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8화 〉68화. 생방송 (68/122)



〈 68화 〉68화. 생방송

"워... 여러분 보, 보이십니까. 저 멀리 어렴풋이 보이네요. 흉측하고거대한... 핏줄이 불뚝불뚝 하는 것이 마치..."


- 으악! 상상했잖아 ㅅㅂ.
워, 졸라 징그럽게 생겼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하앜 빨리 더 가까이서 보여줭!
(5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1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
.


벌써 고블린 숲은 날이 밝았다.
생방송 시청자 수는 늘어나기만 반복하며 방금 50만을 넘어섰다.


- 60만 가자!
- 햐~ 미쳤네. 설마 군만두님 방송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팬이지만 상상도  하는 일이 벌어지네요. 저까지 다 뿌듯합니다.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
가자! 가자!
- 내가 이 방송을 2시간 넘게 보고 있을 줄이야.


오히려 시청자들이 신이   같았다.
필터링을 통해 악플은 대부분 자동 차단이 되기 때문에 엄청난 시청자의 유입에도 모두 즐겁게 시청하는 것이 가능했다.

히이이이잉.

드디어 말이 걸음을 멈췄다.
밤을 지새우고 달려왔다.
갑작스러운 고블린들의 공격에도 용케 여기까지 살아남았다.

"가까이 오니까 탑이 보이지 않네요. 말은 여기에 두고, 이 언덕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헉, 헉. 제법 가파른데요."


솟아 오른 민둥산의 아래에 당도했다.
다행히 언덕이 엄청 높지는 않았다.
여기저기 쓰러진 나무들도 보였는데, 그 쓰러진 나무를 타며 가지를 붙잡고 오를  있었다.
댓글 창은 두근두근 심장 뛰는 소리로 도배 되고 있었다.
모두 이 순간만 기다리며 몇 시간이나 시청을 계속한 이들이다.

-ㄷㄱㄷㄱ
- ㄷㄱㄷㄱ
- ㄷㄱㄷㄱ


이윽고 가장 높은 부분부터 시작해, 고대 마족의 탑 전체의 모습이 화면에 들어났다.

으악, 저게 뭐야.
- 으악!!
- ㅋㅋㅋ 졸라 이쁘게 생겼네.
- 입구 어딘가요? 입구 좀 보여주세요. 던전 맞죠?
- 마족은 없나요? 마족 좀 보여줘요.

메인 댓글 창에서 메시지를 적는  50만 명의 사람 중 1% 정도였지만, 채팅 창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가는지 쉽게 읽을 수 없었다.

'10명 이상이 동시에같은 소리를 하는 경우에만 댓글 보여줘'


콕핏에 탑재된 AI를 사용해 중요한 댓글만 추려내 보려 해도, 지나치게 많은 양이라 쉽지 않았다.

"일단, 탑의 주위를  바퀴 삥- 둘러보겠습니다."


ㅇㅇ 입구 찾아줘요.
- 입구 발견 시 후원 갑니다.
- 마족 발견 시 100만 추가.
- 받고 50만 더.
- 와-. 이 방에  손들 겁나 몰렸네.


난리도 아니었다.
후원금 총액은 마족의 탑 외형이 드러난 뒤, 단 몇 분 사이에 지금까지 누적 금액의   배로 폭증했다.

그런데 갑자기.


"으악-!!"


군만두가 비명을 질렀다.
화면에는 작은스파크가 이는 게 비췄다.

"하아, 하악. 가까이,  가까이는 다가갈  없을 것 같네요. 헉. 지금 방송에는 보안상 자동으로 필터링 걸린 거 같은데, 저한테 이런 메시지가떴어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레벨이 부족합니다.]

군만두는 방송을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위해, 기기의 자극 센서 감도를 최대한으로 올려뒀다.
게임 내에서 받는 고통이 100% 까지는 절대 아니지만, 제법 강력한 통증을 느꼈다.

- 레벨 몇인데?
- 군만두님 레벨 몇이신가요?
-이분 레벨 공개 안 함?
- 저번에 봤을  30은 넘은 거로 기억하는데.


"자, 자. 진정들 하세요. 제 레벨은 35입니다. 아무래도 제 레벨에는 이 마족의 탑에 접근 조차 할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일단 주변만 둘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ㅇㅇ 인정.
- ㅇㅈㅇㅈ
- 입구나 찾으면 비춰 줘요.


순식간에 10만 명의 시청자가 증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을 시작한 건 BJ군만두 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탑에 진입 가능한 높은 레벨의 웹튜버를 찾아서, 시청자들의  이동이 일어난 것이다.

'젠장. 레벨 좀 더 올려둘걸.'


그런 BJ군만두에게 이상한 장면이 포착됐다.


"여러분, 1분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잠깐 섭외 인터뷰  하고 오겠습니다."

군만두의 시야에, 이런 마족의  앞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2인조가 눈에  것이다.
그것은 바로 포크와 나일. 까만 곰의 조수들이었다.

*


"세영아. 이제 그만 가자."
"왜요, 아직 마족 주머니 절반밖에 안 찼어요."

김만우는 육체적으로 지친  아니나, 정신적인 한계가 왔음을 느꼈다.
이세영과 달리 카스나의 눈 스킬을 보유하지 않은 그는, 지하 동굴 내에서 계속 횃불에 의지해야만 했다.
그러니 장시간의 활동으로 인한 정신적인 피로가 세영에 비해 월등했다.


"횃불도  써가고,  혼자라도 먼저 나간다."
"알았어요. 저는 쿠아만테도 있으니까, 혼자서 충분해요."

아무래도 저 녀석은 인벤이 가득  때까지 밖을 향할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어쩔 수 없어, 결국 혼자 밖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럼 난, 마족  근처에 가서 애들 접속하기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너도 늦지 않게 와라."
"네. 형."


세영은 지칠 줄 모르고 동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굳어버린 불꽃을 채집하고, 고블린 잔당을 싹쓸이 했다.




결국 혼자 밖을 향한 김만우.
이미  대의 마차는 고블린의 수많은 잡템들과 굳어버린 불꽃으로 가득했다.


무게와 공간을 차지하는 장비는 모두 처분했다.
일반 등급과, 마법 등급 뿐만 아니라, 희귀 등급의 장비까지 죄다 거래소에 최저가로 등록했다.
지금 거래소 시스템 알람을 켠다면, 아이템이 팔렸다는 메시지가 정말 끝없이 울려 댈 것이다.


방금 세영에게 건네받은 잡템까지 더해, 김만우의 인벤토리 역시 가득 차 있었다.

'저 녀석은, 대체 얼마나 벌려고 저러는 거야? 아주 작정을 했네. 했어.'


그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 마음이 급해 보여 안쓰러웠다.
이제 개간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허브 농장이 운영되기 시작하면, 지난날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난 돈을 벌어 들일 터인데 말이다.
물론, 강력한 공격력의 원천인 굳어버린 불꽃이야많이 채집해 두면 해 둘수록 차후 편해지긴 하겠지만 말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김만우는 마족의 탑이 보이는 언덕 위에 올랐다.

그리고 잘 알던 얼굴들이 보였다.

"어? 김갑부님? 갑부님이 여길 어떻게?"


BJ군만두는 포크와 나일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하던 중, 갑자기 등장한 김갑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치료약이나 만들고, 물약 장사나 하던 그가, 이런 숲속에서 갑자기 등장하다니.
놀라지 않을 없던 것이다.

"음? 군만두님?"
"네. 아니, 어쩐 일이세요? 이런 깊은 숲 속에. 자칫하다가 죽으시면 어쩌시려고."
"네?"

김만우는 갑자기 혈압이 올랐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전투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기분이 별로 였는데, 쓸데없이 신경을 긁어오는 것이 아닌가.

"하하... 저, 혼자 온 건 아니고요."
"아! 혹시 마족  구경 오신 겁니까? 저기  보세요. 벌써 수십 명이나 몰려 들고있어요. 파르도 시의회에서 준다는 퀘스트는 아직인 모양이더라고요. 대표자 회의가 게임 시간으로 내일 열린다고 하니까, 아마  이후가 되어야 받을 수 있겠죠."
"그렇군요."


김만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나저나, 군만두님도 구경하러오셨습니까?"
"하하. 저야 방송하러 왔죠. 놀라지 마세요. 지금 무려 50만 명이 동시 접속해 저의 생방송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 걱정 마세요. 다른 플레이어들은 가면을 것처럼 자동 편집 되어 나가고 있으니까. 제가 허가하지 않은 음성도 자동 무음 처리되고."
"뭐요? 50만 명?"


눈을 크게 뜨며 물어오는 김만우의 얼굴을 보며, 군만두는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그만한 이슈 아니겠습니까?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시골 취급 받는 우리 파르도 섬에, 게임 유일의 대형 이벤트가 나타난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렇군요..."

부러웠다.
자신도 채널을 만들어 두었건 만, 아직 영상 하나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영상 편집자를고용하거나, 아니면 콕핏 같은 AI 편집 기능이 있는 기기를 구매해야만 했다.


'콕핏이 20억 이랬나... 며칠만 고생하면 못  것도 없지.'


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군만두는 나일과 포크를 향해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그럼 두 분은 탑이 떠오를 때부터 여기 계셨다는 거네요? 어떠십니까. 제가 출연료 두둑하게 드릴 테니까, 제 방송에 얼굴 공개하시고 출연하지 않으실래요?"

나일과 포크는 옆에  김갑부를 돌아봤다.
사실 탑이 떠오른 원흉까지는 모르지만, 가장 깊은 연관이 있는 파티원  한 명이 바로 옆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응?왜 그러십니까?"
"그게... 저희는 저쪽 분에게 허락을 받아야 할 거 같아서요."
"네? 그건 왜 요? 혹시 아시는 사이 셨나요?"


김만우는 잔머리 만큼은 발군이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순식간에 파악이 끝났다.

"그 인터뷰는 조금 곤란하겠네요."
"네? 김갑부님. 그건 이지요?"
"그야, 군만두님만 이득이니까요. 지난 번처럼 조회 수 수익을 몽땅 이쪽에 넘기신다면 모를까."

김만우가 하급 치료약 제조법을 공개한 영상은, 벌써 2억 조회수를돌파했다.
영상 하나로 4억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네? 그건 너무나 터무니 없는..."
"왜죠? 군만두님 채널이 이만큼 성장한 것도, 다~ 제 몫이나 마찬가지 인데."
"그...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계약은 이미 끝이 난 것이 아닙니까."
"물론이죠.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오늘 인터뷰는 별도이지요."


나일과 포크는 자신들의 눈앞에서 두 명이 나누는 대화를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때문에 무시한 채, 하고 있던 조리를 반복할 뿐이었다.
신규 레시피를 찾아내 얼른 셰프가 되는 것 만이 이들에겐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뷰 조건은 요?"

군만두는 결국 한 발자국양보했다.
말도 안 되는 조건만 아니라면, 계약할 작정이었다.
현재 탑의 모습만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을 50만 명의 시청자를 만족 시키기위해서 라면 뭐든 해야 했으니까.


"별거 아닙니다. 음... 제가 원할 때, 제 채널을 홍보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제가 아는 탑에 대한 정보를 바로 공개해 드리죠."
"그러면 저기 두 분은? 처음부터 인터뷰는 저분들과진행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제가 저분들에게 너무 죄송한데요."
"아... 잠시 기다려 보세요."


김만우는 나일과 포크에게 다가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일과 포크는 크게 기뻐했다.
대체 무슨 소리를 들었길래?


"저에게 모든  맡기신다고들 하십니다. 아니면, 직접 물어 보시던 가요."

그럴 필요도 없어 보였다.
군만두가 슬쩍 그들을 바라보니, 이쪽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대체 무슨 대화를 주고받으신 겁니까?"
"그건 영업 비밀입니다."
"뭐, 좋습니다. 그럼, 김갑부님께서 직접 인터뷰 해 주시는 겁니까?"
"네. 조건은 일주일  군만두님의 생방송 마지막에 저의 채널 광고를 1분  해 주시면 됩니다."

군만두는 자신이 손해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영상에 포함된 많은 기업들의 광고에, 군만두의 채널 홍보가 추가 될 뿐이다.
방송 마지막이라면, 광고를 보고 싶지 않은 시청자들이 그냥 나가버려도 자신에겐 아무런 손해가 아니었다.


"좋습니다. 일주일 간."
"음... 군만두님은 매일 방송 하시는 건가요? 매일 생방송을하시는게 아니시다면, 계약은 총 7일로 하시죠."
"네, 그럼 7일. 계약하시죠."


계약은 성사되었다.

"그럼 이제, 제 방송에서 얼굴 공개를 하시는 겁니까?"
"네. 어차피 게임 캐릭터의 얼굴이니까."

김만우는 자신의 캐릭터 김갑부를, 군만두의 생방송에 전격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

- 뭐야! 언제까지  징그러운 탑만 비추는 거야.
-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지금 인터뷰 중이시니까. 이제 오실 거에요.
- 인터뷰? 대체 누구를 요?
- 마족이라도 섭외한다면 인정.
- 빨리 방송 제개하라아ㅏㅏㅏㅏㅏ

댓글 창은시청자들의 아우성으로 가득했다.
벌써 수 분째,징그럽고 흉측한 마족의 탑만 비추고 있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시청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도 잠시.
겨우 생방송 화면에 BJ군만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죠! 여러분에게 깜짝 놀랄 이야기를 전해 주실 분을 섭외하느라 그랬습니다. 자! 서둘러 그분을 모셔 볼까요?"

누군데?
- 뭔데? ㄷㄱㄷㄱ
- 헛소리면 구독 취소함.


등 뒤의 고대 마족의 탑을 배경으로 서있는 군만두.
그 옆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자, 이분입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갑부라고 합니다."
"하하... 네! 제가 추가로 설명해 드리자면, 이 분은 저의 채널에 최대 조회 수 2억을 넘긴 영상의 주인공이신 바로 그분이십니다. 지난번영상에는 가면을 쓰고 나오셨는데요. 오늘 드디어 얼굴을 공개하신다고 합니다. 아? 이미 공개 됐네요. 하하."

이미 사전에 입을 맞춰둔 대로 김갑부가 지난 영상의 당사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실시간댓글 창의 반응은 정말 놀라웠다..


- 헐. 설마 그 사람인가요? 연금술사 신가요?
- 하급 치료약 말고 치료약의 제작법 공개는 안 하시나요?
- 저랑 친구 추가 해주세요. 저도 파르도에서 하급 치료약 제작 중인 사람입니다.
- 대박. 대박 사건.
- (10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연금술사 전직 방법 좀 알려주세요.


읽지도 못할 속도로 엄청나게 올라가는 댓글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BJ군만두는 물론, 김만우 역시 상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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