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70화. 생방송
댓글 창에선 영혼지휘자의 또 다른 스킬을 볼 절호의 기회가 날아갈까 봐 시청자들이 안달복달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방송 주체인 BJ군만두에게 따지듯이 요구하기 시작했다.
- 스킬 봅시다.
- 그래요. 스킬 보자고요.
- 시청자 100만명이 우습나? 빨리 봅시다.
- 다음스킬 공개하면 후원 200만 갑니다.
- 저도요.
- 저도 참가할게요. 만약 스킬 못 보면, 구독 당장 취소할 거예요.
- (1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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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김만우의 뜻 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후원하겠다는 메시지가 등장할 때마다,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몰래 삼키고 있을 정도였다.
군만두는 이제야 조금 눈치챘다.
'와, 무서운 사람이네... 후원금 늘리려고...'
"저기, 김갑부님. 그럼 제가 이렇게 부탁 드릴게요. 꼭 좀 다른 스킬도 시연 부탁 드립니다. 저 좀 살려 주십시오.이렇게 까지 시청자자 여러분들이보고 싶어 하시는데."
"네? 정말 그러신가요?"
"네에..."
페이스는 이미 김만우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BJ군만두는 나름대로 오랜 시간 개인 방송을해 왔다.
비록 인기를얻게 된 건 눈앞의 김갑부가 하급 치료약 제조 법을 공개한 덕이고, 기간도 며칠 되지 않았지만, 만 명 이상의 많은 사람 앞에서도 몇 번이나 생방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방송 감이라는 것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감이 말해주고 있다.
여기서는 김갑부에게 맡기고, 자신은 들러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그럼, 이렇게 하시죠. 남의 방송에 출연해, 너무 제 자랑만 하는 것도 죄송하니까, 우리 BJ군만두님 후원해 주시는 분들이 뭘 원하시는 건지 확인하고, 그 분들이 제 스킬에 관심이 있다면 바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한번 여쭤 볼까요? 어떻게 할까요? 후원자 여러분."
댓글 창이야 보나마나 뻔했다.
이미 아까부터 후원하겠다는 사람부터, 이미 후원을 퍼붓는 사람들 까지.
하나같이 김갑부의 스킬을 궁금해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김갑부는 모른 척 하며, 뻔뻔스럽게 이러고 있는 것이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후원자 여러분. 대부분 스킬을 궁금해 하시네요.저, 어떠십니까? 김갑부님."
"그렇습니까?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빨리 제 스킬을 보여 드리고,마족의 탑 관련된 이야기를 진행하죠. 여기서 굳이 시간 더 끌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을 계속 끌어온 게 누군데, 이런 소리를 한다.
결국 둘은, 탑에서 조금 떨어진 숲으로 내려갔다.
김갑부의 또 다른 스킬이자 연주. 위혼곡 1장을 감상하기 위해서.
**
고블린 지하 동굴의 안.
한창, 굳어버린 불꽃을 채집하던 세영에게 다급한 김만우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형. 왜 요?"
"야. 빨리 고대 마족의 탑 앞으로 와봐!"
"무슨 일 있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무래도 네가 오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세영은 김만우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떼돈이요? 무슨 수로요? 혹시 네임드 몬스터라도 나타났어요?"
"그게 아니고. 아, 지금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아무튼 빨리 와."
"아직 마족 주머니 3분에 2밖에 못 채웠는데..."
"형 믿고 당장 튀어 오라고!"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 파티를 탈퇴하더니, 이번에는 급히 오라고 하지 않나.
온통 의문 투성이 였다.
"쿠아만테. 이제 돌아가자. 고생했어."
쿠아만테는 아직도 건재했다.
그 능력의 특성상 일반 고블린들에게는 거의 데미지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체력이 50%이상 남아 있었다.
세영은일말의 아쉬움을 남긴 채, 동굴 밖을 향해 출발했다.
'언제 또 다시 오지... 이동하는 시간이 아까운데.'
그러나 그가 지금껏 채집한 불꽃의 개수만 해도, 수만 발 이상의 화염 탄이 제작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고블린들에게 얻은 잡템의양 역시 어마어마했다.
고대 마족의 주머니에 3분의 2만 채웠다고 해도, 최대 용량이 마차 3대 분량이나 되니까, 동굴 밖에 서있을 마차까지 포함하면 총 넉 대 분량.
김만우와 이세영의 인벤토리까지 포함하면, 그 양은 이루 말할 수조차 없이 어마어마한 양이다.
거기에 더해 거래소에 최저가로 꾸준하게 등록한 수백 개의 장비 아이템은 또 어떠한가.
매 분. 매 초, 등록한 아이템들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지하 동굴 안을 얼마나 헤집고 다닌 건지, 내부의 고블린들은 거의 씨가 마를 정도였다.
**
위혼곡 1장의 구슬픈 선율이 생방송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화면 안의 고블린 움직임이 서서히 멈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갑부님 이건 대체?"
김만우는 대답하지 못하고, 끝까지 피리만 연주했다.
당연히 대답을 하려면 연주를 멈춰야 했으니까.
- 연주 끊지 마라.
- 군만두 방송 감 죽었냐? 연주도중에 말을 왜 걸어. 좀 닥치고 있어봐.
- 저건 뭐야, 고블린이 완전 슬로우 모션이잖아! 저렇다면 나라도 충분히 사냥 가능할 거 같은데? 영혼 어쩌고 하더니, 진짜 영혼이 나타났네.
- 미쳤네. 저 스킬 있으면 고블린은 그냥 씹어먹고 다니는 거 아니냐?
- (105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3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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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실시간 댓글 창은 놀람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스킬의 레벨이 2가 되어, 지난 전투 때와 비교하면 몇 초 더 길게 이어졌다.
이윽고 실시간 댓글 창에 수많은 환호와 칭찬의 댓글이 쏟아져 올라가며 그의 연주는 마무리되었다.
"저 군만두님. 고블린 좀 잡아주시죠."
"아? 넵."
군만두가 고블린을 사냥하는 동안, 김만우의 스킬 설명이 이어졌다.
"이 스킬에는 다양한 효과가 있는데요. 고블린 숲에서 사용할 경우에는, 고블린의 공격 속도를 90% 감소시키는 효과가 발현됩니다. 다른 부분은 저도 실험을 더 해봐야 알 것 같은데, 소환되는 영혼이 누군가에 따라서 다른 효과가 나타난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 한 가지. 이 스킬은 네임드 몬스터에게도 적용 됩니다."
- 뭐? 헐...
- 그 말씀 정말 진짜인가요?
- 헐, 미쳤네.
- 그럼 고블린 시리즈 시세 내려가는 거 아니야?
- 히든 클래스에다, 전직 방법도 전혀 알려진 것이 없는데. 같은 직업 가진 사람들이 또 있을까?
- (1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빠르게 올라가는 댓글 창을 지켜보며, 김만우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난, 방송에 딱 맞는 체질인가 본 데?'
남에게 자랑하며 칭찬을 듣는다.
그가 그토록 꿈꾸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게다가 돈까지 벌어 들이는 중이니, 이보다 더 기쁠 수는 없었다.
"배... 백만 명 돌파?"
스킬 시연을 위해 데려왔었던 고블린을 처리한 BJ군만두는, 생방송의 동시 접속자 수를 확인하고 까무러치게 놀랐다.
거의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동시 접속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게 여러분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BJ군만두는 너무 기쁜 나머지, 허리를 숙여가며 인사를 수없이 반복했다.
"자, 그 정도 하시죠 군만두님.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방송 진행을 하셔야죠."
오히려 냉정한 건 김갑부였다.
이유가 있었는데, 이 BJ군만두 녀석이 허리를 숙이며 감사를 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댓글 창에 손뼉 치는 이모티콘만 올라올 뿐 후원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 네. 일단 김갑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정말 덕분이에요."
"뭘요."
거만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김만우.
스킬의 시연 시간 동안, 어림잡아 1억원 이상의 후원금이 누적된 것 같았다.
알짜 베기 정보가 아닌, 자신의 클래스와 스킬 자랑만 하고도, 십 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 안에 무려 오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벌어 들인 셈이었다.
기분이 째질 듯이 정말 좋았다.
'이거, 하루빨리 콕핏을 사던가 해야겠네.'
왜 사람들이 20억이나 하는 콕핏을 구매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프클도 그렇고, 웹튜브도 그렇고, 정보를 선점하면 돈이 굴러 들어온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어떤 식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 솟고 있었다.
'정보하면 세영이지...'
그리고 이세영과 만나고, 그와 친해진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복이었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세영아. 이번에는 형이 돈 벌게 해줄게.'
이번이야 말로 자신이 보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생각했다.
"김갑부님. 이제 그럼 고대 마족의 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도 될까요?"
군만두의 질문에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다.
파티를 탈퇴해, 현재 세영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던 김만우.
마족의 탑 이야기를 질질 끌어야만 했다.
그를 기다려야 했다.
왜냐하면, 이 생방송의 정점을 찍기 위해서는 이세영 그가 꼭 필요했기 때문이다.
"네. 그 전에, 질문 좀 몇 가지 받아 볼까요?"
"네? 어떤 질문을요? 마족의 탑?"
"아뇨. 저의 직업인 영혼의 지휘자에 대해서요. 시청자님들이 더 궁금해 하시는 내용이 아직 많이 남은 것 같아서요."
단순히 시간만 끌려는 건아니었다.
질문하기 위해서는 후원을 해라! 라는 일종의 유도였다.
"물론, 클래스 마스터 위치라던지 하는 모든 정보를 공개해 드릴 수는 없지만,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군만두는 실시간 댓글 창의 반응을 확인하며 결정을 내렸다.
"네. 마족 탑 이야기로 넘어가시기를 원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히든 클래스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네요. 마족 탑에 대한 건 얼마 안 가 꼭 이야기 드릴 테니까, 안심하고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BJ군만두는 이제, 바로바로 김만우가 원하는 걸 캐치 해 냈고, 부드럽게 진행을 이어갔다.
또한, 시청자의 반응 역시 그의 진행을 따라왔다.
당연한 이야기다.
마족의 탑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하기로 예정돼 있지만,히든 클래스에 대한 정보는 지금 듣지 못하면 영원히 듣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족의 탑은 분명 흥미를 끌지만, 자신들이 플레이하는 지역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요도가 다소 낮았다.
반면, 클래스 마스터는 지역마다 다른 NPC가 존재하니까, 다른 지역에서 플레이를 시작 했다손 치더라도, 앞으로 얼마든지 전직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굳이 자신이 직접 전직하지 않더라도, 파티나 길드원 중에 이런 종류의 버퍼가 존재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영혼의 지휘자라는 클래스 정보에 몹시 안달이 나있는 상태였다.
실시간 댓글 창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지고있었다.
"질문이 너무 많은 관계로, AI시스템을 통해서 시청자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웹튜브의 기능 중 하나.
후원을 통해서 방송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능이다.
"첫 번째 질문 듣겠습니다. 관련 질문이 아닌 경우는 자동으로 걸러지니까, 장난치시려는 분들 괜히 돈만 날리지 마세요."
방송 진행자가 시간을 정하고 기능을 ON 하면, 일정 시간 안에 가장 많은 후원금을 베팅한 사람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이걸 사용해 방송을 망치려는 시도도 있을 수 있으나, 콕핏이라는 괴물 기기는 극히 짧은 시간 안에도 이를 완벽히 걸러낸다.
웹튜브에서 무료 제공하는 자체 AI보다 몇 배나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 (후원금 45만CC) 솔로 플레이는 어떻게 하시나요?
처음부터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왔다.
45만원이라는 거금을 사용한 만큼 신중하게 질문을 선택한 모양이었다.
김만우는 잘만하면 엄청나게 후원금을 불릴 수 있을 거 같아 신나게 대답했다.
"저는 강력한 동료들이 있기 때문에, 혼자 사냥을 나선 경험은 없습니다. 저 또한 다양한 무기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솔로 플레이는 다른 클래스에 비해 효율이 매우 떨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매우 정직하게 답변했다.
오히려 그게 시청자들의 질문 욕구를 증가 시킨 건지, 후원금은 더욱더 늘어났다.
두 번째 질문.
- (후원금 112만 CC) 파티 사냥을 하셨다고했는데, 어떤 직업들과 하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만약 대답하기 어려우시다면 어떤 직업과 함께했을 때, 포텐셜이 가장 폭발할 것 같은지에 대한 생각이라도 말씀해 주세요.
"정말 질문 수준들이 엄청 높으시네요. 제가 함께한 파티원들은 전사. 마법사. 기사였습니다. 한 명 더 있는데 이는 히든 클래스 이기 때문에 공개해 드릴 수 없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5인으로도 고블린 네임드 사냥이 가능했다는 점 까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파티 사냥은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네요. 이 정도면 답변이 충분 했을까요?"
실시간 댓글 창은 폭발할 듯이 난리였다.
- 와, 한 파티에 히든 클래스가 두 명이나 있다고?
- 5인으로 고블린 네임드를 사냥해? 설마 동굴 고블린은 아니겠지? 숲 고블린과 동굴 안에 사는 고블린은 수준 차이가 큰데. 씨발. 나도 돈 있으면 물어보고 싶은데, 누가 대신 좀 물어봐 주라.
- 고블린 네임드 잡고 뭐 나왔는지도 물어봐 주세요. 우리 큰 손 형님들.
김만우의 계획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이세영이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버는 것은 물론이고, 엄청난 양의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이게 내 방송채널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물론 김만우는 이 정도로 만족하는 성격은 되지 못했다.
시청자들의 질문은 계속됐고, 김만우는 중요한 정보를 교묘히 피해가며 오히려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는 남의 방송에 출연해, 한 몫 단단히 챙기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이 방송 내용이 고스란히 TS 미디어의 TV 채널을 통해 동시 생중계 되고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