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9화 〉49화. 개조 (49/122)



〈 49화 〉49화. 개조

[장인의 정찰병 쇠뇌]
내구도 75/75 <영웅 등급>
- 파르도에서만 자라는 누라라의 거목으로부터 얻은 목재를 사용해 만들어낸 쇠뇌 중 단연 최고급품입니다. 장인의 고뇌가 느껴집니다. 파르도 섬의 기사단장이 애용하는 무기입니다.
- 물리 공격력 +30, 연사 속도 +2
- 거래소 및 경매장 등록이 가능합니다.

'겨우 성공했네.'


아슬아슬했다.
마지막 재료였기 때문에 정말 심장을 조렸다.

'체력 회복만  붙었지 고블린 족장에게 주운 쇠뇌랑 같은 옵션이네.'


기쁨도 잠시.
옵션을 확인한 세영은, 영웅 등급이기는 하나 체력 회복옵션이 없다는 사실에 결국 경매장 시스템을 호출했다.

'대충 팔자...'


[경매장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경매 기간은 12시간입니다.]


노란빛이 나는 영웅템이라 해도, 체력 회복이 없으니, 어쩌면 희귀 고블린 쇠뇌보다 더 저렴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천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면, 소모한 재료비는 회수하고도 남을 테니 웃으며 넘기기로 했다.

진정한 목적은 무기 개조에 있었으니까.

'이제 기술 레벨이 숙련 5까지 올랐으니까, 설마 실패하진 않겠지?'


세영은 마지막 재료를 구하러, 대장간을 향했다.
개조 쇠뇌용 특수 금속 부품을 만들어야 한다.
망치로 달군 쇠를 쳐야 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


['정찰 대장 케르니의 쇠뇌'의 개조를 시작합니다.]


고블린에게 얻은 영웅 등급의 무기.
개조할 때도, 등급에 어울리는 노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게임 내의 시간은 한밤중이었기 때문에, 그 빛이 넓게 퍼졌다.

"저 사람  하는 거야?"
"그러게. 뭐지?"

도시 유일의 대장간은 매우 넓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목공소와는 다르게,  따위를 제작하려고 많은 유저들이 망치질을 하고 있었다.

가장 구석에 자리를 잡고, 요상한 금속 부품이나 만들어 대던 이세영.
그의 앞에서 갑자기 퍼져 나가는 빛에 주변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모두 의아해 했다.

"스킬을 사용한 모양인데? 제작스킬."


그들도 대장장이 클래스를 선택한 만큼, 세영의 행동을 어렴풋이는 눈치채고 있었다.


"대체 뭘 만드는 거야?"
"설마... 영웅 등급무기 아니야?"
"말도  돼. 지금 그런 걸 제작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이들이 한눈에 쇠뇌임을 알아보지 못한 까닭은, 개조 스킬 사용 후 쇠뇌의 부품들이 죄다 분해된 탓이다.
거기에 재료로 넣은 금속 부품과, 목재. 연금술로 만들어진 각종 약품이 뒤섞여 세영의앞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광로의 녹아내린 쇳물 따위로 어두운 밤이지만 제법 밝았던 대장간. 지금은 전등이라도 켠 듯이 환했다.
그만큼 뻗어 나간 빛은 매우 강했다.


그러니 모두작업을 멈추고 빛의 근원을 향해, 시선을 돌아보는 것이 아니겠는가.


"분명해! 저 빛을 보라고. 내가 연습용 단검 38개째 만들었을  크리 터진 거랑 비슷하잖아. 내 경우는  희미하고, 녹색 빛이었지만."
"그렇긴 한데, 말이 돼냐?"
"어? 근데 저거 검 종류가 아닌 거 같은데?"


착-!

철컥.


팅-.

쇠뇌는 마법의 힘으로 점점 본래의 형태를 갖춰갔다.


딸깍.


이제 거의완성.


키이이잉-.

눈이 부셨다.
최종적으로 눈이 머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강한 빛을 뿜어냈다.
빛은 대장간의 창문을 넘어, 밖으로 새어나갈 정도였다.


[개조에 성공하였습니다.]


['개조된 정찰 대장 케르니의 쇠뇌'를 획득하셨습니다.]

[숙련 활, 쇠뇌 제작 기술의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빛은 사라졌다.
세영의 손 위에, 완성된 개조 쇠뇌가내려앉았다.



'요란하네. 그래도 성공해서 다행이야.'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겨우 개조를끝마쳤다.
이제 파티원들의 접속만 기다리면된다.


그런데...


사람들이 쳐다본다.
환희는 급히 후회로 바뀌었다.
자신을 멀뚱멀뚱 바라보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장소에서 개조를 시작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적.

고요했다.
주변은 매우 조용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세영을 향하고 있었지만, 표정은 하나같이 놀람을 금치 못했다.
이윽고 감탄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와아- 저거 뭐야. 엄청난데?"
"나 처음 봄. 진짜 뭐냐? 영웅 등급 무기 제작한 거야?"
"시발. 미쳤네. 개 부럽다."

이런 식으로 대놓고 떠들어 대는 사람들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몇몇은 숨도 쉬지 않고 프클 게시판을 찾아 글을 써대고 있었다.


"님.  누구예요? 유명한 사람이세요?"
"저기 혹시, 지금 만든 무기 뭐에요?"
"저랑 친구 해 주실 수 없나요? 저도 무기 제작하는데 궁금한 거 메시지 보내면 답변 주시나요?"


질문이 쇄도했다.
이 난처한 상황에 이세영은 어버버 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겨우 한 마디를 뱉어냈다.

"저기... 무기 만든거 아니고, 개조 한 거에요."

겨우 내뱉은 말이 사람들을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네? 개조요? 그게 뭐예요? 이 게임은 강화도 없는 걸로 아는데?"
"설마 희귀템 개조하면 영웅템이 되나요?"

점점 궁지로 몰려갔다.
원래부터 있던 자리가 구석이었던 탓에, 자신을 둘러쌓은 사람들 때문에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어쩌면 좋을까?
당황스러움에 얼굴은 벌게지고, 식은땀이 흘렀다.

"궁금하신 부분에 대해 몇 가지 대답해 드릴 테니까,  좀 나가게 해주시겠습니까."


웅성. 웅성.



수군거림은 잠시 후 진정됐다.
사람들은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마치 유치원 선생님 앞에서 손을 든 작은 병아리들 같았다.


세영은 한 사람을 지목했다.

"대체, 어떤 무기를 만드신 겁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한 건 무기 개조입니다. 쇠뇌를 개조했습니다. 제작이랑은 달라요."
"어떤 쇠뇌인데요?"


세영이 대답하려 하자, 이번엔 주변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혼자서 질문을 독식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
결국, 다른 사람을 지목해야 했다.

"영웅템이 맞나요?"
"네."


또다시 소란이 벌어졌다.

웹튜브나 게시판에도 영웅 아이템의 정보는 이렇다 할 제대로  게 없었다.
영웅템이 존재한다는 소문이나 자신이 주웠다는 낚시글들만 돌 뿐이었다.

획득한 상위 랭커나 파밍 기업들이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까닭이다.

시간이 흘렀다.
겨우 잠잠해진 사람들.
결국,  사람씩 돌아가며 질문을 시작했다.

"여긴 대장간인데, 왜 여기에 계신 거죠? 활이나 쇠뇌는 목공소 쪽 아닌가요?"
"그건 개조에 필요한 재료에, 금속 부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개조라고 하셨는데, 그럼 처음부터 영웅 무기를 소지하고 계셨던 건가요?"
"네. 고블린 정찰 대장에게서 획득했습니다."

와-!


그들은 처음 공개된 영웅 등급 무기의 정보를 알게 됐다.
여기저기서 놀라움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개조는 뭔가요?"
"제 클래스가 특수해서, 개조된 쇠뇌가 아니면 제대로 공격을 할  없으므로 개조가 필요했습니다."
"님 클래스가 뭔데요?"
"그건..."


무심코 말하려다 멈췄다.
김만우가 절대 남에게 알리지 않는 것이 이득이라고 알려준 덕분이다.
이세영으로선 알려줘도 그만이었지만, 김만우가 자신에게 손해 보는 일을 시키진 않을 거라는 신뢰가 있었다.

'곤란한데... 그 방법을 쓸까.'

세영은 슬슬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인벤토리에서 동전을 꺼냈다.
골드는 아까우니, 실버를 20개 정도 꺼냈다.

인벤토리 상에서는 단순한 숫자로 표기되는 화폐.
상상할뿐으로 손 위에 동전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게 세영에겐 참으로 다행히 아닐 수 없었다.

"클래스는 비밀입니다. 대신이걸 좀 보시죠."


모두의 시선이 세영의 손을 향했다.
세영은 손에  은화를 사람들이 막고 서있는 저 너머를 향해 냅다 집어 던졌다.

짤랑-.


포물선을 그리며 은화들이 날아가 대장간 구석구석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은화들 사이에는 영롱한 금빛의 동전 하나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건 제 선물입니다. 아무나 가지세요. 금화도 섞여 있습니다. 선착순입니다. 줍는 사람이 임자!"

우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동전을 주우려 움직였다.

"금화! 금화 어딨어."
"아쒸. 하나도 주었네. 뭔 손들이 이리 빨라."
"아하하. 오예! 금화다 금화! 치킨 시켜 먹어야지~"

환호와 실망이 섞인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어?"
"왜 그래?"
"그 사람 없어졌다."
"헐. 찾아. 어디 갔어!"
"뭘 어디가, 도망친 거겠지. 하나 같이 돈에 눈이 멀어가지고."
"지는. 니가 줍는 거 나도 봤거든?"

몇몇은 대장간 밖으로 뛰어나갔고, 몇몇은 프클게시판을 켰다.
또 몇몇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 모루 위에 올려둔 무기를 내리치기 시작했다.

소란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이제 빠져나가 볼까.'

이세영은 아직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타리뮤의 날개 스킬을 사용했을 뿐이다.
 자리에 그대로 서서, 사람들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
몬스터와는 다르게 이들과는 적대 상황이 아니어서, 시선만 돌리는 정도로 간단하게 스킬이 발동했다.


'오우, 소름 돋아. 암살자 캐릭터를 하는 사람들의 기분을 조금 알 것도 같은데...'


바로 옆에 있음에도 자신을 전혀 보지 못하는 사람들.


단순한 암살자가 아니다.
마치 투명 인간이라도  기분이었다.
가상 현실 세계라서 더욱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야릇한 생각부터 시작해서, 은행을 턴다거나, 혹은 암살까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발휘할 만도 하지만, 이세영은 이 자리를 빠져나갈 수 있음에 감사했다.

소리가 들릴까 봐 살금살금 대장간을 빠져나갔다.

깡! 깡!


하지만 망치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대는 장소에서, 그의 걱정은 괜한 것이었다.


**

예상대로 게시판은 난리도 이런 난리가 아니었다.

@ 파르도섬에 영웅 무기 등장.
@ 베일에 감춰진 영웅 무기 드디어 등장하다.
쇠뇌개조해서 쓰는 직업이 뭐임?


대장간에 있던 몇 사람들은 이런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뿐만 아니었다.


@ 님들 경매장에 올라온  봄? 영웅 쇠뇌.
어떤 미친놈이 12시간 경매로 영웅 쇠뇌 올려놈.
@ 영웅 쇠뇌 제작으로 획득???
@ 영웅 고블린 지팡이 경매가 벌써 1억 원 돌파했음.

세영이 거래소와 경매장에 등록한 물품들 역시 화제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BJ포르말린의 라이브 방송은동시 접속자 12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자 여러분 이제 라스트 10분입니다. 생각보다 경쟁자가 몰렸네요. 하지만 제가 누구?"


- ㅋㅋㅋㅋ
- 비포말(BJ포르말린) 오늘도떡상.
- 시청자  미쳤네.
- 포르말린님. 영웅 지팡이 경매에도 참여하시나요? 벌써 1억 넘었던데.
- 그런 거 묻지 마요. 알아서 어련히 할까. 스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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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올라가는 댓글 창.

"자, 1억 2천 갑니다. 덤벼 덤벼."

- 가자- 가자-
- ㄱㅈㄱㅈ
- ㄱㅈㄱㅈ
- 욕설로 인해 블라인드 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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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돈을 마구 써가며경매에 참여하는 BJ포르말린 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여러분, 결국 최종 블라인드 경매가 시작됐네요. 이럴수가! 얼마를 적어내야 할까요? 라스뚜 1 분!"

- 눈  감고 2억 ㄱㄱㄱ
너무 비싼 거 같은데.
보태 보태 _+(포말러부 님이 2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낙찰받으시면 100만 후원갑니다.
- 저도 보탤게요. 50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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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후원금만으로 2억 이상을 벌어들였다.
120만이라는  세계의 사람들이, 그의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덕분이다.


[최종 입찰이 종료되었습니다.]

"자 경매 끝났어요. 두구두구두구"


- ㄷㄱㄷㄱ(두근두근)
- ㄷㄱㄷㄱ
- ㄷㄱㄷ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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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10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다.
다른 방송이나 게임에 접속해 있다면 미리 낙찰가를 알 수도 있었겠지만, 그의 시청자 중 그런 시도롤 하는 사람은 없었다.


동시 접속자의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캬~ 시청자 여러분. 동접 130만 돌파했네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최종 낙찰가는 210,000,000CC입니다. 동일가 입찰이 없으므로 해당 물품의 경매가 종료됩니다.]

"오예-!"

[축하합니다. 하급 마나 포션 100개를 최종 낙찰받으셨습니다.]


- 쩐다.
미쳤다... 2억을 넘겨버리네.
- 오지구요 지리구요. (로보뚜님이 5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ㅊㅋㅊㅋ (금토뤼 님이 10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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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낙찰받았네요. 음 하하하."


그가 낙찰받은 금액은 무려 2억 1천만 원.

아무리 마나 포션이 귀해도,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일부러 더 고가의 낙찰금을 적어냈다.
그래야 시청자가 더 늘어나고, 후원이 더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소모한 2억 1천만CC는, 고스란히 경매에 물품을 올린 당사자.이세영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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