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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화 〉23화. 노예 탈출 (23/122)



〈 23화 〉23화. 노예 탈출

일을 그만둔 이세영과 김만우는, 가진 돈을 모아 오피스텔을 얻었다.

침실을 제외한 남은 방에는 작업장 시절처럼 운동 기구와 잠자리를 마련해 뒀다.

"형, 운동은 꼬박꼬박 해야해요."
"알았다니까."
"밥도 제가 부르면 제발 바로 나와서 드세요."
"그래. 그래."


오히려 한 살 어린 세영이 잔소리 꾼이 되었다.
벌써 이런 생활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근데 너 진짜 미쳤다."
"....?"
"아니,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해 그런 돈을 벌었잖아."
"형은, 저보다 더 많이 벌었잖아요?"

김만우가 프클을 시작하고 지난 일주일  번 돈은 무려 1억.
하루20시간 이상을 채집과 하급 치료약만 만들어 번 돈이다.


"나야 니가 알려준 대로  거고, 너는 그 뭐야 히든 클래스 전직까지 한 걸 보면 넌 괴물이야. 새끼야."
"그건, 그냥 운이 좋았어요. 형도 슬슬 퀘스트 좀 하세요. 하급 치료약 시세도 내려가고 있던데."

현실의 1주일이라는 시간은 판게아 행성에서 28 일에 해당한다.
그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약제사 길을 걷기 시작했다.


구지 세영이 떠벌리지 않아도, 다른 곳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는 다양했다.
게다가 광장에서 치료약의 시세만 확인해봐도, 약제사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니 채집과 치료약 제조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밖에.


물론 그들 중, 김만우나 이세영처럼 죽어라 제작한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아직은 아니야. 하급 치료약은 아직 1실버 50은 되고. 비싼 돈 주고  가게를 놀리면 아깝잖냐.그리고 밭에 기르기 시작한 숲의 허브도 잘 자라고 있고. 단순히납품하는 거 보다 수고도 적고, 돈도 더 버니까. 퀘스트는 돈 좀 최대한 벌고 나서 하지 뭐."
"흠... 근데, 역시  명  있었으면 좋겠네요."


세영은 차도아를 떠올렸다.
그녀도 자신처럼 궁지에 몰려 보였는데,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아무튼 난 게임이나 하련다."
"부럽네요..."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거긴 위험하다고! 혼자서 무슨 깡으로  거야?"
"그렇게 강한 놈들이 많을 준 몰랐죠."

그렇다.
이세영은 고블린 지하동굴에서 사망했다.
그 패널티로, 24시간 동안 접속을 할 수 없었다.


'비싼 장비는 없었지만, 쇠뇌를 떨궜으면 큰일인데...'


세영은 그런 걱정을 하며, 하루 동안 뭘 해야 할지 생각했다.

*

"반가워요. 차도아씨. 저는 이은표라고 합니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신입 차도아라고 합니다."


차도아는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지난 일주일 간 무려 세 군데나 면접을 보고 나서야 겨우 합격했다.

취업한 곳은 블루 아이템이라는 파밍 기업이었다.


길을 잃을까 봐 면접 2시간 전에 미리 도착해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을, 회사의 임원 중 한사람이 보고 채용을 결정한 것이다.

프클 파밍은 스펙 따윈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가장 중요한 성실함을 본 것이다.

"저는 BI물약 이라는 캐릭터 명을 사용 중이에요. 차도아씨는 제 담당이 됐으니까 파르도섬에서 스타트하시면 돼요."
"아, 알겠습니다."
"그럼, 튜토리얼 끝내고 저한테 메시지 주세요. 일단 들어가자마자 친구 추가 해 둘 테니까."
"네."

그때 다른 남자가 말을 붙여왔다.
회사의 선배였다.

"그런데, 이은표씨."
"네 선배님."
"요즘 소문이 자자한데 그거 어떻게 됐어?"
"아, 치료약 판매점이요. 안 그래도 지금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서둘러. 다른데 뺏기지 말고."
"예 선배님.

이은표는 게임에 접속했다.
그리고 곧장 도시의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그곳에 존재하는 마을은 하나 뿐.
바로 풍차 마을이다.


*

풍차 마을은 파르도 만큼이나 인산인해였다.

고블린 숲이 가까운 북쪽 보다 비교적 안전한 남쪽은 5 레벨에서 15 레벨 사이의 플레이어 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동안 외면 받던 사냥터였는데, 얼마 전 정보 경매에 올라온 용병모집 퀘스트와 함께 인기 사냥터가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료약 전문점의 존재.

도시의 잡화점에 비하면 구매 경쟁이 적고, 대량의 치료약을 판매 중이라는사실이 알려지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됐다.


"한 사람 당 최대 100개입니다. 줄  서시면 안 팝니다. 개 당 1 실버 40 코퍼."
"100개 삽니다."
"저도 100개."


거기다 사재기걱정도 없었으니, 사람들이 오픈도 하기 전에 줄을  정도였다.
일명 치료약 맛집.


김만우는 접속하자 마자 쉴 틈 없이 바빴다.
만들어 둔 하급 치료약을 팔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량이 무려 2만 개.
절반은 이세영의 몫이다.

'이세영 그놈 말도 맞지. 정말 더럽게 바쁘네. 누가 한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겨우 한시름 놀 수 있을 때였다.


"저기, 안녕하십니까."
"죄송한데 오늘 판매는 끝났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말씀좀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BI물약이라고 합니다."


게임 속 답지 않은 매우 정중한인사.

김만우를 찾아온 남자는 파밍 기업 블루 아이템의 사원 이은표였다.

"네?  나눠요?"
"혹시, 저희 회사와 협업  생각 없으신지 궁금해서 방문했습니다."
"네?"


김만우는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린 가 싶었다.


중요한 이야기가 될  같아, 가게의 문을 닫고 남자를 안으로 초대했다.

"와..."


BI물약은 가게 내부를 둘러보며 감탄했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1층이 통째로 판매점.
2층은 어떤지 몹시 궁금해졌다.

"혼자서 이런 훌륭한 건물도 구입하시고, 그 많은 양의 치료약을 판매하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사재기도 못 하게 100개 씩만 파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혼자는 아니지만 그렇습니다. 그런데 용건은?"


김만우는 남자가 무슨 꿍꿍이인지 과하게 칭찬을 한다 싶었다.
그래서  용건을 물었다.

"아, 이거 실례했습니다."

이은표는, 자신이 다니는 블루 아이템이라는 회사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그런 분들이  저를?"
"저희 길드... 아니 기업은 설명해 드린 대로, 파밍 전문입니다. 하지만 장시간 사냥을 위해선 안정적인 포션 공급이 필수적이죠."
"네... 뭐 그렇겠죠."
"실은 제 일이 그 포션 공급을 담당하는 것인데, 혼자 서는 한계가 분명하거든요."


김만우는 BI물약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인원을 더 뽑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야 물론입니다. 안 그래도 오늘 신입 사원이 들어와 지금 한창 튜토리얼을 진행 중일 겁니다."
"그럼 된 거 아닌가요?"
"아니요. 포션 제작은 단순히 많은 인원 만으론 불가능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정보. 저희는 김갑부 님이 소유하신 정보를 독점 받고자 찾아왔습니다."

김만우는 놀랐다.
단순이 물약을 만드는  외에도 돈을  방법은 무궁무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연금술의 가치가 새롭게 대두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해당 정보의 가격 역시 상승 중이죠."
"네..."
"어떻습니까. 저희 회사와 단독으로 계약 하시는 것이. 보상은 두둑하게 드릴 겁니다."

충분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정보를 가진 건 자신이 아니라 이세영.
그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혹시, 하급이 아닌 치료약도 제작 가능하신가요?"
"네. 일단, 하급 마나 포션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포... 포션도?"

김만우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에, 이세영만 제작 가능한 포션을 입에 담았다.
만들 수 있다는 정보를 공개해도  상관 없어 보였으니까.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재료와 스킬, 연금술사라는 직업을 얻기 전까진 제작 불가였기 때문이다.


"역시... 연금술사님 이셨군요. 꼭, 저희 회사와 계약 부탁 드립니다."

일어 서더니 고개를 90도 숙여왔다.


BI물약은 자신의 입장에 한계가 분명한지,  이상의 이야기를 멈추고 회사 위치를 알려왔다.

"직접 한번 방문해 주십시오. 최고로 대우해 드릴걸 약속 드립니다."

그런 말을 남기고 그는 돌아갔다.
친구 추가를  건 당연했다.

'세영이에게 서둘러 알려줘야겠네.'

김만우는 엄브렐라를 통해 곧장 전화를 걸었다.
이제 이세영도 스마트폰을 구입했으니까.



*

김만우의 전화를 받은 세영은 기분이 좋았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수익이 더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세영님."
"네."

이세영은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전신 소독을 마치고, 할머니의 입원실을 향했다.


국내 최대 최고 병원 답게 정해진 절차가 진행됐다.
다소 번거롭지만,  필요한 것이니 기분 좋게 받았다.

오랜만에 할머니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할머니, 세영이 왔어."
"우리 손주. 얼굴 보기  이리 힘들어."
"돈 버느라 그러지."
"이 할미는 괜찮아. 너무 힘든 일, 위험한 일은 하지 말고."


세영의 볼을 쓰다듬는 할머니의 손길.
그 거친 손길이 무척 기분 좋았다.

"당연하지. 조금만 기다려 할머니. 금방 돈 모아서 수술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니까. 이 손주만 믿어."


할머니는세영을 향해 온화한 미소를 띠었다.


세영은 자신이 오늘 하루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
안 그랬으면 돈 번다는 핑계로, 이렇게 할머니 얼굴을 보러오지 못했을 테니까.

"이세영씨?"
"네."
"병원비를 선불로 지불하신 다고요."
"네. 가능한가요?"


세영은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1년 치 병원비를 선불로 납입했다.

이제부터 버는 돈은 온전히 할머니의 수술비가 될 것이다.
2년 치... 아니 3년 치를 낼 비용이 있었지만 1년 치만 냈다.

딱 1년이다.
1년이라는 그 시간 안에, 기필코 50억 이라는 돈을 전부 모으겠다는 굳건 한 다짐이었다.


*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잡으려 했다.
서울 지리도 제대로 모르거니와, 택시를 탈 여유 정도는 생긴 덕분이다.

그런데 모르는 차가 갑자기 세영의 앞에서 멈췄다.
매우 고가의 스포츠카였다.


"사... 사장님?"
"세영씨, 여기서 뭐하나?"
"네... 할머니 병원에..."

스포츠카의 창문이 내려가며, 나금돈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 일은 구했고?"

예상외로 사장이 화를 내지 않아, 다소 긴장이 누그러졌다.


"예... 집에서 프클 파밍하고 있습니다."
"흥. 오백 만원이 뚝딱 입금된 걸 봤을  놀랐어. 이세영씨도 생각보다 거짓말쟁이더군?"
"예?"

나금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세영은의아해졌다.

"할머니 병원비가 어쩌구 하면서 살 집도 없다 하더니, 내가 준 월급은 350인데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기라도 했나보지?"
"아, 아닙니다."
"됐고, 역시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 더니 세영씨가 딱  꼴이더라고.  딴에는 불쌍해서 받아줬더니... 주인 문 개가 따로 없어!"

나금돈은 차를 몰던 중 우연히 발견한 이세영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려 멈춘 거였다.

'니 놈들 꼴에 아무리 개겨봐라. 나는 수십 억 스포츠카 몰고, 니 놈들은 끽 해야 택시 잡는 인생이지. 흥.'


그 우월감을 느끼며 그는 만족했다.

"아닙니다. 거짓말한 적 없습니다. 전부 프클 파밍 해서 번 돈입니다."
"뭐라고?"

세영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입에 담았다.


"야 이 새끼야. 그럼 그거 내 돈이잖아!"

세영은 그런 나금돈을 빤히 바라봤다.
너무 뻔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만우 형이 말했던 그대로의 반응...'

"내 돈으로 산 기기에, 전기세며 네트워크 비용이며 다 내가 냈고 건물도 내껀데, 거기서  돈이면 내꺼지! 너  새끼 나한테 월급 안 받아갔어?"

세영은 다시 한번 그에게 실망했다.
하지만 틀린 이야기가 아니었다.


얼마 전 김만우에게 들었던 이야기.
회사에서 업무 중 발생한 이익은, 전부 자신이 벌었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회사의 것이라는 말.
자신이  행동이 자칫하면 횡령이라는 범죄가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때문에 자신의 가슴 속에 죄책감의 찌꺼기가 남아 있었음을상기했다.

"너, 정확히 말해. 얼마 벌었어? 내 밑에 있을 때!"
"정확히 5021만원입니다."
"뭐?"
"정말입니다. 프클 한 건 딱 4일 뿐이니까."


말도  되는 액수에 너무 놀란 나금돈.
차의 창밖으로 이세영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심지어목에 디스크가 올 것 같았다.

벌어진 입을 급히 다물며,

"당장 내놔!"
"네."
"어?"
"드리겠습니다. 엄브렐라  보낸 계좌로 넣어 드리죠. 의심스러우면 법적인 절차를진행하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돌려주려 했었다.
방을 얻느라 돈이 없어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을 뿐.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죄책감의 찌꺼기를 깨끗하게치워 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의 직원으로 일 했을 때 번 돈이다.
억울하고 아까워도 법적으로 깨끗해야 한다.


이래서 근로 계약서를 제대로 써야 한다는 교훈도 얻었다.


이세영은 곧장 스마트폰을 이용해 5 천 만원 가량을 나금돈의 통장에 입금했다.

[... 5021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 도착한 문자.
그걸 확인한 나금돈은 저 멀리 걸어가는 이세영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런, 씨이발..."


아무리 자신이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만원이라는 거금을 남에게 빼앗기고 저렇게 당당하기란.

"새끼가, 쿨한 척 하기는."


그리고 생각했다.

현재 자신의 밑에서 일하는 놈들은, 지난 일주일  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저 새끼는 단 4일 만에 5 천만 원을 벌었다는데 말이다.

"이 새끼들... 돈은 안 벌고 노는 거 아니야?"

나금돈은 화가나 당장 사무실로 전화를 걸려 했다.

우우웅-


그런데 때마침 타이밍에 폰의 뉴스 알람이 울렸다.


"이런 씨이발 새끼들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먹고 살라고!"

그는 몹시 분노했다.

일명, 합법 게임 작업장.
이를운영하는 나금돈은 생각지 못했던 5 천만 원이 굴러 들어 왔는데도, 전혀 웃을 수 없게 되었다.
방금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뉴스의 기사 때문이었다.

프클 관련 긴급 속보!!

[가상 현실 게임 프로젝트 클라우드! 신 개념 플렛폼으로 자리 잡다.]

기사의 제목은 이랬다.


클라우드 컴퍼니의 중대 발표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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