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1화 〉71화. 생방송 (71/122)



〈 71화 〉71화. 생방송

"김 피디. 김갑부라면 그 치료약 전문점 운영 한다던 그 사람 맞지?"
"네. 국장님. 일전에 BJ군만두가 TV 인터뷰 약속을 받아 낸 그 사람이 맞습니다. 왜 BJ군만두 웹튜브 채널에 조회 수 2억을 돌파한 하급 치료약 제조 법을 공개한 그 사람하고 동일 인물입니다. 3일 후에 저희와 인터뷰 약속이 잡혀있고, 심지어 얼굴도 가리고 출연하기로 했었는데..."


TS 미디어는 한바탕 난리가 아니었다.
마족의 탑 이슈로 시청률을 끌어 올리려고 급하게 시작한 생방송.
무려 광고료의 절반을 베팅한 도박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복덩이가 굴러들어 오다니.

"생방송 끝나면 바로섭외해. 원래 잡혀 있던 인터뷰는 취소하고, 그 약속을 빌미로 이용해 특별 프로그램 편성해서 출연시켜!"
"그... 저쪽에서 거절하면..."
"BJ군만두를 이용하든  하든지 해서 성사시켜! 웹튜브 개인 생방송에도출연한 마당에 대기업인 우리 쪽으로 끌어오지 못하면 김피디 부터 목 잘릴 줄 알아!"

방송국으로 전화가 빗발쳤다.
단순 시청자들의 문의 전화 뿐만이 아니었다.
각종 기업에서 방송 도중에 자신들 회사의 광고를 넣어 달라 아우성이었다.
이제 AI를 통해 TV의 방송 시청률 통계는 매우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했으며,기업의 홍보팀들은 이를 확인해 효율적으로 비용을 집행했다.
그리고 현재 가장 핫 한 이슈는 파르도 섬에서 등장한 마족의 탑. 그리고 히든 클래스 보유자 김갑부였다.


"지금 군만둔지 물만둔지 한테 긴급 메시지 넣어. 생방송 멈추고 1분만 시간 끌라고. 그 사이에 새로 들어온 광고 몇 개 집어 넣고."
"네. 바로 연락 하겠습니다. 국장님."


군만두에게도 솔깃한 이야기 일 것이다.
무려 광고비의 절반을 건넨다는 계약을 TS미디어와 한 상태이니까.
중간에 추가되는 광고 역시 계약에 포함 되니까 수천만원에서, 어쩌면 수억 이상을 추가로 벌게 되는 셈이다.
거절할 리가 없었다.


*

김만우는 벌써 열 개나 되는 질문에 답변했다.


'슬슬 곤란한 질문만 올라오네. 후원금도 점점 낮아지고. 세영이는 어디쯤 왔지?'


이제 끊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때마침 군만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여러분 질문은  정도가 적당한  같습니다.  3개만 질문을 더 받고, 1분 간 휴식. 그러고 나서 마족의 탑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역시 이런 진행에 있어서 만큼은, 경험이 많은 군만두의 솜씨가 월등한 건지.
3개로 제한된 질문의 수는 후원금의 상승을 유발했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다시금 촉발케 했다.
김만우는 그걸 보며 제법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군만두의 목적은 방송사의 연락을 받고1분간 시간을 끌 목적이었다.


마지막 질문이 끝나고 찾아온 1분 간의 휴식.
김만우는 급히 세영의 위치를 전해 듣고, 안심할  있었다.
몇 분이면 도착할 가까운 거리였다.


"그런데, 군만두님은 뭐가 그리 즐거우신 건가요?"
"네? 아, 아니요. 시청자 수를 보면 당연히 웃음이 나오는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BJ군만두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일이 되면 분명, TV 방송을 통해서도 김갑부의 모습이 중계  사실이 알려지게 되리라.
어차피 그렇게 될 거, 차라리 지금 말을 꺼낼 수밖에 없어 보였다.

"저... 실은, 아까 깜박하고 말씀 못 드렸는데, 지금 방송 TS미디어를 통해 TV에도 생중계 되고 있습니다."
"네?"


김만우는 사실 아무렇지 않았다.
이미 백만 명이 지켜보고 있는데, 몇 명 추가 된다고 그게 뭐가 대수랴.

군만두를 향해 아주 상냥해 보이는 미소를 머금었다.

'이거, 운이 좋은 걸?'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전 사장인 나금돈 밑에서 노예처럼 일하며 배운 것은,  냄새를 하이에나처럼 찾아내는 능력 뿐.
그것 하나 말고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만우는 조용히 물었다.

"그래서, 생중계조건으로 TS미디어로부터는 얼마나 받으셨나요?"


'결국 올 것이 왔구나...'

BJ군만두는 김만우를 바라보며, 꾸며낸 억지 웃음을 짖고 있었다.

*

결국 김만우는, TS 미디어로부터 BJ군만두가 받기로 약속한 금액의 3할을 나눠 받는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마쳤다.
시무룩해진 BJ군만두를 향해 한 마디를 건넸다.

"뭘 그렇게 침울해 계세요.  덕분에 광고가 추가된 거라면서."
"그렇긴 합니다. 하하..."

김만우에게는 한 가지 계획이 있었다.

"그렇게 아까우시면, 저랑 같이 돈 좀  버실래요?"
"네?"

김만우는 BJ군만두를 시켜, TS 미디어에 역 제안을 했다.
방송 화면에 서둘러 어떤 메시지를 띄우라는 거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군만두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을 했다.


"그... 그게 진짜입니까?"
"네. 제가 여기서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지켜보는 사람이 몇 명인데."


군만두는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는, 서둘러 TS 미디어에 연락을 넣었다.
김갑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에게 건네게  금액은 아까워할 필요조차 없어 보였다.

"하, 한답니다. 그쪽도 저랑 비슷한 반응이에요."
"클라이맥스 직전에 30초에서 1분 추가로 텀을 둘 테니까, 그때까지 광고주들 잘 구슬려 추가로 비싼 광고 팍팍 집어넣으라고 전하신 거 확실하죠?"
"네. 이미 전했습니다."

김만우는 다시금 환한 미소를 지었다.
BJ군만두가 보기에는 매우 사악함이 묻어나는 탐욕스러운 표정이었다.


"자. 그럼 메인디쉬를 먹어 볼까요?"
"네에... 잘 부탁 드립니다."

결국 오늘 생방송의 최종 지점인 마족의 탑에 관련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

세영은 김만우가 대체 자신에게 뭘 시키려는 건지  수가 없었다.


고대 마족의 탑이 존재하는 고블린 숲 중앙에 위치한 이제 막 융기  낮은 산.
 산을 가볍게 뛰어 올랐다.
다양한 네임드를 사냥하며 얻은 많은 칭호들 덕분에, 전혀 투자하지 않은 민첩 스텟 마져도 이제는 제법 높아졌다.
덕분에 꽤나 몸놀림이 가벼웠다.


산의 정상에는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흉측한 탑과 주변에 몰려든 수많은 인파. 그리고 김만우의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하지만 다가오지 말란다.
사람들에게 들키지 말고, 쓰러진 나무 뒤의 구석에서 몰래 숨어있으라 했다.


'이러고 있으면 돈이 생긴다고?'

무슨 영문인지는 도통   없었으나, 그냥 따랐다.
김만우가 이런 쓸데없는 짓 까지 하며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이대로 있으면 정말 돈이 벌리는 지가 더 궁금해졌을 뿐이었다.

그는 옆에 조용히 함께 앉아있는 쿠아만테의 칠흑같이 새까만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

"그럼. 김갑부님은 탑이 솟아 오르는 걸 직접 목격하신 거네요?"
"네, 맞습니다."
"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없는데요. 시청자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그거 사실임?
- 히든 클래스 공개한 거 보면,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그때 사냥하던 네임드는 어떻게 됐나요? 처리 하신 건가요? 동굴 안의 고블린 네임드라면 엄청나게 강하다고 하던데.
듣기로는 두 파티나 세 파티로 가서도 전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던데, 설마 그 네임드도 5인이서 잡았나요?


김만우는 방송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파티가 지하 동굴에서 네임드를 사냥하려던 중, 마족의 탑이 저절로 솟아 올랐다고 말이다.
댓글은 온통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질문들로 가득 찼다.


"제가  때는, 마족의 탑이 고블린들에게는 힘의 원천처럼 보였습니다. 저희 파티가 받은 퀘스트에는 고블린 세력이 강해진 이유를 찾고 이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는데요, 마족의 탑이 솟아 오르며 자동으로 퀘스트가 완료됐거든요.  생각이 분명할 겁니다."


이미 그 퀘스트는 클리어 했다.
도시에가 보상만 받으면 되니까, 지금 정보를 공개해도  문제가 없을거라는 판단이었다.
퀘스트를 처음 수락한 이세영에게는 이미 허락도 받았고.

"저기... 혹시 그 퀘스트 난이도가 어떻게 되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사전에 계획한 대로의 질문이 들어왔다.

"네. 난이도 D였습니다."

김만우의 발언과 함께, 실시간 댓글 창은  한 번 폭발적으로 요동쳤다.

D급?
- 미쳤네. 난 E급 퀘도 실패했는데.
- 아니, 그런 퀘스트는 어디서 받는 거야?
- 그거 정말 사실인가요? 저희 길드에서도 D급 퀘스트 받았는데, 5일 동안이나 클리어 못 하고 있는데, 단 네명이 클리어하셨다고요? 아니, 다섯 명이랬나.
- 그래. 아무리 히든 클래스 라고는 하지만, 이건 인증하기 전에는 믿기 어렵네.


이미 히든 클레스의 스킬까지 공개를 끝마쳤건만, 사람들은 쉽사리 믿어주지를 않았다.
그만큼 고정관념이 박혀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경험한 동굴 안의 몬스터들의 강함.
심지어 강력한 지하 동굴의 네임드 몬스터를  파티도 아닌 5명이 사냥했다는 이야기는, '아 그렇습니까?' 하며 그냥 믿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여러분, 저의 스킬 보지 않으셨습니까? 제 스킬은 아까도 설명해 드렸지만, 정예 고블린은 물론, 네임드 고블린에게도 통한다니까요? 공격 속도가 10분의 1로 느려진 몬스터를, 여러분이라면 못 잡으실 거 같습니까?"


김만우는 그런 시청자들을 향해 반문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아 조금 당황했지만, 아직 이 방송의 주도권은 그가 쥐고 있었다.

- 인증 부탁합니다.
- 저희도 믿고 싶어요. 증거 보여주세요.
확실한 증거 있으면 20만 후원할게요.
저는 200만 후원하겠습니다. 군만두님 제가 후원한건 김갑부님 출연료로 주세요.
- 저거 뻥이라니까. 다들 내말 믿어라 좀.
- 무슨 수로 인증하겠냐 ㅋㅋㅋㅋㅋ 다들 순진하기는.


그러나 시청자들은 쉽사리 믿어주지를 않았다.
오히려 믿고있는 사람까지 점점 의심하게 만드는 댓글들이 증가하며, 여론이  쪽으로 쏠리고 있었다.

군만두는 생각했다.

'아, 이거 댓글창 물타기 되는데. 이러면  좋은데.'

이 교묘한 의견들은 욕설 같은 직접적인 악플은 아니어서, AI가 걸러 내지를 못했다.
군만두는 화제를 돌려보려 급히 나섰다.


"지금 중요한 건, 김갑부님 파티가 지하 동굴의 강력한 네임드를 사냥한 게 문제가 아니라, 뒤에 보이는 마족의 탑이 무엇이며, 왜 나타났는지 아니겠습니까?"


- 아니지. 애초에 거짓말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마족의  이야기는 또 어떻게 믿어.
- 증거 보여줘!
- 인증 부탁합니다.
- 그냥 자기 히든 클래스라고 자랑하러 나온 거 아님?
- 맞아. 이런 식으로 알려지면 이런저런 기업이나 최상위 길드에서 연락  테니까.
- 아 그런 건가?  믿었는데 실망.

오히려 김만우가 했던말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
후원을 끌어내려 내뱉었던,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방송에 출연했다는 이야기가, 진실로 받아들여지며 역으로 그를 궁지에 몰리게 만들고 있었다.


군만두는 몹시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생방송을 통해 여지없이 보여지고 있다는 사실도 잊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만우는 달랐다.


'증거? 증거야 넘쳐나지. 하지만 내 맘대로 해도 되나?'

그냥 선택의 문제일 뿐이었다.
연락해 허락을 받아야 할지.
아니면 자기 마음대로 할지.


'나중에 돈 많이 벌게 해 주면 되겠지 뭐.'

그의 사고는 단순했다.




"하하. 좋습니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증거를 보여 드리지요. 오히려 잘 됐습니다. 이 기회에 홍보나 좀 해야겠네요. 여러분이 증거를 내놓으라 원하신 거니까, 보고나서 제가 돈 밝힌다고 하지 말아주시길."

김만우는 손을 펼쳤다.

생방송 화면에는 김만우의 손바닥이 보였다.
시청자들은 저게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건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궁금했다.
김갑부라는 사람이 지금까지 생방송에서 말한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었고, 또 다시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려 하고 있으니까.


동시 시청자 수가 110만 명을 넘어서는 시점이었다.




희미한 빛이 김만우의 손에 모여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그의 손에는 갑자기 나타난 특이한 모양의 나무 지팡이가 쥐어있었다.
그리고 생방송을 통해, 지팡이의 전모가 드러났다.
외형 뿐만 아니라, 그 능력치까지 전부.

[고블린의 눈동자]
-내구도 100/100 <전설 등급>
모든 고블린들의 정점. 대족장 바라만이 사용하던 지팡이입니다. 벼락을 맞은 누라라의 거목은 신비한 마법의 힘을 띄고 있었습니다. 이를 손에 얻은 평범했던 고블린 샤먼 주술사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지팡이를 완성했습니다. 엄청난 힘을 손에 얻고, 결국 모든 고블린들의 정점에 올라서는 데 성공했습니다. 바라만이 음각한 눈동자 때문에, 지팡이는 고블린의 눈동자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 마법 공격력 +55, 마법 방어 +10, 화염 저항 +10
*공격을 적중시킬 때마다 체력을 5만큼 회복합니다. 디버프에 의한 추가 데미지에도 체력 회복 효과가 적용됩니다.
- 착용 시 귀속됩니다. 착용 전이라면 거래가 가능합니다.
*** 화염 마법 사용 시, 일정 확률로 화염의 비가 내립니다. 화염의  스킬은 Lv. 1로 고정됩니다. 다만 사용자가 더 높은 등급의 화염의 비 스킬을 보유하고 있을 경우, 해당 스킬이 마나의 소모 없이 발동합니다.


조용했다.
일시적으로 댓글 창에 렉이 걸렸나 싶을 정도였다.
아무도.
그 누구도 댓글을달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읽어야 했으니까.
김만우의 손에 들려있는, 생방송 화면에 비친 처음 보는 나무 지팡이의  설명문을 읽느라 아무도 댓글을 달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댐이 무너지듯 갑자기 엄청난 댓글의 홍수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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