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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화 〉27화. 고블린 족장 (27/122)



〈 27화 〉27화. 고블린 족장

육체가 불타기 시작한 홉 고블린들은, 화염 탄의 폭발 데미지만으로 체력의 절반 가까이가 사라졌다.
이어진 화상 데미지 역시 놈들을 괴롭혔다.


세영은 재빨리 탄환을 교체해 마비 가루를 날렸다.
일반 고블린들 역시 마비가 풀리려 했기 때문이다.


푸쉬쉬쉬-

BI기츠는 무언가 말하려다가 다시 날아온 마비 가루에 또 당해버렸다.


'저, 놈들은 뭐지? 백마리 가까운 고블린들을 상대로 저 여유로움은 대체...'

뭐라도 묻고 싶었지만 마비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전투를 지켜보는 BI 길드원, 그리고 생존한 마법사 클래스 퀘스트를 받은 사람들까지.
놀라지 않은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형! 그 공격은 대체 뭐에요? 완전 멋있어요."

레드문이 세영의 옆에서 말을 걸었다.
그는 아직 클래스 선택을 하기 전인 만큼, 뒤에서 지켜보는 역할이었다.


"화염 탄이라고, 새로운 무기라고 해야 할까. 뭐 그런 거야."
"와... 쩌네요. 저도 마법사 말고, 형 같은 직업 하고 싶어요."


세영은 방금 쏜 화염  한 발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에 대해 들려주었다.


"헉... 저 같은 고딩에겐 무리네요."

포기가 빠른 레드문이었다.

"그래도 직접 재료를 수급할 수 있다면 정말좋을 거 같기는 해."
"재료를 직접 수급해요?"
"그래. 고블린 지하동굴에 가면, 채집할 수 있다나봐."


지금 진행중인 파티 퀘스트가 잘 마무리 돼면, 지하 동굴을 향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했다.
방어력도 꽤 증가했으니까.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벌써 두번째레벨업.
23레벨에 도달했다.
세영이  정도니, 10레벨 초반대였던 파티원의 레벨은 더 크게 올랐을 것이다.

"레벨업~ 마나도 풀로 회복됐겠다!  쓸어주마!"

노랑나비는 회오리 베기 스킬을 반복해서 사용했다.
빙글 빙글 돌며 거대한  고블린의 곡도를 휘두르자 주변에 어떤 몬스터도 살아남지 못했다.

태앵- 푸욱!
태엥- 푸욱!


핑쿠햄스터는 세영의 공격으로 인해 불이 붙은 홉 고블린들을마무리를 했다.
막고, 찌르고, 또 막고, 찌르고!
그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는데  고블린이 하나 둘 쓰러져 갔다.

"전 하는것도 없네요. 다 형 공격에 맞고 죽는거에요 이거."

돈을처바른 공격이긴 했지만, 효과는 발군.
어느덧 백마리 가까운 고블린과, 십여마리의 홉 고블린을 대부분 쓰러뜨렸다.


그제서야 마비가 풀린 이들이 다가왔다.


"어... 어떻게 이럴수가."
"너희는 대체 누구지? 어떻게 단 넷이서 이 많은 수를..."

하나같이 경악을 금치 못한 표정이었다.
대표로 BI기츠가 말을 꺼냈다.

"지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죽지않고 끝났습니다."
"뭘요. 그렇게 인사받을 일도 아닌걸요. 저희도 여러분이 몬스터를 정리해 주신 덕분에 안전하게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허리를 깊게 숙여오자, 세영은 손사래를 쳤다.

"저희는 BI 길드라고 합니다. 혹시, 성함을  수 있을까요. 길드에 가입  하셨다면 꼭 저희 길드로..."

세영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던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들었더라...'


남자는 세영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다.

"오늘  장면에 대해서는 제가 단단히 일러두겠습니다. 정보가 새 나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네... 딱히  상관은... 길드 역시 권유는 감사하지만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인지라."


세영이 어설프게 거절 의사를 표시하자 BI기츠의 눈빛이 빛났다.
오히려 소속된 길드나 단체가 없다는  눈치챈 것이다.


"천천히 생각해 주셔도 됩니다."


[새로운 친구 초대가 왔습니다.]

세영은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먼저 친구가 되길 원하는데 그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허리를 깊게 숙여온다.

세영은 몰랐지만, 뒤에 있던 노랑나비와 친구들은 눈치챘다.
 사람은 분명 한국 사람이 틀림없다고.


"그건 무슨클래스 인가요? 빙글빙글 도니 몬스터가 순식간에 녹아 버리던데."
"검방 기사신가요? 레벨이 어떻게 되시죠?"

질문이 쇄도했다.
비단 이세영에게만 집중된 것도 아니었다.
파티원 모두가 주목을 받았다.
아직 전직 전인 레드문만 제외하고.

하지만 그런 여유를 부릴때가 아니었다.

[부하를 잃은 쿠아스가 분노합니다.]

"버러지 같은 놈들. 용서치 않겠다!"


굵지만 낮게 떨리는 목소리.
대지가 요동친다.

세영은 공격대 사람들을 무시하고, 서둘러 아이템을 회수했다.


"다 주웠지?"
"네, 오빠"
"착용할 만한거 있으면 전부 착용해."
"네."

세영도 몇개의 아이템을 더 착용했다.
일반이나 매직등급의 방어구들.
덕분에 그의 방어력이 더욱 상승했다.

[쿠아스가 광역스킬 (지진 lv. 1) 을 사용합니다.]

대지가 떨리기 시작했다.


"이건 뭐지?"
"지진이라니까, 엄청 위험해 보이는데요."
"모두들 피하세요~"


다들 우왕좌왕 해댔다.
시스템메시지 알림이 뜰 정도의 광역스킬을 사용하는 몬스터는 누구도 본 적이 없었다.


쿠쿠궁-

쩌저적.


엄청난 땅울림과 함께, 지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미친... 무슨 고블린 따위가 쓰는 마법에 지형이 변하고 난리야!"
"씨발. 결국 죽겠네."

사실 갈라지는 지면만 피하면 요란하기만  뿐 위험한 공격은 아니었다.
그래봐야 겨우 초보 지역의 고블린 보스다.

하지만, 경험해 본적 없는 상황이 닥치면, 인간의 사고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법.


"꺄아-!!"
"아아악, 지진이다!! 도망쳐!"
"씨발, 재해를 일으켜 대는 걸 무슨 수로 잡냐. 미친 프클놈들아!"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하는 사람들.

하지만 이미 지난번 바위 동굴에서 봉인 석을해제하며, 땅의 흔들림을 충분히 경험해 본 세영과 파티원들은 침착했다.

쒜에엑-!! 푹!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세영의 마비 탄이 놈의 팔에 적중했다.
과녁이 커다란 탓에, 빗나가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다.


하지만...

툭-.


쿠아스는 자신의 팔에 박힌 마비 탄환을 반대 손으로 가볍게 털어냈다.
효과가 전혀 없었다.


"마비가 전혀 안 통해. 이거 난리 났는데."
"괜찮아요. 제가 막아서 볼게요."


핑쿠햄스터가 앞으로 나갔다.
자신감이가득 붙은 뒤였다.
기사로 전직을 하고, 장비가 점점 좋아질수록 튼튼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까앙-! 까앙-!

"이쪽이다. 괴물 고블린아!"

검방 기사 특유의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쿠아스의 시선이 핑쿠햄스터를 따라 서서히 이동했다.
세영과 노랑나비가보는 방향으로 놈의 커다란 등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젠 내 차례겠지?"

귀신은 무서워하면서도, 저 커다란 보스 몬스터에는 전혀 겁먹지 않은 소녀.


부웅- 부웅- 부웅

대검을 들고 빙글빙글 돌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마치 인간 팽이라도 된 모습.
대검전사 특유의 스킬인 회오리 베기!


그 연속공격이 쿠아스의 등에 적중했다.


"이놈들-!"


보스의 안광이 붉게 빛났다.

[분노한 쿠아스가 스킬 (lv 1. 발 구르기)를 사용합니다.]


쿠웅. 쿠웅. 쿵쿵쿵쿵.

육중한 몸으로 발을 구르는 쿠아스.
다시 지면이 흔들리며깊게 패여갔다.


그 탓에, 가까이에 있던 노랑 나비와 핑쿠햄스터가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지금 다 써야겠네...'


세영은 그 모습을 지켜 보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인벤토리에 있는 화염탄을 전부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철컥-!

피융- 피융- 피융-


퍼엉-! 퍼엉-! 퍼엉-!
.
.
.

콰과과광-!

화르르륵.

멍청한 보스놈이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덕분에, 화염 탄은  발도 빠짐없이 전부 적중했다.
무려 15발이나 되는 연속 공격.
놈의 육체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


"와아-!"
"엄청난 연속 공격."
"위력도 거의 희귀지팡이 착용한 마법사의 파이어볼 이상인거 아니야?"


땅울림에 난리를 피며 줄행랑 치던 사람들은, 멀리서 지켜보며 이런소리를 해댔다.
엄청난 불 폭발에, 시선이 쏠린 까닭이다.


이들은 하나 같이 이세영의 클래스가 궁금해졌다.
쇠뇌를 사용하니 헌터계열 이겠거니 짐작했을 뿐이다.


"크르르 크아아아-!!"

쿠아스가 포효했다.
포효라기보단 비명에 가까웠다.
온몸이 불타고 있으니 고통이 엄청날 테지.


[보스 몬스터 쿠아스의 광폭화가 진행됩니다.]

치이이이이-

놈의 몸을 태우던 불꽃이 갑자기 모두 꺼졌다.
연기만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윽고 놈의 몸에 이상한 문양들이 빛을 내며 그려졌다.
새카맣게 그을린 피부 때문에, 그 하얀 문양들이 유독 눈에 잘 보였다.

"쿠아아아~!!"


갑자기 돌진하기 시작한 괴물.


 목표 지점은 이세영이었다.


"형! 조심해요!"
"오빠, 위험해!"

이세영이 그 공격을 막거나 회피할 수는 없었다.
그만큼 재빨랐으니까.


"으아악-!"

"인간! 죽어라!"


[쿠아스가 당신에게 스킬 (lv 3. 뼈 부수기)를 사용했습니다.]


[쿠아스에게 사로잡혔습니다. 체력이 급속도로 소모됩니다.]


[상태 이상 골절 3단계에 빠지셨습니다.]

[치료약을 사용합니다.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치료약을 사용합니다.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
.
.

세영은 인벤토리에 있던 치료약을 전부 소모할 기세로 마셔댔다.
그러면서 메시지를 보냈다.
고통으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파 : 얘들아, 공격해. 빨리...


노랑나비 : 아, 알았어요. 오빠.

핑쿠햄스터 : 네, 형. 근데 버틸 수 있겠어요?


알파 : 으윽... 모르겠어.빨리...

레드문 : 약하지만 저도 가세할게요!


세영의 캐릭터를 완전히 으스러 뜨리려는 듯, 쿠아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 역시 포기하지 않았다.


'치료약이라면 인벤토리에 200개나 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

[상태이상 골절 4단계에 빠졌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치료약을 사용합니다.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치료약을 사용합니다. 체력이 50만큼 회복됩니다.]
.
.
.

끝없이 마셨다.
마시는 즉시 회복되는 타입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골로 갔을 것이다.


"으윽..."

얼마나 시간이 흐른 것일까.
치료약이 바닥을 보이고, 상태이상 단계도 누적되 어느덧 7단계를 넘어섰다.


체력이 소모되는 양이 더욱 증가했다.


'더는 버틸 수 없겠어...'

이제 인벤토리에 남은 치료약은 30개 남짓.


쿠아스는 다른 파티원들의 집중 포화에도 오로지 이세영만 공격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가 15연발 화염 탄을 사용해 놈에게 입힌 데미지의 양이 지나치게 높은 탓이었다.


"젠장! 빨리 죽어라 이새끼야!"
"형! 조금만 버텨요!"
"오빠, 조금만 참아요. 거의 다 잡아가요!"

보스 몬스터의 광폭화는 체력이 30% 이하일 경우에만 발생한다.


광폭화 이후로도 한참을 더 공격했으니, 이제 끝이 머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되는데.
그 조금이 너무 힘든 일 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비싸도,  많이 사둘걸...'


세영은 굳어버린 불꽃을 비싸다는 이유로 조금만 구입했던 걸 자책했다.
거래소에 있던  전부다 사뒀다면 이런 꼴을  당하진 않았으련만.
화염 탄이 딱 10개만 더 있었다면...
이런 후회들만 자꾸 밀어닥쳤다.

알파 : 얘들아 혹시 내 쇠뇌 떨어지면 잘 회수해줘. 부탁한다.

노랑나비 :  돼요 오빠!조금만  버텨봐요.

레드문 : 형. 정말 죄송해요. 괜히 제 퀘스트 도와준다고...


파티원들에게 치료약이 거의 바닥났음을 털어놨다.
그래도 다행인 건, 자신이 죽더라도 얼마  가 보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든 점이다.

알파 : 난 괜찮으니까, 치료약 아끼지 말고 버티면서 잡아. 거의 다 죽어가는 거 같으니까.


세영은 체념했다.
뭐, 이럴 때도 있는 거지.
쿨하게 털어낼 생각이었다.

"큐어!"


갑자기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급 상태 이상이 모두 치유됩니다.]


[상태 이상 골절이 치유되었습니다.]

'뭐?'

"힐!"


[체력이 100만큼 회복되었습니다.]

"누구지?"


BI기츠.
그가 이세영에게 스킬을 사용했다.


세영이 보스와 사투를 벌이는 사이, 그는 공격대의 손님중 한명에게 최하급 마나 포션을 하나 구입했다.
평소 가격의 3배나 지불했으니 팔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는 자신의 마나가회복되자 마자, 이세영에게 달려왔다.


'여기서 은혜를 입혀 둬야해...'

"힐!"


[모든 체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스킬 두번 만에 모든 체력이 회복되었다.
큐어 스킬은 8단계나 누적된 골절을 단번에사라지게 만들었다.


물론 일순일 뿐.
쿠아스의 공격은 지속됐고, 체력은 또 다시 깍여 나갔지만, 그 짧은 시간이 무척이나  시간을 벌어 주었다.

그리고...


세영은 결국 끝까지 버텨냈다.
남은 치료약은 단 5개.

아슬아슬하게 죽지 않고 살아남을수 있었다.


투욱-.


[고블린 족장 쿠아스를처치하셨습니다.]

놈의 거체가 터져버린 풍선처럼 바닥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

[공헌도 계산을 시작합니다.]

[공헌도에 따라 보상을 분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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