폭하는데 크게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연금술에 관심을 가진 건 비단 개인만이 아니었다.

신생 기업인 BLUE ITEM.
프클의 판게아 행성에서 BI라는 길드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클 파밍 전문 기업이다.


이은표는 최근 블루 아이템에 입사한 신입 사원.
그가 맡은 임무가 바로 포션 제작이었다.


"은표씨. 약제사는 아직 이야?"
"네. 선배님. 내일 오라는 소리까지 들었습니다. 4시간 후면 제작 스킬을 배우지 않을까 합니다."


세영이 올린 정보를 사간 주인공은 바로 BI길드의 신입. BI물약 이었다.
물론 정보 매입가는 회사에서 지불했다.

"지금 게시판이  하던데, 확인했어?"
"네. 저도 수상하게 생각하는 중입니다. 약제사 NPC 역시 저 이외의 누군가에 대한 말을 꺼냈고, 그 사람이 제가 구입한 정보를 판매한 사람이 아닐까 합니다."
"흠... 포션 제작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누군지 꼭 찾아내. 그 사람만 찾아내면 보너스도 두둑이 나올 거야."
"예!"


신입 사원 답게 기합이 팍 들어가 있는 이은표였다.


*

이세영은 지쳐갔다.
납품을 끝내고 돌아온 후, 여관 방에 처박혀 하급 치료약만 만들어 댔다.

[일반 연금술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일반 연금술 스킬은 하급 치료약 제조만으로도 경험치가 오르긴 올랐으나, 무려 만 오천 개를 만들고 1 이 올랐다.
이제 레벨 업 했으니  오래 걸릴 것이다.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초원 허브가 쌓여있는  야속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지루했다.
채집이 하고 싶었다.


게다가 이미 13 레벨이  세영이 하급 치료약을 만드는  매우 비효율적인 작업이었다.
물론, 수요가 높은 만큼 많은 이득을 얻을 수는 있었지만, 그건 숲의 허브를 사용한 상위의 치료약을 제작하는 게 훨씬 효율이 높았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세영은 파티원들이 기다려졌다.
그들과 함께 라면, 얼마든지  허브를 채집할  있을 테니까.


그래서고민 끝에 처음으로 먼저 연락을 시도했다.
당연히 노랑나비에게.


소녀는 다행히 접속 중이었다.

"안녕? 뭐하고 있어?"

노랑나비 : 앗! 아저씨! 먼저 연락을주시는 건 처음이시네요!"

"응."

세영은 묘하게 쑥스러웠다.

"왜 요? 제가 보고 싶으셨어요?"
"응? 아니... 그냥 뭐하나 해서. 같이 사냥 가고 싶고."
"칫... 그런데 어떻게 하죠? 저희들  뿔뿔이 흩어져서 전직 퀘스트 찾느라 바쁘거든요."
"아, 그렇구나."


들려오는 대답에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 세영.


"왜 요? 급한 일 있으세요?"
"아니야.  혼자서 숲에 못 가니까."
"전직 하셨는데그래요?"


세영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전직을 하지 않았던 가.


"글쎄... 그다지 강해진 기분은 안 드는데."
"에이~ 아저씨. 마비 탄  생각해도 완전 사기 급이시면서. 마비 말고 공격력높은 탄을 만드시면 되잖아요!"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레시피가 없어 고민인 세영이었다.


"조언 고마워. 한번 고민해 볼게."
"네. 저희도 전직하면 같이 또 사냥 가요. 히히."
"그래. 치료약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전직 퀘스트 할  필요하면 불러."
"네~ 꼭, 그럴게요!"

세영은 노랑나비라는 소녀가 참 편했다.
그리고 좋았다.
이성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대화를 나누면 항상 분위기가 밝고 유쾌해 지는 게 좋았다.


대화를 마친 세영은 여관 방의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파티원을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신도 한 사람 몫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공격용 탄환이라...'

하지만 마비 탄도 바위 동굴 버섯이 있어 만들 수 있었다.
공격용 탄환을 제작하려면 독버섯 같은 걸 채집해야 할 터.
그런 걸 갑자기 어디서 구하겠는가.
채집하려 해도, 숲의  깊은 곳을 향해야  것이다.

세영은 괜히 인벤토리에서 두루마리 더미를 꺼내 펼쳤다.

- 연금술의 레벨이 낮아 해독이 불가능합니다.

수십 장의 두루마리.
이리저리 뒤져 봐도, 모두 해독이 불가능했다.

'아?'


그러다 번뜩 생각이 떠올랐다.
연금술의 레벨이 부족해 해독이 불가능한 거라면 레벨을 올리면 그만이 아닌가.


세영의 인벤토리에는 레벨을 폭발적으로 올려 주던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마나를 머금고 자란 던전 허브.
세영은 곧바로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여관  내부는 달콤한 허브 티의 향기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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