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2화 〉52화. 지하 동굴 (52/122)



〈 52화 〉52화. 지하 동굴

"형. 채집은 할 만 해요?"
"그래. 경험치도 많이 주네."


동굴에 진입하고  시간이 흘렀다.
벌써 수백 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사냥했다.

"형. 저는 벌써 풀 세트 완성이에요. 희귀 아이템으로."

핑쿠햄스터에게 최우선으로 방어 구를 건넸다.
파티의 탱커 인 만큼 그의 방어력은 생존과 직결된다.

"저도 2개 남았어요."

노랑나비도 근접 공격을 해야 하는 만큼 그녀가 두 번째.

"그래."


환하게 웃어 보였지만, 조금 아쉬웠다.


영웅 등급 아이템.
그걸 줍는 맛을 이제는 알아 버렸다.
드롭  순간부터 노란색의 빛으로 반짝이는 녀석을 다시 줍고 싶었다.

'그게 나오면, 다들 좋아서 방방 뛸 텐데.'


자신의 욕심보다는, 함께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좋았다.
이세영은 얼른 네임드 몬스터가 등장하기를 바라며, 조바심이 났다.


"형은, 저희 없어도 혼자 사냥하시겠네요."
"맞아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희랑 같이 하는게 훨씬 빠르고 안전해. 그리고 무엇보다 마나 소비가 적어. 혼자였으면, 스킬을 계속 쓰느라 마나 포션 값만 엄청났을 거야."


지금 파티에서 필요하지 않은 존재는 없었다.
심지어 김만우 조차, 그가 채집하는 불꽃이야 말로 세영의 공격력의 근원이 되니 무엇보다 중요했다.


콰앙-!

쿠구구궁-.

갑자기 굉음과 함께,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꺄악-. 뭐야? 무슨 소리야?"


가장 놀란 건 역시 노랑나비였다.

"지금 건 뭐지?"

세영은 천장을 올려다봤다.
자신처럼 누군가 추락하는 게 아닌가 싶었으니까.


"근처에서 누가 네임드랑 전투라도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이 동굴은 일반 몬스터도 이렇게 강한데, 네임드는  엄청난 거 아니에요?"
"오빠? 어떻게 해요?


정확히 알아 낼 방도가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게 얼마나 가까이에서 일어난 일인지도  수가 없었다.


"그냥 이대로사냥하자. 동굴이 무너지진 않겠지."


가끔 큰 소리가 들려오면 깜짝 놀라겠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 두면 견딜만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급작스레 위기가 닥쳐왔다.

두두두두두.

파티가 향하는 바로 앞이었다.
발소리와 함께, 수십 마리의 고블린 목소리가 뒤섞인 소음이 퍼져왔다.


"헉!"
"으악, 저게  뭐야."

파티를 향해, 많은 수의 고블린 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일반 고블린, 정예 고블린 가릴 것도 없었다.


"튀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요, 형. 너무 많아요."


하지만 세영은 도망칠 생각이 없었다.

"괜찮아. 네임드도 아닌 거 같으니. 형! 버프 시간 끝나가요. 바로 다음 버프부탁해요."

김만우는 어쩔 수 없이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내가 놓친 놈들 상대해줘."
"네? 아... 알겠어요. 형."


철컥.


세영은 오른손에 쥔, 개조를 끝마친 정찰 대장 케르니의 쇠뇌를 꽉 쥐었다.

"모두, 마스크 착용해."


이세영은 김만우가 쓸 마스크를 건네고, 자신도 착용했다.


축복의 빛과 함께 피리 연주가 끝나고, 김만우는 방금 건네받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아이들이 착용을 마친 것도 확인이 끝났다.


고블린 때는 벌써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세영은 비어있던 왼손에, 히부린의 개조 쇠뇌를 꺼내 들었다.
공격력이 미약한 낡은 쇠뇌를, 앞을 향해 발사했다.
이런 때를 대비해 탄환을 미리 장착해 뒀다.

"연발 사격!"

투두두두둥.

어느덧 5 레벨이 된 연발 사격 스킬.
발사된 다섯 발의 개조 탄환은, 화염 탄이 아니었다.


장소에서는 처음 사용하는 마비 가루 탄.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고블린 몇 마리의 전신이뻣뻣하게 굳으며,철푸덕- 하고 자빠졌다.
앞의 놈이 쓰러지니 그 뒤로는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걸려 넘어지고, 굳어 넘어지고,  먼지가 자욱하게 번졌다.
놈들의 돌격은 멈춰섰다.


'작전 성공!'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세영은 왼손에 쥔 쇠뇌를 다시 집어 넣으며, 오른 손의 쇠뇌를 쏴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당연히 화염 탄.


연발 사격을 바탕으로 매 초, 다섯 발의 화염 탄이 놈들을 덮쳤다.


콰앙-!


화르르르.

겹쳐져 뒹굴어 대던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의 몸이, 일제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꿀꺽. 꿀꺽.


마나 포션을 마셨다.
아직도 마비 탄의 사정거리 밖에, 수십 마리나 되는 적이 존재한다.
불타고 있는 고블린 시체. 그 너머에.


놈들은 제법 지능을 갖췄는지, 이동을 멈추고 이쪽을 노려보고만 있을 뿐이다.
전투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다.

"형... 저희는 그냥 구경만 해도 되겠네요."
"그니까."


아이들은 이세영의 전투를 지켜보며, 그 말도  되는 강함에 허탈해질 정도였다.

"우리는... 아이템회수라도 할까?"


세영은 잘못한 것도 없지만, 괜히 미안해졌다.


"자신감 갖으세요! 오빠! 지금 완전히 멋있으니까."


노랑나비만 싱글벙글했다.


"방심하지 마. 뒤에 서 있는 놈들은 똑똑한 거 같으니까."

무식하게 달려와 걸려 넘어진 고블린들과는 다르게, 뒤에 서 있던  대부분 정예 고블린들 이었다.
수십 마리의 정예 몬스터가, 앞에 나자빠져 있는 어리석은 고블린들이 완전 연소 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들은 마비 유지 시간이 짧으니까, 조심해. 최대한 버티기만 해줘. 내가  마리씩 잡을테니까."
"네. 형!"

연발 사격은 무적이 아니다.
1초의  타임.
수십 마리의 놈들을 전부 잡기 위해선, 최소 수십 초의 시간이 필요하다.


"온다!"

깡. 깡.


도발 스킬과 함께 전투가 재개됐다.

전투를 시작한 파티원들의 얼굴은, 위기에 빠진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세영이 있다.

그가 있다면 이 전투는 승리할게 분명하니까.
처음 달려들던 고블린들의 돌격을 눈으로 확인했던 때와 비교하면, 하나 같이 정 반대의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


[돌격 대장 쿠아만이 스킬 : 지진 Lv. 5를 사용합니다.]

쿠구구구궁.

"힐러들 뭐해. 빨리 힐 줘."

아직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시간문제였다.
스콜피온 길드의 1번, 2번 파티원 12명은 죽어라 버티고 있었다.


"마나 포션 몇 개 없어요. 스콧 님. 그냥 튀는 게 어때요. 준비하고 다시 오는 게..."
"젠장! 빌어먹을!"

스콜피온 길드의 길드 마스터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따르지 않으면 길드가 제대로 운영될 리가 없었다.
그들이 파르도 섬에서 최강이라고 자부하는 이유도, 현질을 통해 확보한 장비들을 착용한 최강의 길드원들.
 길드원들이 힘을 모아 쓰러뜨린 수많은 네임드 몬스터들로부터 얻은, 아무나 살 수 없는 고가의 장비들 덕이 컸다.
하지만 아무리 장비가 좋아도, 강력한 네임드 몬스터를 상대로는 지휘가 중요했고, 길드 마스터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면, 오합지졸과 다름없었다.

"스콧님! 빨리 선택을."

이미 많은 치료약을 소모했다.
허나 치료약은 괜찮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살  있다.
진짜 문제는 마나 포션.


"조금만 버텨 봅시다. 힐은 위급 시에만 사용하세요. 모두 치료약 아끼지 말고 드세요. 힐은 최후의 수단입니다."

버티기만 하면, 3번 파티가 도착할 것이다.
길드 메시지에는 1분이면 될 거라 했다.
네임드 몬스터 사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죽지 않고 버티는 것.
버티기만 하면, 무적이 아니고서야 언젠가는 쓰러뜨리기 마련이다.


"수호의 방패!"


스콧은 결국, 끝까지 아끼려던 길드 전용 스킬을 사용했다.

[50 미터내의 길드원들의 방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지속 시간 10분.]


"모두 버티세요. 체력 절반 이하인 근접 딜러분들은 힐 기대하지 마시고, 멀리 빠진 뒤 피채우고 오세요."

부 길마가 외침이 끝나자 마자, 다시 스콧이 스킬을 사용했다.

까앙-!


"어그로 확보 완료. 이제부터 원딜 분들 공격 시작합니다."

길드 마스터의 목소리가 퍼졌다.
스콧은 다섯 번째 도발 스킬을 사용하고서야, 겨우 놈의 시선을 빼앗을 수 있었다.
이제부터였다.
길드 마스터 답게, 그의 방어구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기초 방어력과 체력 역시 남달랐다.
그의 직업은 준 히든 클래스인 가디언이었으니까.


퍼엉-! 콰앙!!, 푸슉-!


활부터 마법까지 다양한 공격이 돌격대장 쿠아만을 향해 날아갔다.


"크아아악!"

놈은 족장들과 다르게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괴음만 질러댔다.


"3번 파티 도착했습니다."


기다리던 지원이 겨우 도착했다.

"지금부터 입니다. 빨리 진형 갖추세요. 자칫했다간 전멸합니다!"


3번 파티의 모두는, 레이드 공략용으로 전부터 연습해둔 진형에 맞춰 자리를 잡아갔다.

스콧은 단 혼자서 쿠아만의 공격을 전부 받아냈다.
힐은 기대하기 힘들었다.
광역 공격을 사용할 때를 대비해 아껴둬야 했으니까.

"공격 중지! 공격 중지!"


때문에 어그로의 유지가 힘들었다.
놈의 시선을 자신에게 계속 고정하기 위해서는, 방패로 공격을 막고, 검으로는 공격하기를 반복해야만 한다.
쿨 타임마다 도발 스킬을 사용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놈의 공격은 방패를 뚫고 스콧에게 데미지를 입혔다.
체력이 소모되어 갔다.
치료약을 마시기 위해선 검을 잠시 집어넣어야 한다.
손은 두 개뿐이니까.

꿀꺽. 꿀꺽...

거의 바닥나가는 체력을 가득 채우려면 열 개 이상의 치료약을 마셔야 한다.


'힐링 포션은 아직도파는 사람이 없으니 원.'

800가까운 피통을 회복시키는데, 겨우 50의 회복되는 치료약은 마시기에 너무 번거로웠다.

[돌격 대장 쿠아만이 스킬 "난타 Lv 5"를 사용합니다.]

치료약을 마시는 도중이었다.
놈의 광기에 찬 눈빛이 붉게 발광하더니 양 주먹에 검은 기운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공격.


터엉- 텅- 텅. 투콰콰콰쾅-.

방패로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거대한 주먹을 번갈아가며 연타하는데, 당해낼 제간이 없었다.
체력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여갔다.


"힐!  좀 주세요! 빨리!"

곧바로, 힐러들이 스킬을 사용했다.
파티마다 힐러는 단 한명 뿐.
그래도 세 명의 힐이면 버티기에 충분했다.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다.


[돌격 대장쿠아만이 스킬 '돌격 Lv 7'을 사용합니다.]

상체와는 다르게 비교적 호리호리하던 하체.
평범하던 허벅지가 갑자기 두껍게 팽창하더니, 놈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콰앙!

바닥을 박차고 달려나간 놈의 시선은, 스콧을 향해있지 않았다.

"으아악!"


공격대상은 1번파티의 힐러였다.


"힐러님한테 서둘러 힐 몰아주세요. 힐러 죽으면 전멸입니다!"


아슬아슬한 전투가 이어졌다.

길드 마스터. 전갈 왕 스콧은 자신도 모르는 새 판단력이 흐려졌다.
불안함과 초조함에 잡아먹히고 있는 탓이다.
그는 당장이라도 길드원들을 데리고, 줄행랑을 쳤어야 한다.


클레릭 클래스를 선택한 길드원들.
그들의 손에는 이제 마나 포션이 남아있지를 않았다.

**


쿠웅.


굉음과 함께 동굴이 다시 흔들렸다.

"이 근처에는 이제 몬스터가 없는데요?"
"지진은 익숙해졌는데,  쾅쾅거리는 소리는 아직도 깜짝깜짝 놀라게 해서 짜증 나."

끝도 없이 몰려오는 수백 마리가 넘는 고블린을 처리했다.
많은 전리품도 얻었다.
수입이 제법 짭짤했다.


아이템의 회수를 마치고 다시 길을 나섰다.
그런데 몬스터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방금 사냥했던 고블린 때는, 근처에 존재하는 모든 놈들이 죄다 달려나온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콰앙-!

"으으, 깜짝이야."


또다시 들려온 굉음.
소리가 더 커진 탓에, 노랑나비는 이번에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점점가까이 들리는 거 같은데요?  근처 같은데."
"어? 저기 보세요. 사람이에요!"


눈앞에 갑자기 여러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당신들! 비켜! 죽기 싫다면 도망치라고!"

스콜피온의 길드원들.
하나같이 짜증 가득한 표정을 짖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세영의 질문에도 대부분의 인원이 대답 한 마디 없이 달려나갔다.
생존이 먼저였기 때문일까?


그들은 도망치라고 누가 한마디 했으니 된거라 여겼다.


"뭐야? 저 사람들."
"그러니까. 예의가 없네."
"네임드 몬스터 잡다가도망치는 거 아닐까요?"


눈에 띤건 한 파티를 넘는  규모의 인원이었다.
그런 인원이 저런 꼴로 동굴을 빠져나가는 중 이라면,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예측이 가능했다.


"그럼 이 앞에 네임드 몬스터가 있겠네요."
"지금 지나간 사람들도 장비는 하나같이 좋아 보였는데, 소수인 저희가 상대하는 게 가능할까요?  쪽은 적어도 두 파티는 돼 보이던데."

세영은 고민했다.
자신 때문에 또다시 파티원들이 전멸할지도 모를 일이다.

"흠... 당연히 죽을 수도 있을 거야. 그냥 돌아갈까?"
"에이, 왜 약한 소리 하세요. 어차피 퀘스트 클리어 하려면, 이 지하 동굴도 그렇고, 숲도 그렇고, 위험한 네임드 몬스터를 마구마구 상대해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아요?"
"맞아요. 그리고 이제 화염 탄도 많이 갖고 계시잖아요."


모두 환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또 죽을지도 모르지만, 도전 해 보자."

도전 하지 않으면 행운도 찾아오지 않는 법.
이를 지난 경험을 통해 몇 번이나 깨우쳤다.

"자 그럼, 도전하기 전에 버프  새로 받을까?"


가방에서 아껴두던 요리를 꺼내 들었다.


"맛있게 먹고, 음악 감상도 하고 출발하자!"
"완전, 호강하네요. 히히."
"내가 무슨 니들 전용 음악가  줄 알아?!"

김만우는 괜히 투덜댔지만, 그도 네임드 몬스터라는 걸 사냥해보고 싶었다.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겠지만, 그래도 아이템과 경험치는 나눠 먹을 테고.

별다른 미안함을 느끼진 않았다.


'내가 채집한 불꽃이 몇 개인데.'


그는 파티원 중 자신이 가장 고생 중이라 생각했으니까.


콰앙-!

또 다시 들려온 소리에, 식사 도중이던모두는 체할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먹은 음식의 효과가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식사의 효과로 인해 체력의 최대치와 회복량이 증가합니다.]

- 최대 체력 + 100, 체력 회복량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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