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56화. 연금술?
쿠아만테에게서 드롭된 아이템에는, 장비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있었다.
잡템들 중 특이한 게 있었는데, 뜬금없이 마족이 등장한 원인과 연관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고대 마족의 씨앗]
- 마족의 씨앗은 마력을 흡수해 발아하는 특수한 씨앗입니다. 이는 마족들 힘의 원천입니다. 몬스터의 체내에서 성장할 경우, 해당 몬스터의 에너지를 흡수해 마족이 탄생합니다. 성장 시 흡수한 마력에 따라 탄생하는 마족의 능력이 달라집니다.
- 고대 마족의 씨앗은 일반 마족의 씨앗과는 조금 다릅니다. 특이한 방법으로 강제로 변이된 이 씨앗은, 고대 마족이 자신의 부하를 늘릴 목적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이를 체내에 보유한 몬스터는, 부족한 마력을 흡수하기 위해 자신의 동족도 가리지 않고 잡아먹게 됩니다.
"아무래도 시장의 퀘스트와 연관되어 보이는데요?"
"그래. 우리가아는 고대 마족은 마스크의 주인인 히부린이랑 그 대장 격인 프라우스라는 마왕인데... 뭐, 이름만 알고 있을 뿐이지만."
"쿠아만테가 히부린이나 마왕의 부하인 거라면, 퀘스트 클리어를 위해 최종적으로 놈들을 상대해야 하는 걸까요?"
레드문의 무신경한 발언에 노랑나비가 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아욱... 왜, 때려!"
"멍청아. 종자 상대로도 죽을 뻔했는데, 무슨 수로 마왕을 상대해. 한 200레벨 넘어가면 모를까!"
"그래. 상대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 아닐까?"
"그런가..."
장시간의 아슬아슬한 전투로 인해 지친 모두는 일단 동굴밖을 향했다.
지금 더 전투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
쿠아만테를 사냥하는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말이다.
만약 동굴 깊숙한 곳에 더 강력한 적이 존재한다면, 그거야말로 곤란해 질 테니까.
새로운 아이템이나 레벨 업 덕분에 모두들 더 강해 졌지만, 그렇다고 무적이 된 건 아니다.
힐러든, 새로운 힐링 포션이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되돌아 올 작정이다.
답답한 동굴을 벗어날 때쯤이었다.
BI기츠 : 알파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람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BI길드이자 블루 아이템 사의 직원. 그의 클래스는 바로 클래릭이었다.
때마침 세영의 저주를 풀어 줄상대가 먼저 그를 찾은 것이다.
BI기츠 : 안녕하세요. 알파님.
알파 : 네. 어쩐 일이세요?
BI기츠 : 지금 바쁘지 않으시면 대화 좀 나눌 수 있을까요?
알파 : 네. 하세요.
BI기츠 : 그게 아니라, 직접 얼굴을 뵙고... 아니지. 캐릭터를 뵙고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어디 계신지 알려 주시면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알파 : 저는 지금 북쪽 고블린 숲인데. 지금 풍차 마을로 돌아갈 생각이었어요.
기츠는 풍차 마을로 찾아가 뵙겠다는 말을 남기고 대화를 종료했다.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정중함이었다.
"야. 뭐해. 얼른 돌아가자. 가는 길도 엄청나게 오래 걸릴 거야. 길이 험해서."
동굴을 향하는 길에, 나무를 베고, 어느 정도는 길을 다져놨지만, 마차가힘껏 달릴 수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이동은 매우 더뎠다.
"얘들아, 까만 곰은 지금 뭐 하고 있어? 친군데 같이 놀아야지."
"그게... 뭔가 걔는 전투가 싫은가 보더라고요. 무섭고 징그럽다고. 그래서 다른 직업 얻으려고 노력 중이라던데요."
세영은 그녀가 힐러를 선택했으면 하고 내심 바랐지만, 그건 희망사항으로 끝나게 생겼다.
"그래... 뭐, 어쩔 수 없지. 게임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야 재밌으니까."
"아니면, 남들보다 엄청 쌔던가요. 형 처럼."
한숨이 나왔다.
"적당이들 해. 나는 형이 나 대신에 불꽃을 채집해 줬으니까 그런거지. 혼자서 채집하고 만들고 공격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데."
세영은 뒤에서 마차를 몰고 있는 김만우를 향해 시선을 보냈다.
"겸손하시기는!"
노랑나비가 그렇게 놀려왔다.
이 아이들은 사람을 놀리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처음 만난 날도 다짜고짜 아저씨라고 불렀던 기억이 났다.
"아무튼! 혼자 하는 것보다야 같이 노는 게 즐거우니까, 다음 사냥에는 까만 곰도 데리고 가자. 너희가 메시지 좀 보내 봐!"
"알았어요. 오빠. 제가 말해볼게요."
기분 좋은 대답이었다.
다음 동굴을 향할 때는, 6명을 가득 채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BI기츠는 풍차 마을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파르도와 풍차 마을이 가까웠던 것도 있었고, 세영의 마차가 숲을 빠져나오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치료약 전문점의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를 보는 순간, 세영은 자신이 저주에 걸린 사실을 떠올렸다.
"혹시 기츠님. 갑자기 부탁해서 죄송한데, 몬스터에게 받은 저주 해제 가능하신가요?"
"아, 네. 그거라면 정화 스킬을 사용하면 간단합니다. 성수가 한 병 필요하지만, 클래릭이라면 항상 인벤토리에 몇 개씩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아!?"
기츠는 자신이 물어봐 놓고, 대답도 듣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영의 캐릭터를 자세히 보자, 평범하지 않음을 금세 눈치챘기 때문이다.
세영은 곧장 인벤토리를 열어, 최하급 마나 포션 두 개를 꺼냈다.
"마나 아까우니 이거 받으시고, 저 에게 그 스킬 좀 부탁 드려요. 제가 지금 저주에 빠졌거든요."
포션을건넸다.
기츠는 포션을 손에 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지난 번에도 느낀 거지만, 이 자는 고가의 포션을 아무렇지 않게 남에게 건넨다.
두 개의 가격만 대충 20만원.
자신이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일해야 버는 돈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서둘러 스킬을 사용했다.
"정화의 축복!"
그의 스킬 사용과 동시에, 반짝이는 빛이 세영의 온몸에 뿌려졌다.
저주 때문에 충혈되 보였던 눈가나, 창백해 보이던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피의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 이제 회복 스킬을 사용하거나 받으실 수 있습니다.]
"와-. 감사해요."
"아닙니다. 비싼 포션을 두 개나 받았는걸요."
저주도 풀렸겠다, 마차의 뒤로 향해 실려있던 짐을 내리기 시작했다.
김만우가 채집한 굳어버린 불꽃을, 서둘러 화염 탄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리고 신규 레시피를 사용한 힐링 포션 역시 제작하고 싶었다.
"제가 바빠서 그런데, 무슨 용무로 저를 찾으셨나요?"
짐을 옮기면서 묻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아, BI기츠를 1층으로 안내했다.
짐이라 봐야 얼마 되지 않아, 남은 짐의 운반은 김만우에게 부탁했다.
"익히 아시겠지만, 저희는 파밍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포션의 수급이 기업 이익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몇 번이나 들은 내용이다.
"그래서 지난번은 정말 죄송했습니다. 저희가 너무 알파님의 가치를 낮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에이~ 아닙니다. 그리고 형의 말을 듣기로는 이제 약제사도 그렇고, 연금술사도 제법 늘어나고 있다던데요."
마나 포션은 수요가 엄청나기 때문에, 아직 시세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속 새로운 연금술사들이 각지에서 탄생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급 치료약이나, 일반 치료약은 공급이 급증하는 바람에 시세가 점차 하락 중이었다.
"네. 그래서 저희도 이런 제안을 드리러 왔습니다."
"제안요?"
"그렇습니다. 적어도 회사에서 새로운 연금술사를 확보해 포션 수급이 원할 해 질 때 까지 만이라도, 알파님에게서 최하급 마나 포션을 구매하고 싶습니다. 시세보다 2%까지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는데, 마나를 머금은 허브의 공급이 없다는 점이다.
"죄송합니다."
"네? 어, 어째서 입니까. 이미 다른 곳과 계약이라도?"
"아닙니다. 재료 수급이 어려워서 그래요. 치료약 같이 시간만 있다면 무한정 만들어지는 물건이 아니거든요."
BI기츠는 알지 못했던 정보에 고뇌하기 시작했다.
"아마 그래서 경매장에서도 매물이 마르고 있는 걸 거예요."
본디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는, 주변에 강력한 마나를 내포한 장소가 아니면 성장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장소는, 본격적으로 마족이 등장하는 던전 내부에 존재한다.
그때가 되서야 비로소 공급이 조금 원활해 질 것이다.
즉, 이건 시간문제였다.
아직 그 사실을 아는 이가 아무도 없을 뿐이다.
마족은 50~60레벨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재 게임 내 최고 레벨 달성자는 59레벨.
그자가 마족 던전을 발견하질 못했는지, 발견하고도 정보를 숨기는지, 던전은 찾았지만, 허브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흠..."
게임의 스타트 지점 중 하나 이자, 초보자들의지역인 파르도 섬.
이곳에 마족 던전은 거의 없을 것이고, 있다고 해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세영이 찾아냈던 바위 동굴 역시, 찾아낸 것 자체만으로 정말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저도 팔아드리고 싶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저와 파티원이 쓰는 걸 만들기에도 벅차거든요."
"네에..."
BI기츠는 크게 낙심했다.
회사의 포션 담당들은 이미 전부 퇴사한 이후.
자신은 파밍 팀이고, 힐러 클래스인 덕분에 무사했지만, 앞으로 있을 인센티브 비율 조정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거나 마찬가지다.
"알겠습니다. 실례했습니다."
"네. 정화 감사했어요."
기츠는 인사하는 이세영을 뒤돌아 보지도 않고 나섰다.
어디까지나 자신과 회사의 이익과 관련이 없으면 냉정해지는 그였다.
*
"응? 벌써 돌아갔냐?"
"네, 형."
"흥. 내 그럴 줄 알았지. 저놈들은 하나같이 그렇다니까. 돈 밖에 몰라요."
김만우는 쓴 웃음을 짖고 있는 세영을 보며, 한 마디를 보탰다.
"그나마 이은표씨나 차도아씨는 안 그래서 다행이야."
"하하..."
세영은 형도 돈 좋아하면서 뭘 그러느냐 말하려다 그만뒀다.
조금은 눈치가 생긴 모양이다.
*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했다.
대량의 화염 탄 제작은 간단히 끝마칠 수 있었다.
익숙해진 만큼, 제작 속도가 매우 빨라져 순조로웠다.
"이제, 힐링 포션인가!"
다행히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를 사용해 만들어둔, 마나 허브티가 남아 있었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마나 포션에 비하면 힐링 포션에는 10분의 1만 소모 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제 새로운 포션의 제작이다!
[제작에 실패하셨습니다.]
'이런...'
아쉬운 실패의 시간도 잠시.
[최하급 힐링 포션의 제작에 성공하셨습니다.]
한 번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두 번째에 바로 성공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영의 연금술 제작 스킬 레벨이 9나 되었기 때문이다.
마나 포션을 만들던 때에 비하면, 기술의 숙련도가 차원이 다르다는 사실!
[최하급 힐링 포션]
- 순간적으로 HP를 100만큼 회복합니다.
- 거래소 및 경매장에 등록 가능합니다.
"와!"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무려 치료약의 2배나 되는 회복량.
이전에 BI기츠에게 받았었던, 클래릭 클래스의 힐량과도 맞먹는 엄청난 회복량이었다.
세영이 소리치는 바람에, 김만우가 궁금해졌는지 2층으로 올라왔다.
"왜그래?"
"형, 이것 좀 보세요."
힐링 포션을 건네받은 김만우의 눈썹이한껏 올라갔다.
"햐... 생각보다 엄청나네. 이거 치료약은 똥값 되겠는데. 안그래도 가격이 점점 내려가던데."
"에이, 그럴 일은 없어요. 던전 허브 찾기 쉽지 않아서. 이거 만드는 난이도가 엄청 높을걸요?."
김만우는 이세영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아, 그냥 연금술사나 할 걸 그랬나."
"하하하. 지휘자는 어쩌시게요."
"지휘자라고 해 봐야, 지금은 스킬이 딸랑 하나 뿐이잖냐. 스승이라도 있어야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말고 할텐데 말이야."
아이들이 풍차 마을을 향하지 않고, 파르도에서 뿔뿔이 흩어진 이유는, 자신들의 스승이자 직업 마스터를 찾아가 새로운 스킬을 배우기 위함이었다.
높은 비용이나 특수한 퀘스트를 클리어 해야 하니, 제법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면 이세영의 클래스는 마스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전용 스킬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연금술이야 히부린의 레시피 두루마리가 있었지만, 공격 스킬은 스킬북만이 그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건 김만우도 마찬가지였는데, 파르도 섬 내에 버프가 가능한 음악 계열 직업의 마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일한 존재는 찬트를 노래하는 나무꾼들.
그러나 그들의 버프는 지나치게 미약했다.
피리를 얻고, 산들바람의 시를 배워온 게 그나마 다행이었을 정도다.
"형도 경매장 뒤져봐요. 혹시 모르니까."
"그럴까? 흠... 엄청 비싸지 않으면 좋을 텐데..."
김만우는 세영의 옆에 앉아, 경매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세영은 남은 마나 허브티를 전부 사용해, 힐링 포션의 제작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
[일반 연금술 스킬의 레벨이 10에 도달하였습니다.]
[당신은 본격적인 연금술의 세계에 발을 디뎠습니다. '일반 연금술 스킬 Lv. 10'이 '숙련 연금술 스킬 Lv. 1'로 변경되었습니다.]
힐링 포션을 천 개 이상 제작했다.
더 만들고 싶었으나, 남아있는 마나 허브티가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제작을 마침과 동시에, 기적적으로 연금술 스킬의 레벨이 올랐다.
'이제 연금술의 숙련자가 됐으니까, 새로운 레시피도 해독 가능하지 않을까?'
세영은 인벤토리에 넣어 둔, 히부린의 두루마리들을 꺼냈다.
'역시!'
그의 생각은 옳았다.
무려 네 종류나 새로운 레시피가 확인 가능했던 것이다.
[두루마리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연금술 레시피 북에 '각성의 포션'이 추가 되었습니다.]
[두루마리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연금술 레시피북에 '몬스터의 정수'가 추가 되었습니다.]
[두루마리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연금술 레시피 북에 '몬스터의 혼'이 추가 되었습니다.]
[두루마리를 사용합니다. 당신의 연금술 레시피 북에 '특수 안정제'가 추가 되었습니다.]
세영은 하나하나의 레시피를 확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