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화 〉24화. 파티 퀘스트 (24/122)



〈 24화 〉24화. 파티 퀘스트

기사의 내용은 인공지능 '엔젤'의 개발자 제이슨 김의 간담회 발표 영상뿐이었다.

나금돈은 동영상을 클릭했고, 곧바로 제이슨 김이 수많은 플레쉬 세례를 받으며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인공지능 '엔젤'의 개발자 제이슨 김입니다. 발표에 앞서 이런 소식을 전하게 돼 한명의 게이머로서 매우 흥분되는 순간이 아닐  없습니다. ...(중략) ... 앞으로 저희 프로젝트 클라우드(이하 프클)의 인 게임 내에서는 모든 PC 게임과, 모바일 게임 및 콘솔 게임을 런칭할  있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은 마치 현실처럼, 프클 속 세상에서도 스마트 디바이스 와 콘솔기기를 사용해, 원하는 모든 게임을 마치 현실처럼즐기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 폰을  나금돈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하지만 영상은 멈추지 않았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저희 프클은 오토봇 작업장은 물론, 모든 게임의 핵과, 버그를 원천 차단한 이론적으로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있습니다. 이제 기존의 다른 게임을 프클 내에서도 즐기면서, 오토봇 프로그램이나 핵 사용자와 경쟁하실 필요가 없다는 사실. 설레지 않으십니까?"

"이런, 상도의 없는 새끼들이..."

가상 현실 세계 안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즐기고, PC를 사용한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냐 묻는다면, 그건 프클이 아무리 장시간 사용해도 육체적 피곤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기술을 가졌고, 제이슨 김의 말처럼 핵과 오토를 원천 차단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말은 즉, 나금돈의 스마트 폰 게임 작업장 사업이 쫄딱 망하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빌어먹을..."


프클이 무엇인가.
세상에  있는 놈, 없는 놈들이 하나같이 못해 안달인 세계 최대의 가상현실 게임.


안그래도 프클 때문에 지난해 나금돈 작업장의 최대 수입원이자, 대한민국 최대의 현금거래 시장을 가지고 있던 장수게임 마져 망해버리지 않았나.

소위 아이템 현금 거래 시장의 큰 손들도, 진즉 프클의 세상으로 떠나 버린지 오래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나금돈은 차 시트 깊숙히 누웠다.
걸려온 전화를 그 자세로 받았다.
무선 이어폰인스마트 버드 덕분이다.


"누구야..."
"형님. 보셨습니까? 지금 기사? 난리 났어요. 우리 게임들 아이템 시세가 전부 바닥을치고 있습니다. 대책 안세우다가는 말짱 쓰레기 된다고요."
"나더러 어쩌라고 이새끼야! 이걸 대체 무슨 수로 막아. 이, 씨발거! 멍청한 새끼야."

괜히 작업장 동업하는 동생에게 화풀이를  나금돈은, 너무 화가난 나머지 귀에 있던 무선 이어폰을, 차창 밖으로 냅다 집어 던졌다.

"씨발, 회사로 차 돌려."


[지정된 건물로 경로를 변경합니다.]


그가 탄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이 대답했다.
이 차 역시 클라우드 컴퍼니사의 것이었다.


***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이다.
고작 하루 접속하지 않았을 뿐인데.

이세영은 자신의 착용 장비를 확인했다.


'쇠뇌는 그대로 있고... 휴우~  그대로 있네!'


다행이었다.
사실 쇠뇌 이외에는 별다른 장비랄 것도 없었다.
채집 가위 같은 도구들뿐이었으니.

'일단, 방어구를 좀 갖추자.'

고블린 지하동굴에서 몬스터에게  두 번의 공격을 받고 죽어버렸다.
지금의 방어력으로는 도무지 재도전할 용기가 서질 않았다.


김갑부 :  이세영. 빨리 여기로 와봐.


"형? 갑자기 왜요?"
"니 친구라는 사람이 찾아왔어. 꼬맹이."
"정말요?"

세영은 곧장 노랑나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비야, 왜 직접 메시지 보내지 않고?"


노랑나비 : 아, 몰라요. 빨리 와요. 비밀이야!

그런 말을하곤, 대답이 없었다.
핑쿠 햄스터나 다른 친구들은 퀘스트 진행 중이라 바쁜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세영은 헌터 마을에서 마차를 몰고, 풍차 마을을 향해 출발했다.
안그래도 마차에 채집해둔 숲의허브를 상하기 전 옮겨야 했다.

*


"아저씨!"
"응, 오랜만이야."
"히히, 이것좀 봐요."

노랑 나비는 초딩같은 자신의 신체를 한바퀴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보여요?"
"뭐가?"
"정말! 이거요. 이거!"

오랜만에 봐서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소녀의 의상과 무기가 달라져있었다.


"옷이 바꼈네?"
"네. 히히. 저 전직했어요."
"음... 무기는 전과 같은데?"
"아니에요! 여기 보세요. 손잡이에 고블린 마크 그려져 있잖아요."


노랑나비는 전직한 후, 큰 맘먹고 장비를 구매했다.
일명 고블린 시리즈.
희귀템이 아닌 흰색의 일반 아이템이었다.

"그래. 축하해."
"칫. 그게 뭐에요. 시시하게... 자랑하러 왔는데."
"하하, 미안 미안. 귀엽고 잘 어울려. 그래서 그게 버서커? 인거야?"
"아니요. 히든 클래스 마스터는 못 찾았어요. 그냥 전사(Warrior) 에요."

왠지 시무룩해 보여 세영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괜찮아.  히든 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나중에 찾게되면, 바꾸면 그만이라고 말한건 너잖아!"
"맞아요... 히히."

소녀는 머리를 쓰다듬는 게 쑥쓰러운지 몸을 베베 꼬았다.

"근데, 다른 친구들은?"
"흠, 아마 아직도 퀘스트 중일 거에요."
"그래?"
"핑쿠햄스터는 저랑 비슷한 기사(knight) 거든요. 걔는 검과 방패를 착용해서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걔가 레드문 퀘스트 도와주러 갔어요. 마법사 퀘스트는 혼자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아까 전 메시지를 통해, 둘이 아직 퀘스트 중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자세한 건 지금 들었지만.

"까만 곰은?  접속도 안 해 있던데."
"아... 갠 아까 죽었어요. 그래서 페널티로 접속 못 하는 중이에요."
"아... 나도 어제 그랬어."
"네? 왜요?"
"응... 고블린 지하 동굴에 갔는데, 한두방 맞으니까 죽더라고."
"거긴 또 어디래요? 무섭다... 동굴은 정말 싫은데."

세영은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자신을 불러냈는지.

"그거야, 자랑하고 싶으니까 그렇죠."
"뭐? 그거 때문에 직접 오라고 한 거야? 그냥 메시지만 보내도 영상 대화가 가능하잖아?"
"아, 몰라요!"

그때 옆에 있던 김만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야, 나도 소개  해줘. 이런 꼬맹이가 널 알고 있다고 했을 때는 놀랐으니까."
"어? 그러고 보니, 넌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야, 여긴 요즘 유명하니까요. 저번에 건물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치료약 전문점이란 소릴 들었을  딱 아저씨 가게라고 생각했죠. 오히려 이상한 남자가 나와서 깜짝 놀란 건 저라고요."

김만우의 표정이 구겨졌다.


"야  꼬맹아. 초면에 이상한 남자라니 실례다."
"초면에 꼬맹이라고 하시는 것도 실례인데요."
"뭐? 이... 꼬맹이가."


세영은 서둘러  사이에 끼어들었다.

"왜들 그래요. 진정들 하시고."

세영은 서로를 소개시켜 줬다.


"흥. 아저씨는 우리 아저씨의 일종의 부하 같은거군요?"
"뭐? 이 싸가지 없는 꼬맹이가 정말!"


그런 화기애애(?) 한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었다.

핑쿠햄스터 : 아저씨. 저희 좀 도와주세요.

"응? 갑자기 왜? 무슨일 있어?"


핑쿠햄스터 : 그게, 레드문꺼 클래스 전직 퀘스트 중이었는데요. 갑자기 파티 퀘스트가 떴거든요. 노랑나비도 같이 있으면 함께 와서  도와 주실 수 있을까요?

세영은 노랑나비와 김만우에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도와 주기로 했다.


"난 여기서 밭이나 돌볼 테니까, 갔다오라고."


서둘러 마차에 채집해 뒀던 숲의 허브를 지하의 창고에 옮겼다.
김만우가 알아서 치료약으로 만들 것이다.
채집을 좋아하는 세영과, 돈만 잘 벌면 만사 ok인 김만우의 완벽한 분업이었다.


"그럼, 다녀 올게요."
"그래~"

노랑나비는 김만우와 티격태격 했으면서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를 본 김만우는 콧방귀를 킁- 하고 뀔 뿐이었다.

세영은 노랑나비와 함께 도시로 향하며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새로운 퀘스트가 뭘지 너무 궁금했으니까.



*


[파티에 참여합니다.]

[이미 진행중인 파티 퀘스트가 존재합니다. 함께 진행하시겠습니까?]


얼마 안 지나 도시에 도착해, 곧바로 파티에 합류했다.
숨 쉴 틈도 없이 등장한 퀘스트 창.
노랑나비와 이세영은, 흔쾌히 퀘스트를 수락했다.


[루드네브스의 긴급 의뢰 : 마법사 루드네브스는 마법사 클래스를 꿈꾸는 제자들에게 항상, 북쪽 숲의 중앙에 있는 고목의 나뭇가지를 구해오게 합니다. 이는 그의 제자들에게 나눠  지팡이를 만들기 위함이며, 마법사 클래스에 대한 일종의 자격시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고블린 족장  하나가 이 고목들을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했습니다. 이를 해결해야 합니다.]

- 고목 주변의 고블린 세력을 약화하거나 다른 곳으로 몰아내야 합니다. 실패한다면 파르도 섬에서 태어나는 마법사의 수는 현저히 줄어들 것입니다.

-분류 : 전투
-난이도 : E (파티 권장)
-제한 시간 : 무제한
-보상 : 루드네브스의 액세서리 (공헌도에 따른 차등 지급)

받은 건 난이도 E의 퀘스트였다.

"공헌도?"
"네. 아마 저희 말고도 같은 퀘스트를 받은 파티들이  있을 거예요."
"저희는 넷만으로 충분할까요?"

파티의 최대 참가 인원은 6인.

"야! 아저씨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렇죠 아저씨?"
"맞아!"


이들은 세영의 마비 탄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

"마비 탄 얼마 없는데. 가는 길에 좀 제작하고 가자."
"네. 이제 저희도 전직했으니까, 아저씨 채집하실 동안 바위동굴 거미 쯤은 막아낼 수 있을거에요!"

세영은 치료약을 나눠줬다.
회복량 50짜리 치료약이다.


"와, 이거 지금 엄청 비싸잖아요?"
"맞아요 아저씨. 이거 가격 점점 오르던데. 하급 치료약이 싸진 대신."


현재 치료약의 가격은 12실버. 현금으로 개당 만 오천원 가량이다.
물론 손수 채집해 직접 제작하는 세영은 그렇게 까지 가치를 계산을 하고 있는건 아니었다.

"아끼지 말고 마셔. 내가 어제 죽어봐서 아는데, 죽는 백배 천배 손해니까."
"네!"


파르도를 나선 일행은 세영의 마차에 타고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하필 내가 퀘스트 하는데 이런 거냐고!"

레드문은 푸념을 털어놓았다.


"그건, 마법사가 너무 많아서 그런거 아냐?"
"뭐?"
"왜, 인공지능이 운영 한다니까, 지나치게 인구가 특정 직업에 쏠리면 자연스럽게 난이도가 상승하는거 아닐까 해서."


핑쿠햄스터의 생각이 맞았다.
현재 판게아 행성에서 클래스를 선택한 사람들 중 마법사의 비율은 무려 20%를 넘어섰다.
공개된 클래스만 수십 가지.
아직 발견 못한 것 까지 더하면 수백 가지는 될 클래스들 중, 마법사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아 자동으로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촤악-!

찍-.

"와, 정말 레벨과 전직이 깡패인가  봐. 그때는 쫄아서 도망치기 바빴는데."

바위 동굴의 거미들을 사냥하는 파티원들은 무척이나 신나 보였다.
아직 전직하지 못한 레드문만 뒤에서 시무룩하게  있었다.

"버섯은 이제 충분하니까. 제작은 마차에 가서 하자."
"네."

세영의 기초 채집 스킬은 현재 9레벨.
버섯 채집 따위는 재채기 한번 하니 끝이 났다.


"볼수록 신기하네요."
"응? 뭐가?"
"제작하시는 거요. 엄청 복잡해 보이는데, 엄청 쉽게 하시는 거 같아서요."

그야 세영의 스킬 숙련도가 엄청나게 상승한 덕이다.
아직 파티원들은 세영의 레벨이 21이나 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매일 제작 했으니까."
"요즘연금술 정보 엄청난 가격이던데, 아저씨도 많이 버셨어요?"
"응. 뭐 그렇지."

그 대답에 모두 "우와~"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저희도 이제 고3이라서 대학이나 취업 준비 해야 하는데, 대학 가기도 싫고 게임으로  좀 벌었으면 좋겠어요."
"맞아. 요즘 대학 나와봐야 취업도 안 되고."


세영은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뭐? 고3?"
"아! 맞아. 아저씨는 몰랐죠? 저희 넷 다 고3이에요. 같은 반 친구."
"키킥. 맞아요 아저씨."

펑-

[마비 탄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가장 쉬운 기초 연금술인데도 실패해 버렸다.

"난 스물인데..."
"와, 그럼 아저씨는 설마 지금 모습이 현실 모습 그대로인 거에요?"
"응."
"헐, 그렇게 설정하는 사람도 정말 있구나..."


아니, 그보다 스물이라고.
한 살 차인데 왜 아저씨냐고 이세영은 묻고 싶었다.

"아무튼, 고블린 한테 희귀 아이템 먹으면 엄청 비싸잖아! 그거 모아서  많이 벌면  부모님은 대학안가고 취업안해도 된댔어."
"우리 부모님도 비슷해. 오히려 아빠가 먼저 회사 그만두고 집에서 프클한다니까, 엄마가 안된다고 싸우시더라. 프클은 엄마가 할 테니, 아빠는 계속 회사나 다니라고."


하지만 이들의 쉴새 없는 대화에 타이밍을  잡은세영이었다.

파티원의 수다를 듣다보니 어느새 마비탄 제작도 끝이났다.

"그럼 이제 헌터 마을에 마차를 맡겨두고 퀘스트하러 출발하자."
"네."
"네! 아저씨!"

아저씨 이세영은 헌터 마을을 향해 마차를 출발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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