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9화 〉69화. 생방송 (69/122)



〈 69화 〉69화. 생방송

"하하... 반응이 정말 폭발적인데요. 김갑부님. 오늘은 다른 이유로 출연하게 되신 거죠?"
"네. 여러분 모두 저 뒤에 보이는 흉측한 탑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같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해 드리러 나왔습니다."


마치 선심이라도 쓴다는 듯한 표정의 김만우.
곧바로 분위기를 띄우는 BJ군만두의 멘트가 이어졌다.

"와우! 그거 정말 감사한 일인데요. 여기서 잠깐! 이건 조금 실례되는 질문이긴 하지만, 시청자 분들의 알 권리를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강요는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시고요. 혹시...  자리에서 김갑부님의 클래스를 공개하는 게 가능할까요? 다들, 김갑부님의 클래스가 연금술사이신 거냐고, 많은 질문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모든 시청자의 시선이 김만우의 얼굴을 향했다.

사실 김만우는 자신의 클래스를 공개하기로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그런다 해도 아무나 전직하진 못할 것이다.
설마 전직 방법이 은퇴한 나무꾼들에게 대화를 나눠가며 시작 된다는 사실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테니까.
심지어 나무꾼에게 그를 소개해 준 사람이, 나무꾼들의최대 적이자 악한 나무 정령. 누라를 물리치고 영웅 대접을 받는 이세영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플레이어에게는 아마 불가능에 가까운 일 아닐까?

김만우가 입을 땠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연금술사가 아닙니다. 영혼의 지휘자라는 히든 클래스입니다."
"네?"

크게 놀란 건, 비단 군만두만은 아니었다.
댓글 창에서도 난리가 났다.
단  번 공개된 적 없는 클래스 명에,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저, 정말 연금술사가 아니십니까? 그런데 어떻게 치료약 전문점을 운영하실 생각을 하신 거죠?"
"하하. 이미 이전 생방송에서 공개한 대로, 약제사는 서브 클래스라 누구나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치료약 전문점은  혼자서 운영하는 게 아니거든요. 이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의 정보까지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는 없으니까요."


- 와, 시발. 인정.
- ㅇㅈㅇㅈ
- 영혼의 지휘자 클래스 공개만으로도 대박 사건임.
- 지금 프클 게시판들 죄다 난리 났을 걸?
- 전직 정보 공개하시면 500만 후원 갑니다.
캬. 시청자 다시 오르는 거 보소.

엄청난 반응과 함께, 시청자의 수가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방송을 보던 일부 사람들이, 자신들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새로운 정보라며 글을 올려 대기 시작한 탓이다.
게시판의 생방송 주소 링크를 클릭하고, 엄청난 사람들이 추가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


"야! 나비야. 조나희! 이것 좀 봐봐."

조나희.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은 나비.
프클 내의 캐릭터 명은 노랑나비.
그녀는 지금 막 4교시 수업을 끝마쳤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그녀를 비롯한 같은 반 친구들은, 이제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었다.

"응? 뭔데?"
"이거 봐. 이거  아저씨 아니야?"
"응? 아저씨? 무슨 아저씨?"

까만 곰, 배수연의 스마트폰 영상에는 그녀들이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조나희가 다시 물었다.


"이 아저씨가 왜 여기서 나와?"
"그야 나도 모르지. 보니까 클래스 공개도 하셨던데?"


그녀는 화면에 혹시 알파의 모습도 비치지 않을까 싶어, 집중해 스마트폰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왜 인지 같은  친구들도 하나같이 집에 돌아가지 않고, 각자의 스마트폰을 보는 데 열중이었다.


이들 중 프클을 하지 않는 이는 거의 없었고, 그중에서도가장 인기 있는  판타지 세상인 판게아 행성이었다.
그런 상황에, 지금 이 판게아 행성에 대형 이슈가 터졌으니, 모두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런 때에,  녀석이 그녀들을 향해 다가왔다.


"야, 너희들 파르도 섬에서 플레이 중이지?"

그는 학교 전체의 유명 인사이자, 연금술사로 전직을 마친 같은  친구.
이름도 특이한이백천이었다.
동급생의 20% 이상이 가입한 대형 길드를 운영 중인 길드 마스터 이자, 벌써 억대의 돈을 벌었다며 교내에 소문이 자자한 녀석이다.

"응. 넌 그걸 몇 번을 물어 봐? 또, 알면서 물어봤지?"
"하하. 오해 말라고. 지금 그 섬에 마족의 탑이 나타났다며?"
"응. 그게 왜?"
"푸하하. 왜 긴 왜 야.안쓰러워 그러지. 탑이 등장해서  주변은 완전 고립 됐다며? 어떻게 하냐. 우리 길드에 가입하려면 중앙 대륙으로 와야 하는데."


이야기를 듣던 나비는 발끈했다.


"뭐야? 야, 숫자! 시비 거는 거야? 꺼져라. 좋은 말 할 때."
"흥. 그러니까 내가 대륙에서 시작하라고 했잖아. 왜 그런 촌구석 섬에서시작한 거야?"
"아 씁. 제발, 성질 건드리지 말고 좀 꺼져 줄래? 숫자! 너 때문에 동영상 소리가 안 들리잖아!"

그 역시 이름 탓으로, 숫자라는 별명이 있었다.
이백천은 과거 나비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경험이 있었다.
프클 덕분에 이제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입장이 되어, 이렇게 가끔 그녀에게 시비를 걸러 오는 것이다.
물론 나비는 그동안 꾸준히 그를 무시해 왔다.


"그런 식으로 나오면 너만 손해야. 하긴, 이제  섬에서 평생 못 나올지도 모르니까 상관없나?"


녀석은 정말 재수 없는 미소를 지어 왔다.

"야, 무릎 꿇고 빌어도 숫자 너희 길드는 안 들어가니까, 제발  걱정 말고 꺼져 줄래? 지금 아는 사람이 방송에 나와서 보느라 바쁘니까."

옆에 있던 까만 곰이 맞장구치며 말했다.


"맞아. 너를 추종하는애들이랑 가서 놀던가."


이야기를 듣고 열이 받은 이백천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녀들에게 두 명의 남자가 말을 걸어오는 통에 실패하고 말았다.


"얘들아, 집에 안 가고뭐해?"

핑쿠햄스터와 레드문이라는 캐릭터 명을 사용하는 두 녀석이 다가왔다.
순서대로 박민수와 백도현.


"지금 김갑부 아저씨가 웹튜브 생방송에 나와서 말이야."
"와, 진짜? 왜?"
"몰라. 고대 마족의 탑 때문인 거 같은데, 너희도 같이 보던지."
"당연하지!"

두 명의 추가적인 등장으로, 유세 떨러 왔던 학교 유일의 연금술사인 숫자 녀석은 구석으로 밀려났다.
다른 반 교실에 가면 자신에게 말을 걸려고 달려드는 아이들 때문에 난리인데, 여기서는 이런 수치를 당하다니.
그는 나비에게 차인 걸 포함해, 이들을 향해 강한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 와, 시청자 수 70만 돌파! 미쳤다 진짜.
- 아까 전까지는 오전이었으니까. 이제 시청자 수 100만 넘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점점 외국 사람들도 유입되고 있고, 생성된 실시간 채팅방의 숫자만 벌써 100개를 넘어섰어요.
- 월클! 군만두!
빨리 인터뷰 계속해 주세요.
.
.
.

시청자 수는 계속 증가 중이었는데, 생방송 진행은 잠시 정지되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였다.
방송 화면에는, 두 남자 캐릭터의 뒷모습과 그 뒤 배경으로 흉측한 탑이 비치고있을 뿐이었다.

"오늘 벌써 후원금 1억을 넘기셨다고요?"
"네에... 그건, 왜..."
"정확히 얼마입니까?"
"그걸, 왜 궁금해 하시는지..."

김만우는 욕심이 났다.
BJ군만두를 통해, 실시간 댓글의 내용을 김만우 역시 확인할  있었기 때문이다.
수십 만의 시청자와 함께, 쉴  없이 올라가는 후원 메시지.

'이거, 잘만 하면...'


자신도 방송을 시작하려면 콕핏이라는 20억 짜리 기기를 구매할 작정이었으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군만두님 원하시는 데로, 히든 클래스인 저의 스킬을 시연하겠습니다. 그 조건으로 1억을 제외한 후원금의 절반을 저에게 주시죠."
"네에?"
"그래서 물어본 거였습니다. 지금까지 받으신 후원금 얼마인지. 1억 이상이시면 말씀 하세요. 그걸 제외하고, 오늘 앞으로 받으실 후원금의  절반이면 충분 합니다."

BJ군만두는 고민했다.
만약 히든 클래스의 스킬이 공개되면, 방송은 다시 한 번 레전드를 찍게 될 것이다.
반면, 후원금의 절반... 이것도 엄청나게 큰 돈일 것이다.


'시청자 수와 구독자 수를 늘리는 게, 나중에 더 큰 돈을 버는 일이지!'

하지만 그의 망설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좋습니다. 계약 하시죠.  생방송에서 히든 클래스의 스킬을 공개 주신다면, 1억원을 제외한 남은 후원금의 절반을 김갑부님께 드리겠습니다."


김만우는 짙은 미소를 보였다.


"잘 결정 하셨습니다. 절대 군만두님 손해 보게는 안 할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세요. 자! 빨리 방송 재개 하시죠."

김만우는 서둘러 세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파티를 잠시 나간다는 내용이었다.

탈퇴를 마치고, 곧장 군만두에게 파티 가입을 요청했다.

"파티 초대 주시죠."
"아, 네."


그리고 다시 방송 화면에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잠시 협의를 했거든요. 바로 여러분이 궁금해 하실 히든 클래스의 스킬 시연! 김갑부님. 준비되셨으면 부탁 드립니다. 참고로 마족의  관련 이야기는 생방송의 가장 마지막에 공개할 테니, 중간에 어디 가시지 마시고 쭉-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랫동안 마족의 탑을 향해 뒤돌아 있던 두 명이, 드디어 화면을 향해 자신들의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군만두의 멘트가 시작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 뭐? 스킬까지 시연한다고?
- 대박.
아까 뭐랬지? 영혼의 주술사였나?
- 영혼의 지휘자!

군만두는 한참을 멀뚱멀뚱 있었다.
댓글 창의 반응을 확인하려는 데, 아직 익숙지 않은 탓이다.
그 바람에 시청자들은 더 안달이 났다.


뭐야,엄청 시간 끄네.
- 캬~ 히든 클래스 답게 방송도 천재인가 본 데? 뜸 들이는 거 보소.
두근두근!
-  아직 전직 전인데, 스킬 보고나서 쌔 보이면 따라서 전직해 봐야겠네.

뒤늦게 김만우가 입을 땠다.


"하하. 제 직업을 일단 간단히 설명 드리죠. 제 직업은 클래스명 그대로 영혼을지휘하는 직업입니다. 그렇다고 좀비나 스켈레톤을 지휘하는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의 지휘자 입니다. 음악을 연주하는 거죠."


- 아, 뭐야.
- 끝까지 들어 봅시다.
- 똥망 클래스 아님?
- 씨댕. 괜히 설렜네.

"실시간 댓글에 제가 예상한 대로의 반응이 보이는데요. 일단 기본적인 스킬을 시연하겠습니다."

김만우의 빈손에, 갑자기 낡은 피리가 하나 나타났다.
이때까지도 시청자들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김만우의 피리 연주가 시작됐다.


- 시발, 뭐야. 이거, 교육 방송임?
- 졸라 잘 불긴 하네. 피리 저렇게 잘 부는 사람 처음 봄.
- 겜인데 당연히 잘 불겠지.
- 근데 뭐 어쩌라고? 졸려.
- ZZZ
- ZZZ
.
.
.


채팅 창이 온통 잠든 이모티콘으로 도배 될 때 즈음이었다.

[일부 바람의 요정들이 피리의 선율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들은 당신의 연주에맞춰 시를 낭송할 것입니다.]


자동으로 정보를 필터링  주는 보안 시스템을 강제 해제했다.
지금 김만우에게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는 생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만 천하에 공개되고 있었다.


<들녘에 시원한 바람 불어와
너도 나도 상쾌함 느끼니
정령수 그늘 아래 울던 자여
나의 손 잡고 미소를 지어다오>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작고 귀여운 바람의 요정들이 김만우의 피리부터 시작된 은은한 마나의 띠를 따라서 춤추고 있는 환상적인 장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멈춘 듯이 보였던 실시간 댓글 창에, 갑자기 폭풍 같은 속도로 댓글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주가 마무리 되며 등장한 버프 효과는 그 정점을 찍었다.

(이동 속도 +3, 공격 속도 +1)

- 요정 너무 귀엽다.
와아, 판타지 게임인 줄은 알았지만, 징그러운 고블린 말고  봤었는데, 정말 엄청 환상적이야!
- 내가 꿈꾸던 판타지의 모습임.
- 뭐야. 버프효과 실화냐? 이속은 그렇다 치고, 공속 ?
- 미쳤다. 대박.
- 나도 영혼의 지휘자 하고 싶어.
- (100만CC를 후원하셨습니다.)
- (60만CC를 후원하셨습니다.)
.
.
.


읽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댓글 창.
그러나 후원 메시지 만큼은 하나도 빼먹지 않고 읽겠다는 듯, 김만우의 눈에는 힘이 가득 들어가 있었다.

'호오, 이거  벌리는데.'

"와우-! 김갑부님. 이게 대체 뭔가요? 정말 엄청난 버프 효과 인데요?"
"하하. 별거 아닙니다."

BJ군만두 역시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시청자 수가 90만을 넘겼다.
그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혹시 근처에 고블린 없을까요?"
"네?  갑자기요?"
"시청자 분들이 원하신다면,  가지 스킬을  선보이고 싶은데... 뭐, 보기 싫다면 아닙니다. 다음 스킬은 몬스터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너무 번거롭죠?"

대놓고 시청자들을 궁금케 하는 목소리.


- 보자. 보자!
- 봅시다. 궁금해요.
- 고블린 숲 한복판인데 고블린이  없어요.  분만 찾으면 나오지.


보자는 의견이 지배적.

"저기, 보자는 의견이..."

하지만 김만우는 군만두의 말을 급히 자르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아, 몇몇 분은 그런 의견도 있지만, 그냥 마족의 탑에 대한 이야기나 시작하라는 소리가 지배적이네요. 이거 아쉽네요. 아? 이거 실례. 군만두님 방송인데 제가 너무 나섰죠?"


BJ군만두는 김갑부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시작한 건지 의문이었다.
댓글 창에는 온통 다른 스킬을 보자는 의견만 가득 올라오는 중이었다.

"저, 저기... 역시 스킬을 보는 것이..."
"네? 아니죠.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비록 저를 홍보할 목적으로 방송에 출연한다고 했지만, 굳이 시청자 의견을 무시해가며 저를 생각해 주실 필요는 없으세요."
"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대체 그런 댓글이 어디 있다고 김만우가 저런 소리를 하는 건지, BJ군만두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