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46화. 아이템
"오랜만입니다. 트리얀."
"살아 계셨군요."
"어디서 대체 무얼 하시면서 지내셨습니까?"
헌터 마을의 나무꾼들은 오랜만에 본 트리얀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람들은 트리얀을 그리워했고, 한 사람의 나무꾼으로서 존경하고 있었다.
신참 나무꾼들은 누라라의 거목을 찬트의 축복도 없이 혼자 베는 사람이 있다는 소릴 들으며, 헛꿈을 꾸는 경우도 있을 정도였다.
존경하다 못해, 그와 같은 길을 가는 걸 꿈 꾼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는 거목을 벨 때, 찬트의 축복이 없어도 더는누라라가 나타날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까?"
"그래도 찬트는 있어야지. 숲에는 고블린도 있고, 축복의 효과는 꼭 저주를 피하는 효과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트리얀의 말에 나무꾼들은 하나같이 기뻐했다.
그만큼 나무 정령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위협이었으니까.
"누라라를 쓰러뜨리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트리얀님."
"허허. 내가 아닐세. 저기 저 친구가 쓰러뜨렸다네."
사냥꾼들의 시선이 일제히 이세영에게 향했다.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머리를 긁적이는 건 무의식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이게 목적이긴 했지만, 이런 노골적인 시선은 언제나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크흠. 아무튼, 그가 처치했으니까 그런 줄 아시게들. 나는 이렇게 사람 많은 곳은 익숙지가 않아서 말이야. 그래도 앞으로는 종종 찾아 오겠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라라를 쓰러뜨린 건 저기저 알파라는 청년이니까."
"네. 자주 오십시오. 트리얀님."
"가끔 와서,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젊은 나무꾼들은 영웅이라도 바라보듯 트리얀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이세영을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자네는 우리의 영웅 이라네. 좀 더 가슴을 펴고 당당해 지게나."
"트리얀을 찾는다고 했을 때는 뭐 이런 괴짜인 친구가 다있나 했었는데, 설마 이런 대단한 사람인줄 몰라봤군."
"알파님. 나무가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 오세요. 저도 트리얀님 같은 나무꾼이 되어 있을 테니까."
당황스러울 정도로 칭찬을 해대는 통에, 몸둘바를 몰랐다.
[당신의 위대한 업적이 나무꾼들을 시작으로 점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명성을 획득합니다.]
[명성 + 20]
[소문이 퍼질수록 명성의 획득량이 증가합니다. 다만, 드라이어드 누라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효과가 없습니다.]
실망스러웠다.
'나무꾼들 이외에는 전혀 모르는거 아니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명성을 제대로 얻으려면 시장의 의뢰를 완료하고, 고블린 족장을 사냥해야해.'
섬의 북쪽 일대를 장악한 고블린들이야 말로, 섬 주민 모두의 적이자 걱정거리이니 말이다.
어찌됐든 한가지 일을 해결했다.
누라라를 쓰러뜨리고, 타리뮤를 구해냈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을 달성한 건 아니었다.
세영은 트리얀을 따라 허름한 오두막을 향했다.
"오랜만에 오는군."
트리얀은 수년 만에 찾아온 자신의 집을 보며 감회가 새로운지 무언가를 추억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최고급 목재라 그랬나?"
"네. 저기...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세영은 새로운 쇠뇌를 건넸다.
고블린 정찰 대장에게서 얻은 쇠뇌였다.
"전에 봤던 거랑은 좀 다른 모양인데? 그래도 쓰인 나무는 같군."
"그래요?"
트리얀은 나무에 관해서 설명했다.
"누라라의 거목을 가공하면 고급 목재가 만들어지지. 가공은 목재소에 가면 될 게야. 그들의 실력이 녹슬지 않았다는 전제로 하는 소리지만, 거목의 통나무 하나 가공을 맡기면, 수십 개의 고급목재가 만들어진다네. 그중 서너 개 정도는 최고급 목재를 얻을 수 있다네."
그가 말하고 있는 고급 목재는 희귀 등급. 최고급 목재가 영웅 등급의 아이템이다.
"아, 그렇습니까? 감사해요. 이제 누라라도 없으니 통나무의 가격이 많이 저렴해지겠네요."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무꾼은 딱 필요한 만큼만 벨 뿐이야. 욕심을 부리는 녀석이 있다면 내가 먼저 찾아가서 혼쭐을 내줄 테니까."
트리얀은 그리 말해도, 분명 조금은 가격이 내려갈 게 틀림 없었다.
나무꾼들에게 있어 누라라의 거목은 그만큼 꿈에 그리는 나무이자, 가난한 그들에게 있어 엄청난 부를 가져다주는 나무였다.
세영은 트리얀의 집앞에 쌓여있던 거목의 통나무 하나를 받았다.
은인이라며 그냥 가져가라고 하길래 흔쾌히 받았다.
그의 마차에 통째로는 도무지 실을수가 없는 크기여서, 트리얀에게 부탁에 몇 개의 조각으로 나눠야만 했다.
"그럼, 감사했습니다."
세영이 작별을 고하려던 때.
"잠시 기다리게."
그런 말을 남기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간 트리얀은, 한참이 지나고서야 밖으로 나왔다.
물론 그 시간동안 세영은, 주변의 숲의 허브를 채집하고 있었다.
"오래 기다리게했군. 자! 이걸 받아주게나."
[씨앗이 담긴 주머니를 획득하셨습니다.]
거친 트리얀의 손 안에는 주머니가 들려있었다.
주머니 안에는 숲의 허브 씨앗부터 해서, 각종 씨앗들이 가득했다.
"내가, 페어리의 소문을 듣고 이런 저런 채집들을 하다가 얻은 씨앗들이네. 아, 참. 이것도 받게나."
트리얀은 허리춤에 들린 주머니도 세영에게 건넸다.
[뱀 딸기의 씨앗이 담긴 주머니를 획득하셨습니다.]
"내 벗인타리뮤에게 주려고 했는데, 그녀는 생각이 없다더라고. 페어리들은 모두가 그런건지... 아무튼 자네가 가져 가시게나. 대신 다음에 올 때는 그 주스라는 걸 좀 가져다 주면 좋겠구먼. 허허허."
고맙게 받았다.
트리얀과 나무꾼들을 찾아가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세영이 연금술도 하고, 허브 농사도 짖는다는 소리를 들은 트리얀.
타리뮤를 되찾아준 것에 대해 마땅한 보답을 해 줄 게 없었는데, 잘 됐다 싶어 자신이 지난 세월 수집해온 씨앗들을 건넨 것이다.
그는 세영보다도 훨씬 채집을 많이 했고, 채집 스킬의 레벨 역시 높았다.
"제가 받아도 될까요?"
"당연하지. 내가 이제 와서 농사를 지을 수도 없잖은가? 이대로 그 씨앗들이 빛을 못 보고 썩어가느니, 자네 손을 통해서 새싹을 틔우면 나도 기쁘겠군."
"감사합니다.
세영은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하하. 그건 뭐 하는 건가? 자네 고향의 인사법인가 보지?"
트리얀은 껄껄대며, 세영이 한대로 고개를 숙여왔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타리뮤를 구해줘서. 누라라를 쓰러뜨려 줘서."
"아, 아닙니다. 하하..."
동료들이 당한 것에 화가나 그랬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괜히 말했다가는 지긋한 할배가, 자신 앞에서 무릎이라도 꿇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세영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목재소를 향했다.
***
"이제 오냐?"
"형. 밥은요?"
"시켜뒀다. 10분 안에 올 거야."
김만우는 세영이 풍차 마을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리 주문해 뒀다.
엄브렐라에 탑승한 채 주문이 가능했고, 배달이 도착한 알람 역시 화면에 뜨니, 게임을 끌 필요는 없었다.
먹을때만 잠깐 나가면 그만.
"넌 어땠어?"
"네. 일단 개조할 재료는 얻었어요."
마차에서 가장 먼저 꺼낸건 여러 개의 목재였다.
"무슨 쇠뇌하나 개조하는데 그렇게 많이 필요해?"
"그런게 아니에요. 재료로 쓴 나무가 엄청 거대해서 그래요. 이중에서 영웅 등급의 목재는 딱 3개 뿐이에요. 죄다 희귀등급이고."
가공을 통해 무려 120여개의 목재가 완성됐는데, 그 중 노란 아이템은 세 개 뿐이었다.
"야. 당연하지. 지가 들고있다고무슨 개나 소나 다 영웅 등급 무기 들고 있는 줄 안다니까. 이자식은."
세영은 머쓱해져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나 더 주웠어요. 아니, 두 개."
"뭐?"
놀라는 김만우 앞에, 세영은 노란 빛의 쇠뇌와 지팡이를 꺼내놨다.
"야! 이거 뭐야? 지팡이잖아?"
"네. 지하 동굴에서 네임드 잡고 얻었어요. 쇠뇌는 제가 쓸거에요."
"으...응. 그래. 근데 이거 얼마냐?"
"저도 모르죠."
꿀꺽.
김만우는 마른 침을 삼켰다.
"야, 뭐해. 빨리 경매장에 등록 시켜봐!"
"역시 그래야 할까요? 왜, 오늘 퀘스트 같이 도와준 파티원 중에 마법사가 있는데... 주는건 좀 그렇죠?"
"이새끼가 진짜 미쳤나. 이게 얼만데!"
세영도 그냥 줄 생각은 없었다.
빌려 줄까 생각했을 뿐이다.
파티원이 강해지면, 자신에게도 이득일 테고.
좀 전은 그냥 김만우를 조금 놀리려 한 소리였다.
이제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둘의 관계는 가까워졌다.
"알아요. 그냥 해본 소리예요. 경매에 올릴 때, 시간 좀 느긋하게 올려볼까요?"
"그래. 한 3일 정도 걸어놓자. 이거, 장담하건대 1억은 그냥 넘어."
[경매장에 물품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경매 기간은 72시간입니다.]
지하 동굴에서 곧바로 올려도 됐었다.
김만우의 의견이 궁금했다면, 메시지로 물어보면 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건, 놀란 김만우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다.
"올렸어요."
"그래. 잘했어. 장담 하건데, 무조건 1억이넘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파티원들도 다 죽어버려서 완전 손해인 상황인데."
그 말을 들은 김만우가 반문했다.
"뭐? 그럼 너만 살아남은 거야?"
"네... 저는 운 좋게 지하로 떨어져서, 거기에 때마침 굳어버린불꽃이 있었거든요. 저 도와주러 온 아이들인데,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흠... 그냥 넘어가기에는 좀 그렇네. 뭐, 다른 건 주운 거 없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세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해?"
"기다려 보세요. 저도 어떤 것들을 주웠는지 몰라요. 급해서 죄다 주워 담았거든요."
세영은 고대 마족의 주머니를 꺼냈다.
그걸 뒤집어, 1층의 나무 바닥 위에 털어대기 시작했다.
투욱. 툭.
주머니의 입구가 마법처럼 벌어지며, 아이템들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와르르르.
얼마나 많은 양인지, 아이템들로 이루어진 작은 산이 완성됐다.
"이... 이게 다 뭐야?"
"오늘 주은 것들이에요. 트렌트 라는 네임드 몬스터를 서른 마리정도 사냥했거든요."
주머니는 겨우 마지막 물품을 뱉어냈다.
띵.
데구르르르...
가작 마지막에 등장한 건, 작은 반지였다.
붉은 색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반지가 화룡정점을 찍었다.
"허업. 이건... ?"
김만우는 냉큼 반지를 손에 쥐었다.
탐이 났다기 보다는, 너무 궁금해진 탓이다.
"드라이어드라는 몬스터를 잡고 나왔어요. 제 파티원들을 죄다 죽인 네임드 몬스터."
세영의 입꼬리가자랑스럽게 올라갔다.
과도하게 반응하는 김만우를 보며,괜스레 콧구멍이 벌름 거렸다.
[누라라의 반지]
- 내구도 100/100 <전설 등급>
- 드라이어드 누라라의 반지입니다. 숲을지배하는 나무 정령의 힘이 온전히 담겨있습니다.
- 물리 방어 +10, 마법 방어 + 10, 하급 및 일반 독 내성 +20%, 화염 저항 5 감소.
- *식물형 몬스터에게 받는 데미지가 절반으로 감소합니다. (일부 네임드나 보스 몬스터에게 적용 불가.)
- 착용시 귀속됩니다. 착용 전이라면 거래가 가능합니다.
- *** 착용 즉시 스킬 '생기 흡수'를 습득합니다. 주변 생물의 생기를 흡수해 체력을 회복하는 기술로, 성장 할 수록 각종 추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쿨 타임 : 24시간)
설명을 읽은 김만우는 뒤로 드러누웠다.
"미쳤다..."
"형?"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세영을 노려봤다.
"이 미친놈아. 딱 봐도 미쳤잖아. 실실 쪼개기나 하고!"
"근데, 그거 제가 쓸까요? 아니면 팔까요?"
김만우는 미간을 좁혔다.
"야, 이거 껴라. 나 같으면 낀다. 돈 주고도 못 사는 아이템이야 이건. 팔면 비싸긴 하겠지만, 나중에 분명 후회할만한 옵션이라고."
"그래요? 흠..."
고민하는 세영을 보며 김만우가 말을 건넸다.
"당장 돈이 필요한 니 마음도 알겠는데, 그래도 니가 써. 강해지는 게 돈 버는 거야. 형말 믿어라."
"네. 그럼 제가 쓰죠 뭐."
세영은 김만우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자신이라면 며칠을 고민하다가 할머니 생각에 팔았을 것이다.
'형의 말이 옳아.'
강해지면 더 빨리, 더 많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가능해지고, 그게 수익으로 직결된다.
화염 탄의 유무와 연발 사격 스킬만으로, 많은 수의 트렌트 들이나 드라이어드를 단독으로 처치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영은 반지를 손가락에 끼웠다.
[신규 스킬 '생기 흡수'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 생기 흡수 Lv. 1]
- 사용을 위해선 누라라의 반지를 착용중이어야 합니다.
- 주변 생물의 생기를 흡수해 체력을 회복합니다.
- 생기를 모두 빼앗긴 대상은 소멸합니다.
- 스킬의 숙련도 및 흡수 대상의 에너지량에 따라서 각종 이로운 효과를 얻으며, 스킬 레벨에 따라 식물 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의 생기 역시 흡수할 수 있게 됩니다. 단, 몬스터의 생기를 흡수할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사용 후, 24시간이 경과하기 전에는 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반지와 같은 전설 등급의 스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