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26화. 파티 퀘스트
마비 탄이 통하면 그 뒤는 매우 간단하다.
홉 고블린이 제 아무리 정예 몬스터라 할지라도, 무엇 하나 달라지는 건 없다.
"마비 지속 시간 확인하자. 조심해."
"네."
스파이자라는 거미의 보스와 전투를 경험한 파티원들.
같은 패턴에 두 번 당하는 바보는 없었다.
퓩-!
어느덧, 세 번째 마비 탄이 적중했고, 놈은 결국 바닥으로 쓰러졌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세영은 레벨이 무려 21인데도 경험치를 획득! 레벨이 추가로 상승했다.
이런 부분은 역시 정예몬스터이기 때문 일까?
정말 많은 양의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오히려 너무 싱거운데요. 형이 너무 강해요."
"맞아요 형. 마비는 사기야 진짜!"
그 말을 들은 세영은 볼을 긁으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조금 쑥스러웠다.
이제 전투를 하는 것이 더는 싫은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이템 회수하자."
[고블린의 각반]
- 내구도 50/50 <희귀 등급>
- 홉 고블린이 애용하는 방어구 입니다. 바지 위에 착용합니다.
- 물리 방어 +10, 마법 방어 +8
- *몬스터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체력을 1만큼 회복합니다.
[고블린의 단검]
- 내구도 30/30 <일반 등급>
- 평범한 단검입니다. 고블린에게서 획득 가능합니다.
- 물리 공격력 +10
첫 정예 몬스터였는데, 벌써 희귀 등급의 아이템이 등장했다.
"와,와아- 와!"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니에요. 형?"
"처음부터 파란 템이라니 미쳤다!"
한껏 호들갑을 떠는 파티원들.
그들 만큼이나 세영의기분도 좋았다.
"그러게. 그래도 일단은 우리가 써야겠지? 더 강해지면 사냥도 더 수월해 질 테니까."
"그래도 돼요?"
세영은 먼저 핑쿠햄스터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모두가 동의했다.
일단은 파티의 탱커가 튼튼해야 한다.
"너무 죄송한걸요. 사냥은 마비 탄이 다했는데"
"괜찮아. 나중에 나도 받을 거니까!"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이들과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면 아이템은 저절로 굴러 들어 올 테니까.
*
"말도 안돼..."
"그러니까."
얼마나시간이 흘렀을까.
파티원들에게서 경악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퀘스트의 중심 지역으로 향할 수록, 정예 몬스터의 등장 빈도가 확연히 증가했다.
그리고 놈들은 적당한 먹잇감일 뿐이었다.
[홉 고블린의 곡도]
- 내구도 50/50 <희귀 등급>
- 홉 고블린이 애용하는 대검입니다.
- 물리 공격력 + 20
- *공격이 적중할 때마다 체력을 1 회복합니다
"내가 대검을 얼마나 주고 샀는데에~ 이렇게 간단히 나와 버리다니! 히잉."
노랑나비는 자신의 허름한 대검을 내려 놓고, 새로운 걸 손에 쥐었다.
"이거, 엄청 비싼 거 아니야?"
"기다려봐! 검색해보자."
거래소에 올라온 대검의 최저 가격은 600만 CC.
최근 거래가 역시 600만이었다.
"유... 육백..."
희귀 아이템이 비싸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눈앞에 떡 하니 고가의 장비가 나타나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매 공격 시마다 회복 효과라니 엄청 비쌀 만 하네. 치료약 가격 생각하면."
"그러게요."
벌써 세 번째 희귀 아이템이었다.
노랑나비는 자신이 이런 고가의 장비를 착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지 반복해서 되묻곤 했다.
"정말 괜찮아요? 저만 이런 비싼 걸..."
"나도 여러 개 받았는 걸."
이세영도 일반 아이템인방어 구를 몇 개 착용해 방어력이 조금 올랐다.
"그치만."
"됐어. 지난 바위 동굴에서는거의 모든 아이템이 다 내 차지였으니까."
그런 소리를 하는 세영을 바라보는 노랑나비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
"이런, 열 마리 사냥했는데 희귀 아이템이라고 나온 건 장갑 하나 뿐이군."
"선배님. 오늘은 운이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BI기츠는 공격대를 이끌고 고블린 세력 지의 중앙 근처까지 파고들었다.
최종 목표가 멀지 않았다.
"드디어 보입니다. 거대 고목입니다."
수십 그루의 고목 중 가장 외곽에 있던 것을 발견했다.
퀘스트용 나뭇가지만 획득하고 마을로 돌아가면 임무 완수.
파티 퀘스트는 상관없었다.
돈만 벌면 됐으니.
"자, 마지막 전투가 될 겁니다. 다들 긴장하세요."
고목에 가까워 질 수록 홉 고블린이 자주 보였다.
더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아무리 레벨이 높고 아이템이 좋아도, 한 번에 다수의 정예 몬스터를 상대하기란 매우 어려운 법.
"여기부터 광범위 도발은 사용 금지입니다."
그의 명령대로 파티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그때였다.
둥둥. 둥둥. 둥둥.
그의 귀에 북 소리가 들려온 건.
"기츠 선배님. 이건?"
"그래. 보스 같네. 그런데 왜 이런 데서 갑자기 보스가 나오지?"
고막을 울리는 고블린 족장의 등장 소리.
갑작스러운 북 소리에 모두가 당황했다.
*
둥둥. 둥둥.
"오빠. 이 소리는뭐에요?"
"글쎄? 나도 처음 들어보는데. 북 소리 같지?"
"고블린이 축제라도 벌이는 걸까요?"
북 소리는 세영의 파티원들에게도 들렸다.
BI길드의 공격대가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지나간 길을 뒤 따라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 편이 다수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했으니까.
[잠시 후, 보스 몬스터가 등장합니다.]
"와, 이런 메시지 처음 봐요."
"그러게. 동굴에선 거미 보스 나올 때 이런 메시지 없었잖아?"
"엄청 강한 거 아니야?"
둥둥. 둥둥.
북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선배님.어떻게 하죠? 도망쳐야 할까요?"
"무슨 소리야. 잡아야지!"
"네? 저희는 그렇다 치고, 손님들 죽으면 어쩌시려고요."
"좀 뒤에서 구경이나 하라고 하지 뭐."
"흠... 괜찮을까요."
BI기츠의 선택은단호했다.
보스를 마다할 필요는 없다.
"놈은 100% 희귀 템을 준다고. 그것도 무기와 방어구 최소 하나 씩!"
지팡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3 천 만원.
그걸 포기할 이유가 없었다.
"3~6 파티 여러분. 몬스터 정리가 끝난 구역까지 물러나 주세요. 보스 몬스터입니다. 절대 앞으로 나오지 마십시오."
기츠의 손짓에 기사들이 다가왔다.
"선배님. 괜찮겠습니까?"
"그래. 나는 아직 마나도 안 썼으니까."
"저희는괜찮지만, 마법사들은 마나가 거의 없을 텐 데요..."
후배들의 말을 듣자, 회사의 소모품 담당 팀이 떠올랐다.
신입사원들이라고는 해도 월급은 거의 똑같이 받으면서 전혀 도움 안 되는 녀석들.
"하급 치료약은 충분하지?"
"네, 뭐."
"마나 포션은 지금도 거래소에 안 올라오나?"
"네... 올라와도 순식간에 다 팔려서."
"포션 담당 놈들은 대체뭘 하는 거야! 아직 준비를 못 하고."
보스를 잡기 위해선 마법사들의 화력 지원이 필수였다.
많은 양의 체력을 깎아내려면 강력한 마법 공격 없이는 매우 오래 걸린다.
전투가 길어 진다는 건 그만큼 소모도 크다는 이야기.
"정 안되면, 하급 치료약의 약빨로 어떻게든 버텨 보자고!"
"네!"
두두둥. 둥둥. 두두둥. 둥둥.
[고블린 족장. 쿠아스가 등장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멀리에 거대한 실루엣이 보였다.
"크오오, 나의 소중한 터전을 짓밟은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주마-!"
유치한 대사를 읊으며 등장!
어린아이 크기의 떠돌이 고블린은 감히 입에 담을수조차 없을 정도의 거구였다.
성인 남성의 두배는 되보이는 키에, 허벅지와 팔뚝의 두깨는 또 어떠한가.
누가 과연 저 모습을 보고 놈을 고블린이라 부를 수 있을까.
마치 오우거처럼 보이는 거대한 괴물이 등장했다
크오오오-
[쿠아스가 족장의 포효를 사용합니다.]
등장과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는 쿠아스.
족장의 포효에 일대의 고블린들이 시끄럽게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아으, 시끄러워!"
"뭐야 대체. 이런 경우는 처음인데."
BI길드의 길드원들은 하나같이 크게 놀랐다.
종전에 단 한번도 경험해 본 적 없던 일.
네임드 몬스터라면 몇 번 사냥에 참여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적들을 몰아내라-!!"
[족장의 외침에 근처의 고블린들이 광기에 휩싸였습니다.]
[족장의 외침에 정예 고블린들이 광폭화 합니다.]
"선배님.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나... 나도 몰라. 저 놈이 보통 네임드는 아닌 거 같다."
네임드 몬스터에도 격이 있는 법.
다수의 추종자를 거느린, 혹은 세력을 가진 보스 몬스터는 일반 네임드 몬스터와는 그 격을 달리했다.
"크르륵. 인간... 그 어리석음의 말로를 지금 내눈앞에."
쿠아스는 직접적인 공격은 하지도 않았다.
그저 미쳐버린 고블린들을 지켜 볼 뿐이었다.
"꺄아- 살려줘!"
"아악. 뭐, 뭐야! BI길드는 뭐 하고 있는거야!"
어쩔 수 없었다.
자신들의 생명을 지키는 것 만으로 벅찼으니까.
"선배님!"
기사들은 진형을 짜, 힐러와 마법사들을 지켰다.
하지만 이들의 손님 격인 파티들은 뒤에서 하나둘 죽어갔다.
"씨발 BI길드. 환불 안 시켜 주면 고소할 줄 알아!"
"지들만 살겠다고 저러고... 아악-"
입술을 깨물었다.
BI기츠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선배님. 저희라도 어떻게든 살아 도망칠 수 없을까요."
"끄응... 빌어먹을! 우리가 왔던 길로 되돌아가 도망치자! 아직 몬스터가 없는 그대로 일 테니까!"
"예!"
이들이 하루 벌어 들이는 금액을 생각하면, 절대 죽을 수는 없었다.
죽었다 간 회사에서 잘릴지도 모르는 일.
블루 아이템 사는 직원이 제 마음대로 관둘 경우를 대비해서, 계약서에 캐릭터의 소유를 회사로 설정했다.
따라서 이들이 회사에서 관두든 잘리든 지금의 캐릭터는 두 번 다시 사용할수 없게된다.
그러니 결코 죽을 수는 없었다.
1억 원이 걸렸던 일이방금 실패로 돌아갔다.
죽기까지 한다면 징계는 불 보듯 뻔했다.
"기사들. 길을 뚫어라. 한 명은 뒤에서 마법사들 보호하고."
"예!"
BI기츠는 안간힘을 썼다.
미쳐버린 고블린들의 공격을 막아 내느라, 기사들의 체력이 바닥을 보여갔다.
또 그걸 회복 시키느라 죽어라 힐을 퍼부었다.
[마나가 부족합니다.]
"젠장!"
"선배님. 체, 체력이 부족합니다. 하급 치료약으론 감당이 안됩니다."
마법사들의 마나도 바닥난 상태.
더는 버틸 수 없겠구나 싶었다.
쉬이익-
그때 공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고블린 정찰병이 활이라도 쏜 거겠지 생각했다.
뻐엉-! 푸쉬쉬쉬-
"뭐지? 연막 탄?"
알이 깨지는 소리가 나더니 주변에 흰색의 가루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루를 마시자 몸이 굳어갔다.
"선배님 몸이 점저..."
"안 움지익..."
몸이 굳어가는 건 자신들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미쳐있던 고블린들의 몸도 점점 굳어갔다.
*
"와,저게 다 몇 마리야."
"왜 저번에 봤던 거미들 보다는 한참 적은데 뭐."
다수의 고블린이 날뛰고 있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다들 마스크는 착용했지?"
"네, 형!"
"응. 오빠!"
세영은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여러 발의 가루 탄을 날렸다.
독 내성이 전혀 없는 사람들은 고블린과 함께 마비 상태에 빠졌다.
반면, 히부린의 마스크를 착용한 덕에 파티원들은 끄떡 없었다.
"가루 탄은 몇 개 없으니까 서두르자!"
"네!"
마비가 풀리기 전, 몬스터를 처리해야 한다.
"근데, 수가 너무 많아요. 저희 둘이서는 다 못 잡을 거 같은데..."
"맞아요. 너무 많아요. 오빠."
레드문은 아직 클래스 전직 전.
제대로 된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건 노랑나비와 핑쿠햄스터 뿐이었다.
단 둘이서 백 마리 가까운 고블린과 열 마리가 넘는 정예 고블린을 처리하기란 무리가 있었다.
'화염 탄을 써야 하나... 아까운데.'
필요하다면 쓸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민이었다.
단순한 가격의 문제는 아니다.
비장의 수단인 만큼 정말 필요해지기 전에는 아껴둘 생각이었으니까.
부우웅- ! 부우웅- !
"와, 이 무기 쩔어!"
작은 체구의 캐릭터를 한 노랑나비가 거대한 곡도를 빙글빙글 돌렸다.
서걱. 서걱.
그 공격에 고블린들이 갈려 나갔다.
"하하, 엄청나요. 이거!"
새로운 무기를 사용하는 즐거움에 노랑나비가 신이나 공격을 퍼부었다.
"조심해!"
세영은 결국 화염 탄을 사용했다.
일반 고블린은 파티원으로 충분했지만, 홉 고블린같은 정예 고블린은 마비 지속 시간도 짧아 어쩔 수 없었다.
철컥-!
화염 탄을 장착했다.
"햄스터야. 홉 고블린 유인해줘. 내가 공격할게."
"네, 형!"
까앙-! 까앙-!
검방 기사 특유의 도발 스킬.
일반 고블린과 다르게 마비에서 미리 깨어난 홉 고블린들이 그에게돌진했다.
광폭화를 한 탓에, 매우 거칠었다.
터엉! 텅!
공격을 방패로 겨우 막아내고 있는 핑쿠햄스터.
"으아앗! 형, 제발 어떻게 좀 해주세요. 더는 못 버텨요!"
"나한테 맡겨!"
쒜에엑-! 퍼엉!!
쒜에엑-! 퍼엉!!
화르르륵-
화염탄이 적중했다.
홉 고블린들의 육체에 폭발과 함께 불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