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1화 〉61화. 바라만 (61/122)



〈 61화 〉61화. 바라만

트렌트들은 다수의 고블린 공격을 몸으로 받아내며, 강력한 공격을 반복했다.
크기가 본래보다 다소 작아도, 일반 고블린들에 비하면   이상 거대했으니, 잡몹 잡기에 이보다 좋은 것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덩치가  만큼, 고블린주술사나 정찰병에 의한 공격을 죄다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다.


[호문클루스 크락티모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호문클루스 나스파쉼의 체력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이놈들도 얼마 못 버티겠네."
"당연하죠. 적이 너무 많아요."

고블린 주술사 역시 화염 마법을 구사하는 통에, 트렌트들의 체력은 급격히 감소했다.
세영은 화염 탄을 쉼 없이 쏘면서도,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려고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호문클루스 쿠아스의 그릇이 무너져 내립니다. 영혼이 플라스크로 되돌아왔습니다.]

"벌써?"


대체  대족장이란 놈은 공격력이 얼마나 강한지, 벌써 호문클루스 하나가 쓰러져 버렸다.
쿠아스도 나름 고블린 족장 출신인데, 레벨의 차이인지, 세영이 사용한 연성 스킬 레벨이 지나치게 낮은 탓인지, 힘의 격차를 여실히 드러냈다.

"오빠, 저기 봐요. 바라만이 중앙으로 오고 있어요."


중앙 가까이 있던 노랑과 세영을 향해, 뒤뚱뒤뚱 다가오는 대족장의 모습이 보였다.
호문클루스 케르니는 멀쩡히 살아있는데, 대체  여기로 다가오는 것인가.


"뭐야! 케르니는 뭐해?"

케르니의 탓이 아니었다.
대족장의 뒤 꽁무니를 따라오며, 쇠뇌를 쏘아 대는 모습이 보였다.
대족장의 거대한 체구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뭘 하려는 걸까요?"
"우리가 목적은 아닌  같아. 아무래도 저곳에서 힘을 흡수하려는 모양인데?"

누구도 바라만에게 선뜻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
지금 상황에놈의 시선을 빼앗았다가는, 죽기에 딱 좋아 보였으니까.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결계에서 흘러 나오는 마나의 힘을 흡수합니다.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스킬 '화염의 비 Lv. 7'를 사용합니다.]


마나의 힘을 얻은 바라만의 화염의  스킬은 4레벨에서 무려 7레벨까지 상승했다.
화염구를 사용한 당시보다도, 더 커다란 불덩이가 지팡이 위에서 타올랐다.


"설마..."

다행히 놈의 마법이 향하는 대상은, 호문클루스 케르니였다.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은 덕분에,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세영과 노랑나비가 우선적인 타겟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일단, 고블린들을 더 빨리 처리해야겠어. 케르니도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네, 오빠. 근데 아직도 너무 많이 남았어요."


다행이었다.
케르니는 정찰 대장 답게, 이리저리 굴러가며 화살의 비를 회피했다.
모든 공격을 피한 건 아니었지만, 쓰러진 쿠아스가 받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의 데미지만 입었다.
몬스터 시절의 레벨이 조금 더 높아서 그런 거라 세영은 이해했다.
적어도 조금  시간 버텨줄 것 같았다.

*


시간이 조금 흐르고, 일행은 다시 합류했다.


중앙의 괴물체, 혹은 생명체를 두고, 약 반 수의 고블린을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고블린의 시체는, 아직 아이템을 회수하지 않은 덕분에 사라지지 않은  존재하고 있다.

"템은 언제 회수하지?"
"내가 열심히 회수했는데, 아직 많아."

김만우는 버프를 사용한  외에는, 여기저기 널부러진 아이템을 회수하고 다녔다.
무슨 생각인지, 아직도 신규 스킬의 공개를 감추고있었다.


"이제 어쩌지. 호문클루스를 더 만들어 봐야, 별 소용 없을 거 같은데."
"몇 마리나 남았는데요?"
"음... 이제 남은 건, 드라이어드하고 쿠아만테 뿐이야."

갑자기 모두가 놀랐다.

"쿠아만테요?  엄청 쌔 잖아요.  아직 사용하지 않으셨어요?"
"그게... 아껴 둔 거야. 대족장 잡을  쓰려고. 그리고 네임드 몬스터의 사체를 사용하면  강해질 거 같아서, 정예 고블린을 그릇으로 사용하기에는 뭔가 아깝다고 해야 할까..."

여러 마리의 호문클루스를 연성하며, 깨닫게  몇 가지 정보가 있었다.
본래의 레벨이 높고, 강력했던 네임드 몬스터일수록 더 막강한 호문클루스가 만들어진다는 사실.
그리고 연성 재료로 사용한 사체의 강함에 따라서도 능력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럼 쿠아만테는 아껴두고, 드라이어드를 사용하는 게 어떨까요?"
"그건 왜?"
"잊으셨어요? 저희야 마스크 덕분에 저항했지만, 드라이어드는 광역으로 디 버프를 사용하잖아요."

세영은 드라이어드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화염 탄을 사용해 간단히처치해 버린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그 이전의 기억은 잊은 채였다.
하지만 첫 번째의 힘겨운 전투만 기억하는 아이들은, 드라이어드가 사용했던 스킬들을 더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맞아. 그랬지!"

[호문클루스 케르니의 그릇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케르니는 더는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플라스크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런. 어떻게 하지? 바라만은 이제 우릴 향해서 공격해  텐데."
"이제부터 저희가 대족장을 상대할게요. 형은 드라이어드를 불러내 주세요. 여차하면 쿠아만테도 부탁해요. 아끼다가 죽으면 말짱 꽝이잖아요."
"너희들 버틸  있겠어?"
"해 봐야죠. 저희도 나름 강해졌으니까!"


더는 방법도 없었다.
세영은 힐러도 없이 대족장에게 달려가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마음이 급했다.
재빨리 가까운 고블린 정예 주술사의 사체를 찾아 스킬을 사용했다.


"호문클루스 연성!"

[고블린 정예 주술사의 사체를 호문클루스 누라라의 그릇으로 사용합니다. 연성을 시작합니다.]

반복된 사용으로, 호문클루스 연성 스킬의 레벨이 하나 올랐다.
덕분에 만드는 시간이 조금은 줄어 들었다.


[연성이 완료되었습니다. 거목의 주인. 나무의 정령 '누라라'가 새로운 생명을 얻었습니다. 기억 속의 육체보다 약한 그릇 탓에, 능력이 다소 감소합니다.]


더럽고 추악한 고블린의 육체가 변모하며, 아름답고 야릇한 나무의 정령이 만들어 졌다.
딱딱하고 매 마른 피부는 말랑말랑하고 윤기있게, 항상 굼주린 듯한 얼굴과 주름 가득한 괴물의 형상이 눈부신 아름다운 미모로 재창조되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녹빛의 눈동자가 어두운 동굴 안에서도 찬란하게 빛났다.

놀라운 일이었다.
스킬 레벨이 하나 상승한덕분인 걸까?

"누구냐. 감... 히. 나를..."

다소 어눌했지만, 누라라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말을 하네?"
"너... 인가..."

세영은 대화나 주고받을 틈이 없었다.

"저기 있는 고블린들을 부탁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 줘."
"흥... 어... 쩔 수... 없..."
"대답은 됐으니까 빨리."

거만한 말투와는다르게, 드라이어드는 세영의 명령에 고분이 따랐다.

누라라는 발을 땅속으로 푸욱 파묻더니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잠시 후, 고블린들이 모여있는 중앙에서, 새싹처럼, 꽃처럼 피어올랐다.


"더러운... 고블린..."


[호문클루스 누라라가 스킬 '나무의 저주'를 발동합니다.]

기대하던 스킬이 발동됐다.
그녀의 머리칼이 뱀처럼 변했고, 야릇한 신체는 온통 녹빛으로 물들었다.
피부의 색이 마치 고블린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영이 그렇게 생각한 사실을 누라라가 알게 된다면, 명령을 따르지 않고 파업이라도 할지 모르겠다.


이전과 같이, 머리칼의 끝에서 액체가 방울 져 흩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고블린들은 그 독액의 방울을 전혀 피하지 못하고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크아악-!
카악!


고블린들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다.
앞이 보이지 않게 된 탓이다.
고통도 만만치 않은지,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무기를 휘둘렀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없었다.

하지만 고블린의 수는 너무 많았다.
누라라의 공격 범위에 있던 건 기껏해야 수백 마리.
나머지 고블린들은 아직도 멀쩡히 존재하고 있다.
저 호문클루스가 과연 얼마나 버텨 줄지, 세영은 마음 조리며 지켜봤다.


"연발 사격!"

누라라를 향해 원거리 공격을 시도하는 정예 정찰병과, 주술사들을 급히 사냥했다.

"누라라! 죽이는  천천히해도 되니까, 일단 모든 고블린들에게 나무의 저주를 사용해!"

누라라는 세영의 말대로 하려는 건지, 팔을 식물 줄기로 변화 시켜 주변의 고블린들을 돌돌 말아 집어 던지다 말고, 땅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또 다른 고블린 집단의 중앙에서 나타나 스킬을 사용하길 반복했다.

[호문클루스 누라라의 체력이 50% 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벌써... 이런, 여기까지 인가. 이제 쿠아만테를 사용해야겠지."


누라라는 생각보다 금세 체력을 잃어갔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는데, 현재 지역이 햇볕이 들지 않는 지하인 것도  원인 중 하나다.


[호문클루스 누라라의 체력이 30% 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시체... 정예 고블린 시체를 찾아서 쿠아만테를..."

세영이 다급하게 주변을 둘러볼 때,의외의 상황이 연출 됐다.
누라라가 모습을 감춘 것이다.


'뭐?'

세영은 수많은 고블린들을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누라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스템 메시지도 들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어딜  거야?'

투둑. 후두둑.

고블린들은 일제히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도 머리카락의 미세한 감촉을 느꼈다.
공중에서 머리 위로, 뭔가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다.


소리가 들려왔다.

드드드드.

혹여나 흙이 눈에 들어갈까 조심히 천장을향해 고개를 들었다.

'헉.'

놀라운 광경이었다.
천장을 뚫고, 나무의 뿌리가 꿈틀꿈틀 요동치고 있었다.
크기를 봤을 때, 숲에 있던 거목의 뿌리가 틀림없었다.


[호문클루스 누라라가 스킬 '생기 흡수'를 사용합니다.]


'뭐라고?'

천장이 무너져 내릴  진동했다.
더는 고개를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눈으로 흙이나 바위 가루가 쏟아져 내린 탓이다.


거대한 나무의 뿌리 하나가 서서히, 아주서서히 시들어갔다.
결국은 완전히 시들어 버렸고, 동굴의 천장에는 작은 구멍이 뚫렸다.
밖은 지금 낮이었는지, 밝은 빛이 새어 들어왔다.


[호문클루스 누라라의 체력이 모두 회복 되었습니다.]

이전에 경험한 것 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누라라의 능력이 감소한 탓이겠지.
그래도 이제 누라라는 모든 체력을 회복했다.

"누라라. 그럼 고블린들을 부탁해!"


이제서야 세영은 안심하고 대족장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나갈  있었다.
결국 쿠아만테의 호문클루스는 끝까지 비장의 수단으로 아껴두게 되었다.


"모두 무사한 거야?"
"형..."


파티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눌  있었지만, 세영과 파티원들의 위치는 매우 멀었다.
핑쿠햄스터가 파티의 안전을 위해, 대족장 바라만을 고블린들과 세영의 위치에서부터, 최대한 반대쪽 구석으로 유인했기 때문이다.


"형, 오지 마세요. 아무래도 도망쳐야  거 같아요. 마법 공격 한 방에 들어오는 데미지도 그렇고 화염 디버프 때문에, 누적되는 데미지까지. 치료약 마시기도 벅차요. 오래 못 버텨요."

히부린의 마스크는 독 계통의 상태 이상은 저항하지만, 화염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핑쿠햄스터는 더는 바라만의 마법을 버텨  자신이 없었다.

"조금만 견딜 수 없겠어? 20초면 돼!"


자신이 달려갈 동안만, 죽지 않고 버텨 주기를 바랬다.
그래 준다면, 아직 선보이지 않은 사기적인 방법을 사용할  있을 테니까.


"최대한 버텨 볼게요... 으윽."

세영은 모든 힘을 달리는데 쏟아붓는 심정으로 빠르게 파티원들이 있는 장소를 향했다.


*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스킬 화염구 Lv. 3'를 사용합니다.]


"모두 흩어져!"

핑쿠햄스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염구는 광역 공격이다.
범위 안에 있다간 모두가 데미지를 입게 된다.
오직 자신만이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래야 화염구 날아오는 방향이 고정되어 파티원들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꿀꺽. 꿀꺽...


놈의 공격 속도가 조금이라도 재빨랐다면, 자신은 진작 죽었을 것이다.
오히려 놈이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이, 물약을 마실 시간을 벌어 주었다.

'알파 형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형이 와도 힐러가없으면 버틸 수 없는데, 설마 폭딜로 순식간에 처리하려고 그러나?'

세영의 말도 안되는 딜량이라면, 불가능이 아닐지 모른다.
다만, 놈이 불 마법을 사용하는 만큼, 화염 저항력이 높아 제대로 데미지가 들어갈지 걱정이었다.
이름부터 대족장. 기존의 네임드들에 비하면 최대 체력이 얼마나 되는 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


콰앙-!!

방패를 잡은 손이 요동쳤다.
바라만의 화염구를 처음 받아낸 장소에서 몇 걸음이나 뒤로 밀려났다.
후끈거리는 열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렇게 뜨거울 줄 알았다면, 엄브렐라의 감도를 약하게 조절해 둘 걸 그랬다.
핑쿠 햄스터는 몸이 화염 디버프로 인해 불타오르면서도, 세영을 기다리며 치료약을 마셨다.


"진짜 안될 거 같은데?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냐 얘들아?"
"알파 형이 버티고 있으래요. 아저씨."

김만우는 이 꼬맹이들이 얼마나 이세영을 신뢰하는지  수 있었다.
남은 체력이 10% 이하를 왔다 갔다 하는 위급한 상황에도, 믿고 버티고 있지 않은가.
자신도 그를 믿고 있지만, 정말 신기한 녀석이라고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건 나도 아는데, 그래도 죽으면 어쩌려고?"
"다 생각이 있겠죠. 안 그래요, 알파형?"


세영도 달려오면서 파티 대화를 계속 듣는 중이다.
숨이 차 말을 하기가 쉽지 않을 뿐.


"헉, 헉. 조금만... 10초만 버텨."


터엉-!


바라만의 공격이다시 시작됐다.


스킬이 아닌 평범한 마력 탄.
오히려 이 공격이 더 위협적인이유는, 높은 데미지 임에도 일반 공격인 탓에 연사 속도가 제법 빨랐던 것이다.


기사 클래스인 핑쿠햄스터의 높은 체력량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공격에 무려 30%에 달하는 체력을 앗아갔다.
검은 집어넣은 지 오래다.
치료약 마시는  한 순간이라도 쉬었다가는, 놈에게 당하는  순식간이다.

[불타오르는 화염 디버프가 누적 10단계를 돌파하였습니다.   줄어드는 체력이 두 배로 증가합니다.]


"아아, 큰일났다."


핑쿠햄스터는 이제 정말로 죽겠구나 싶었다.
또 24시간이나 페널티 때문에 접속하지 못하게 되다니, 정말 짜증이 났다.


"그냥 다들 도망가!  같이 죽느니, 나만 죽는  훨씬 나을  같으니까."

그래도 파티의 탱커로서 마지막 역할은 수행하리라 다짐했다.
자신은 죽더라도, 파티원들은 어떻게 든 살려낸다.
탱커로서의 숙명이라 생각했다.

그때였다.


철컥.


이세영이 도착한 건.

퓩퓩퓩-


도착과 동시에, 쇠뇌에 새로운 탄환을 끼워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발사했다.
그런데 탄환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바라만이 아니었다.
 대상은 탱커인 핑쿠햄스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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