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33화. 땅이 필요해 (33/122)



〈 33화 〉33화. 땅이 필요해

"어?"


세영은 자신의 밭에서 성장을 마치고 다 자라난 허브들을 채집했다.
그 과정에서 또, 씨앗이 나왔다.


"이제는 정말 심을 공간이 부족하네요."
"싸구려 초원 허브는 이제 뽑아 버릴까?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니가 채집하지 그랬냐. 밭에 심은 허브에서도 씨앗이 나오는 거였다면."


그동안은 자신이 채집한 탓에, 씨앗이 전혀 나오지 않은  같아 손해 본 기분이 든 김만우.

그는 아직 직업을 정하지 못해, 스텟 포인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선택하게  클래스에 따라 적합한 스텟을 올리려고, 아직 보류 중인 까닭이다.


때문에 그의 행운 수치는 아직도 1.


"에이, 씨앗 그렇게 잘 안 나와요. 다 자란  보이면 그냥 바로바로 채집하세요. 이제 밭도 비좁아 새로운 씨앗 심을 자리도 없어졌으니까."
"그래서, 밭을 더 넓히겠다고?"


세영은 오늘의 수확을 끝마치고, 허리를 펴며 일어섰다.

"네. 한번 풍차 마을의 촌장님을 찾아가 보려고요."
"또 괜히 건물 살 때처럼, 더 비싸게 주고 사지 말고 딱 정가에 사."
"알겠어요."


허브가  자라날 비옥한 토지를 구매하는 것.
이세영의 다음 목표였다.


*

촌장은 호들갑을 떨며 이세영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이게 누군가. 알파 아닌가. 어서오게. 껄껄. 자네 덕분에 마을이 아주 활기가 넘쳐! 습격하던 멧돼지나 늑대들도 사라졌고."
"그게 어디 제 덕분인가요. 사냥하러 오신 분들 덕분이지."
"아니 그게 무슨소린가. 그 용병들도 다- 자네가 소개시켜  덕분이지. 하하."

과한 칭찬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보다, 제가 찾아온건 혹시, 땅을 살 수 없을까 해서에요."
"땅? 무슨 땅?"
"제가 허브를 기르기 시작했는데요.밭이 너무 비좁아서요."

세영의 말을 들은 촌장은 반가운 표정을 했다.


"자네도 그런가? 이거 잘됐군. 하하하. 이제 마을이 안전해 졌으니 안그래도 그동안 미뤄둔 개간을 할 참이었다네."

[!!신규 퀘스트!!]


[풍차 마을 촌장의 계획 : 풍차 마을의 촌장은 늘어난 상주인구 때문에, 본격적인 마을의 확장을 계획 중입니다. 마을의 크기는 물론 외곽의 곡물을 심을 밭 까지도 개간을 통해 더욱 확장할 생각입니다. 촌장이 이런 생각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모두 당신의 덕분입니다. 그는 당신에게 계획에 참여해 줄것을 요청했습니다.]


- 촌장의 계획을 실행하려면 파르도 시장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파르도 섬은 별도의 국가에 소속되지 않은 일종의 도시국가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다만 수백 년 지나도록 왕이 되고자 한 인물이나 세력이 등장한 적이 없고, 외세의 위협 또한 없었기 때문에 아직 정식 국가임을 선포한 적은 없습니다.때문에 파르도는 공화정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도시 의회에 의해 선출된 시장은 도시와 부속 마을을 총 관리하는 대표입니다. 그를 찾아가 촌장의 생각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분류 : 협상
-난이도 : E
-제한 시간 : 1개월
-보상 : 풍차 마을 주변 개간될 토지의 일부


'갑자기 퀘스트?'

보상 항목을 확인한 세영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돈을 주고 매입하려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저에게 맡겨 주세요!"
"하하, 고맙군. 역시 자네라면 그래 줄 줄 알았어. 나는 도시의 높은 양반들은 거북하거든."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세영은 이것저것을 물었다.
시장에 대한 정보는 가진 게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촌장 역시 세영과 비슷했다.
1년에 한 번 있는 대표자 회의에 나갔을 때도, 구석에서 졸다가 돌아온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며, 하나하나 묻고 다닐 수밖에 없어 보였다.


파르도의 궁전에 가면 시장의 집무실이 있다고 하니까 언제든지 찾아가면그만이겠으나, 그랬다간 퀘스트를 실패할 확률이 높아보였다.
촌장이 세영에게 잔뜩 겁을 준 탓이다.

"잘 부탁하네. 도시의 높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지랄맞으니까. 대신 허락만 받아온다면, 내 얼마든지 자네의 공을 인정함세. 마을 사람들도 다 같은 생각이라구!"
"네.  알겠습니다."

세영은 서둘러 촌장의 집을 나섰다.

*


"알파님~ 왜 이제야 오셨어요."

갑자기 세영의 품에 안겨든 라나.


오랜만에 그녀의 집에 방문했다.
그래봐야 일주일 정도였지만, 게임 시간으론 벌써 한달이나 지났다.

"저사람 뭐야? 애인이라도 되나?"
"NPC랑 연애한다는 소리는 못들어 봤는데? 그런것도 가능했어?"


라나의 약제소 앞에는 짧은 줄이 있었다. 대기중인 사람들이었다.
하나같이 하급 치료약 제조방법을 배우려는 모양이다.
하급 치료약의 가격이 갑자기 가격이 두배로 치솟았으니, 약제소 앞이 이렇게 성황인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


"알파님. 저 너무 바빠서 지쳐가고 있었어요. 얼른 안으로 들어오세요. 차라도 하시면서 제발  푸념좀 들어주세요."

라나는 알파를 안으로 끌어 들이고, 약제소의 문을 잠갔다.
OFF라는 펫말까지 걸어뒀다.

밖에서서 채집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기다리던 플레이어들에게서 다양한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사정이라는 듯, 라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러셔도 괜찮아요?"
"몰라요. 돈은 그만 벌어도 좋으니까 좀 쉬고 싶어요. 알파님 덕분에 최근 한 달간 엄청 벌기도 했으니까요."

세영은 그녀의 성격이 조금 변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며칠 안으로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을 거예요."
"그건 왜요?"

세영은 김만우의 계획으로 웹 튜브를 통해 하급 치료약 제조법이 공개됐다는 사실을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음... 그냥 비밀이라고  둘게요."
"칫. 그래도 알파님이 제게 거짓말하실 분은 아니니까 뭐 됐어요. 쉴 수만 있다면야 저는 반갑죠! 대환영이라고요. 저 외에도 많은 약제사가 탄생했으니 저는  기회에 못 이룬 꿈이나 펼치러 여행을 떠나야겠어요."
"꿈이요?"
"네. 저도 연금술사를 꿈꾸고 있으니까요. 스승님을 찾아 뵌지도 오래됐고, 섬에 살면서 바다를 보지 못한지도 너무 오래된 거 같아서요."


라나에게 받은 지도를 떠올린 세영.
그 지도에 표시된 정보에는 분명, 그녀의 스승인 연금술 마스터의 위치가 있었다.

'확실히 바닷가 근처긴 했지. 항구 마을...'

세영 역시 고향인 섬을 떠나 서울에 도착한 뒤로, 20년간 매일 보던 바다를 단  번 보지 못했다.
 때문에 조금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저도보고 싶네요. 바다.   지 오래됐어요."

겨우 두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매우 길게 느껴졌다.

"그래요? 같이 가실래요?"
"그것도 좋겠네요. 라나님이랑 여행도 즐거울것 같아요. 하지만 어쩌죠. 저는 여기서 해야할 일들이 있어서요."
"에이. 저도 지금 당장 가자는건 아니에요. 가게도 정리하고 해야하니까."


밝게 미소짖는 라나 덕분에 새영의 기분도 밝아지는 것 같았다.

"근데 해야할 일이라는건 뭐에요?"
"아... 실은 시장님을 뵙고 싶어서요."

라나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알파님이 시장님은 왜요? 그분은 엄청 바쁘신데. 항상 주변까지 바쁘게 만드는 그런 분이세요."

그녀는 시장이 도시 안에 새로운 약제소를 허가하지 않은 탓에 자신이 이렇게 바쁜 거라며,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댔다.

세영은차분하게 차를 마시며,

"그러시군요. 제가 찾아간다면 언제 찾아가는게 좋을까요? 선물이라도 들고 가야할까요?"
"글쎄요. 항상 바쁘시니까 언제가도 똑같지 않을까요."
"아... 그런 거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찾아가봐야 겠네요."


찻잔을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라나가 급하게 말렸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세요. 알파님. 시장님은 뭔가 도시에 위급한 일이 아니라면 만나주지 않으실거에요. 언제가도 똑같다는건, 언제 찾아가더라도 만나주지 않는다는 소리에요."
"네?"

다시 들어 올리려던 찾잔을 놓쳤다.
세영은 침울해 졌다.


"너무 낙담은 마세요. 그래도, 시의회의 분들에게 추천서? 같은 걸 받는다면 만날 수는 있을 거예요."
"그건 어디 가서 받으면 될까요?"
"음... 잡화점의 제이크 씨는 어떠세요? 알파님도 치료약 납품하시면서 많이 친해지셨죠?"


세영은 아는 이름이 나와서 안심했다.
조금 욕심을 부리는 사람이지만, 여러 가지 퀘스트를 진행하며 친분이 있었으니까.

"그럼 이야기는 여기까지 해도 될까요? 라나님."
"아쉽네요. 알파님이 바쁘시다면 뭐, 어쩔  없죠. 그래도 다음에 또 놀러 오셔야 해요!"
"네. 물론이죠."

세영은 미소를 보이며 약제소를 나섰다.


밖에는 아직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왔다. 저, 저기... 이봐요?"
"네? 저요?"
"이 안에서  하고 나오신 거에요?"
"그냥 오랜만에 찾아와서 대화를 나눴는데요."


세영의 대답에 주변사람들이 수군댔다.


"뭐야. 그냥 대화를 나눈 거라잖아."
"근데  문을 잠그냐고."
"히든 퀘스트 같은 거라도 받은 거 아냐?"

세영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저기... 저는 가봐도 될까요?"
"아, 네."

멀어지는 세영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계속 수군덕거렸다.



*

"추천서? 그걸 내가 왜?"
"네? 그게 그렇게 어려운 부탁인가요?"

제이크는 별로 기분이 좋아 보이질 않았다.
며칠 간 하급 치료약의 시세 변동으로 큰 손해를 보고 있었던 탓이다.

"용건이 뭔데? 추천서 한번 잘못써줬다가 의회에서 내 평판까지 떨어지면 나만 손해잖은가. 내가 납득가는 안건이라면 써주지 못할것도 없네만."


세영은 촌장의 말을 전했다.


제이크는 골똘이 무언가를 생각했다.
돈냄새가 나는 일이라도 있으면,  몫 단단히 챙기려고 은근슬쩍세영을 떠본것이다.


"그러고 보니, 풍차 마을이 요즘 밀려드는 사람들로  성황이라지? 그런것 치고는 그동안 꾸준히 주문 해오던 치료약과 붕대를 전혀 주문하지 않더군. 자네와 관련있는 것이 아닌가?
무슨 치료약 전문점 어쩌고 하던데... 알파자네 만큼 많은 양의 치료약을 납품가능한 사람은, 그 뒤로 전혀 나타나질 않았으니 말이야."

따지듯 테이블을 두드리며 떠들어 댔다.
상인답게 돈과 관련해선 눈치가 빠른 제이크였다.

"걱정 마세요. 조만간 납품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에요."
"무슨 근거로?"
"저 믿어 보세요. 지금 약제사의 길에 들어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을테니."


세영은 생각해보니 김만우가 벌인 일들이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흥. 그말대로 된다면 좋겠군."

하지만 제이크는 몰랐다.
납품량이 증가하는 만큼, 시세는 곤두박질 칠거라는 사실을.


제이크는 결국 초대장을 써주는걸 보류했다.
자신 혼자만 책임을  수는 없다고 했다.

간신히 부탁해서 대표자 회의에 참가하는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 들었는데, 다행히 그중에  명 세영이 아는 인물이 있었다.

"또 왔는가? 그래 최고급의 목제는 구했나?"
"아니요... 아직. 그보다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자네는 나를 찾을 때마다 매번 부탁만 하러 오는군. 나는 목수이자 상인이지. 심부름꾼이 아니라고?"

턱을 괴고 퉁명스럽게 대해오는 탓에, 세영은 아기살 1만 발을 구매했다.
무기의 연사속도가 빠른 만큼, 소모되는 속도도 무지막지했기 때문에 미리 비축해 두기로 한 것이다.

"하하. 통이 크군. 그래 무슨 부탁을 하려고 그렇게 잔뜩 구매하셨는가?"
"저, 시장님께 추천서  써주세요."

뭔가 갸우뚱한 표정의 목수.

"희한한 소릴 하는군. 자네 정도면 그냥 찾아가도 만나 줄 텐데? 어디 고블린 족장 쓰러뜨리는 게 흔한 일도 아니고. 매달 헌터 마을에들어가는 소모품 비용만 생각해도, 시장이 먼저  벗고 마중 나올걸?"


세영은 좀  잡화점의 제이크 앞에서 쩔쩔매던 자신을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기다려 보게. 내 금세 써주지. 오히려 도시를 위해 힘써  좋은 사람 소개해 줬다고, 회의 때 고개 좀 빳빳이 들  있겠어. 하하하."

[알라바의 추천서]

- 파르도 목공소의 대표, 알라바의 추천서입니다. 의회나 파르도 궁전의 관리들에게 당신의 신분과 능력을 보장하는 추천서입니다.


"고맙습니다."
"하하, 나야말로 고맙지. 화살 다 쓰면 또 찾아 오게나."


겨우 추천서를 확보했다.


세영은 인사를 마치고, 도시의 외곽에 있는 거대한 건물.
파르도 궁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던 도중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노랑나비 : 아저씨!

알파 : 으응...

그녀가 부르는 호칭이 이전으로 되돌아간 탓에 세영은 조금 심통해졌다.

노랑나비: 경매장 확인 하셨어요? 앗! 잠시만요. 애들이랑 다중 대화 게요.

알파 :  그래.

조금 기다리자 허공에 분할된 영상이 나타났다.

핑쿠 햄스터 : 형. 안녕하세요.

레드문 : 이야기 들었어요, 형. 잘 해결 되셨다면서요. 치료약 전문점에 대해 헛소문 낸 거 사재기꾼들인거 같던데. 그 놈들 완전 크게 손해 봤다고 게시판에 소문이 자자 하더라고요.

알파 : 그래. 걱정해 줘서 고마워. 난 별로  일도 없는데, 잘 마무리된거 같더라고. 그나저나 무슨 일 들이야?

노랑나비 : 왜긴 왜겠어요. 우리가 올린 스킬북이 팔렸으니까지!

고블린 족장 쿠아스를처치하고 드롭된 스킬북의 경매가 종료됐다.

도대체 얼마에 팔렸길래 이렇게 호들갑인 건지.
세영은 그게궁금해 서둘러 경매장 시스템을 불러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