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1화 〉41화. 거목의 주인 누라라 (41/122)



〈 41화 〉41화. 거목의 주인 누라라

쿠웅. 쿵. 쿵. 쿵.


쩌저저적. 쿠웅-!

나무 거인 트렌트들은 일대의 나무들을 죄다 부러뜨리며 다가왔다.
유일하게 누라라의 거목 만이 살아남았다.

"아니, 대체 뭐야? 이 많은 수를 어떻게 상대하라는 거야!?"
"전부 몇 마리인지  수도 없겠어."
"오빠. 어떻게 하죠?"

고민할 것도 없었다.
이 많은 수를 상대 가능할 리가 없었다.
덩치도 집 채 만하고, 키도 10미터가 넘어가는 나무의 거인들.


"일단 도망치자."


사실 그가 말하기도 전에, 일행은 도망치고 있었다.
본능이었다.


[누라라가 스킬 '생기 흡수'를 사용합니다.]

일행의 상대를 트렌트에게 맡긴 누라라는, 자신 소유의 거목에 손을 얹었다.

마치 모기가 피를 빨듯, 나무의 생기가 그녀에게 빨려 들어갔다.
거대한 나무가, 그야말로 순식간에 시들어 버렸다.


[누라라의 체력이 모두 회복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날벼락 같은 메시지가 파티원 모두에게 떠올랐다.


트렌트 소환을 사용했다는 건, 누라라의 체력이 30% 이하로 감소했다는 거였다.
폭주나 광폭화 하는 대신, 특수 스킬을 발동하는 형태의 보스 몬스터였던 까닭이다.


그런데 특수 스킬인 '트렌트 소환'을 사용하고 나서, 또 다른 특수 스킬을 사용해 소모된 체력마저 가득 회복하다니.


트렌트가 가세한 상황에, 그녀를 이 자리에서 다시 상대하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아... 마나 포션 아까워. 30병이나 마셨는데."
"괜찮아. 포션은 또 만들면 되니까."

애써 웃었다.
세영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전혀 몰랐으니까.
드라이어드를 꼭 사냥하고 싶었는데 하필 이럴 줄이야.


'이제 어쩐다...'

고민할 틈도 주지 않았다.


쿠웅!

트렌트의 거대한 주먹이, 레드문과 세영의 바로 코앞에 쳐 박혔다.
1미터만  전진했다면, 납작하게 눌린 호떡이 되었으리라.
어찌나 강력한지 지면이 깊숙이 패였다.

"흩어지자! 이대로는 어쩔 방도가 없어."
"네. 형."

결국 파티원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NPC인 트리얀과 타리뮤는 은신을 사용해 안전하게 도망치는 것이 가능했다는 부분이다.

트리얀은 버섯을 먹고 스킬 레벨이 대폭 상승해 있었다.
타리뮤의 날개 스킬을 사용해 트렌트 들에게 들키지 않고 도망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페어리 종족인 타리뮤야 하늘을 날면 그만이었고, 몸을 감추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난 그녀였으니 걱정할 필요조차 없었다.


둘을 발견 가능한건, 오직 드라이어드 누라라 뿐.

하지만 누라라는 생전 처음경험한 죽음의 위협에, 트리얀이나 타리뮤는 잠시 잊고 있었다.

"나무의 정령들이여. 너희의 주인 나 누라라가 명하노니, 저들을 절대 용서치 말거라."

그녀의 타겟은 분명했다.


알파 : 얘들아, 일단 요정의 날개 가루 버섯을 찾아서 먹도록 해.그걸 먹으면 적어도 트렌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모양이니까.

노랑나비 : 그걸 어떻게 찾아요. 저희는 오빠 같은 스킬도 없는데.


알파 : 누라라의 거목을 찾아봐. 거목 옆에 버섯이 있을 거야. 나도 지금은 도와줄 수 없으니까. 모두 조심하고, 잘 도망친 다음에 만나자.


노랑나비 : 네... 오빠.

핑쿠햄스터 : 니들 진짜, 죽지 말라구. 형은 걱정도 안 된다. 니들이 문제지.


레드문 : 그래. 죽지 말자구. 왠지 나만 죽을  같지만. 하하... 우와악! 하아, 하아.

파티 대화를 편하게 나눌 틈 조차 없었다.

일단 도망치자.
죽지만 않으면 파티원의 위치는 레이더로 표시가 되니까, 어떻게 든 다시 만날 수 있을 테고.


'저기 보인다.'

세영은 아직 유지 중이던, 레벨이 대폭 상승한 뱀의  스킬 덕분에, 간단하게 버섯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섯의 효과가 새로 배운 스킬에도곧바로 적용됐다면 이런 고생도 없었을 텐 데 아쉬웠다.


고목 앞에 당도한 그는 곧바로 버섯 채집에 돌입했다.


[요정의 날개 가루 버섯을 획득하셨습니다.]

채집 즉시 목구멍 안으로넘겼다.
한시가 급했다.


[스킬 '타리뮤의 날개'의 레벨이 일시적으로 대폭 상승합니다.]

곧바로 몸을 숨겼다.

[스킬 '타리뮤의날개' 효과로 인해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상대가됩니다. 공격 스킬을 사용하거나, 공격 받으면 상태가해제됩니다.]


그를 찾아 두리번 거리던 몇 마리의 트렌트들은, 세영을 코앞에 두고도 발견하지 못했다.
같은 네임드 몬스터 였지만, 트렌트와 누라라의 확연한 수준 차이를 옅볼수 있었다.

'휴우...'

세영은 곧장 파티원들을 찾아 이동했다.


알파 : 나에게 4분 내로 올  있는 사람 있어? 방금 버섯 채집했는데.

노랑나비 : 죄송해요. 오빠. 저는 안될  같아요. 꺄악-!

[파티원 노랑나비님이 사망하셨습니다.]

트렌트에 둘러 쌓여 퇴로가 없던 노랑 나비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노랑나비 : 흐잉, 저 죽었어요. 오빠 조심하세요. 이 나무 괴물들 공격력이 장난 아니에요. 사망 페널티도 있으니, 그럼 내일 봬요...

결국 도망치지 못하고...
트렌트들의 공격은 단순했지만, 물리 공격력이 무지막지 했다.
짧은 시간 이어진 서너 번의 공격에도 쉽사리 당해버리고 말았다.


사망 후.
메시지를 통해 파티나 길드원, 혹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3분 가량의 시간이 주워진다.
그리고 방금 그 시간이 끝났다.


[파티원 노랑나비님께서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그녀는 24시간 동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넜다.

레드문 :  죄송해요. 저도 안될  같아요. 으윽.

[파티원 레드문님이 사망하셨습니다.]

[파티원 핑쿠햄스터님이 사망하셨습니다.]


핑쿠햄스터 : 형은 잘 도망치세요. 이 괴물들 무슨 방패로 막는데도, 뚫고 데미지가 들어올 정도에요. 절대 공격을 받지 않는  중요한 같아요.

알파 : 너희들... 미안해. 괜히 나 때문에.

핑쿠햄스터 : 뭘요. 형 덕분에 재밌는 퀘스트도 하고, 칭호도 받고, 은신 스킬도 생기고 완전 이득이에요. 저희는 내일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파티원 레드문님. 핑쿠햄스터님이 접속을 종료하셨습니다.]

짜증이 났다.
게임을 하며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없었다.

'이게  드라이어드 때문이야.'


기필코 놈을 사냥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실행을 위해서는 능력이 필요하다.
적을 쓰러뜨릴 힘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제였다.


지금 힘을 가진 건 세영이 아니라 상대방이었으니까.


[누라라가 당신에게 스킬 '줄기의 속박'을 사용합니다.]

드라이어드의 눈에는, 페어리의 날개를 사용해 은신한 세영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애써 먹은 버섯도 무용지물이었다.


[줄기의 속박에 걸리셨습니다. 이동이 불가능합니다. 스킬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망했다.
자신도 파티원들처럼, 이제 죽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세영은 운이 좋은 남자였다.


콰앙! 콰앙!


"으윽..."

[트렌트의 '약화'스킬에 공격 받아 방어력이 일부 하락합니다.]

[트렌트의 '강력한 일격'에 당하셨습니다.]

[트렌트의 '강력한 일격'에 당하셨습니다.]


[상태이상 '출혈' 1단계에 빠졌습니다.]

[상태이상 '골절' 3단계에 빠졌습니다.]


[현재 남은 체력이 20% 이하로 감소했습니다. 빠른 회복이 필요합니다.]


식물의 줄기에 묶여버린 그를, 트렌트의 거대한 나무 주먹이 덮쳤다.
엄청난 통증과 함께, 세영은 쓰러지고 말았다.
그를 기다리는건 죽음 뿐이었다.


그런데.
트렌트의 공격이 지나치게 강한게, 오히려 행운을 불러왔다.


그만 그가 서있던 지면이, 통째로 속 깊숙이 꺼져 버린 것이다.
서있던 장소가 하필 동굴의 바로 위였다니, 이런 행운을격는 이가 그 말고 또 있을까.

콰르르릉!


엄청난 소음과 흙 먼지와 함께, 그는 지하로 곤두박질 쳤다.
떨어지는 와중에 곧바로 치료약을 마시지 않았다면, 행운은 순간 물거품이 됐을 것이다.


후두두둑.


콜록, 콜록.

흙먼지가 가시고, 동굴의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세영은 옷을 털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일부분만 무너져 내렸을 뿐이다.
천만다행이 아닐  없다.

동굴은 형태를 그대로 유지했고, 세영이 떨어진 천장에는 밖에서 들어오는 아침의 햇살이 눈부시게 비춰 내리고 있었다.

'다행이야... 결국  혼자만 살아 남았네.'

[고블린의 지하 동굴에 입장하셨습니다.]

스킬 카스나의 눈으로 확보된 시야.
어두운 지하 동굴의 모습은 매우 익숙했다.
그가 최초로 사망한 바로 그 동굴.
하필 그곳에 떨어지다니.

'행운이 연달아 터지네.'

이세영이 그토록 채집하려고 찾아 해메이던 재료.
굳어버린 불꽃의 유일한 채집 처.

고블린의 지하 동굴이 아닌가!?

"키앜, 인간이다."


한숨 쉴 틈도 없이 곧바로 창을 찔러오는 고블린들.
서둘러 무기를 꺼냈다.


체력이 얼마 남지 않은 탓에, 마음이 급했다.

철컥.

순식간에 수십 발의 화살을 뱉어낸 영웅 등급의 쇠뇌 덕분에, 눈앞의 고블린 창병들을 쉽게 처리할  있었다.

놈들은 30레벨.
지상의 고블린들 과는 그 궤를 달리했다.


하지만 엄청난 속도로 연사 되는 세영의 공격에, 놈들은 순식간에 피가 깎여 나갔다.
승리는 이세영의 몫이 되었다.


[무기의 효과로 인해 체력이 회복됩니다.]

+2
+2
+2
.
.
.

'와. 엄청난데?'


그동안 체력이 소모된 후, 영웅 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었다.

허나지금은 치료약으로 일부 회복 시키긴 했지만, 낙하 데미지로 인해 남은 체력이 절반 이하였다.


그가 처음 겪어보는 무기의 체력 회복 옵션.

'연사 속도가빠르니까 피가 쭉쭉 회복되네.'

방어력도 상승한 덕분인지, 이전에 여기 왔을 때는 고블린의 창에 단 세 찔리고 사망했었는데, 지금은 한번 공격에 10% 정도의 체력만 소모될 뿐이었다.

'한 마리에 두 번 까지는 공격을 받아도 되겠어.'

그만큼 쇠뇌의 연사 속도가 빨랐고, 그에 따른 체력 회복량이 많았다.

*

아슬아슬한 싸움이 계속됐다.
고블린 창병이   없이 재 등장한 탓이다.

동시에 두 마리 까지는 어떻게 버텼지만, 세 마리면 위기.  마리면 죽기 직전까지 갔다.


'휴우...'


치료약을 마시고, 쉬지 않고 쇠뇌를 쏴 댄 덕분에 아직은 살아있다.

'이제, 끝인가? 정예 창병이 나왔을 때는 정말 죽는 줄만 알았어.'

아이템 회수를 끝마쳤고, 몬스터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됐다.

천장의 구멍 위에 있을 드라이어드나 트렌트들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이미 포기하고 돌아간 거라 생각했다.


[정예 고블린의 흉갑]


- 내구도 50/50 <희귀 등급>
정예 고블린들이 애용하는 방어구 입니다.
- 물리 방어 +12, 마법 방어 +10
- *몬스터의 공격을 받을 때마다 체력을 1만큼 회복합니다.
- 거래소 및 경매장에 등록 가능합니다.]

수확도 있었다.
정예 창병에게 희귀 아이템이 나왔다.
세영이 착용하는 첫 번째 희귀 등급 방어구였다.
당연히 바로 장착했다.

'슬슬 시작할까.'

적어도 20미터 안의 몬스터는 전부 처리했다.


고블린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이세영은, 비로소 은신 스킬을 다시 사용할  있었다.


잠시 후 그의 모습은 동굴의 어둠과 함께 감춰졌다.

'은신은 간파 스킬에는 소용 없다고 했으니, 고블린 정찰병은 조심하자.'


심호흡을 했다.


'이제부터야.'

그의 본격적인 채집이 시작됐다.


 발 걷지 않았음에도, 굳어버린 불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영은 몸을 굽히고, 도시의 대장간에서 구매한 간이 삽과, 곡괭이를 꺼내 들었다.


굳어버린 불꽃은 마치 소용돌이 치는 용암이 꽃처럼 피어난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뜨겁지는 않겠지?'

세영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조금의흐트러짐도 없이 한참을 보낼 만큼, 채집에 공을 들였다.

한번이 중요했다.
단 한 채집에 성공하면, 그다음부터는 난이도가 확 떨어진다.

뚝. 뚝.

게임 안인데도 땀이  오듯 흘러내렸다.
불꽃의 채집지인 만큼, 동굴 안의 온도는 꽤 높았다.
어딘가에서 용암을 발견하더라도 놀랍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은 실패.

두 번째도 실패였다.

하지만 그가 흘린 땀은, 결국 결실을 보았다.


세 번째의 채집 시도.


그 시도가 즐거운 메시지를 들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굳어버린 불꽃을 채집 하셨습니다.]

[굳어버린 불꽃]

- <마법 등급> 화염이 타오르던 그대로 굳어버려 결정이 되었습니다. 각종 연금술의 재료로 사용 가능합니다.

나무나, 일부 화염 저항이 낮은 몬스터에게 던지면, 일정 확률로 불이 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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