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5화 〉65화. 대족장 (65/122)



〈 65화 〉65화. 대족장

세영은 호문클루스 쿠아만테를 연성 하는 데 성공했다.
좁은 지하에서 사체를 찾아내는 데는 꽤 고생했다.
이제는 서로 붙어 버린, 숲의 지반 아래와 동굴의 바닥. 그 사이의 틈새.
나무의 뿌리들이 얼기설기 엉켜있는 좁은 틈새로 기어들어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워낙 많은 고블린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던 덕분에, 결국은 발견할  있었다.
정예 고블린의 사체를...


"모두 무사한 거지?"


세영은 겨우 지상으로 돌아왔다.
칠흑 같은 쿠아만테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

"네. 아저씨가 피리를 분 덕분이에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김만우는 마나 포션을 마시다 말고, 우쭐하게 소리쳤다.


"하하. 이 몸의 새로운 스킬 덕분이야. 알파야. 안타깝구나. 이 전투의 가장 중요한 장면을 놓치다니. 우훗."
"네에?"


세영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궁금했지만, 평소 김만우의 성격을 알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그런 대화 중에도, 그의 쇠뇌는 쉴  없이 쏘아졌다.
당연히 힐링 탄환의 이야기다.
파티원 모두의 체력이 한계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와-. 살았다. 역시 형이 짱이에요."
"오빠 고마워요. 저는 양손으로 스킬 쓰느라, 치료약 꺼내 마실 손도 없었는데. 역시, 오빠 밖에 없어요!"

마나 포션을 마시던 김만우는 그 소리에 미간을 찡그렸다.
기껏 멋지게 스킬을 사용해 파티의 위기를 구해냈건만, 좋은 부분은 세영의 독차지라니, 배가 아파오는  같았다.


하지만 세영은 아이들의 그런 인사치레는 무시했다.
맨날 듣는 소리기도 하고...
지금은 당장은 보스를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보다, 어떤 녀석부터 처리할까?"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 먼저 죽을까요? 빨리 죽는 쪽이 먼저에요.  마리라면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사냥 가능할  같거든요."


망설일 시간조차 아까웠다.
세영의 힐링 탄환이 있다면, 어느 쪽을 먼저 처리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았다.

그럼 주술  부터다.
이유는 하나다.
바라만이 먼저 쓰러지면, 소환된 주술 왕이 함께 사라질까 해서다.
주술 왕을 먼저 잡아야, 두 마리의 아이템을 모두 획득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다.
사실 누굴 먼저 쓰러뜨려도 아이템은 모두 획득 가능했지만, 그걸 생각한 사람도 없었고, 논리적으로 고민하고 있을 시간도 아까웠다.

"그럼, 주술 왕부터 처리하자. 집중 공격!"
"네!"


핑쿠햄스터는 거리를 벌리며 대족장 바라만을 유인하기 시작했다.
네임드 몬스터 두 마리의 광역 스킬을 동시에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야말로, 파티의 생존을 가장 위협할 테니까.


"쿠아만테. 공격 스킬 전부다 쏟아부어!"


[호문클루스 쿠아만테가 분신을 사용합니다.]
.
.
.

수많은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호문클루스 쿠아만테는 거의 모든 스킬을 퍼부었다.
고블린 주술왕 피히히의 체력은 순식간에 줄어들어 갔다.

"역시,  녀석부터 사냥하는 게 맞았네요."
"그래. 아무리내가 힐링 탄을 사용해도, 언제까지 탱커도 아닌 노랑나비 혼자서 버텨내는 게 가능했을지 모르니까."

피히히의 공격 대상은 수시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세영을 향해 고정됐다.
놈이 아무리 화염 마법사라 하더라도, 화염 탄의 데미지를어떻게 해 볼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냥하느라 고생했던 쿠아만테가, 이렇게 아군으로 함께 싸워주니까 엄청 든든하네요."
"하하, 정말 그렇네."
"바라만은 소환만 할 뿐이지 광폭화 하지는 않는 거 같으니까, 이대로 끝나겠네요. 이번 전투는."

설레발 필패라 누가 그랬던가.

"다들 조심해! 놈이 또..."


핑쿠햄스터의 목소리에 이어, 갑자기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스킬 '차원의 문 Lv 2'을 발동합니다.]

"또?"
"아니, 무슨 문을 마다 하나씩 여는 것도 아니고, 끝도 없이 나와!"

이번에 등장한 건, 한 마리가 아니었다.

[고블린 족장 '쿠프타'가 등장합니다.]

[고블린 족장 '카치라'가 등장합니다.]

[고블린 족장 '키르보'가 등장합니다.]


바라만은 마치 자신이 모든 고블린들의 수장. 대족장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족장급의 고블린을 단번에 세 마리나 소환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놈들이 마법사가 아니라,쿠아스 같은 근접 물리 공격을 특기로 하는 녀석들인 점이었다.

세영은 곧바로 쿠아만테에게 명령했다.

"쿠아만테! 새로 등장한  마리를 상대해 줘, 최대한멀리 유인해서!"

분신까지 사용해 두 개체가 된 쿠아만테는, 명령대로 세 마리의 족장 고블린을 데리고 멀리 이동했다.

"와, 진짜 부럽다."
"오빠. 펫이 말을 엄청 잘 듣네요. 저도 다음에 귀여운 동물 펫이라도 구해야겠어요. 너무부러워~"

호문클루스 입니다만...

다수의 네임드 몬스터의 등장에도 이렇다 할 위기는 찾아오지 않았다.
적어도 쿠아만테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그럴 것이다.


세 마리의 둔한 고블린에 비하면, 작은 체구의 쿠아만테는 움직임이 매우 날렵하기 때문에 제법 시간을 끌어 줄 거라 믿었다.

"자! 최대한 서두르자! 대족장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모든 파티원의 체력을 확인해 가며, 공격을 거듭했다.

전투는 지속됐고, 아슬아슬한 상황은 몇 번이나 찾아왔다.


그 첫 번째는 피히히가 광폭화를 통해 엄청난 화염 마법을 쏟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고블린 주술왕 답다고 해야 할까?
바라만 못지 않은 강력한 마법 공격이었다.

"미친. 고블린이 브레스를 쓴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다고!"
"으아-! 뜨거워!!"


피히히는 허공에서 팔을 휘젖더니, 작은 호리병 하나를 소환 했다.
그리고 그 안의 내용물을 입에 가득 머금었다.
취권이라도 하는 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뜨거운 숨결'이라는 광역 화염 마법.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가 놈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

놈의 화염 공격으로 부터 파티원의 생명을 사수하느라, 세영은 정화 탄과 힐링 탄을 번갈아 사용하며 몹시 바빴다.

"그래도 어떻게든 견뎌냈네요."
"다 오빠 덕분이에요."

퍼퍼펑-!!

세영의 연발 사격과 함께, 피히히의 생명은 사그라들었다.


"템은 나중에 확인하고, 바로 바라만부터 잡자! 형. 형이 회수해 주세요."
"그, 그래."
"네? 바라만부터요?"
"응. 언제  다른 고블린 소환할지 모르니까."


아이템의 회수는 김만우에게 맡기고, 일행은 바라만을 향해 달렸다.

간간이 힐링 탄을 사용해 회복시켜 주긴 했으나, 오랜 시간 혼자 외로이 버텨온 핑쿠햄스터.
덕분에,바라만의 시선은 완벽히 그를 향해 있었다.

"폭딜!"
"가자!!"


모두의 얼굴은 눈에 띄게 밝아졌다.
피히히를 쓰러뜨리고보인 영롱한 빛 때문이었다.
얼핏 보기에도 노란 빛이 무려  개나 반짝이고 있었으니까.


"빨리빨리 잡자! 아이템 확인하고 싶어~ 히히."


[기초 쌍 쇠뇌 사용 기술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기초 쌍 쇠뇌 사용 기술의 레벨이 10에 도달하였습니다. 스킬 '기초 쌍 쇠뇌 사용 기술 Lv. 10'이 '쌍 쇠뇌 전문 기술 Lv. 1'로 변경됩니다.]

이제 세영은 양 손에 쇠뇌를 들어도, 공격력과 명중률 감소 페널티 대부분이 사라졌다.
오히려 두 발의 공격이 동시에 발사되니, 하나만 사용하던 이전과 비교하면, 무려 두 배 강력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은  손에 힐링 탄을 착용 중이라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버러지 같은 인간드을..."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이 특수 스킬을 발동하였습니다.]

남은 체력이 5% 까지 줄어든 바라만은 최후의 발악을 하기 시작했다.
모든 고블린들의 가장 정점에  있는 존재이니 만큼, 놈은 특수한 스킬을 보유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바라만의 육체가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저건, 뭘까요?"
"글쎄."
"원래 불꽃은 푸른 불꽃이 더 뜨거운 법이잖아요? 자폭이라도 하려는 거 아닐까요?"
"에이, 무슨 최종 보스가 자폭을 해."


[마나의 불꽃이 바라만의 육체를 감싸며 타오르고 있습니다. 바라만은 보유한 마나가 바닥날 때까지 이전보다 두 배 강력해질 것입니다.]


"이게무슨 소리야?"
"더 강해진다고?  배나?"


날벼락 같은 이야기가 아닐수 없다.


"극딜! 극딜해!!"


핑쿠 햄스터가 소리쳤다.
 배면 버텨낼 리가 없다.
특히 화염구를 맞으면, 자신은 단번에 즉사하리라.

단순히 데미지가 두 배라면, 평범한 마력 탄 역시,  발만 맞아도 죽게 될지 모른다.
빨리 놈을 쓰러뜨려야 한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 거의 죽어가는 중일 거예요. 보스 몬스터라서 마나는 엄청 많겠지만, 그래도 최후의 수단 같은  아닌 이상 이런 식으로는 사용하지 않을 테니까! 형도 저 힐 주지 말고 공격만 해주세요!"

핑쿠 햄스터는 죽을 각오를 했다.
바라만이 먼저 쓰러지거나, 자신이 먼저 죽거나 하는 싸움이지만, 결국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파티원들이 사냥에 성공하면 만족할 수 있을  같았다.
24시간 접속하지 못해도, 나중에라도 아이템을 나눠 받게 될 테니까.
어떻게 든 놈을 쓰러뜨리는  가장 중요했다.


다행이었다.
강화된 놈의 첫 공격은 스킬 공격이었다.
마법이 시전 되는데 까지,  초의 시간을 더 벌었다.

"공격!!"

얼음 마법과, 화염 탄.대검의 날카로운 칼날에, 핑쿠햄스터의 찌르기까지.
 종 공격이 퍼부어졌다.


[고블린  족장이 스킬 '위대한 화염구 Lv. 1'을 사용합니다.]

얼마나 강력하길래 스킬 명 까지 변경되었다.
위대한?
놈의 쥔 낡은 나무 지팡이 위에, 지금껏 본 적 없던 거대한 크기의 불덩이가 생성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건, 범위도 장난 아니겠어요. 모두 극딜 해. 나는 아마 못 버틸 거야."

핑쿠 햄스터는 그런 소리를 하며, 저 멀리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바라만의 광역 마법을, 오직 자신 혼자서 받아내기 위한몸부림이었다.

그때, 분위기를 깨는...
아니, 분위기를 바꾸는 피리의 선율이 들려왔다.

휠릴리리~

[위혼곡 1장이 연주됩니다. 주변의 원혼들이 음악에 맞춰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고블린에게 당해 목숨을 잃은 억울함을 간직한 영혼들입니다. 원혼들은 위혼곡의 구슬픈 선율에 맞춰 주변의 고블린들에게 저주를 내릴 것입니다.]

- 원혼들이 주변의 고블린을 휘감기 시작했습니다.
- 고블린들의 공격 속도가 대폭 감소합니다. 효과는 연주가 계속되는 동안 지속됩니다. 주변 고블린의 공격 속도 -90%

김만우가 때마침 피리를 불며 등장했다.
바라만의 움직임이 느려졌고, 심지어는 지팡이 위에서 거대하게 타오르던 불꽃마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이 모든  게임이기에 가능한 일.
오직  장소에서, 바라만의 시간만이 서서히 흘렀다.

"형? 이게 뭐예요?"

세영은 처음 보는 김만우의 스킬이 매우 놀라웠다.


김만우는 제발 좀  때리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지도 말고, 빨리 공격하라고 소리치고 싶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피리를 부는 걸 멈출 수는 없어, 아무런대꾸도 하지 못했다.

"뭐해! 공격해!"

대신외친 건, 멀리 달려나가던 햄스터였다.

"맞아! 얼른 공격하자. 회오리 베기!"
"얼음 화살!! 얼음의 대지!"


다시 공격이 재개되었다.
화염이 햄스터를 향해 날아가기 전에, 기필코 녀석을 쓰러뜨려야 한다.


"연발 사격!!"

[연발 사격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연발 사격!!"


레벨이 상승하며, 세영의 두 번째 공격은 한 번에 무려 7발의 화염 탄이 발사됐다.

콰과과과광-!!

정확히 바라만의 등 판에 모든 탄환이 적중했다.

그리고...

[고블린 대족장바라만을 처치하셨습니다.]

띠링!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그토록 고대하던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콰아앙-!!

동시에 강렬한 폭발이 일었다.
놈의 지팡이 위에서 만들어지던 집 채 만한 화염 덩어리가 공중에서 그대로 터져버린 것이다.
다행히 누군가 데미지를 입은 건 아니었다.

그 강력한 폭발의 열기를 견디며,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미소 지어졌을 뿐이다.

"허억, 헉. 사... 살았다."


이 순간 가장 환희를 느낀 건, 대 자로 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핑쿠햄스터였다.

"살았뜨아아아~~~~!!


그 목소리를 들으며, 모든 파티원의 입꼬리는 한없이 올라갔다.

단순히 아무도 죽지 않았기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쓰러진 바라만의 시체 더미에서, 새빠알간, 아주 새빨간 아이템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나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