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화 〉20화. 정보 경매
[요리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요리 레시피가 등록되었습니다.]
[마나 허브티]
-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를 사용해 만든 차 입니다.
- 휴식상태에서 마시면 마나의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포션이 아닌 단순한 허브티 임에도 이 정도의 효과.
이름부터가 벌써 희귀 아이템의 상징인 푸른색이었다.
세영은 이를 이용해 치료약을 만들던 방식으로 제조를 시작했다.
어떤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기대한 가득 품었다.
'마나를 회복하는 포션이 나오겠지?'
.
.
.
하지만 실패.
실패.
또실패.
아까운 허브만 사라져갔다.
'대체 뭐가 문제지? 설마...'
그는 문득, 라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치료약의 제조와 포션은 별개의 문제.
연금술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제조된다던 그 이야기를.
'정보가 필요해... 잠깐. 정보? 정보라면!'
그러다 정보경매가 생각이 난 그는 거래소와 경매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기존게임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만으로원하는 물품이 자동 검색되니 긴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정보 경매 no. 234013]
[마나 포션 레시피 : 마나 포션의 제작법이 적힌 레시피 입니다. 오직 연금술사 만이, 이 내용을 해독할 수 있습니다. - 일반 연금술 LV. 2 필요. - 연금술사계열전용.]
[경매 남은 시간 : 23분]
'이거다!'
자신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걸 찾아냈다.
마나를 머금은 허브는 분명 마나포션의 재료일 터.
허브티의 효능만 봐도 그건 쉽게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제 중요한건 가격이다.
[현재 최고 입찰가 : 2100000CC]
'뭐? 210만원?...'
사지 못할 가격은 아니었다.
말 두 마리 가격보다 오히려 저렴했다.
하지만 포션 레시피에 저만한 가치가 있을까?
그것이 고민의 이유였다.
[경매 남은 시간 : 17분]
하지만 세영에게는 충분히 고민할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다.
줄어드는 시간은 그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다.
'일단은 CC로 교환부터 하자.'
세영은 자신의보유 금액 중, 150골드를 CC로 교환했다.
교환 비율은 1대 11.3
골드의 시세가 더 상승해 있었다.
[보유 CC :16950000CC]
순식간에 1695만 CC가 생겼다.
그걸 확인하자 레시피는 충분히 살만한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벨이 더 높아지고, 숲 허브를 채집해 그를 사용한 제작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돈이야 그때부터 다시 벌면 그만이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하기시작했다.
[입찰하셨습니다.]
[입찰가 :2200000CC]
[유찰 되셨습니다. 2200000CC를 획득하셨습니다.]
하지만 세영의 바람대로 되진 않았다.
레시피의 가격은 순식간에 250만까지 상승해 버렸다.
'뭐야? 나 말고 누가 또 사려고 그러나?'
세영은 재입찰을 시도했다.
큰돈이었지만, 하루면 벌 수 있는 돈이라는 생각.
그 생각은 그를 점점 더 깊은 수렁에 빠트렸다.
[유찰되셨습니다.]
'이게, 뭐야...?'
세영은 돌아가는 상황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210만이던가격이 짧은 시간 안에 끝을 모르고 상승하는 것이 아닌가.
[경매 남은 시간 : 3분]
[현재 최고 입찰가 : 5550000CC]
555만원... 남은 시간 3분.
하지만 이미 경매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 세영은, 입찰을 멈추지 않았다.
'3분... 제발 내가!'
그리고...
[경매가 과열되고 있습니다. 현재 최고 입찰가는 600만입니다. 앞으로 1분간 비공개입찰이진행됩니다. 입찰 시작가는 660만부터 입니다. 입찰 기회는 1회로 제한됩니다. 1분 후 가장 높은 가격을 입찰한 분이 최종 낙찰되며, 입찰자가 없을 경우에는 600만에 최종 낙찰됩니다.]
[입찰에 참여하시겠습니까?]
세영은 끝을 보려 했다.
[알파 님의 최종 입찰가 : 9000000CC]
'이 정도면 됐겠지...'
그의 심장은 강하게 두방망이질 쳤다.
그리고 최종 카운트가 시작됐다.
.
.
.
3... 2... 1
[최종 낙찰가는 9000000CC 입니다. 동일가 입찰이 없음으로 해당 물품의 경매가 종료됩니다.]
"오예-!"
[축하합니다. 마나 포션의 레시피를 최종 낙찰받으셨습니다. 해당 정보가 연금술 레시피 북에 자동 등록되었습니다.]
"허업...하아, 하아."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손끝이 떨리고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지금 뭘 한거지?'
겨우 정신을차렸다.
지금 상황은 세영에게 너무 지나치게 자극적인 경험이었다.
'레시피를 900만 주고 구입하다니.'
세영은새차게 머리를 흔들었다.
이미 벌어진 일.
이제와 후회해선 안된다.
짜악. 짜악.
양 손으로 자신의 양 볼을 가볍게 쳤다.
'정신차려!'
도박에 빠진 사람과 비슷한 기분을 잠시동안 느꼈던 세영.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무서웠다. 하지만 짜릿했다.
그래서 두려워졌다.
자신이 다른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
두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자신은 돈을 벌고 모아야 한다.
쉽사리 써버려선 안된다.
'얼른 레시피를 확인하자.'
세영은 구매한 레시피를 확인했다.
'재료는 별거 없네...'
방법이 조금 달랐을 뿐. 재료는 모두 가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가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든 것이다.
세영은 아직 자신이 소지한허브의 가치를 몰랐다.
*
[마나 포션의 제조에 성공하셨습니다.]
[일반 연금술 스킬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 했습니다.]
벌써 몇 번째 이런 메시지를 듣는지 모른다.
'미쳤네...'
레시피에 따라 포션을 만들었다.
몇번의 실패를 거듭하긴 했으나, 가끔 하는 성공에도 순식간에 연금술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다.
일반 연금술 스킬의 레벨이 7까지 올라버렸다.
숙련도가 상승해 스킬 레벨이 5를 넘길 때쯤 부터는, 제작에 실패하는 일도 사라졌다.
레벨은 또 어떠한가.
이 역시 순식간에 19까지 올랐다.
물론 그 이후로는 거의 오르지 않았지만, 이 모든 게 불과 두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다.
'레벨 올리기 이렇게 쉬운 게임이었나?'
그럴 리는 없었다.
이유야 당연히 희귀 아이템을 사용한 제작과 그 제작량에 있었다.
지금 레벨 대의 사람들에게는 던전 허브를 구하기란 매우 난이도가 높았다.
그런 걸 하급 치료약 만들듯이 팍팍 써재끼는 통에, 레벨이 덩달아 폭발적으로 상승했을 뿐이다.
[최하급 마나 포션]
- 순간적으로 마나를 30회복합니다.
- 거래소에 등록 가능합니다.
[하급 마나 포션]
- 순간적으로 마나를 50 회복합니다.
- 거래소에 등록 가능합니다.
이세영이 제작을 시도한 건 마나 포션인데, 결과물은 제각각 이었다.
'연금술 스킬이 오를 때마다, 하급 마나포션의 확률이 올라갔으니까...'
세영은 경험을 통해 스킬 숙련도에 따라서 완성되는 포션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완성품 대부분이 최하급 마나 포션.
아이템명 부터가 회색 빛깔인 탓에 세영의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재료 아깝게시리...'
모든 재료를 소모했을 때쯤 완성된 포션의갯수는 이랬다.
최하급 200병. 하급 45병.
초반에는 실패를 너무 많이했던 탓으로, 재료 자체를 날려버리기 일수였다.
그 때문에 완성된 양이 얼마되지는 않았다.
당장 마나 포션이 필요한건 아니라서, 전부 팔아버리기로 결정했다.
하급 포션만, 만약을 대비해 보관해 두기로 했다.
[거래소에 등록된 최하급 마나 포션이 존재하질 않습니다.]
[평균 시세는 42실버이며 최근 거래가는 60실버 입니다.]
하급 마나 포션이나, 일반 마나 포션. 더 상위의 고급 마나 포션 역시 검색이 되질 않았다.
'와, 공급이 이리도 부족한가?'
세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하급 마나 포션 200개를 개당 70 실버에 등록했다.
천천히 팔기로 한 것이다.
만약 안 팔리면, 그때가서 가격을 낯추면 그만이니까.
아직 팔린건 아니지만, 아이템명이 회색이어서 느꼈었던 세영의 실망감은 거래소가격을 보고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
몇시간이나 게임 속 여관방에 처박혀 있던 세영.
그는 급하게 엄브렐라에서 나와야만 했다.
사장 나금돈이 찾아온 탓이다.
"아, 사장님. 안녕하셨어요."
"그래. 세영씨. 게임은 잘하고 있었나?"
"네."
"그래, 그래."
사장은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스마트 워치가 아닌, 고가의 명품 시계였다.
"슬슬 시간은 됐고, 세영씨는 가서 세수나 하고 와."
"아, 네."
세영이 세수를 끝마치고 오니, 두 명의 모르는 얼굴을 한 남자들이 보였다.
"아, 이리와 세영씨."
"네."
사장 나금돈의 부름에,세영은 어쩔 수 없이 소파에 앉았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 둘이 서 있는데, 자신만 편하게 앉다니.
뭔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사장 바로 옆자리인 탓도 있을까?
"음... 둘 다 편하게 앉으시고. 난 허례허식 안 좋아하거든? 말은 편하게 할게?"
"아, 옙"
두 청년은 스스로 구석에 있던 의자를 들고 와서 앉았다.
태도에 기합이 팍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대한민국의 취업 시장은 프클 덕분에 회복되고 있었지만, 완전히 해결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500만의 실업자가 갑자기 사라질 순 없는 일이니까.
엄브렐라 기기를 구입해 유지할 능력이 안 된다면, 취업을 해야 하는게 당연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꿈의 직장 중 하나가 된 것이 바로 프클 파밍기업.
나금돈이 모집한 것 역시 엄브렐라를 사용해 프클 내에서 파밍할 사람이었으니, 이 청년들이 기합이 들어가 있는건 당연했다.
"오늘 세명 오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리자고."
사장의 발언에 두 청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세영은 그걸 지켜보며, 불과 한 달 전의 자신과 겹쳐지는 모습에 묘한 감정이 일었다.
사실 두 청년의 본심은 좀 달랐다.
실망감이 역력했다.
'엄브렐라가 고작 3기...'
'이 어리숙한 놈은 뭐야?'
사무실의 크기는 넓었지만, 지나치게 초라한 모습.
처음에는 잘못 찾아온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눈앞의 남자는 누구인가.
고딩? 일을 하고 있을테니 스물은 될까?
사장의 아들이나 친척인가?
설마, 저놈 밑에서 일을 해야 하는거야?
그런 잡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런 분위기에 기다리다 못참고, 나금돈이 질문을 꺼냈다.
면접이 시작됐다.
"그래들, 프클들은 해 보셧고?"
"아니요."
"저는 해봤습니다. 프클 카페에서."
우위를 점했다 생각했는지, 한 남자가 우쭐한 표정을지었다.
"저도 시작한지 겨우 4일 째니까, 처음 이라고 너무 부담 갖으실 필요는 없어요."
세영의 발언에, 우쭐했던 남자는 기분이 상했는지가는 눈초리를 해왔다.
"뭐, 세영씨 말이 틀린 말은 아니지. 그래 레벨은 몇이고?"
하지만 나금돈의 생각은 달랐다.
말은 저렇게 했어도 이미 레벨이 높고 장비도 좋다면 합격이었다.
곧바로 투입해 더 많은 양의 고블린 시리즈를 획득할 수 있을 테니까.
"한 시간 정도 플레이해서... 레벨은 1이지만튜토리얼은 끝냈습니다. 프클 게시판도 항상 정독했고, 그래서 저는 바로 사냥이든 뭐든 시작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하던 나 금돈의 기대는 꽝이었다.
그것도 모르는 남자는 겨우 1시간의 우위를 마치 1년처럼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흐음..."
그러나 나금돈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래... 운동 시간, 밥 먹는 시간 제외하고 하루에 20시간씩 할 수 있겠어? 숙식은 당연히 여기서 해결하고."
노동법의 예외 조항이 포함된, 개정된 법안은 이미 통과되었다.
오직 프클 한정,1일 최대 노동시간 제한이 사라진 것이다.
그 이야기에 자신만만하던 남자는 사색이 되었다.
"저, 그건... 좀..."
나금돈이 인상을 구겼다.
"저는 가능합니다."
"아, 그래? 당연하지. 요즘 같은 세상에 어디 찬밥 더운밥 가리나?"
지금, 이 순간, 나금돈의 마음속에 프클 카페를 가본 적 있던 남자가 선택지에서 지워졌다.
"저, 그런데 그럼 임금도 올려 주시나요?"
"뭐?"
"그 모집요강에는 월 350이라고 적혀있던데, 하루 20시간 이상 근무면 600정도 주셔야 하는거아닌가요?"
600만.
그건 신생 프클 파밍 기업의 신입 사원이 받는 월급이었다.
월 2회 휴무와 일 20시간 근로를 조건으로.
세영은다른 프클 파밍 기업의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월급이 적다는 불만도 없었다.
프클을 하고 나오면, 오히려 잠을푹 잔것처럼 개운했고 게임도재밌었으니.
오히려 너무 쉽게 돈을 버는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알아버렸다.
이세영은 슬며시 고개를 돌려나금만을 바라봤다.
그의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오나 기다렸다.
"흥! 우리는 좀 조건이 다른데."
나금만은 팔장을 끼고, 다리를 꼬고 나서야 다음 말을 이어갔다.
"일단 월 350. 이건 고정이고. 아, 그전에 고블린 시리즈가 뭔지는 아시고?"
두 남자는 고개를끄덕였다.
취업 전 어느정도의 사전 준비는 당연했다.
심지어 뉴스 보도의 절반은 프클에 대한 것이고, 고가의 아이템 시세 정보를 알려주는 방송을별도로 편성할 정도니 모를래야모를 수가 없었다.
오직 이세영을 제외하고.
"일단, 우리는 시세가 바닥을 치기 전까지는 고블린 시리즈 파밍을 전문으로 할거야. 파랑색의 희귀 고블린 시리즈! 그걸 획득할 때마다 인센티브로 10%를 주지."
그 이야기를 듣던 남자들의 표정에, 미소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인센티브는, 다른 파밍 기업에서는 입사 6개월은 지난 후부터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이야기를 듣던 세영의 표정은, 조금 구겨지고야 말았다.
겨우 10%.
그럼 사장이 90%를 먹겠다는 것이 아닌가.
이세영은 사장이 잡화점의 제이크보다 심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