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2화 〉72화. 생방송 (72/122)



〈 72화 〉72화. 생방송

 미쳤다.
- 시... 실화입니까?
- 옵션이 무슨...
- 전설 템이라고?
빨간색이맞잖아. 전설 템이잖아. 놀라 버렸잖아!
- 대박! (2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영웅 아이템 공개된 지도 며칠 안 지났는데 전설 아이템이라고?
- 화염의 비가 대체 뭐 하는 스킬이야? 불이 비처럼 쏟아지기라도 하나?
- 씨발 갖고 싶다. 저거 얼마나 나갈까?
- 부럽다.(6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나 같으면 안 판다. 저런 있으면 직업을 뜯어 고치더라도 내가 껴야지. 미쳤다고 팔아.
- 지팡이 제가 살게요. 10억!!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합니다!!!! (111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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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에서 시작해 수백 만원에 해당하는 후원 메시지가 끊임없이 올라갔다.
댓글은 너무 많아서 확인을 포기할 정도였다.

'이거, 생각보다 반응이 더 좋은데?'

김만우의 입꼬리는 한없이 올라갔다.
그러나 아직이다.
아직  말을  해둬야 한다.
그래야 파티원들에게 욕을 덜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벌려고자기 마음대로 지팡이를 공개했다는 소리를 듣기는 싫었으니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
지팡이를 최대한 비싸게 파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길이다.

"많은 의견 주시고 계신데, 너무 많아서 다 확인할 수도 없겠네요. 이 지팡이는 지하 동굴에 기거하던 고블린의 대족장 바라만을 사냥하고 얻은 따끈따끈한 물건입니다. 지금부터 음... 24시간으로 하죠. 정확히 24시간 후에 경매장에 등록할 예정입니다. 경매 기간 역시 24시간 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미친놈이다.
미치지 않고 서야 저런 지팡이를, 전설 아이템을 팔다니.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돈을 쓸어 담을 정도로 강력한 아이템.
체력 회복 효과가 5나 붙어있어, 비싼치료약이나 포션 걱정도 줄어드는 아이템을 팔다니.
얼간이가 틀림없다.

대다수의 시청자는 온통 이런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손들의 생각은 또 달랐다.
눈을 번뜩였다.
탐이 난다.
저 아이템을 손에 넣는 것 만으로도, 엄청난 유명세를 탈 것이다.
어디 그 뿐이랴.
공개된 최강의 지팡이가 아닌가.
적어도 마법사 중에 있어서는 손에 꼽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는 사람들은 특별함,  독특함에 끌렸다.
아무도 가지지 못한 것을 자신 혼자 소유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왔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가상 현실 세계. 그중에서도 가장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는 판게아 행성.
100만이 넘는 시청자들이 지켜봤으니, 내일. 그리고 모래. 시간이 지날수록 그 파급력은 더욱더 엄청날 것이다.
그런 걸 자신이 갖는다?
그보다 매력적인 유혹이 어디 있을까.

생방송은 계속되고 있었지만, 김만우와 김갑부의 목소리는 잠시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저... 김갑부님. 음소거 했습니다."
"아? 네네. 군만두님."
"왜 저에게 미리 말씀해 주지 않으신 겁니까?"
"그야, 저도 공개할 마음은 없었으니까요. 궁지로 몰려서 어쩔  없었잖아요? 아시면서."


김갑부는 환하게 웃었다.


군만두는 오늘 몇 번이나 보는 그 미소에 이제 질려버렸다.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화제가온통 저 쪽으로 넘어갔잖아요?"

마족의 탑보다, 전설 아이템으로 모든 이야기가 집중되고 있었다.
심지어 아까 공개했던 히든 클래스 역시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질 정도였다.

"흠. TS미디어 측에 연락 넣어보세요. 준비 됐냐고. 준비 됐으면 광고 지금 틀라고 하세요."
"지금요?"
"네. 광고 도중에 자막 계속 깔고요."
"아... 네."

이젠 완전히 김갑부의 매니져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정도였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이 자신의 채널로 중계 되고 있다.
결국 자신의 자산으로 남게 될 거라 생각하면 이런 건 수모라 부를 자격조차 없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김만우가 시키는 일 정도는 얼마든지 웃으며 따를 작정이었다.

"이미 틀고 있답니다. 괜히 방송국 놈들이 아니네요."
"시간은요?"
"100초. 1분 40초라 합니다. 광고가 너무 밀려 들어와서 어쩔 수 없었답니다."
"뭐, 괜찮아요. 다 우리 돈이니까. 으흐흐흐."


군만두는 등골에서 올라오는 소름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처음에는 자신들 끼리 신이나 떠들던 시청자들은,다시금 김갑부에게 질문할 거리가 생겼는지 아우성 치기 시작했다.
BJ군만두와 김갑부의 목소리가 전혀 들려 오지를 않으니, 더 안달이었다.
그때 여기저기서 소식을 접한 사람들이 있었는지, 김만우가 계획한 내용이 생방송 시청자들의 귀에도 들리기 시작했다.

- 뭐? 지금 TS 미디어에서?
- 그러고 보니 군만두님이 몇 시간 전에 거기랑 동시 중계 계약했다 그러지 않았나요?
TV 누가  요즘. 다 웹튜브 보지.
- 진짜냐 그거? 마족이라고?
마족? 그게 무슨 소린데? 누가 좀 설명 좀.
- 지금 TS 미디어는중간 광고 중인데, 자막에 잠시 후 마족을 공개한다고 쓰여 있다고 난리래요.

실시간 댓글 창은, 또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자 매우 소란스러워졌다.
마족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지금 자신들은 생방송을 지켜보는데,  중계를 하는 TV에서 그런 자막이 나오는 것인가.
전설 아이템에대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그야말로 질문의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이윽고 TS미디어의 TV채널에서는 광고가 종료되고, 웹튜브에 생방송 중인 군만두의 화면과 똑같은 화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분명, 여기다.
여기가 틀림없다.
이 방송에서 마족이 공개되는 것이 분명하다.
다른 BJ나웹튜버들이 방송 중인 채널에서도, 모두 BJ군만두의 생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청자의 수가 단 1분 만에 150만을 넘어 200만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동시 접속 200만. 그건 웹튜브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BJ포르말린을 비롯한 극히 소수에게만 허락된 숫자였었다.

BJ군만두의 심장은 크게 요동쳤다.


'이... 이백만...'

설마설마했는데, 이렇게 빨리 경험하게 될 줄이야.
그는 환희와 동시에 두려움이 앞섰다.
김갑부의 존재 때문이었다.
히든 클래스에 전설 지팡이를 공개한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관심을 교묘히 다른 곳으로 돌리는 저 말도  되는 방송감.
그가 아니었다면  방송이 이렇게 크게 주목 받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100만은 가능했겠지.
하지만 200만은 온전히 그의 덕이었다.


'내 채널에서, 저 사람의 채널을 7일 간이나 홍보해야 하는 건가...'


혹여나 자신의 구독자들을 죄다 빼앗기는 것은 아닌가, 두려움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안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고개를 힘껏 저었다.
친분을 쌓자.
아예 연관 채널에 이름을 넣어, 함께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자신에게도 이로울 것이다.
김갑부는 아직 방송을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이 가장 유리한 입장에 설 수도 있다.
협력자가 되어 그를 도와주며, 은덕을 쌓아두자.


BJ군만두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각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었다.

"뭐하십니까? 군만두님. 슬슬 방송 재개하시죠. 광고도 끝났을 시간인데."
"아? 넵. 그럼 다시 목소리 켜겠습니다."


군만두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

- 마족이 어디 있다는 거야?
- 마족 공개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그래서 왔는데.
마족 내놔!
전설 지팡이  다시 보여주세요.
- 갑자기 어디서 마족이 나온다는 거죠?

마족의 탑과 관련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김갑부와 BJ군만두.
하지만 시청자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이들의 목적은 어느덧 마족을 보는 것으로 달라져 있었으니까.

군만두는 과감하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 시청자 분들께서도 모두 알고 계신 거 같은데요."
"네?  말인가요?"


김만우의 모른 척하는 뻔뻔한 연기는 가히 일품이었다.

"사전에 저에게 마족을 보여주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제 시청자 분들도 우리 김갑부님의 발언을 매우 신뢰하고 계신  같은데요. 앞서 히든 클래스의 놀랍도록 신비한 스킬을 공개하신 것은 물론, 최초로 전설  지팡이까지 공개하신 바람에  기대감이 엄청나게 상승 중인 것 같습니다."

김갑부는 사전에분명히 자신에게이런 질문을  달라고 말했었다.
군만두는 그가 원하는 바를 완수했다.
이제 그의 몫이다.


그러나...

"네? 제가요?"

날벼락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 질문 전까진 시치미를 떼기로 했으나, 이 질문 이후는 아니었다.
좋다고 말하며 이제 공개하겠습니다~ 하며 짠! 하고 마족이 등장해야 할 타이밍이다.


"그,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김갑부님께서 이런 식으로 질문을 해 달라고..."
"네?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아무리 제가... 아니, 저희 파티가 고블린 대족장을 사냥하는 데 성공했어도, 갑자기 마족을 불러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BJ군만두의 어이없어하는 표정이, 생방송을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이었다.


'마, 망했다... 당했어....'

순간적으로좌절할 뻔했다.


그러나 생각하니 조금 이상했다.
물론 김갑부와 맺은 계약에 마족의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이런 식으로 방송이 마무리된다면, 자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의방송 채널을 홍보해야 하는 김갑부 역시  손해일 텐데?

"김갑부님. 이거 설마, 진심은 아니시죠? 조크이신 거죠?"
"네? 뭐가요? 아니, 생각해 보십쇼. 제가 무슨 수로 마족을 불러내요?그야 저 거대한 탑이 고대 마족의 탑이라 하니까, 어딘가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에게 너무 말도  되는 일을 요구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척,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김만우는 프라이버시 모드를 사용했다.
방송을 통한 것은 물론이고, 바로 옆의 BJ군만두에게도 자신의 음성이 공개되는 것을 급히 차단한 것이다.
슬며시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댓글들을 확인하면서 생방송 화면의 밖으로 빠져나갔다.

ㅅㅂ, 뭐야. 방송국 놈들이 낚은 거야?
- 아놔, 지금 지켜보는 게 몇 명인데.
- 뿩! 내 시간 돌려줘!
- 그럼 그렇지. 탑에 접근도  하는 쪼렙이 무슨 수로 마족을 방송에 출연 시키겠어.
- 실망이네요. 군만두님.
- 악플들 쳐내요! 저는 오늘 방송 재밌게 봤습니다. 히든 클래스와 전설 지팡이도 놀라웠고. 항상 응원합니다. (5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방송 재밌기만 한데 뭘. (1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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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은 차단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필터링 되지 못한 비난이 난무하는 가운데, 몇몇 BJ군만두의 고정 팬으로부터 응원 메시지와 후원금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냉정한 시청자들을 붙잡는 건 불가능한 일.
동시 접속자 수는 결국 197만을 피크로 점점 하락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20만 명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멀어지는 김갑부의 뒷모습만 바라보던 BJ군만두.
이 방송을 대체 어떤 식으로 마무리 지어야 한단 말인가.
가상현실 세계인데도, 신물이 목을 타고 올라올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저, 저건 뭐지?"


실망감에 젖어있던 군만두의 목소리가, 급격히 경악에 찬 목소리로 뒤바꼈다.

콕핏에 탑제  AI는 군만두의 생각대로 순식간에 화면을 전환했다.
이제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화면은, BJ군만두의 1인칭 시점으로 변경되었다.
그가 바라보는 장면이, 고스란히 생중계 되고 있는 것이다.


- 뭐, 뭐야?  작은 건.
- 새까만데?
- 뭐 저리 새까매? 석유를 뒤집어 쓴 것도 아닌데.
- 어린아이처럼 보이는데요? 근데... 눈이 무서워. 동공이 흰색이라니...
- 마족? 마족 아니야?
- 설마... 저게 마족? 갑자기?



칠흑같이 새까만 존재.
화면에는 마치, 온몸으로 주위의 빛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 같은 검고 작은 형상이 보였다.
사람... 어린아이의 모습과 닮은 그것은, 왜 인지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시선을 BJ군만두를 향해 돌렸다.
시청자들은 모두, 그 백안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이 일 정도였다.


그리고 놈은 순식간에 이동했다.
수십 미터는 떨어져 있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이제 열 걸음이면 손을 뻗어 닿을 거리다.

- 뭐야. 뭐냐고!
- 개 쫄았네. 무슨 공포 영화도 아니고.
마족이야? 진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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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까만 존재는, 가까이다가오지는 않고 손을 허공을 향해 뻗을 뿐이었다.


[호문클루스 쿠아만테가 스킬 '어둠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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