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5화 〉55화. 마족의 종자
터엉-!
"으윽... 체력이 한 번에 40%나 빠졌어."
햄스터는 신음했다.
너무도 강력한 공격. 게다가 재 공격 주기가 엄청나게 짧아졌다.
이대로는 도발은커녕, 물약 마실 틈도 없어 보였다.
문제는 더 있었다.
"방패 내구도가 이제 5 남았어."
"뭐라고? 그럼 어떻게 해!"
"나도 몰라!"
터엉-!
쿠아만테는 쉴 틈을 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버텨봐!"
현재 유리한 점이라곤, 어그로가 탱커인 핑쿠햄스터를 향해 고정되어 있는 정도다.
레드문과 노랑나비는 공격을 시작했다.
"빨리 잡는 수밖에 없어!"
"그래. 알고 있다고!"
바로 햄스터가 외쳐댔다.
"공격이 너무 강한 탓에, 공격마다 방패의 내구도가 1씩 줄어들고 있어. 이 수준의 방패로는 애초에 공략 불가였나 봐..."
모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방법이 없는 것일까.
*
어느덧 쿠아만테가 사용했던 어둠의 영역 스킬이 종료되며,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동굴 안은 어두웠지만, 스킬이 발동됐을 때에 비하면 제법 밝았다.
이유는 김만우와 스콧이 새로운 횃불을 붙여, 앞쪽에 던져둔 덕분이다.
스콜피온 길드의길드 마스터 스콧은 한탄했다.
자신이었다면.
자신이 저 파티의 일원이고 탱킹을 했다면, 훨씬 더 안정적이었을 텐데.
그게 몹시 아쉬웠다.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지만,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
옆에 조용히 서있던 김만우가 소리쳤다.
"알파야!"
집중한 탓인지 이세영은 뒤돌아 봐 주질 않았다.
"아오 씨발. 저새끼는 꼭 중요한 순간에..."
김만우는 어쩔 수없이 전투 중인 장소에 가까이 다가갔다.
심장이 쫄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야! 알파!"
그제야 김만우를 눈치챈 이세영.
"형. 여기 오지마세요. 형 레벨하고 장비론 못버텨요. 그리고 지금 엄청 위급한 상황이에요. 두번 더 공격받으면 파티 전멸할지도 몰라요."
"나도 알아 임마. 저 뒤에서도 다 들리거든. 파티 대화라서!"
"그럼 왜 오셨어요?"
김만우는 한 마디를 툭 던졌다.
"이러다 전멸이야. 방법은 그거밖에 없다."
"네? 뭐요?"
"그 반지."
그제야 세영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봤다.
누라라의 반지.
"그 스킬 사용해. 방법 없어. 쟤 봐라. 벌써 방패 쪼개졌네."
햄스터는 방패가 부서진 탓에, 이제는 달리고 있었다.
치료약을 열심히 마시며 쿠아만테와 거리를 벌리는 중이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자 발악이었다.
"한번 해볼게요."
"그래."
이세영은 신중히 기회를 엿봤다.
스킬을 사용할 타이밍을 재기 위해서였다.
"형, 저 이제 못 버텨요."
"그래. 딱 한 번만 버티면 돼. 부탁해!"
쉬익-!
엄청난 속도로 햄스터의 등 뒤로 접근한 쿠아만테의 펀치가 날아갔다.
햄스터는 재빨리 등을 돌려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등에 맞는 공격은 자칫하면 크리티컬이 터져,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곧바로 가까이 다가갔다.
쿠아만테의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세영의 손이 놈의 어깨 위에 닿았다.
[스킬 '생기 흡수 Lv. 1'를 사용합니다.]
슈우우웅.
가득했던 마나가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시간이 멈추는 듯한 감각을 느꼈고, 소리 역시 사라지는 듯 했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기 시작한 건, 그만큼 이 순간이 파티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
이 모든 게 참으로 요란한 연출 처럼 느껴질 때, 쿠아만테의 새까만 몸에 푸른 줄기 같은 것이, 마치 핏줄 비슷하게 튀어나왔다.
그 줄기에서 무언가가타고 올라와, 세영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와... 뭐야 저게."
"오빠?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이윽고 쿠아만테의 육신은, 연료가 바닥난 로봇처럼 기동을 멈췄다.
'레벨 1짜리 스킬이라기대 안 했는데, 몬스터에게도 통하네?'
스킬 설명에는 분명 숙련도가 높아야 몬스터를 흡수 한다고 본 것 같은데 이상했다.
마족이 식물일리도없잖은가.
마지막 수단이라 생각하고 사용했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다.
곧바로 시스템 메시지가쉼 없이귓가를 때렸다.
[당신의 체력은 이미 가득 차 있습니다. 그 때문에 흡수한 에너지가 역류합니다. 스킬 레벨이 부족해 이로운 효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넘쳐나는 에너지가 소멸합니다. 몬스터의 저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하급 마력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항했습니다.]
[하급 피의 저주에 빠졌습니다. 회복 스킬을 사용하거나, 받을 수 없습니다. 지속 시간 12시간]
[하급 어둠의 안개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항했습니다.]
.
.
.
하급 상태 이상에는 대부분 저항할 수 있었다.
정말 여러모로 유용한 히부린의 마스크가 아닐 수 없었다.
몇 가지 저주는 12시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제법 성가시게 느껴졌다.
아마도 다시 사냥하기 위해서는 클래릭을 직접 찾아가서 정화를 받아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추가로좋은 점과 나쁜 점이하나씩 있었다.
[마족의 각인이 새겨졌습니다. 모든 마족이 당신을 주시하기 시작합니다.]
무슨 영문인지 이런 메시지가 뜬 것이다. 마족 중 최약체를 상대로 이렇게 힘이 들었는데, 앞으로의 길이 매우 험난해보였다.
'뭐, 게임은 다 이런 식이겠지만.'
반면 운이 좋은점은.
[발아한 마족의 씨앗이 흡수했던 에너지를잃고, 다시 씨앗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퀘스트 '시장의 의뢰'의 정보가 갱신 되었습니다.공헌도를 획득하셨습니다. +2500]
- 마족의 씨앗은 고블린의 개체 수 증가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이를 더 파헤쳐 본다면, 진실에 한 걸음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상치 못했던 퀘스트의 진전이 있었다.
그리고 퀘스트 공헌도 역시 대량으로 획득했다.
왜냐하면...
[고대 마족의 종자 '쿠아만테'가 소멸했습니다.]
띠링.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
.
.
42 레벨 임에도 무려 4번이나 레벨 업을 했다.
"우와아-!"
이건 김만우의 목소리다.
그의 레벨은 23에서 단번에 35까지 상승했다.
정예 몬스터를 사냥한 것 까지 포함해 하루에 12 레벨 에서 35까지 상승한 것이다.
이런 경우는 그가유일하지 않을까?
"헉. 노, 노란색 빛이!"
"우와-! 나 처음 봐!"
그리고 다음은 가장 즐거운 아이템 확인의 시간이다!
*
스콜피온 길드의 길드 마스터 스콧은, 혼자서 유유히 동굴을 빠져나갔다.
저들의 승리를 지켜보고 멍하니 서 있다가, 겨우 발걸음을 뗐다.
어떤 아이템이 나왔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친분이라도 쌓아두고 싶었으나 그냥 나섰다.
'쇠뇌를 사용하는 직업이라...'
그는 자존심이 강했다.
부러웠다.
그러나 묻는다고 정보를 술술 뱉어줄 리도 없고, 희희낙락하는 저들을 보면 자신의 실패가 떠올라 짜증이 났다.
'길드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겠어.'
소수 정예이던 길드의 인원을 더 늘리고, 정보 역시 더 수집하려 했다.
저런 소규모 파티가 하는 일을, 파라도 최강 길드를 자부하는 자신의 길드가 못 할 리가 없다.
장차 판게아 행성 최고의 길드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였으니까.
여기서 그간 이룩해 놓은 모든 걸 수포로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 스콧입니다. 길드 인원 모집 추가로 할 생각입니다. 부 길마님. 수고 좀 해주시죠.
- 네. 그런데 왜 갑자기...
- 더 강력한 네임드가 등장했을 때, 또 실패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클래릭 여러분의 아이템은 회수를 마쳤습니다. 그렇다고 연락들 넣어주세요. 24시간페널티 받게 만든 거 사과도부탁드립니다. 보상으로 마나 포션은 길마가 부담한다고 전해주시고.
- 예. 스콧님.
그는 주먹을 꼭 쥐었다.
저런 잔챙이 파티 따위는 일주일 내에 뛰어 넘어 주마. 그리 다짐했다.
"A-124 행성 판매"
[프클의 우주에 소유하신 행성을 행성 전용 경매장에 등록 하시겠습니까?]
"그래."
[최소 입찰금과 경매 기간을 설정해 주세요. 광고를 내시겠습니까?]
"20억 CC부터 시작. 기간 3일. 광고비로 1억 CC 사용."
[행성 A-124가 행성 경매에 등록되었습니다. 광고료로 1억 CC를 사용하셨습니다. 중립 행성 '클라우디아'의 메인스트리트 4번가에 1일간 광고가 등록 되었습니다.]
그는 소유한 행성을 팔 작정이었다.
프클 내의 우주를 탐험할 때 사용하는 우주선의 연료가 재취 되는 행성으로 경매에서 매우 고가에 취급될 것이다.
최소 200억은 받을 게 틀림없었다.
'이제 판게아 행성에 올인한다.'
누구보다 지기 싫어하는 그는, 프클 내의 다른 행성에 보유한 자산을 처분해, 오로지 판게아 행성 내의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쓸작정이었다.
오직 이세영 파티를 뛰어넘기 위해서.
**
"헉..."
"미쳤네."
"이거, 대체 얼마나 나갈까요?"
파티원들은 하나같이 놀랐다.
"글쎄. 거래소나 경매장에 등록된 적도 없는 거같으니 시세도 모르겠고."
고블린 시리즈가 아니었다.
고블린 시리즈의 상위 아이템.
50레벨 이상의 몬스터에게서나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 그들의 눈앞에등장했다.
"영웅템이 하나밖에 안 보여서 실망했는데, 확인해 보니까 희귀 아이템도 공격력이 엄청나요."
아쉬웠다.
등장한 영웅템은 하나뿐.
하지만 고블린 시리즈의 다음 단계 아이템인 만큼 기본적으로 붙은 공격력 자체가 넘사벽이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마나 회복이 옵션으로 붙어있다는 사실.
[아이스 스틱]
- 내구도 110/110 <영웅 등급>
- 사용하기 간편한 형태의 스틱입니다. 마력을 증폭시켜 주며, 냉기의 힘을 담고 있습니다. 마계에서만 자라나는 얼어붙은 침엽수를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 마법 공격력 +50, 마력 증폭 +30
- *공격시 대상에게 '동상' 디버프를 겁니다. 동상 효과는 공격 시 누적되며, 일정 확률로 대상을 빙결시킵니다. 빙결된대상은 물리 공격에 취약해 지며, 회피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매 공격시 마나 회복 +1 (디버프로 인한 데미지에도 마나 회복 옵션이 발동합니다.)
- 거래소 및 경매장에 등록 가능합니다.
체력 회복 효과는 없었지만, 고블린 시리즈에 비해 2배 가까운 공격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지팡이에다가 마나 회복 옵션이라니... 10억을 주고도 사려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이거, 레드문이 쓰면 딱이겠네. 축하해."
"네? 저요? 이... 이거 엄청 비쌀걸요?"
세영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넌 얼음 속성을 선택했으니까, 너에게 딱 맞는 거 같은데 뭘."
레드문은 거의 울 뻔했다.
"하지만..."
"그냥 받아둬라. 그 대신 한동안 빡세게굴릴 테니까, 각오하고!"
김만우가 거들었다.
그제야 레드문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영웅 템은 지팡이 하나 뿐이었지만, 희귀 아이템은 여러 개 등장했다.
단, 희귀 아이템에는 마나 회복 옵션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햄스터가 쓸 새로운 방패도 얻을 수 있었고, 모두가 한두 개씩 아이템을 나눠 가졌다.
오직 이세영만 나눠 받길 거절했는데, 이유는 하나였다.
[두루마리 : 힐링 포션]
- 연금술의 정수인 힐링 포션의 제작법이 담긴 두루마리입니다. 사용 즉시 연금술 레시피에 자동 등록됩니다. (연금술사 전용.)
- 지식 경매에 등록이 가능합니다. (사용 시 등록 불가)
"야호!"
만세를 불렀다.
안 그래도 치료약만 가지고는 회복에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다.
"그럼, 앞으로는 더 강력한 회복 물약을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
"응. 아마 마나 포션 처럼 처음에는 최하급 이겠지만."
세영 뿐만아니라 모두가 쾌재를 불렀다.
힐러가 존재하지 않는 파티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였으니까.
"즉시, 사용해 볼게. 재료가 궁금하고."
[당신의 연금술 레시피 북에 '힐링 포션'이 추가 되었습니다.]
"재료는... 응?"
재료는 비교적 간단했다.
초원 허브티.
숲의 허브티.
마나수.
마나 허브티.
.
.
.
네 종류의 액체를 3대 3대 3대 1의 비율로 혼합하면 됐다.
물론 이후 세밀한 작업과 몇 가지의 재료가 더 필요했지만, 기초적인 재료는 모두 기존의 것들을 사용 가능했다.
"그래도, 싸진 않겠네. 마나를머금은 허브가 필요하니까."
"그러게요."
힐링 포션도, 마나 포션 못지않게 제법 고가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초원 허브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는데, 밭의 한쪽에 다시 심어둬야 할 것 같았다.
세영은 서둘러 퀘스트를 마무리 짖고 밭을 늘릴 생각에 몸이 근질근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