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32화. 자업자득 (32/122)



〈 32화 〉32화. 자업자득

일순간 찾아온 정적.


그 짧은 시간은 금세 웅성거림으로 변했고, 소리는 점점 번져갔다.


"무슨 소리야?"
"하급 치료약 제조법을 팔다니?"
"그건 퀘스트 해야만 가능한 거 아니었어?"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내용.
조금 수고를 들여 검색해 보면 퀘스트의 진행 방법은 이미 공개된 후라서, 웹 튜브의 영상이든 공략 게시글이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가 오늘은 외출하고 돌아온 탓에, 판매할 치료약이 없습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저희 가게를 가지고 이상한 헛소문들을 퍼뜨린 것 같더군요.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하급 치료약 제작 방법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만 무료는 아닙니다. 딱 열 분. 열 명의 사람에게만 공개하겠습니다. 가격은 1골드입니다. 저희가 사재기를 했거나 시세를 조작하려 든다면 이런 일을 하겠습니까?"


항의하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그... 그런 건 인터넷 찾아보면 나오잖아! 그런 걸 돈 받고 팔겠다니..."

김만우는 이세영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퀘스트 말씀하시는 거죠? 아시겠지만 퀘스트를 통해 배우려면,  한정에 많은 양의 허브를 채집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그 허브는 퀘스트용으로 NPC에게 건네야 하니, 자신의 치료약을 제작하려면 또 다시 채집에 긴 시간을 쓰셔야겠죠. 저희는 퀘스트 수행하실 필요 없이 직접 제조 방법을 알려 드릴 겁니다. 다만 연습할  쓰실 허브는 스스로 준비하셔야 합니다. 대신 완성품은 모두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추가 일격을 날렸다.
사실 다 공개된 정보지만, 임펙트는 상당했다.


"1골드는 허브 이외의 재료비 입니다. 모두 저희가 제공합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하급 치료약 제조법은 클래스와 무관하게 습득이 가능합니다. 굳이 연금술사가 아니더라도 말이죠. 일단 배워두시기만 하면 나중에 언제든 두고두고 써먹으실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였다.

"나! 내가 배우겠소!"
"나도 배울게."
"저도 가능할까요? 완전 초본데."


 둘이 아니었다.
물약을 사러 모였던 사람들인 만큼, 1골드 쯤은 그들의 손에 쥐어 있었다.

그렇다고 동시에 많은 사람을 가르칠 수는 없는 일.
김만우는 머리 속으로 계획한 대로 일을 진행했다.

"딱 열 분 한정입니다. 열정이 넘치시는건 좋지만, 초원 허브를 20개 이상은 가지고 계신 분들만 선착순으로 받겠습니다. 모집 마감되면 가게문 닫을 테니까, 생각 있는 분들은 서둘러 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혹시, 웹튜브에 스트리밍 하시는 분 있다면, 그분에게는 방송 허락도 내드리겠습니다. 물론 조건은 협상할 겁니다. 생각있는 분은 오세요. 며칠 후에는 영상을 통해 누구나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만들 예정입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몇몇은 초원 허브를 채집하기 위해서.
 몇몇은 구경할 게 없어진 탓에 되돌아가기 바빴다.

"휴우..."

겨우 한숨을 돌린 김만우.

"형. 멋있었어요. 완전 사기꾼 같았어요."
"그걸 칭찬이라고 하냐?"
"근데,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선생님이라도 하시려고요?"
"아니. 제작하는 사람이 늘어나야, 시세가 안정될 테니까. 우린 어차피 하급 치료약은 더 안 팔기로 했고. 애초에 너의 그 사기적인 뱀눈인지 뭔지 하는 스킬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랑 경쟁조차 안돼."


김만우는 게임을 시작하고 처음 초원 허브를 채집할 때, 자신과 비교해 엄청난 속도의 차이를보이는 이세영 때문에 크게 좌절했었다.
 좌절은 돈의 맛을 본 후 사라졌지만.


"나중에는  사람 중에서도 우리랑 같은 치료약을 만들게 되는 사람이 있겠지. 연금술사가 나올 수도 있고. 하지만 그때 되면 이세영 넌 아마 회복 포션을 제작하고 있을 것이고."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근데 그러려면 형도 빨리 연금술사가 되셔야죠?"


김만우는 조금 고민에 빠졌다.


"뭐 그래야지."


사실 그의 생각은 전투 직업을 갖는 거였다.
지금은 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  제조를 하고 있을 뿐이니까.

"퀘스트 깨면 클래스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니까,일단 연금술을 해서 왕창 버는것도 나쁘지 않겠네."
"고블린을 사냥해보니까, 전투도  벌릴거 같긴 하지만요."
"햇갈리게 만들지마!"


버럭하는 그를 보고 세영은 웃음을 터뜨렸다.



*

BJ군만두는 들려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인터뷰를 매몰차게 거절했던 풍차 마을의 치료약 상점에서, 방송허가를 내준다고?


이건, 기회라고 생각했다.
지난 몇년간 웹튜버를  벌어들인 모든 돈을 몽땅 투자하고, 거기에 대출까지 받아서 20억 이나 하는 콕핏(Cockpit 프클의  고급 방송 스트리밍 전용 장비)을 구매했다.


경쟁이 없는 섬에서 스타트를  덕에 섬 안에서는 제법 유명해 졌지만, 다른 웹튜버들 과의 경쟁에선 한참 밀리고 있었다.

'거기다 하필...'


하필 TS 미디어 채널의 라이브 방송을 절호의 기회라 생각하고 출연했는데, 인터뷰를 거절당하는 바람에 악성 댓글과 구독 취소라는 역풍을 받고있었다.

"그거, 사실입니까? 조건이 뭐랍니까?"


- 초원 허브 20개 가지고 선착순 안에 가면 된데요.
- 군만두님 ㄱㄱ
- 인터뷰 다시하고 떡상 가자~
.
.
.

"초원 허브요?"

악플러들은 죄다 콕핏의 인공지능을 이용해 자동 차단해서 깔끔한 채팅창.
덕분에 매우 느렸지만 도움 되는 정보를 쉽게 발견했다.

BJ군만두는 파르도 광장에 나가 외치기 시작했다.

"초원 허브 20개 5골드에 삽니다."

그의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모두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았다.

"와, 웹튜버다."
"누군데?"
"있어. 유명하지도 않으면서 방송 나갔다가 쌍욕 처먹은 사람."
"초원 허브를 왜 산다는 거야?"


BJ군만두 때문에 광장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는 풍차 마을의 치료약 전문점으로 바뀌었다.


"뭐? 그럼 당장 가야지!"
"선착순 10명이래."
"그래도 약제사 늘어나면 시세는 내려가겠네. 소문은 뻥이었나?"
"그러게. 오히려 사재기꾼들이 경쟁자 죽이려고 만들어낸 소문이라던데."
"야. 그럼 지금 하급 치료약 파는 애들은 뭔데? 저쪽에선 마차로 계속 실어나르던데?"
"그 새끼들이 사재기꾼 아니야?"


BJ군만두는 손쉽게 허브를 구입했다. 하급 치료약 수백 개를 살 돈을 받고, 언제나 채집 가능한 허브를 고작 20개 건넬 뿐이라 당연히 사람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샀어요. 이미 샀습니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저 바빠요!"

그는 부리나케 마차를 얻어타고 풍차 마을로 향했다.

하지만 그 한 명 줄어든다고, 그가 일으킨 광장의 소란이 멈출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새끼들꺼 사지마세요. 이놈들 사재기꾼입니다. 이놈들이 헛소문 퍼뜨리고 시세 올린 놈들이에요."
"맞아요. 내일이면 하급 치료약 제조법 풀려서 시세 내려갑니다. 절대 사지마세요."
"동문 쪽에도 팔던데 같이가서 훼방 놓으실분. 사재기꾼들 싹다 망하게 합시다!"

군만두가 광장에 일으킨 작은 바람으로 사재기꾼들은 큰 손해를 보게 생겼다.

뮬란은 15대 분량의 하급 치료약 중 겨우 두 대 째를 팔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는 광장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비공개 채팅방에서 다른사재기꾼들에게까지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만 했다.

뮬란은 결국  손해를 보게 생겼다.

**


"네? 벌써 10명이 꽉 찼다구요?"
"네. 저번에 뵌적 있는분 같은데 죄송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자... 잠깐만요. 저 BJ에요!"

김만우는 귀가 솔깃했다.


열명 중 아직 웹튜버는 오지 않았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인터뷰 요구하셨던 분이죠?"
"아, 기억해 주시는군요. 감사합니다. 지금은방송 껐으니까 걱정마세요."

김만우는 그를 안으로 들이고, 가게의 문을 닫았다.


"다른 분들은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금방 돌아오겠습니다. BJ님은 저를 따라오세요."


김만우와 BJ군만두는 가게의 지하실로 자리를 옮겼다.
중요한 계약이니 조용하게 진행하려 것이다.


지하실을 차지하던 숲의 허브는 모두 치료약이 되어 팔려나갔다.
마나수와 허브티 끓일 때 필요한 물.
이런 기타 재료만 한 쪽에 쌓여있을 뿐이다.


"위에 사람들이 기다리니 용건만 간단하게 할게요."
"네. 물론입니다."


어디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위에 저분들은 알아서 협의하시고, 제 캐릭터 얼굴은 모자이크하셔야 합니다. 아니, 그냥 전부 모자이크합시다. 나중에 갑자기 등장하는 사람까지 전부."
"네. 그건 걱정 없습니다. 저는 콕핏 사용자라서 자동으로 얼굴을 변경하거나 가면을 착용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습니다."


김만우는 처음 듣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계약서에 명시하면 되니까.

프클 내에서 제공되는 계약서가 존재하기 때문에 안심했다.

"구독자수는 어떻게 됩니까?"
"네? 네... 그 20만까지 갔다가, 지금 18만입니다. 엊그제 인터뷰 실패로 2만이 빠졌습니다..."

김만우는 괜히 미안해졌다.


"그건, 저 때문이겠군요.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너무 다짜고짜 찾아왔죠."


BJ군만두는 며칠 새 먹은  때문에, 전보다 많이 겸손해져 있었다.

"제 조건은 이렇습니다. 오늘 촬영분에 대한 저작권. 영상 조회로 들어오는 모든 광고료와 후원 수익 전부를 저희에게 주시죠. 그게 조건입니다."
"네? 그건 너무나..."
"잘 생각해 보세요. 해당 영상이 업로드 되면 검색해 들어올 수 많은 사람들을.  사람들 중에 구독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결국 BJ님 다른 영상도 볼텐데요? 그런 수입까지 저희가 요구하는건 아니지 않습니까."


BJ군만두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의 현재 라이브 방송시 후원금은 일 평균 20만원 정도.
이후 편집되어 업로드한 30분 분량의 영상 하나 광고 수익은, 처음 1개월 동안 30만원 정도였다.

 다 더하고 운이 좋아 수익이 잘나와도 끽해야 100만원.
큰 돈은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기회에 좌절된 방송 인터뷰를 다시해, 시청자의 유입을 끌어 들이는 게 목적이었다.
그게 없다면 말짱 꽝이다.

"다좋습니다. 그럼 지난번 거절하신 인터뷰 좀 다시 해 주실수 없을까요? TS 미디어 채널의 라이브 방송인데요. 그것만 해주시면 더한거라도 가능합니다."
"더한거라뇨?"
"음... 제 앞으로 한 달간 구독자 1만명 증가 할 때마다 100만원씩 드리겠습니다. 어떤가요? 아니면 김갑부님 께서 직접 채널을 운영하시면, 제 채널의 연관채널로 홍보해 드리겠습니다."

김만우는 100만원 보다, 뒤에 들려온 이야기가 솔깃했다.
유명 웹튜버들의 수익은 익히 들어왔다.
BJ포르말린은 연 수입이 천억을 넘는다고 들었다.

'이 기회에... 나도 시작해 봐?'


"음... TV 라이브요?  그 방송도 모자이크하고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인터뷰는 제가 직접 하니까요. 그 방송국에서는 파르도 섬에서 게임을 시작한 사람이 없나 보더라고요. 그리고 아마 TV 출연료도 500만원은 받으실 거예요. 아니,  몫까지 드리겠습니다."

"BJ님 출연료는됐고요, 다른 건 뭐 좋습니다. 이 가게 밖에서 진행하고 연금술 정보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면."
"정말 감사합니다."

이득은 서로 보게 되겠지만, 이 자리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건 BJ군만두 였다.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되었습니다. 생체 정보를 바탕으로 체결한 계약이므로 계약 이행에 있어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같은 시각 이세영은북쪽 숲을 향했다.
가게는 김만우가 알아서 한다기에 믿고 맡겨 뒀다.


당장은 치료약 제조용 재료가 없으니, 세영이 채집하지 않으면, 김만우도 당장 할 게 없다. 둘의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가게를 맡기고, 세영은 채집에 나선 것이다.

'차도아씨 회사와의 계약도 내가 거절했으니, 책임을져야지.'

세영은 김만우가 벌었을지도 모를 돈을 자신의 결정으로 거절한 셈이 된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열심히 채집하기로 했다.


[숲의 허브 씨앗을 획득하셨습니다.]


판게아 행성의 플레이어들은 레벨이 오를 때마다 5포인트의 스텟 포인트를 획득한다.

이세영은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몰라 건들지 않았다가, 나중이 돼서야 알게 됐다.
얼마 전, 레드문과 핑쿠햄스터에게 듣게 된 것이다.


그리고세영의 선택은...

[캐릭터 스텟 정보 : 알파]

힘 : 1
체력 : 20 (15 +5)
지능 : 1
정신 : 1
민첩 : 1
명성 : 40
행운 : 138 (122 +13 +3)


대부분 행운 올인이었다.

총 135의 레벨업 보너스 포인트를 14는 체력에 나머지는 행운에 몰빵했다.

고블린 족장과의 전투 이후였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체력의 수치를 20까지 올려뒀을 뿐이다.
죽으면 큰 손해니까.

보유한 칭호와 루드네브스의 목걸이 행운을 더해 무려 137.

[숲의 허브 씨앗을 획득하셨습니다.]


'와 세번 째!'

마차 한 대를 가득 채울 동안, 처음으로 허브 씨앗이 세 개나 나왔다.

이대로면 세영의 허수아비 밭에, 모든 씨앗을 심기에는 비좁게  것이다.

'건물도 샀으니, 땅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세영은 마차 가득 허브를 싣고, 풍차 마을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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