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3화 〉73화. 을에서 갑으로 (73/122)



〈 73화 〉73화. 을에서 갑으로

[호문클루스 쿠아만테가 스킬 '어둠의 영역'을 사용합니다.]

갑작스레 시스템 메시지가 울렸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들을 수 없었다.
오직 BJ군만두 만이 그 메시지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온 세상이 암흑 천지로 변했다.
방송 화면 역시 먹물을 뒤집어쓴 듯 새까맣기는 마찬가지였다.




"으아악-!!"


비명을 질렀다.
방송에서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는, 생, 날 목소리가 나왔다.
BJ군만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완전히 쫄아 버렸다.
깜짝 놀라 지른 비명이었지만, 두려움은 뒤이어 다른 곳에서 찾아왔다.

'이거 잘못했다가는 죽는 거 아니야?'


백만  이상의 시청자를 두고, 이 상황에 죽어버린다면?
페널티로 인해 24시간이나 게임에 접속을 못할까 봐, 그것이 몹시 두려웠다.
150만 명의 시청자 수가 하루아침에 증발해 버린다 생각하면 속이 쓰려올 정도였다.

[!긴급! 친구로부터 새로운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시스템 알람이 울렸다.
긴급 메시지였는데, TS 미디어에서 온 건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김갑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김갑부 : 지금 이 내용 방송에 나가면 안 됩니다.

BJ군만두 : 네? 그게 갑자기 무슨... 그보다 지금 마족이...

김갑부 : 아, 그건제가 의도한 상황이니까 그러려니 하시고, 지금 하는 대화 말하는 겁니다. 군만두님은 이제 다른 아무런 말도 생방송에 대고 하시면 안됩니다. 그냥 비명이나 크게 지르면서 바로 방송 종료하세요.

BJ군만두 : 갑자기요? 하지만 지금 시청자 수가...

김갑부 : 그냥 제 말 믿으시라니까요. 시청자들이 마족이 나타난 거라 믿게 만들면 됩니다. 빨리요! 방송 망치실 생각이 아니시라면.


BJ군만두 : 네... 네. 그럼 한 번만 더 믿어 보겠습니다.

그는 떨떠름한 마음으로, 결국 시키는 대로 했다.
적어도 마족의다음 공격이 날아오지 않는 걸 보면, 김갑부의 말이 터무니없는 거짓으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결국 그의 생방송은 암흑인 상태 그대로 군만두의 비명과 함께 종료됐다.



그러나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청자 수가 무려 200만을 넘어섰다.
이미 생방송이 종료되었는데 말이다.


아무런 화면도 비추지 않는 웹튜브.
무려 250 개가 넘어가는 실시간 채팅 방에서,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각종 댓글을 써가며 갑론을박하기 시작했다.

*

'대체 내가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야?'


이세영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단 형이 시키는 데로 따랐지만, 도대체 어떤 식으로 돈을 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쿠아만테. 이제 저쪽으로 가자."

타리뮤의 날개를 사용해 투명해진 그의 존재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냥 쿠아만테가 혼자 돌아다니는 줄로만 알겠지.
아니면 어둠의 영역 때문에, 아무것도 못 보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던데, 괜찮을까...괜히 우리 쿠아만테만 욕먹게 생겼네.'

빨리 김만우에게 달려가 묻고 싶었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자신이 멀쩡하게 탑 구경을 하던 사람들을 죄다 어둠의 영역으로 몰아넣어야 했었는지 말이다.



*

"헉, 우와악! 마... 마족이..."
"안심하세요. 제 호문클루스니까."

쿠아만테를 보고 마족이 자신을 따라온 줄 알아 깜짝 놀란 BJ군만두.
갑자기 허공에서 들려오는 사람 목소리에, 또 다시 경기를 일으켰다.
옆에 있던 김만우 역시 조금 놀랐는데, 이세영이 아직 은신 스킬을 해제하지 않은 까닭이다.

"야. 깜짝 놀랐잖아. 빨리 스킬 해제해. 지금 파티 아니라서 나도 안 보이니까."
"아, 그렇구나."


겨우 이세영의 캐릭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BJ군만두는, 갑자기 사람이 나타난 것에 또 다시 놀라며 뒤로 자빠졌다.

그런그를 지켜보며, 김만우가 한 마디 했다.


"원래 그리 겁이 많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그냥 깜짝 놀라서."

겨우 궁둥이를 털며 일어난 그는, 이세영과 쿠아만테를 번갈아 보며, 묻고 싶은 게 한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히든 클래스 일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그의 시선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세영은 따지듯 김만우에게 물었다.


"형. 대체 무슨 수로 돈을 번다는 거예요? 이상한 짓만 시키고."
"하하하. 이미 많이 벌었단다 아가야.  나를 알게 된 걸 하늘에 감사해야 해."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자세히 설명 좀 해 줘요."

김만우는 자초지종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세영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진짜예요?"


이번에는 BJ군만두를 향한 질문이었다.

"네에... 일단 그런 계약을 나눈 것은 사실이고, TS 미디어에서 얼마나 광고비를 나눠 줄지는 아직 모릅니다 만, 후원금은 5억 가까이 들어왔어요."
"와... 그럼 형은 지금 한 시간도  돼서 2억이나 버셨다는 거예요?"
"네. 아마  이상일 겁니다. TV 광고도 엄청 고가일 테니까."

김만우는 턱을 들어 올리며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다.


BJ군만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
TS 미디어와 연락해 갑자기 방송이 종료된 부분에 대한 설명도 해야 하고, 광고비로 벌어 들인 돈이 얼마 인지에 대해서도 확인해야 했다.
자신의 팬 카페에 들어가 그들의 시청 소감 역시 확인해 둬야 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서... 정산할 때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떠나려 했는데, 김만우가 붙잡았다.
그것도 아주 능글맞은 표정으로.

"에이, 아직 한 가지 남아있지 않습니까."
"네?"

대체 뭐가 남았다고 그러는 걸까?
BJ군만두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군만두님. 오늘 생방송 이대로 폐기 처분 하실 겁니까? 아니시죠?"
"네. 당연히 편집해서 업로드를..."


설마...


설마설마 했는데, 그 이야기가 고스란히김만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네. 그 영상의 조회 수 수입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그렇다.
생방송 출연 계약을 했을 뿐, 이후 게시할 영상의 수입 분배에 대한 것은 전혀 사전에 합의된 것이없었다.


'내가 이런 실수를... 생방송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하하하. 이거, 표정이  그러십니까. 이번 영상은 지난번 하급 치료약 영상에 비하면 이야깃거리도 많고, 길이도 길어서 같은 조회 수라도 수입이 훨씬 클 것 같은데요. 아니면 영상을 나눠서 여러 개로 분할 업로드 해도 될 것 같고."

김만우는 아직 방송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으면서, 어떤 식으로 웹튜브에서 수익을 내는 지에 대해서는 꿰고 있었다.
BJ군만두는 이미 어느 정도 포기한 상태다.

"네에... 그렇네요."
"게다가 이슈도 많이 됐고, 또 실시간으로 시청하신 분들도 여러 번 다시 돌려 볼 만큼 흥미로운 정보가 많지 않았습니까?"

BJ군만두는 점점 식은땀이 흘렀다.
대체 얼마나 요구하려고 저러는 것일까.


"그래서 말씀인데요. 100%..."
"예에? 아니, 아무래도 그것은 절대..."

김만우가 급히 말을 덧붙였다.

"에이. 성질도 급하셔라. 끝까지 들어 보세요."
"네에..."
"영상 수입은 100% 군만두 님 하시고, 저에게는 일시불로 며칠 내에 지급 가능한 금액이 얼마나 되시냐 물으려던 거였습니다. 음... 지난 하급 치료약 제작 법 공개 영상의 수익을 생각했을 때, 딱 5억만 받겠습니다. 이 외의 수입은 100% 군만두 님이 가지세요. 장기적으로 보면 저보다 군만두 님이 훨씬 많은 돈을 벌게 되실 거에요. 구독자 폭발적으로 증가하실 테고."

분명 그의 말이 옳다.
하급 치료약 제조법 영상을 생각하면, 오늘 영상은 단 한 달만 게시해도 20억은 벌어 들이지 않을까?
거기서 5억 쯤이야...


그러나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5억이라는 현금을 선뜻 건넨다는 건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왜, 굳이..."
"아시잖아요. 저도 방송을 하려면 콕핏을 사야 하는데, 그거 20억이라면서요?"
"아하. 그러시군요."

겨우 BJ군만두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가 무언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 아님을 겨우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계약은 성사되었다.
5대 5로 계약했다면 김만우에게 지급해야 하는 돈은 두 배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BJ군만두 역시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


"알파 오빠!"
"어? 왔어? 학교가 정말 빨리끝나는구나?"
"네. 히히. 아, 참! 그리고 방송 봤어요. 김갑부 아저씨랑 마지막에 쿠아만테 나오는 것도. 완전 연출이 장난 아니던데요? 누구 아이디어에요? 학교 친구들도 다들 난리에요. 마족이 아니라 우리 알파 오빠의 펫, 쿠아만테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한 거 참느라고 혼났어요."

나비는 여전히 해맑았다.
세영은 그녀가 자신을 우리 오빠라 지칭한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다 형 아이디어야. 난 한 것도 없는데 뭘."
"좀 아쉽네요. 오빠도 나오시는 줄 알고 끝까지 지켜봤는데."

나비에 이어, 아이들은  분 간격으로 모두 접속을 마쳤다.
세영과 김만우도 조금 전 게임을 종료하고,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게임을 켠 것이었다.

"와, 아저씨 장난 아니시던데요?"
"맞아요. 완전 게시판이고 여기 저기 난리던데. 생방 동접자 200만  넘었죠?"

김만우는 코를 높이 치켜올렸다.
하늘이라도 찌를  했다.

"흥. 다들 감사히 생각해라. 내가 오늘 홍보한 덕분에, 지팡이는 생각보다 훨씬 비싸게 팔릴 테니까."
"맞아요. 지금 게시판에서도 최종 경매가가 얼마나 될지 토론하고 난리 났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확신이 섰다.

"근데, 그럼 주술왕 피히히의 지팡이는 어떻게 하시게요? 비교 되서 싸지는 거 아니에요?"

김만우는 미소 지어 보였다.

"그 지팡이는 고블린의 눈동자보다 딱 1시간 늦게 등록할 생각이야. 경매 기간은 같게 만들고. 생각해 봐. 고블린의 눈동자 경매에서 아쉽게 낙찰에 실패한 사람들의 돈이 어디로 몰릴 거 같아? 물론몇몇이야 좌절하고 말겠지만, 이거라도! 하면서 달려들지 않겠어?"
"와... 거기까지 생각하신 거예요?"
"후훗. 당연하지."

김만우는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었다.
삽시간에 벌어들인 돈이 10억 가까이 되니, 충분히 그럴 만 했다.


그런 그를 진정이라도 시키려는 듯, 이세영은 모두를 향해 외쳤다.


"자, 이제 다들 모였으니까, 퀘스트 완료하러 가자."
"네. 오빠!"
"형. 그런데 괜찮을까요?"
"왜?"
"다름이 아니라, 마족의 탑이 솟아 오른 원인이 우리 파티 때문인 거나 마찬가진데, 시장이 순순히 보상을 줄까요?"

그런 건 생각해 적 없었다.
세영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김만우가 덧붙였다.

"야. 시장이면 다야? 우리 덕에 고블린 세력이 완전 반 토막 났는데, 그걸 보상 안 해주면 말이 안 되지. 그리고 탑이 솟아 오른  우리 탓이라는 증거 있어? 없지! 없는데 어쩔 거야?"


이런 때는 그의 뻔뻔함이, 파티원 전체의 불안을 해소 시켜주는 이로운 작용을 했다.

"그렇겠네요. 그럼 서둘러 도시로 돌아가요."
"렛츠 고!"


*




"시장님 뵙게 해주세요."
"죄송합니다. 소개장이 없이는 누구도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저희 길드는 헌터 마을의 대장에게 받은 고블린 족장 사냥 퀘스트를 클리어 했습니다. 저희도 입장이 불가능합니까?"
"죄송합니다. 헌터 마을의 대장에게 가서 소개장을 받아 오시면 됩니다."

파르도의 궁전.
입구를 가로막는 NPC기사들과, 수많은 인파가 뒤섞여 혼란을 빚고 있었다.

퀘스트란 언제나 간단하게 시작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마족의 탑 등장과 함께, 시스템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퀘스트를 수주 가능하다는 정보가 풀렸다.
규모있는 길드나, 자신감 넘치는파티에서는 하나같이, 이 신규 퀘스트를 받기 위해 안달이 나있었다.

"와, 사람들이 정말 많은걸요?"
"그러게. 내가 왔을 때는 아무도 없고, 경비병만 서 있었는데."


 대의 마차가 멈춰서자, 인파의 시선이 고스란히 마차에서 내리는 이세영과 일행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먼저 목소리를 낸 건 그들이 아니었다.
경비를 서고 있던 기사였다.

"오셨습니까. 알파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시장님께서 오시면 서둘러 안내하라는 분부셨습니다."


두 명의 기사가 깍듯이 알파를 향해 경례했다.

"뒤에는 일행이십니까? 함께 안으로 드시지요."


다섯 명의 파티원은... 아니 여섯 명은 안내를 받아 궁전 안으로 들어갔다.
쿠아만테 역시 낡은 로브를 씌워서 데리고 들어간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몹시 따가웠다.


"뭐야? 저 사람들은."
"완전 난쟁이 어린애 캐릭터를 해 가지고, 뭐야?"
"나 알아! 방금 봤어? 그 김갑부! 그 사람이 있었다고! 왜 아까 생방송에 나왔던."
"뭐? 진짜? 와! 퀘스트 받으러 왔나? 완전 NPC부터 대우가 다르네."
"씨발. 우리 길드에서 먼저 퀘스트 받았으면, 내가 저러고 있었을 텐데!"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이 양립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섯 명이라 하더니 여섯 인데?"
"그러게. 하지만 다 어린애 캐릭터였고, 성인은 둘 뿐이었지?"
"맞아. 그럼  나머지 한 명이 히든 클래스인 걸까?"
"게임인데 캐릭터 크기가 강함이랑 비례하겠어? 그 어린애 캐릭터 중에 있을지도모르지."


궁전 밖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을 때,세영은 시장과 마주했다.


"어서 오시지요. 알파님."
"시장님.  뵙습니다. 퀘스트 완료하러 왔어요."


시장은 지난 번과는 다르게, 미리 세영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지금 마족의 탑이등장해  도시가 혼란에 빠져있소."
"알고 있습니다."
"흠... 그럼 일단 보상 이야기부터 하고 이야기를나누지."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했다.
축하나 감사의 말도 없이, 다짜고짜퀘스트 완료메시지가 떴다.


[퀘스트가완료되었습니다.]

"보상금은 밖에 나가 부하에게 받으시면 되오. 공헌도 역시 그쪽에서 평가할 테니까."
"네. 일단 감사합니다."


보상은 시장이 직접 주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한 가지만 빼고.

"그리고 자, 이것을 받으시오."

시장은 양피지 한 장을 건넸다.
그건 세영이 그토록 바라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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