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34화. 땅이 필요해 (34/122)



〈 34화 〉34화. 땅이 필요해

경매장의 시스템 창이 열렸다.


[아직 회수하지 않은 금액이존재합니다.]

세영은 곧바로 회수하지 않은 낙찰 분배금을 받았다.


[12,000,000CC를 획득하셨습니다.]

[현재 보유한 CC : 211,800,000CC]

천 이백만 CC를 획득해 보유한 CC가 2 억을 넘겼다.
환전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으로도 2 억이 넘는 금액.


알파 :  이백만? 그럼 4800 만원에 팔렸다는 거야?

노랑나비 : 네! 정말 놀랍지 않으세요? 발만 동동 구르는 스킬이 이렇게 비싸다니.

핑쿠햄스터 : 덕분에 완전 대박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형.

레드문 : 까만 곰은 자신만  받았다고 완전 삐쳤을 정도에요. 저는 형 덕분에 마법사도 됐고, 희귀 목걸이도 받아서 너무 감사드려요.


다들 엄청 신이나 보였다.


세영도 예상보다 훨씬 비싸게 팔린 덕분에 기분이 들떴다.
치료약으로 벌어 들인 돈에 비하면 한참 적었지만, 전투를 통해 벌어 들인 돈이기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알파 : 나야말로 너희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았어. 정말 고마워.

노랑나비 : 아저씨!  참. 오... 오빠. 저희  사냥 가요!


레드문 : 형. 지하 동굴 가셔야 한다면서요. 저희랑 다 같이 가요. 저희는 언제나 준비 완료니까.

알파 : 그래. 근데 지금은 퀘스트 중이라서 좀 그런데. 까만 곰은 전직했어?

핑쿠햄스터 : 아니요. 삐쳐서 접속도  했어요. 걱정 마세요. 걘 원래 잘 그래요. 내일이면 다시 들어올 거에요.


레드문 : 저희는 북쪽 숲에서 고블린 사냥하고 있을게요. 혹시 오실 거면 연락 주세요.

알파 : 그래~ 조심들 하고.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이동했더니, 어느새 궁전의 앞에 당도했다.


[파르도 궁전]


- 매우 오래된 건물입니다. 현재는 일부분만 파르도의 운영 관리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무너진 건물들을 장기간에 거쳐 재건 중입니다.


"멈춰라!"


입구에서 기사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세영은 알라바의 추천서를 꺼내 건넸다.


"잠시 기다려 주시오."

추천서를 들고 사라진 남자는 건물의 안으로 들어갔다.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들어간 사람은 한 사람이었지만 돌아올 땐 두 사람이 나타났다.


"따라 오시지요."
"저...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바로 따라 오세요. 시장님은 바쁘신 분입니다."

그를 따라 들어간 곳은, 시장의 집무실은 아니었다.
손님 상대 용 공간으로 보였다.

블루 아이템 사의 접객실과는 확연히 다른 오래된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화려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낡은 것들 뿐이었다.

"여기서 기다리시죠. 시장님은 잠시  오실 겁니다."


세영은 시장을 기다리며주위를 둘러 봤다.


특이한 것이 보였다.
올려다 본 천장에만 매우 화려한, 세심하게 그려진 듯한 문양들이 음각 되어 있었다.

'저건 뭐지?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홉 고블린?  작은 날 벌레 같은 건 혹시 페어리?'


궁전과 오랜 역사를 함께해 온 듯한 모습이었다.
그림이 아닌 조각 된 덕분인지, 아직도 훼손되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결코 인간이 아닌 자들이, 작은 페어리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끼이익.


오래된 나무 문이 비명을 질렀고, 중년의 남자가 혼자 들어왔다.
세영을 안내한 사람은 아니었다.


"기다리게 했소. 내가 좀 바쁘거든."
"아, 괜찮습니다."


세영은 미소 지으며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용건을 꺼냈다.


시장은 매우 지친듯한 표정이었고, 용건만 간단히 말하는 게 그가 바라는 것이었다.

"흠... 안 그래도 섬 전체가 현재 식량 부족에 직면한 상황이었는데 잘됐군요. 개간하는 기간 식량 생산에 차질이 없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고 전해 주시죠. 개간한 땅의 분배 역시 촌장님에게 맡기겠습니다. 부하에게 바로 서류를 준비하라 시키겠습니다."

시장이 벨을 울리자 곧바로 누군가가 들어왔고, 명령을 받고 돌아갔다.

"허가서는 곧바로 준비 될 겁니다. 오늘 바로 찾아가시죠. 그리고  전에  가지 부탁 드리고 싶은  있습니다."

다크 서클이 깊은 눈으로 세영을 노려봐 왔다.

"부탁이요?"
"그렇습니다. 고블린 족장을 쓰러뜨리셨다고요? 제법 명성이 있으시더군요."
"아...  혼자서  일은 아닙니다."
"겸손은 됐습니다. 시간이 아깝군요. 용건만 간단히 하죠."

[!!신규 퀘스트!!]

[시장의 의뢰 : 파르도 섬은 지금 다양한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중 하나가 바로 북쪽 숲의 고블린들입니다. 최근 엄청나게 세력을 확장 중인 탓에 사상자가 속출 중입니다. 당신은  일각인 족장 쿠아스의 세력을 무너뜨렸습니다. 시장은 당신이 더 큰 역할을 해 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당신에게 원하는 건 두 가지 입니다.
하나. 최근 들어 엄청난속도로 불어나는 중인 고블린들. 그 원인을 파악해 저지해야 합니다.
둘. 이미 불어나버린 고블린의 개체 수 자체를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족장들을 사냥한다면 매우 효율적일 것입니다.

-분류 : 복합
-난이도 : D (파티 권장)
-제한 시간 : 1개월
-보상 : 10골드 ~ 200 골드, 명성 (공헌도에 따라 보상이 증가함.)


- *당신은 파티원 이외에도 퀘스트를 도와 줄 용병들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이 용병들에 대한 보상은 당신이 직접 설정해야 하며, 그 지불 역시 당신의 몫입니다. 다만 용병들의 행동으로 발생된 공헌도는 모두 당신의 차지 입니다.

- 해당 퀘스트를 클리어 시 당신은 다른 플레이어는 물론 일부 NPC를 직접 고용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고용 가능한 최대 인원수는 명성 수치와 지급 가능한 임금에 따라 변동 됩니다.

"빨리 결정해 주게."


시장은 테이블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왔다.
세영은 그 소리가 자신을 몹시 재촉하는 것처럼느껴졌다.

하지만 고민 됐다.
곧바로 선택하지 못했다.


'보상이...'


난해한 보상이 마음에 걸렸다.
최대 200골드...
물론 엄청난 돈이지만, 지금의 세영은 직접 제작한 치료약을 판매해 더 많은돈을 벌어 들이고 있었다.

'이 퀘스트는 엄청나게 오래 걸릴 것 같고...'

난이도가 무려 D.
용병 고용 비용까지 고려해야 하니, 자칫했다가는 손해 보는 게 아닌지 고민이었다.

하지만 매력적인 것.
NPC를 고용 가능하다는 부분.


실은 이미 치료약 전문점을 오픈 할 때, 주민들의 고용을 시도해 봤지만 불가능했었다.


그 원인은 명성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이 퀘스트의 최소 달성 조건만 이행하더라도 엄청난 명성을 쌓을 수 있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결국 세영의 결정은 수락이었다.
제한 시간이 1개월이니까.
그 안에 어떻게   거라는 긍정적인 바람이었다.

**


세영이 해결해야 할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퀘스트는 물론, 쇠뇌의 개조와 전투에서 제대로 한 명 몫을 하려면, 고블린 지하 동굴에 가서 굳어버린 불꽃 역시 채집해야만 했다.

'차근차근 하나  하자.'

우선은 완료한 퀘스트의 보상부터 받기로 했다.

서둘러 마차를 몰고 풍차 마을에 도착했다.

촌장의 집.

"벌써 다녀왔는가? 그래 어떻게 됐어?"
"네. 일단 이걸..."


세영은 시장이 발급한 개발 허가서를 전달했다.

"지금의 식량 생산이 유지만 된다면, 얼마든지 개간해도 좋다고 하더라고요.  도시에서도 식량 부족이 엄청 심한모양이라서. 밭이 늘면 식량 생산이 증가할 거라는 데  기대를 하고 계셨어요."
"하하. 자네는 정말 놀랍구먼. 놀라워. 그래,우리 마을도 그렇지만 도시는 정말 심하다더군. 곡물 가격이 올라서 우리야 이득이긴 하지만 한정 없이 가격을 올려 받을 수도 없는 일이지. 우린 농부이지 상인이 아니니까 말이야."

세영은 욕심이 적던고향 섬의 어르신들이 떠올랐다.

"네. 개간이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네요."

미소 짓는 세영의 표정에는 그리움의 향기가 묻어 나는 듯 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그래, 어디의 땅을 원하는가? 개간을 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하니까."
"음... 일단은 넓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허브가 잘 자라는 땅이면 더 좋겠어요."

촌장은 수염 가득한 자신의 턱을 문지르며 말을 꺼냈다.


"그런 땅이라면, 들판 보다야 숲 가까운 장소가 좋을 텐 데. 그쪽은 몬스터 출몰이 잦은데 괜찮겠나?"
"네. 제가 안전한 지역을 차지하고 주민들에게 위험한 땅을 떠넘기는것도 싫고."

촌장은 감격에 겨운 표정을 했다.


"알파. 자네란 사람은 정말... 그래. 어차피 숲 방향의 땅을 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니, 거기라면 자네가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땅을 갖게. 대신 개간할 사람은 직접 구해야  거야. 다들 최우선은자신의 땅을 늘리는 것이니까. 남의 땅까지 개간해 줄 여유는 없다네."


세영은 고개를 끄덕이고 촌장의 집을 나섰다.

'나와 만우형만 가지고는 한계가 분명하겠지...'

개간을 해본 경험도, 기술도 없이 무슨 수로 하겠는가.


세영은 시장에게 받은 퀘스트를 수행해야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앞으로 자신의 밭이 될 넓은 땅.
 땅의 개간을 도와줄 NPC들을 모집해야 했으니까.




**


블루 아이템 사의 회의실.
긴장된 분위기를 깨는 목소리가 울렸다.


"길드 장님 오십니다."


회의실 안에 있던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군들 오랜만이군. 자 앉도록."

블루 아이템 사의 대표인  혁. 그는 게임 마니아였다.
마디부터 마치 군대를 연상케 했는데, 그가 흉내 낸 건 현존하는 군이 아닌 가상 현실 세계 속 기사 단장에 가까웠다.


"그래. 내가 최우선으로 하라 던 일이 실패 했다고? 원인이 무엇인지 누가 설명해 보게나."


상석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  혁.

회의실에는 게임  BI 길드의 임원들과 파밍팀의총괄 팀장을 비롯한 각 팀의 팀장들. 그리고 이은표. 차도아. 기창현 세 명이 있었다.

길드장의 요구에 파밍팀 총괄 팀장인 김현이 나섰다.


"죄송합니다. 길드장님. 알파라고 불리우는 연금술사는 예상과 달리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습니다. 그에 대한 자료와 분석이 너무도 부족한 채 성급하게 일을 진행 했습니다. 실패 원인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말을 가로막고, 길드장이 목에 힘을 주며 강하게 받아쳤다.


"나이야 중요치 않지. 중학생이 매일 억 단위의 돈을 벌어 들이고, 레벨 랭킹 상위 다수가 고등학생 들인 세상이야. 실패 요인 이라고 꺼내든 말이 고작 나이 타령인가?"


길드장의 호통에 회의실 내 분위기가 싸 해졌다.

"죄송합니다. 다 저의 불찰입니다. 연금 술사와 저희 팀원이 발견한 고블린 족장의 공략자가, 설마 동일 인물이라고는... 그 사실을 어제가 되어 서야 처음 인지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됐습니다."
"변명은 그만. 알파라는 네임드를 테이밍  방법!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순 없는가?"


뭐든게임으로 비유하는 길드장 때문에, 김현은 두 배로 골치가 아팠다.
결국 고개를 돌려 이은표를 바라봤다.


이은표는  상황이 정말 싫었지만,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위에서 시키면 해야지.

"포션 담당팀의 임시 팀장인 이은표 입니다. 저희 팀에 신입으로 들어온 차도아씨가 알파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적으로 전화번호를 받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은표는 후배를 이용하는 것만 같아 위가 쓰려왔다.
차마 고개를 돌려 차도아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뱉어진 말.
회의실 내 모든 시선이 입사 4일 차의 차도아에게 쏠렸다.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조용히 있자, 길드 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신입이라고?"
"네에... 네. 사장님. 입사 4일 차. 차도아라고 합니다."

차도아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회 초년생인 그녀.
학창 시절에도 내성적이고 조용했던 그녀가, 갑자기 이런 자리에서 다수의 주목을 견뎌내는 몹시 힘든 일이었다.


"신입이라고 하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하지. 앞으론 나를 길드 장님이라고 부르도록. 그보다 연금술사와 친분이 있다고?"
"저어... 그게..."


길드 장이 미간을 좁히며 눈을 가늘게 떴다.

"좀 더 자신을 갖게! 그래서 어디 고블린 한 마리 제대로 사냥하겠어?"

용기를 북돋으려는 의도와는 무관하게, 차도아는 오히려 더욱위축됐다.
부들부들 떨리는 양손을 간신히 추스르며,용기 내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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