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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화 〉75화. 을에서 갑으로 (75/122)



〈 75화 〉75화. 을에서 갑으로

"음... 봉인이라니... 그거야 말로 큰일이네요. 분명, 사악한 무언가를 가둬 두기 위한 목적이 있었을 터. 쓰러뜨리지 못하고 봉인을 선택했다면 그만큼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괴물이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하루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마족이라니, 고블린과 비교도 안되게 강력할 게 틀림 없어요."
"시장님. 이제 서둘러 결단을!"


여기저기서 걱정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시장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흠..."


이들에겐 그럴자격이 충분했다.
그만큼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으니까.
도시의 관리와 운영. 시장과 그 부하들의 임금은 물론, 헌터 마을의 유지에 드는 비용까지.
어디 하나 이들의 돈이필요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때문에 시장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이번은 더욱 그랬다.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문제가 갑자기 만들어지며, 상상할  없는 엄청난 비용을 소모하게 생긴 것이다.
비상 상황을 대비한 시의 예비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
무엇보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다.


시장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나의 생각은 이렇소. 도시는 물론 섬 안의모든 모험가에게 긴급 퀘스트를 발주하기에는 아직 상황이 너무 불확실 한 것도 사실. 그래서 여기 계신 알파님 파티에게 고대 마족의 탑에 대한 정밀 조사를 요청하고 싶소. 여러 분의 생각은 어떠하신가? 그리고 알파님의 의견도 듣고 싶소만."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목공소의 알라바였다.


"나는 찬성이오. 거기 알파님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테지. 내 진즉 알아봤거든."

그러자 찬성하는 사람들이 발언을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고블린 세력의 확장을 막을 정도의 실력자라면 현재 섬에는 그 밖에 없다는 소문이야."
"저도 찬성입니다."
"그래요. 정보도 없이 무턱대고 긴급 퀘스트를 발주했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그야말로 섬 자체가 망할지도 모르니까!"


반면,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 필두는 잡화점의 제이크였다.
이전에 납품 관련 터무니 없는 협상을 한 탓으로, 아직도 응어리가 남아있는 건지.
아니면 하급 치료약의 가격이 폭락하며 손해  것을 죄다 알파의 탓을 돌리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겨우 한 파티에 의뢰를 하다니. 그건 너무 위험한 모험이 아닙니까? 그러다 실패라도 하는 날에는 귀중한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될 텐데."
"옳소!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대형 길드의 도움 없이  사태를 해결할  있겠습니까?"

제이크의 의견에 몇몇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이크와 친분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알라바가 반박했다.

"하지만 지금 마땅히 의뢰할 만한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
"BI 길드나 스콜피온 길드 같은 몇몇 대형 길드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더 나은 선택이 아니겠소!"
"그럴거라면 차라리 긴급 의뢰를 발주하는  낫지."
"그 많은 사람들 보상은 누가 해주고?"

점점 목소리들이 커져갔다.
시장은 조용히 듣고 있다가 한 마디를 꺼냈다.
서둘러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내 생각에는  사항에 대해서 만큼은 알파님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하오. 고블린 대족장을 처리했다는 건 그만한 업적이지. 그것도 길드 단위가 아니라  한 파티로 그게 가능했다고 하니 더더욱. 여러분도 한번 믿어보는 게 어떻겠소."


제이크가 또 나섰다.

"그런 증거가 있습니까?"

더 듣지 못하고 결국 김만우가 나섰다.
짜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잽싸게 인벤토리에서 지팡이를 꺼내 제이크를 향해 집어 던졌다.
얼마  있어 팔아 넘길 지팡이를, 정말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그였다.


"이, 이것은..."
"오오, 진정 이것이 고블린 대족장이 사용하던?"

제이크는 할 말을 잃었다.
잡화점 주인인 그는 아이템 감정 실력이 탁월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혹은 그 가치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한 눈에 알아봤다.

회의 도중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나도 한번 보여주시겠습니까."
"저... 저기. 저도 좀 보여 주세요."

조용히 지켜보던 세영이 나섰다.


"마족의 탑은 매우 위험합니다. 레벨이 부족하면 접근조차 못하니까요. 저희 파티가 못믿어우시면, 여기 계신 분들이 추천하는몇몇 길드나 강자들과 함께 의뢰를 수행 해도 저는 괜찮습니다."


김만우는 그 소리에 놀라 급하게 세영에게 비밀 메시지를 보냈다.

김갑부 : 야! 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보상 나눠 먹을 일 있어?


알파 : 형. 어차피 퀘스트 보상은 얼마 안 될 걸 요? 중요한 건 보스를 쓰러뜨리고 나오는 아이템일 게 뻔한데, 우리 파티 말고 마족의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 하는 게 가능할까요?


김갑부 : 흠... 그렇긴 하지.


알파 : 마족의 탑이 저렇게 된  우리 책임도 있으니까, 앞장서서 해결 하자고요. 그리고 또 새로운 아이템들 많이 얻으면 좋잖아요!

김갑부 : 그래. 어쩔 수 없네.


[!!신규 퀘스트!!]


[시의회의 요구 : 파르도의 대표자 회의에서는 일정 레벨 이상의 모험가 전원을 동원하는 긴급 퀘스트의 발주에 망설이고 있습니다. 고대 마족의 탑에 관련한 정보가 지나치게 적은 탓입니다. 이들은 당신의 업적을 높이 평가해, 부족한 정보의 수집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 고블린 숲 중앙에 등장한 고대 마족의 탑에 진입하십시오. 당신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는 정보가 담겨있을 것입니다.
- 사망과 동시에 퀘스트는 실패로 처리됩니다.

-분류 : 정찰
-난이도 : ???? (45 레벨 이상. 파티 권장)
-제한 시간 : 3일
-보상 : 50골드 ~ 400골드 (정보의 중요도에 따라 변동)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결국 퀘스트는 세영의 파티와 일부 거대 길드만 받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아직 정보가 부족한 탓인지, 퀘스트의 정확한 난이도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럼 잘 부탁하네.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출발해 주겠나. 다른 길드에도 의뢰를 넣을 테니, 협력해가며 잘 부탁 드리네."
"네. 알겠습니다."

 퀘스트의 제한 시간은 3일 이었다.
게임 내 시간이라면 12일.

어떻게 생각하면 제법  시간인지도 모르지만, 세영에게는 다른 일이 많았다.


'허브 농장도 시작해야 하는데...'

어차피 탑을 향하는 건 모든 파티원들과 함께 해야 하니, 지금 당장 출발  생각은 아니었다.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고, 차근차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



풍차 마을로 돌아온 세영은 몹시 바빴다.
개간 중인 땅도 확인해야 했고, 연금술로 만들어야  것도 잔뜩 있었다.
화염 탄은 물론, 각종 약품과 새로운 호문클루스까지.
몸이  개여도부족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문제도 있었다.


'포션 만들어야 하는데...'


포션의 재료에 필수적인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
이를 구하지 못하면  어떤 포션 조차 만들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아직 만들어둔 마나 포션에 제법 여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전부터 던전 허브를 죄다 마나 포션으로만 만들어 댔으니 당연했다.

문제는 힐링 포션.
마나 포션에 비하면 그 소모 속도가 엄청났고, 애초에 천 개 정도 밖에는 만들어 두지 못했었다.
쓰고 남은 개수는 500 병.
한 병으로 한 발의 힐링 탄환이 제작 가능했는데, 500 발이나 되는 탄환을 만들어 두었던게, 지난 전투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100병만 남겨두고, 전부 탄환으로 만들자.'

이대로 계속된다면, 포션을 사용해 만든 탄환을 마음껏 사용 가능한  이번 퀘스트가 마지막일 것이다.
새로운 던전 허브의 채집지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더는 포션 제작 자체를 할  없게 될 테니까.


'마족의 탑에 던전 허브의 군락도 있었으면 좋겠네.'

세영은 서둘러 개조 탄환 제작에 돌입했다.



*


김만우는 제법 한가했다.
연금술사가 아닌 그가 지금 만들수 있는 것은, 치료약 뿐이다.

오늘 밭에서 채집한 숲의 허브를 가지고 만들어 낸 치료약의 개수는  2000병.
이미 치료약 제조에는 익숙해진 만큼,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한가로이 자신이 출연한 생방송의 댓글을 보면서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있을 때, 어떤 연락이 왔다.
연락을  당사자는 이은표였다.

- 안녕하세요. 이은표입니다. 웹튜브 잘 봤습니다.


"하하. 이거 모르는 분이 없나 봅니다. 제가 너무 설쳤어요."


- 아닙니다. 여기저기 화제가 아닌 곳이 없더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희 안사람도 제가 아는 사람이라 했더니 깜짝 놀라더라고요.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네. 그... 일전의일로... 제가 직접 차도아씨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함께 하기로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그래서...

"벌써요? 알겠습니다. 일단   뵈어야겠죠?"

- 편하신 시간에 연락 주시면 됩니다. 현재는 백수인 상태라 언제든지 상관 없습니다.

"하하... 그럼 당장 내일 오전 중으로 뵙죠. 그때 말고는시간이 없을 거 같으니까. 어디서 뵐까요?"


김만우는 이은표, 차도아와 약속을 잡았다.
내일 오전으로 잡은 이유는 간단했다.
파티원인 아이들이 학교에  시간.
그때 일을 처리하고, 오후에는게임을 접속해 다같이 고대 마족의 탑을 향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이세영과 함께  곳이 있었다.
시간이 돈인 상황.
한  외출 시 밖에서 해야 할 모든 일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



"오랜만입니다. 김갑부님. 알파님."
"아... 안녕하셨어요."

이은표와 차도아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오전 9시가 되기  10분 전.
둘은 너무 이른 시간인 탓에, 약속 장소인 카페가 문을 열지 않아 입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를   김만우가 아니라 이세영이었다.
왜냐고?
김만우는 아직도 여자 앞에만 서면 한 마디도 못하는 특이한 성격을, 전혀 고치지 못했으니까.


"혼자 나오실 줄 알았는데 두  이서 함께 나오셨군요."
"네. 저희가빨리 온 줄 알았는데, 두 분은 벌써 와 계셨네요. 잠시 후 저희 할머니 병원에도 들를 예정이라서 너무 이른 시간에 약속을 잡아 죄송해요."
"아, 아닙니다. 바쁘실 텐데. 저희가 시간을 맞춰야죠."

인적도 뜸한 오전.
카페 건물 앞에 멀뚱멀뚱 서서 대화를 나누는 넷의 모습은 조금 우스꽝스러웠다.
먼저 나서, 편히 대화 나눌 장소를 물색할 만큼 융통성이 있는 인물이 이들 중에는 없었다.
그나마 이은표가 그런 성격이었는데, 그는 지금부터 자신의 고용주가 될지 모르는 사람 앞에 선 입장이라, 선뜻 나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랜만이에요 차도아씨. 왜 전화 안 하셨어요? 기다렸는데."
"네?"

세영의 해맑은 질문에, 차도아는 얼굴이 달아오르며 말을 더듬었다.

"죄... 죄송해요. 제가 아직 전화기가 없어서..."
"아, 그랬죠. 괜찮아요. 이렇게 만났으니까. 두 번 다시 못  사이도 아니고."
"네에..."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싱글벙글했다.

그때 뒤돌아 서서, 하늘 높이 솟아있는 빌딩이나 바라보던김만우가 이야기를 꺼냈다.
시선은 빌딩을 향한 그대로이다.

"저희 바쁘니까 요,요요,용건만 간단히 하죠."
"아, 네. 물론입니다."

세영은 곧바로 무언가를 둘에게 건넸다.

"이거, 엄브렐라 예약 인증 카드에요. 배송 일은 3일 뒤. 그 전에 자기 집으로 배송지 변경 하세요. 카드에 적힌 번호 유출 조심하시고, 이쪽이 인증 번호에요. 이것도 잊어버리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 가격이랑 설치 비용 모두 저희가 지불 완료 했어요. 이미 게임은  보셨으니까 파르도 섬에서 시작해 튜토리얼 마치고, 풍차 마을로 찾아오시면 돼요.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시고요."


세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은표가 물었다.


"저, 계약서도 없이 이런 걸 주셔도..."
"괜찮아요. 두 분 모두 믿고 있으니까. 계약은 게임에서 만나서 하면 되죠."

이은표는 얼마나 자신을 봤다고, 이 어린 녀석들이 자신을 왜 이렇게 까지 믿어주는지 조금 감동해 버렸다.

이야기를 하던 세영의 옆구리를 김만우의 팔꿈치가 툭툭 건드렸다.
서두르라는 신호다.

"아? 저희는 10시까지 병원에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가봐야 하거든요? 궁금하신  있나요?"

차도아는 고개를 숙이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왜 인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저도 없습니다. 3일  게임에서 뵙겠습니다. 바쁜 시간 빼앗아 죄송합니다."
"에이~ 뭘 요. 그럼 저희는 먼저 가볼게요. 게임에서 뵈어요."

이은표와 차도아는 멀어지는 둘의 뒷모습 바라보며, 한참이나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채 10분도 되지 않는 짧은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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