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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82화. 클래스 전용 퀘스트 (82/122)



〈 82화 〉82화. 클래스 전용 퀘스트

세영은 히부린의 영혼이라는 소리를 듣고, 방금 쓰러뜨린 슬라임이 호문클루스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누라라?"
"영... 혼이..."


그녀는 이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아니, 그녀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누라라의 신체가 기이하게 변형되고 있었다.

세영은 생각했다.
설마 히부린의 영혼이 누라라의 영혼을 밀어내고, 육체를 차지하려 그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

세영은 급히 인벤토리에서 플라스크 하나를 꺼냈다.
여분의 플라스크를 많이 만들어 둬 다행이었다.
새로운 호문클루스를 제작하기 위한 용도였는데, 이런 식으로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히부린의 영혼이 플라스크로 빨려 들어갑니다.]


별다른 조작을 한 건 아니었다.
플라스크를 꺼내자, 바로 시스템 메시지가 등장했다.
세영이 한 거라고는, 플라스크에 히부린의 영혼이 알아서 잘 찾아갈 거라는 생각을 한 것뿐이다.

[플라스크 : 불안정한 히부린의 영혼 파편]


- 고대 마족 히부린. 그의 영혼 일부가 담겨 있습니다. 오직히부린만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영혼의 가공품입니다. 피와 살이 아닌, 히부린 자신의 정신 일부를 떼어내 창조한 호문클루스 입니다. 당신은  호문클루스를 결코 자신의 것으로만들 수 없습니다. 호문클루스 자체에 히부린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육체를 얻지 못해, 플라스크 안에 영혼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 그릇을 얻고 활성화 시, 한계까지 마나를 탐식합니다. 흡수한 마나량이 한계를 넘어설 경우 히부린의 의지에 따라, 예정된 행동을 시작합니다.

**당신에게만 보이는 정보입니다.**
퀘스트 시작 아이템 입니다. 플라스크를 손바닥 위에 올려두면 자동으로 퀘스트가 등장합니다. (연금술 발사자 전용 퀘스트입니다.)



[!!신규 퀘스트!!]


[***위대한 선구자 히부린 : 많은 연금술사들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존재인 연금술 발사자(Achemical missor) 클래스는, 히부린으로부터모든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를 만나는 것으로 한층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당신은 비록 마족이 아닌 인간이지만, 그의 영혼 일부가 담긴  플라스크를 건네준다면 분명 당신을 마음에 들어 할 것입니다.]


- 이 퀘스트는 연금술 발사자 전용의 퀘스트입니다.퀘스트를 수락하는 동시에 히부린과 자동으로 계약이맺어집니다. 이는 히부린이 마족이며, 당신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계약은 퀘스트를 끝까지 완수하거나 포기할 경우 자동 종료됩니다.

- 히부린의 던전 안에서 서둘러 고대 마족 히부린을 찾아내십시오. 그는 지금 페어리의 차원 거울 안에 있습니다. 우선 거울을 확보하십시오.

-분류 : 클래스 전용 퀘스트
-난이도 : ??? (연금술 발사자 Lv. 50 이상)
-제한 시간 : 1일
-보상 : 클래스 전용 - ????
- 목표 1단계 : 페어리의 차원 거울을 확보하라.



세영은 당황했다.
여기서 갑자기 클래스 전용의 퀘스트가 등장한 것이다.
보상을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새로운 스킬이나 개조된 쇠뇌가 아닐까 생각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퀘스트 종료 시점까지 고대 마족 히부린과 계약 관계가 되었습니다.]

진행 도중 언제든 퀘스트 포기를  수 있기 때문에, 세영은 과감히 수락했다.
연금술 발사자는 클래스 마스터가 없어, 어떻게 새로운 스킬을 얻어야 하나 걱정이었다.
보상이 스킬이든 개조 쇠뇌이든 이런 기회는 흔치 않겠지.


하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방금 처리한 슬라임이 히부린이 아닌 그의 영혼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호문클루스였기 때문이다.
하필 호문클루스까지 이름이 히부린이어서 모두를 낚다니... 짜증이 날 정도였다.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호문클루스를 만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무래도 이 슬라임은, 히부린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진짜 마족 히부린은 다른 곳에 있는 모양 인데요?"


하지만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세영이 아니었다.
세영의 등 뒤에서 기이한 형태로 변화 중인 누라라.
그녀에게 모두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호문클루스 누라라가 그릇의강력한 힘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플라스크로 되돌아갔습니다.]

"뭐?"


뒤집어진 목소리가 나왔다.
누라라는 이제 막 생기 흡수를 통해, 모든 체력이 회복되었을 텐데 이게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히부린의 영혼은 분명 플라스크의 안으로 들어갔는데, 이게 대체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

"야, 세영아! 저거 대체 뭐야?"
"저도 몰라요. 제가 묻고 싶은 질문이에요."

이 와중에도 쉼 없이 변이 중인 그것.
이제 누라라의 형태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점점 더 괴기스러운 모습이 돼가더니, 점점 피부가 녹아 흐르는 징그러운 존재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계속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정신력이소모될 것 같은 형태였다.

[합성종 no. e-222 '베스투'가 깨어났습니다. 인조 마나 코어가 100% 활성화되었습니다.]

녹아내리는 피부 탓에 징그러웠지만, 놈은 처음의 키메라 형태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왜 저런 거야?"
"제가 묻고 싶다니까요."


저 뒤에서, 누라라의 체력을 소모할 목적으로 깨웠던 키메라.
놈과 대치중이던 아이들도, 이쪽이 신경 쓰였는지 전투에 집중하지 못했다.
시스템 메시지는 아이들은 물론 BI 길드의 모두에게도 들렸으니까.

"알파님. 저건 뭡니까?"


기츠를 비롯한 모두가 세영의 입을 바라봤다.


'나도 모른다니까요!'

크게 소리치고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시스템 메시지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합성종 no. e-222 '베스투'의 인조 마나 코어가 가득  마나로 인해 잠재력을 발휘합니다. 코어의 활성화 에너지가120%를 넘어섰습니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죠?"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했다.



주입된 마나를 이용해 움직이는 키메라들은, 당연하게도마나의 양에 비례해 그 포텐셜이 증감했다.
파티가 처음으로 쓰러뜨렸던 키메라가 생각보다 약했던 이유는, 주입된 마나량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마나 코어는 채 30%도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누라라의 스킬을 통해, 체력 뿐만 아니라 슬라임이 흡수했던 모든 마나를 빨아들였다.
그 엄청난 마나가  한 마리의 키메라, 아니 하나의 마나 코어에 집중되었다.
그 엄청난에너지 때문에, 누라라는 자신의 그릇을 지킬 수 없었다.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은데?"


김만우는 그런 소리를 했다.
그럴 만 했다.
모두의 생각도 같았다.
왜냐하면 시스템 메시지가 계속 들려왔기 때문이다.




[코어의 활성화 에너지가 130%를 넘어섰습니다.]
[코어의 활성화 에너지가 140%를 넘어섰습니다.]
[코어의 활성화 에너지가 150%를 넘어섰습니다...]
.
.
.

"그럼 대체, 아까 사냥했던 놈에 비해서 얼마나 강하다는 소리야?"


세영은 대답 없이 달렸다.
그도 모르는데 어찌 대답할까.

"일단, 두 마리는 힘드니까, 한 마리라도 빨리 없애죠!"

아이들도 서둘러 사냥 중이던 키메라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어떤 상황인지 모두가 알만했다.


BI 길드의 모두도 그랬다.
자신들을 지독하게 괴롭히던 슬라임.
그 슬라임이 흡수한 모든 에너지가, 저 키메라에게 주입되었다.
놈은 마나를 흡수하지 않겠지만, 분명 강력한 공격을 해 올 것이 틀림없다.

김만우가 외쳤다.

"당신들도, 공격  하지 그래?"
"그, 그래도 됩니까?"
"당연하지. 여기입장할   들었어? 죽으면 경험치고 아이템이고 죄다 꽝이라니까!"

김만우의 말에 공감하는 길드원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 세계에 들어와 지금껏, 경험치도 아이템도 구경조차 못 했으니까.
하지만 죽기는 싫었다.
페널티로 접속 못하는 24시간.
그게 무엇보다 큰 손해이니까.

"마나 포션 없으실 테니, 평타 공격만 하셔도 됩니다. 아니, 부탁드려요."

세영이 BI 길드원들의 마나까지 전부 채워줄 수는 없는 일이다.
괜히 스킬을 사용했다가 마나가 바닥나 켁켁 거리면, 그의 성격상 내버려 둘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전에 그럴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합성종 no. e-216 '코르민'을 처치하셨습니다.]

평타라고는 해도,  명이 넘는 인원이 공격하자, 놈은 간단하게 쓰러졌다.
역시 마나가 부족해 본래 힘을 100% 내지 못하고있었다.


"이제 남은 건 저거  마리인가?"
"네. 얼마나 강할지 모르니까, 최대한 주의하죠."

BI 길드의 부길마 빔이 나섰다.

"어떤가. 내가 직접 탱킹을 해도 괜찮네."

자랑스럽게 나섰지만,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BI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부길마님... 저희는마나 포션이..."


힐도 제대로  할 텐데, 뭘 나서시겠다는 겁니까.
라는 눈빛의 BI기츠가 그를 말렸다.

"괜찮아요. 제 캐릭터는 작아도, 저도 기사 클래스이니까."


핑쿠햄스터는 당당하게 앞장섰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메시지가 들려왔다.


[코어의 활성화 에너지가 200%를 넘어섰습니다. 인조 마나 코어가 한계를 돌파했습니다.]


그 소리와 함께, 키메라 베스투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녹아 흘러 내리던 놈의 피부는 딱딱하게 굳었다.
이런 저런 몬스터의 부위로 얼기설기 엮여있던 육체는, 이제는 본래부터 개체였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물론, 여전히 징그러운 괴수의 모습이다.

그리고 놈의 안광이 붉게 빛났다.

쾅-!


한 쪽에 놓여있던 키메라의 캡슐이 박살이 났다.
그냥 부서진 정도가 아니라, 거대한 대포에라도 맞은  찌그러지며 움푹 패였다.
놈의 힘이 가공할 만 하다는 증거다.


"조심해. 위험할 지도 모르니까."
"네!"

핑쿠햄스터는 도발 스킬을 사용했다.
빛의 사슬이 놈의 육신을 감아 옭아맸다.

"처음에는 살살 부탁해요. 어그로 튈지도 모르니까."

모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

"뭐. 저런 괴물이..."
"으윽..."
"안돼겠네요. BI 길드 여러분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주세요.  혼자 모든 분을 감당하는  불가능해요."

베스투는 괴물이었다.
판타지 RPG 게임에 몬스터가 있는 것이야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놈은 괴물 그 자체였다.

"형. 힐 좀..."


서둘러 레드문에게 힐링 탄을 발사했다.


"오빠. 저도요!"


나비에게도 마찬가지.

"야. 나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이 다 없을 지경이었다.
아직 제대로 된 공격은 시도조차 못 했다.


"형. 저도!"


이 미친 괴물의 공격력은 가공할 만했다.
당연한 소리일까?
마나 코어의 가동률인지 뭔지가 200%를 넘어섰다고 하니, 아마 본래 가진 힘의 두 배정도 강력한 것이겠지.

[합성종 베스투가 스킬 '비산하는 촉수 Lv. 8'를 사용합니다.]

또다시놈의 입이 커다랗게 찢어졌다.
징그러운 수백 가닥의 혓바닥이 온 사방으로 퍼졌다.
아무도 없는 장소로 날아간 놈의 촉수들은, 벽이나 캡슐을 깊게 관통했다.
그러나 수백 가닥이나 되는 놈의 촉수가 아무도 없는 곳으로만 날아갈 리가 없었다.

"으윽..."
"꺄악-!"

날아온 촉수의 끝은 뾰족하게 벼린 창날의 끝처럼 날카롭게 살을 파고들었다.
어찌나 빠른지 총알처럼 날아오는 촉수들은, 결코 회피할 만한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피한다 해도, 또 다른 촉수에 관통 당할 뿐이다.


[상태 이상 출혈에 의해 체력이 매 초 감소합니다. - 누적 6 단계.]

세영은 한 손으로는 치료약을 마시고, 다른 한 손으로는 힐링 탄환을 발사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니들도 치료약이나 꺼내 마셔!'라 해도 됐지만, 그랬다가는 한동안 모두의 공격이 멈춘다.
놈을 공략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것이다.

끊임없는 공격.
단 1초라도 공략 시간을 단축 시키는 것이, 더 안전한 전투의 지름길이었다.

"이제 완전히 어그로 확보된  같아요. 극딜 해 주세요! 모두 광역 조심하고!"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럴 때,  대족장 지팡이 같은 아이템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공격마다 5나 회복되니까!"
"그나저나, 저놈 머리는 대체 어떤 몬스터로 만들어진 걸까요?"
"말하지 마! 상상하기도 싫으니까!"


놈의 패턴이 서서히 파악돼가고 있다.
촉수 공격은 한번 사용하면 20초 간 사용하지 못한다.
어그로가 안정적으로 되었으니, 이제 세영의 차례다.


"연발 사격!!"


8레벨의 스킬.
 8발의 화염 탄이 놈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이제 멀리 거리를 벌리고 선  BI 길드원들은 그런 세영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봤다.


"대체 무슨 클래스인 걸까요?"
"엄청나네. 파티원 체력도 회복 시켜주고, 마나도 회복 시켜주고, 거기다 쇠뇌 공격까지. 공격력도 엄청난 것으로 보이는데..."

부길마가 말을 꺼냈다.

"다들  조심해. 계약서 쓴 거 잊었어?"
"부길마님. 우리끼리는 괜찮지 않아요?"
"그래도 조심해. 자네 50억 있나?"


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뒤에서 BI 길드원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20초가 지났는지 놈이 또다시스킬을사용했다.

[합성종 베스투가 스킬 '비산하는 촉수 Lv. 8'를 사용합니다.]

"다들 조심해!"
"오빠!  놈도 처음 잡았던 키메라 처럼, 어딘가 약점이 있지 않을까요?"


거대한 대검을 세워 자신의 작은 몸을 감추며 나비가 외쳤다.


그건 이미 생각 중이었다.
그리고 짐작하는 것도 있었다.

"이번에는 너희들이 직접 체력 관리해. 공격은 내가 해 볼게!"


어김없이 놈의 주둥이가 갈라지며, 셀 수 없는 많은 촉수들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피부가 단단하면, 피부가 없는 곳에 공격을 해야지."


세영은 연발 사격을 사용했다.

놈의 촉수가 뻗어 나오는, 저 찢어진 주둥이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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