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60화. 바라만 (60/122)



〈 60화 〉60화. 바라만

콰앙-!!

엄청난 굉음.
진동은 더할 것도 없다.
바라만이 쏘아  화염구는, 불덩어리라기보다 거대한 폭탄이라부르기에 더 어울려 보였다.

와르르.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많은 고블린의 시체가, 흙더미나 바위 밑에 파묻혔다.
조금만 늦었다면, 파묻힌 고블린 만은 아니었으리라.

"모두, 괜찮아?"
"으음. 네."
"콜록, 콜록. 휴우. 아슬아슬 했어요."
"젠장! 이게 뭐 하는 거야?"


다행히 피해를 본 사람은 없었다.
미리 동굴의 통로 깊숙이 들어가 회피한 덕분이었다.

"다 형 덕분이에요. 찬트의 축복 없었으면 이렇게 빨리 도망치지 못했을 거에요.
"당연하지."

김만우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세영은 이제 그를 제법 잘 다뤘다.


강력한 폭발에도, 다행히 이들이 있던 통로 안은 무너져 내리지 않고 멀쩡했다.
절벽 가까운 부분만 무너져 내렸을 뿐이다.


"이제, 절벽 아래로 내려갈  있겠는데?"

무너져 내린 흙더미나 바위들로 험난한 길이었지만, 덕분에 아래로 내려갈 수는 있어 보였다.
경사가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허나, 절벽 아래서 기다리는 건 강력한 고블린 대족장과, 수천 마리의 고블린들이다.
선뜻 발걸음을 옮기기 쉽지 않았다.

"형. 이제 어떻게 하죠? 지금 나가서 보스 상대하기에는, 잔챙이들이 너무 많은데..."
"맞아요. 보스만 제외하고 약한 고블린들 유인하거나, 아니면 보스 몬스터만 유인하면 좋을 같은데, 문제는 놈이 여기로 들어오면, 강력한 마법에 의해 통로 전체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부분이에요."


다들 자신의 생각을 꺼내 놨지만, 앞으로의 결정은 서로에게 미뤘다.
그만큼 적의 강함은 예상 외로 벅차게 느껴졌다.
여기서 자칫 실수 했다가는 순식간에 죽게 될지도 모를 일.
자신 만이라면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하겠으나, 이대로는 파티 전체가 휘말릴게 뻔 했다.

보스 한 마리 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수천 마리의 고블린들은 이들을 더욱 위축되게 만들었다.
결국 결정을 내린 건 세영이었다.


"일단은 약한 고블린들을 정리 하는  먼저야. 보스의 시선을 돌릴 방법을 생각해보자."
"네!"


조심조심.
일행은 무너져 내린 절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혹시 바라만이 가까이 다가와 마법을 시전 중이라면 그것보다 큰일도 없을 테니까.

"아까 화염구는, 아무리 기사라도 막아낼 수 없을것처럼 보였어요."


세영의 생각도 같았다.
바라만의 공격력은 그만큼 차원을 달리하고 있었다.


"중앙에 있는 이상한 물체가 원인 아닐까요? 결계가 어쩌고 했었는데, 왜 지난번 바위 동굴의 봉인석처럼 마나를 집어 넣으면 파괴되지 않을까요?"
"음. 좋은 생각이긴 한데, 저기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거야."


바라만을 비롯한 고블린들은, 모두 저 수상한 물체를 중심으로 모여있었다.
마치 신이라도 받들듯이.
다가갔다가는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되리라.

"다행이네요. 바라만은 아직 중앙에 그대로 있네요. 저희가 전부 죽어버린 거라 생각한 걸까요?"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결계에서 흘러나오는 마나의 힘을 흡수합니다. 능력이 대폭 향상됩니다.]

"아무래도, 놈은  물체에서 힘을 흡수해 스킬의 위력을 강화하는 모양이야. 즉, 한번 사용하면 반복해서 다시 흡수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개가 끄덕여지는 분석이었다.

"그럼, 역시 놈을 저 물체로부터 떨어뜨려야겠네요. 안 그랬다가는 아까 같은 무지막지한 불덩이가 날아올지도 모르고."


대화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놈의 스킬 사용은 계속됐다.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스킬 '차원의  Lv.1'을 사용합니다.]


"고블린이 또 늘어났어. 진짜 서두르지 않으면, 지금까지 처리한 고블린들 만큼 다시 놈들의 숫자가 증가할지도 몰라."


만약 오늘 놈을 쓰러뜨릴 작정이라면, 모험을 걸어야만 했다.
안 그랬다가는 놈들의 세력은 다시 원상복구 될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힐러라도 있었으면, 나랑 힐러 둘이서 이동하면서 보스를 유인하고, 그동안 다른 사람이 잔챙이들 처리하면 될  같은데..."

햄스터는 파티에 힐러가 없음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세영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기 시작했다.


"그거 좋은 생각 이잖아?"
"네?"

누군가 시선을 끌게 만들면 된다.
그게 굳이 파티원 중 한 사람일 필요는 없다.


"나도 너희처럼 새로운 스킬을 배웠거든. 지금 실험해 보기 딱 좋네. 때 마침 바닥에 고블린 시체들도 널려있고."


인벤토리에서 플라스크를 꺼냈다.
투명한 유리 관 안에 시꺼멓게 꿈틀거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플라스크 : 호문클루스 쿠아스]

고블린 족장 쿠아스의 피와 살. 혼으로 창조해 낸 인공의 생명체 입니다. 현재는 육체를 얻지 못해, 그 영혼의 일부가 플라스크 안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 마나 보유량 : 45 / 200

세영은 혹시 몰라 마나를 가득 주입했다.
거의 절반의 마나를 쏟아부었다.

"그게 뭐예요?"
"왜, 처음으로 잡았던 고블린 족장 있잖아. 그거야."
"네? 그게요?"


세영은 미소를 지었다.
이미 들어서 알고 있던 김만우 역시, 플라스크를  건 처음이었다.


"야, 그래서 그걸 어떻게 쓰는데?"
"기다려 보세요. 음... 아? 저게 좋겠다."

세영은 덩치가 커다란 홉 고블린의 시체를 발견했다.
어떤 사체를 사용하는  인가에 따라서 호문클루스가 강력해지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이왕 하는 거 일반 고블린보다는 이쪽이 좋아 보였다.

"호문클루스!"

세영은 시체에 손을 얹고 스킬을 사용했다.

[홉 고블린의 사체를 호문클루스 쿠아스의 그릇으로 사용합니다. 연성을 시작합니다.]

세영의 손에서 오묘한 색상의 빛이 발하며, 홉 고블린의 사체가 기묘하게 변이하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연성이 완료되었습니다. 고블린 족장 쿠아스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기억 속의 육체보다 약한 그릇 탓에, 능력이 다소 감소합니다.]

"우와악!"
"흐익. 보 보스가!"


놀란 일행들을 가까스로 말렸다.

"진정들 해. 스킬로 만들어진 거니까. 내 명령을 따를 거야. 아마도."
"지, 진짜요? 와... 그런 스킬 들어본 적도 없어요."
"마치 무슨 네크로맨서 같네요. 형, 연금술사 맞아요?"

세영도 조금 당혹스러웠지만, 호문클루스라면 연금술 관련 이야기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편이다.

"인조 몬스터가 하필 고블린이라니. 히잉. 아쉬워라. 더 귀여웠으면 좋았는데."

전투에 사용할 호문클루스가 귀엽고 그렇지 않은 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런 소릴 해 대는지 의문이었다.

"음, 귀여운 몬스터가 있다면 아마도 귀여운 호문클루스가 만들어  걸? 사실, 몇 개  만들어 둔 게 있어. 인벤토리 안에."
"뭔데요? 뭔데요?"

노랑나비는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음... 대부분 고블린이고, 트렌트랑 드라이어드가 외형이 좀 다르려나?"
"우웩-."


노랑나비는 곧바로 토하는 시늉을 했다.
반면 뒤에선 레드문과 핑쿠햄스터는 눈을 빛냈다.
다만 아무런 발언도 꺼내진 않았다.

"기, 기대되네요. 그거. 하하."
"맞아요. 저희가 전멸할 정도로 강했으니까. 드라이어드는."

다들 그런 말을 하면서도, 귀까지 달아오르고 있었다.
무얼 기대하는지 알만했다.


[쿠아스는그릇으로 사용 중인 육체가 파괴될 때까지 오로지 당신의 명령 만을 따를 것입니다. 그릇이 파괴될 경우 자동으로 플라스크의 안으로되돌아오게 됩니다. 되돌아온 호문클루스는 대량의 마나를 흡수하기 전에는 다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 합니다.]


무엇보다 일회용이 아니라는  다행이었다.
무려 보스 드롭 아이템을 사용해야 제작 가능한 호문클루스인 만큼, 일회용이었다면 몇  사용해 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쿠아스! 우리가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동안 대족장의 시선을 끌어줘. 최대한 시간을 벌기만 하면 되니까!"
"크오오오!"


호문클루스는 아쉽지만, 말을 하진 못했다.
저러면 그냥 괴물과 다름없는데...
알아듣기는 하는 모양이라 그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도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면 조금  지능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남아있다.


사체는  고블린의 것을 사용했지만, 현재 쿠아스의 외형은 이전 고블린 족장 네임드로 등장한 시절과 거의 흡사했다.
다만, 덩치의 크기만 조금 작을 뿐이다.

쿠어어!

뒤뚱뒤뚱 달려가더니 대족장 바라만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바라만의 시선이 쿠아스를 향했다.

"지금이야. 다들 포션 아끼지 말고, 남아있는 고블린들 정리하자!"
"네."

대 난투가 시작됐다.
아군은 다섯 명, 적군은 수천 마리의 고블린이다.
까만 곰과 보조 일행은, 동굴의 입구에 숨어서 구경 중이었다.

"형. 괜찮겠어요? 뒤에서 까만 곰하고 기다리시지."
"시끄러워 인마. 나도 이제 35 레벨이야!"

곧바로 김만우의 피리 선율과 함께, 모두의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가 상승했다.

세영은 모두에게 소리쳤다.

"호문클루스가 얼마나 버틸지 모르니까, 최대한 서두르자!"

가장 먼저 공격 대상으로 삼은 건, 호문클루스를 향해 돌진하는 고블린들이다.
대족장 뿐만 아니라, 가까웠던고블린들 마저, 쿠아스에게 적의를 들어내며 달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세영의 화염 탄 앞에서 놈들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저는 절벽 쪽으로 붙을게요. 레드문하고 제가 그쪽을 상대할게요."


핑쿠햄스터는 자칫 중앙에서 도발을 사용했다가 바라만의 시선을 빼앗을까 봐, 반대편의 절벽을 향해달려나갔다.
그는 공격력이 부족한 만큼, 레드문과 함께 나섰다.
기사가고블린의 시선을 빼앗고, 레드문의 광역 마법 '얼음의 대지'를 사용해 놈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럼 저는 일반 고블린들 정리할게요. 정예는 오빠가 처리해 주세요."


노랑나비는 스킬 회오리 베기를 사용해 빙글빙글 돌면서, 체력이 적은 일반 고블린들을 정리해 나갔다.
회전하는 대검의 공격에서 살아남은 정예고블린은 이세영의 몫이었다.

퍼엉-! 퍼엉-!

"다행히, 모든 고블린이 전부 달려들지는 않아 다행이네."


가까운 고블린들을 정리하며, 세영의 시선은 중앙의 흉측한 물체를 향했다.
저 타원형의 물체는 겉 부분에 핏줄 같은 것이 꿈틀대고 있는 게,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느껴졌다.

"으으, 징그러워."

노랑나비는 외면하려노력했지만, 자꾸만 눈이 그곳을 향했다.

"저게 퀘스트 정보에 있던, 고블린 개체 수가 증가하는 원인이 아닐까? 대족장도 저기에서 힘을 얻은 것 같았고, 저걸 파괴하는 게 퀘스트 클리어와 연관이있어 보이지?"
"네... 근데 저는 못해요. 다가가기 싫어요. 흐잉."


그때 메시지가 들려왔다.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스킬 '화염의 비 Lv. 4'를 사용합니다.]

"저건 또 무슨 스킬이지?"
"딱 봐도 불덩이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거 같은데요."

처음은 화염구와 비슷했다.
놈의 지팡이 위에서 불타는 구체가 생성되었다.

"역시, 예상 대로야. 중앙의 물체로부터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니까, 불덩이가 작네."

하지만 위력은 엄청났다.
저 스킬을 에너지까지 흡수해 더욱 강력하게 발동한다면, 쉽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화염 덩어리에서는 마치 화살을 쏘아 대듯 공중으로 수많은 불덩이가 산개 하더니, 호문클루스의 머리 바로 위에서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쿠에엑-.

[호문클루스 쿠아스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벌써? 이거 곤란하네. 한 마리  뽑을  그랬나?"


아직 고블린의 수는 처음과 다름없었다.
얼마나 많은지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을 정도였다.


"형. 조심해요. 나비야, 엄호 좀 부탁해. 호문클루스 한 마리 더 뽑아내야겠어."
"네. 저한테 맡겨요. 오빠!"


세영은 근처에서 정예 고블린 정찰병의 사체를 찾았다.

'역시 정찰병인 편이 더 유리하겠지.'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옳은 생각이었다.
이번에 만들어 낼 호문클루스는 정찰 대장 케르니의 호문클루스였으니까.

"연성!"


[정예 고블린 정찰병의 사체를 호문클루스 케르니의 그릇으로 사용합니다. 연성을 시작합니다.]

끝이 아니었다.
지난번 파티원들을 전멸 시킨 원흉인, 한방 한방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하던 트렌트들.
만들어 둔 플라스크가  개 안 돼, 사냥한 모든 트렌트를 호문클루스로 만들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세 개체나 만들어 두었다.

'여기에 식물형 몬스터는 없고... 그냥 정예 고블린을 사용하자.'

세영은 정예 고블린들의 사체를 찾아 세 마리의 트렌트 호문클루스를 불러냈다.


"트렌트 들은 불에 약하니까, 바라만 근처에 가지 말도록. 너희는 고블린들 상대해. 케르니는 가서 쿠아스 도와줘!"

기존의 녀석들 보다 한층 체구가 작아져 조금 귀여웠다.
물론 외형은 괴물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와-. 오빠! 저게다 뭐에요?"
"미친 거 아니냐? 완전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다하겠네."


나비는 놀라며 칭찬해왔고, 김만우는 부러움에 틱틱거렸다.

"만드는 거 생각보다 힘들고 시간도 오래 걸려요. 재료도 전부 네임드에게만 얻을 수 있고, 항상 식물에 물 주듯 마나를 주입하지 않으면 안돼서 엄청 번거로워요."
"그게 뭐! 겨우 그 정도 수고로, 네임드 급의 노예 병사들을 만들 수 있는 거니 완전 미친 거지!"


세영도 이런 반응을 해   알았다.
그만큼 말도 안 되는 스킬이었다.
한 번에 한 마리가 아니라, 동시에 다수의 호문클루스가 연성 가능하니, 시간만 주어진다면, 네임드 몬스터 대 군단도 만드는 게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물론 사전 준비에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소모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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