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6화 〉36화. 버섯? (36/122)



〈 36화 〉36화. 버섯?

"오셨어요. 형."
"까만 곰은 아직도 안 보이네?"
"네... 접속은 했는데 삐쳐 가지고..."
"정확히  때문에 그런 건데?"
"모르겠어요. 단순히 우리만 돈 벌었다고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볼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핑쿠햄스터가 말했다.

세영은  웃음을 지으며, 이들에게 최하급 마나 포션을 나눠줬다.
소모가 적은 핑쿠햄스터와 노랑 나비에게는 10 개씩.
마법사인 레드문에게는 30개를 전달했다.

"형... 이런 귀한 걸... 이게 대체 얼마에요?"
"아! 말하는  잊었는데..."
"그렇죠? 돈 받으세요. 저희도 스킬북 판매한돈 덕분에 충분히 여유 있으니까."


세영이 말하려  건 그게 아니었다.
서둘러 다음 말을 이어 가려는 데, 노랑나비에게 선수를 뺏겼다.

"오빠, 저는 안 주셔도 돼요. 마나 없을 땐 그냥 칼질해도 되고, 저는 벌써 환전 한 뒤여서 CC도 없고."

세영은 서둘러 말을 붙였다.

"아니,그 소리가 아니야. 마나 포션은 그냥 받아. 나는 이걸 말하려는 거야."


세영은 고대 마족의 주머니를 꺼냈다.
아이들은 모두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머니를 바라봤다.

"이 주머니 말이야. 사실은 엄청난 아이템이었어."

주머니 사용법을 소개하는 작은 시연회가 열렸다.
세영이 하는 설명을 듣고, 모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축하 드려요. 형에게 딱 필요한 아이템이네요."
"맞아요. 형에게 정말 딱이네요. 공간 부족으로 마차를 한 대  구하시려고 했었잖아요."


주머니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세영이 건넨 마나 포션의 값을 주겠다는  못하게 막아야 할 정도였다.

"근데, 왜 부르셨어요? 같이 사냥하실거라면, 저희가 사냥 중인 장소로 오시지. 그리고 형은 무슨 퀘스트 중이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응. 그게 말이지."


차근 차근 설명을 시작한 세영.

쇠뇌를 개조해야 한다는 사실부터 시장에게 받은 퀘스트까지. 모든 걸 털어놨다.


"그거 완전 재밌겠는데요?"
"난이도 D급 이라니, 엄청 스릴 넘치겠어요. 으으, 닭살 돋았다."
"이번에도 스킬북 같은 거 주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린 전보다 훨씬 강해졌으니까."

신이 난 아이들.
세영은 시장에게 받은 파티 퀘스트를 모두와 공유했다.

함께 모험을 펼칠 수 있다는 사실에, 그의 심장도 콩닥콩닥 뛰었다.

"와... 감사합니다. 저희는 퀘스트도 없이 사냥하느라  뭔가 허전했는데."
"맞아요. 그리고 오빠 없으니까 홉 고블린 한 마리 잡는 것도 오래 걸리고 효율이 떨어지더라고요."


세영은 자신이 이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 사실이 무척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 일단은 나무꾼을 찾으면 된다는 거죠?  그래도 저희가 사냥하던 근처에 나무꾼들이 있었어요. 가서 물어보면  잊혀진 나무꾼이라는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 어떻게 찾아야 할지 걱정이었는데 정말 다행이다. 고마워. 너희들 아니었으면, 여기 헌터 마을부터 여기저기에서 물어가며 찾아다녀야 했을 거야."

세영은 파티원들과 함께 나무꾼들을 보았다는 장소를 향해 출발했다.

*

"넘어간다-!"

쩌저적.


주변 나무들의 가지가 부러지는 소리부터 시작해, 날아오는 새 소리까지.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나무가, 소음과 함께 옆으로 쓰러졌다.
그 장면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시선을 뗄  없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오빠 어때요? 엄청나지 않아요?"

입을 벌리고 있던 사람은 세영 뿐이었다.

"응. 듣던 데로 정말 장관인데."
"그렇죠? 히히. 저희도 처음 봤을 때는 오빠랑 똑같았어요."

세영의 시선에는 우락부락한 체격의 사내들이 다수 보였다.
그들은 벌목 한 거대 나무의 잔 가지들을 쳐내려고 시도하기 전 무언가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나무의 정령이시여. 이시여. 우리는 그대의 노여움을 살 생각은 전혀 없다오.없다오. 부디 우리를 용서하시오. 하시오. 우린 사랑하는 마누라가있다오. 있다오. 그러니 우리에게 사랑에 빠지지 마오. 빠지지 마오.>

수상한 노래를 합창하는 남자들.


'뭐지?'

신기해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 위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당신은 나무꾼들의 찬트, '나무 정령에게 바치는 시'를 들었습니다.  시간 동안 이로운 효과를 얻습니다.]


- 스테미나 회복 속도가 상승합니다.



나무꾼들이 단체로 부르기 시작한 노래를 근처에서 지켜  뿐이었는데, 갑자기 버프를 받게 되었다.

"우와..."


세영의 놀란 표정을 보며, 파티원들은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히히. 정말 대단하죠 오빠! 이건 저희가 찾아낸 거에요. 근처에서 구경만 해도 버프를 줘요. 저 나무를 자르기 전에도 다른 노래를 부르고,도끼질 하면서도 그래요. 모두 다른 버프 효과가 생겨요. 근데 시간이 너무 짧아서 금방 사라지지만요."

노랑나비는 허리에  손을 걸치고, 마치 자신이 찾아낸 걸 세영에게 자랑하듯 말해왔다.

"맞아요.  시간이라, 엄청 짧아요."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으니, 전투나 다른 행동에 써먹기에는 조금 애매했다.


버프를 받기 위해서 일부러 나무꾼을 찾기에는 매리트가 없어 보였다.


"더 지켜보고 싶지만, 일단 가서 말을 걸어보자."

세영은 거목의 잔 가지를 치기 시작한 사내들을 향해 다가갔다.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

"저, 안녕하십니까."


모두가 일을 하는데, 혼자만 뒤에 서 뒷짐을 지고 서성이던 중년의 남성에게말을 걸었다.


"응? 무슨 용건이지? 젊은 모험가 양반."


세영은 쓸대 없는 이야기 까지 구구절절 한 사연을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트리얀 이라는 나무꾼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쓸데없는 소리가 남자의 경계를 푸는데 크게  몫 했다.


"오오! 자네였는가? 그 고블린 족장 놈을 쓰러뜨렸다는 인물이."

세영은 쑥스러워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미안하네. 트리얀은 사람들 눈에 나타나질 않으려 해. 나도 마지막으로 본  언젠지..."
"다 같이 나무를 하시는 게 아니었나요?"
"우리야 그렇지. 하지만 트리얀은우리와는 다르거든. 그는 혼자서도 얼마든지 나무를  수 있다네. 그럴 힘을 가지고 있고 말일세. 우리는 고블린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 또 이런 거대한 나무의 벌목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 단체로 행동하지만, 그는 우리와는 다르지. 숲의 가호를 받는 자야."


남자는 그를 칭찬 하는 듯 보였지만, 뭔가 질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무를 해서 마을이나 도시에 팔기 위해서는 사람들과 왕래가 필요한 거 아닌가요.?"
"그래. 그래서 예전에는 종종 보았지. 하지만 최근에는 전혀  봤어. 숲 속 어디에서 죽기라도 한 게 아닌가 생각도 들었지."

남자는 도중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

"가끔 들려오는 소문으로 깊은 숲 어딘가에 거대한 나무가 베어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우린 깊은 숲은 고블린이 두려워 가질 않는데, 그런 곳에 도끼로 베어낸 거목의 흔적이나, 나무가 넘어가는 소리가들려온다고 하니, 아직 어딘가에서 살아있는지도 모르지."

이야기를 들은 세영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럼, 트리얀을 찾아 낼 방도가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우리와는 다르다네. 그라면 숲 안에 집을 짖고 살지도 모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고블린이 무서워 하루 밤도 견딜 텐 데."

뭔가 더 말하려다 그만둔 남자.
세영은 대화를 끝마치고,낙담한 표정으로 동료들이 기다리는 장소로 돌아왔다.

"표정이 왜 그러세요. 잘 안되셨어요?"
"응... 그게."

세영의 이야기를 들은 파티원들은 같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숲. 생각보다 엄청 넓은데..."
"오빠. 그래도 그 NPC가 아직 나무를 한다면, 소문을 찾아가 보면 되지 않을까요? 근처에 가서 나무 그루터기를 찾고, 그 근처를 뒤지다가 나무가 넘어가는 소리를 찾으면 되잖아요."

대체 얼마나 걸릴까...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소문을 듣고 숲을 뒤져 헤아릴 수 없는 나무들 중에서 그루터기를 찾아야 하다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세영은 대화를 나누던 남자에게 다시 찾아가, 소문의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미안 하지만 그게 전부라네."

소문을 들었던 때와 위치를 듣고, 이동 방향이라도 예측해 보려 했으나, 그런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는 없었다.
위치도 중구난방이었고.

결국 가장 최근 소문이 들려왔다 던 장소를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


세영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파티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빠.그게 뭐예요? 무슨 연금술사가 그렇게 강해요. 아무리 히든 클래스라 해도 그렇지."
"그냥 아이템의 능력이야. 너희들이 양보해 준 덕분이고."

손에 든 쇠뇌를 흔들어 보였다.

"너희들이야말로 엄청난  아니야? 한 번에 여러 마리의 고블린을 처리하다니."


검방 기사인 햄스터가 스킬을 통해서 다수의 고블린을 도발하고, 노랑나비가 모여든 놈들을 대검 스킬인 회오리 베기를 통해 단번에 처리.
고블린은 놀라운 속도로 쓰러졌다.


"저희야말로 아이템 빨 이죠. 형이 양보해 준 덕분이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세영은 또다시 쇠뇌를 흔들어 보였다.

"그만들 해줘. 나도 제대로 된 무기 갖고 싶다고."


레드문이 양 어깨를 축 떨구며, 푸념을 시작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과 레벨은 같았지만, 장비는 제일 좋지 않았다.
무기는마법사 루드네브스가 고목을 이용해 제작한 기초적인 지팡이.


"마나 회복되는 지팡이는 없으려나... 희귀 고블린 지팡이도 옵션은 체력 회복이라던데."

그는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 제대로 된 공격을 하지 못했다.


"야! 시끄러워.  싸구려 지팡이로도 공격력은 엄청나잖냐."


마법사의 화력은 엄청났다.
다만 마나를 쏟아 부을 경우에나 그랬다.

마나 포션이 고가인 지금, 스킬을 대놓고 쏟아 부으며 사냥하는 마법사는 금수저 유저들 정도였다.
아니, 그들조차 돈은 남아 돌아도 거래소에 올라오는 마나 포션까지 씨가 말라 구매하기 쉽지 않았다.

"이 근처 아니야?"
"맞는  같은데."

파티는 어느덧 소문의 장소에 도착했다.
홉 고블린같은 정예 고블린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 장소였기에, 흩어져 그루터기를 찾기 시작했다.

[파르도 섬의 지도를 펼칩니다.]

세영의 눈앞에 나타난 지도.
현재 위치를 자동으로 표시해 줬다.


'와... 섬이라 몰랐는데, 이 숲 엄청 넓구나.'


대체 이 넓은 땅에서 어떻게 사람을 찾는단 말인가.
세영은 앞이 막막해 졌다.

노랑나비 : 찾았다-! 그루터기.

알파 : 뭐? 벌써?

노랑나비 : 네. 빨리 저 있는 곳으로 오세요!


일행은 서둘러 그녀의 앞에 모였다.

"와, 진짜네."
"뭐? 내가 그럼 거짓말이라도 한 줄 알았다는 거야?"
"아니, 뭐 그런  아니고..."

노랑나비가 노려보자 레드문이 뒷걸음질 쳤다.

"잘했어 나비야."

그러다가도 그녀는 세영의 칭찬에금세 밝아졌다.


"히히. 제가 원래 보물찾기는 선수거든요."
"풋.웃기시네."
"너 진짜 맞을래?"

세영은 일행들을 보며, 막막했던 기분이 사라졌다.
이들과 함께라면 왠지 쉽게 찾을 수 있을  같았다.

"어? 형. 여기 좀 봐요. 버섯이에요."
"응?"

세영은 핑쿠햄스터가 가리킨 장소를 지켜봤다.
거대한 나무의 그루터기에 붙어, 버섯이 자라고 있었다.


"채집해 볼까."
"으으... 오빠 조심해요. 독버섯이면 큰일이잖아요."
"하하.  조심할게. 오히려 독버섯이 좋을지도 모르고."


세영은 웃어 보였다.
이유는 그의 성격이 긍정적이기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게 독버섯이라면 동굴버섯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공격용 탄을 제작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세영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히부린의 마스크.
옵션으로 붙은 하급  내성 때문이었다.

만일을 위한 대비였다.

"신중하시네요."
"그럼. 독버섯일지도 모르니까. 손만 대도 독에 걸릴지 모르잖아."

신중에 신중을 더하고, 매우 조심스레 채집을 했다.
항상 첫 채집에는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는 그였다.


[채집에 성공하셨습니다.]

[요정의 날개 가루 버섯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셨습니다.]


[요정의 날개 가루 버섯]

- <희귀 등급> 요정의 날개에서 떨어져 나온 가루가, 양분을 얻어 버섯으로 자랐습니다. 연금술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 요정의 날개에서 가루가 떨어지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 요정이 죽거나, 날개가 잘릴 경우에나 있는 일입니다. 아주 가끔 요정이 위급한 상황에 빠져 동료에게 도움을 청할 때 스스로 가루를 털어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 채집 즉시 복용할 경우, 모든 요정 관련 스킬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제한 시간 5분.


퀘스트 시작 아이템 입니다. 먹을 경우 퀘스트가 자동 수락 됩니다.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선 요정 관련 스킬을 보유 중이어야 합니다.*

'이건  뭐지?'


겨우버섯 하나에 왜 이리도 설명이 긴 것인지.

세영은 곧바로 동료들에게도 버섯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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