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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3화 〉93화. 보험 (93/122)



〈 93화 〉93화. 보험

새로운 스킬.
무려 전설 등급의 스킬을 얻었음에도, 세영은 기뻐할  없었다.

"끄히히히히."

미친 듯이 웃어 대는 히부린.
놈의 존재 때문이다.

"설마... 영혼을 다시 흡수하는 것 만으로 호문클루스의 능력을얻게 될 줄이야... 크크큭. 정말 고맙구나 인간. 이히히히히."

징그러운표정으로 세영을훑는다.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세영이 마나 탐식이라는 스킬을 가진 것처럼, 히부린 역시 호문클루스 슬라임이 가졌던 능력 일부를 얻게 되었다.
마나를 흡수해 체내에 저장하는 능력.
놈은 이제 그토록 바래왔던 마나를 사용할 수 있게  것이다.
아직 습득한 마법은 없었지만, 똑똑한 녀석이니 그 역시시간 문제일 것이다.


턱.

바닥에 쇠뇌 하나가 떨어졌다.
흉흉한 붉은 빛이 감돌고 있다.
 전 받기로 약속했던 전설 등급의 쇠뇌가 틀림없다.


"그럼, 이제 남은 4일 간의 시간. 마음껏 즐겨 둬. 히히히. 너를 먹는 건 그 다음일 테니."

참으로 긴 혓바닥이다.
입술을 훑는 히부린을  세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세영이 쇠뇌를 줍는 동안, 히부린은 사라져버렸다.
등에 달린 페어리의 날개를 사용해 어디로 인가날아가 버렸다.
놈은 마치 입구의 위치를 아는 듯 보였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세차게 불던 회오리바람 역시 사라져 있었다.
하늘은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했으나, 천둥도 벼락도 봉인 마법진과 함께 소멸했는지, 주변은 매우 고요했다.

"메르바!"


세영은 그제야 쓰러져있는 메르바를 향해 달려갔다.


"메르바! 정신 차려. 뱀은 어떻게 된 거야?"

메르바는 말을 하지 못했다.


<알파... 당신은 그런 선택을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귓가에 뱀의 목소리가 울린다.
장난기가 조금도 없는 탓에, 뱀이 말하는 건지 메르바가 말하는 것인지 착각이 일었다.
세영은 급히  손으로 귀를 막았다.
마치 뱀의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려는 듯이.

"뱀... 미안해. 하지만 너와 메르바를  장소에두고  수는 없었어. 걱정할 거 없어. 놈은 어떻게 하더라도 처치할 테니까. 시간도 벌어두었고, 네가 모르는 사이에 동료들도 많이 생겼으니 나를믿어줘."


<당신은... 당신은 몰라. 놈은... 히부린은 강해.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뱀... 물론 놈이 얼마나 강한지 나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 나 역시 네가 알던 그때와는 전혀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어. 그리고 주어진 시간 동안 더 강해질 거야."


<그렇구나... 그럼 부탁해. 모두를... 페어리 동료들을 지켜줘. 그리고 우리들의 어머니, 페어리의 신목을 지켜줘.>



뱀의목소리와 함께, 시스템 알람이 들려왔다.
퀘스트의 정보가 갱신 된 모양이다.

[*위기에 빠진 페어리 : 페어리 뱀은 당신에게 페어리 동료들과 페어리트리를 지켜줄 것을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 페어리트리는 신목의 하나 이며,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파르도 섬의 마나 농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신목이 아스트랄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그 가지가 인간들이 사는 파르도 섬까지 뻗어있기 때문입니다.
히부린은 과거, 고농도의 마나를 보유한 페어리 퀸과, 끊임없이 마나가 솟아 오르는 페어리트리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뒤부터 하루도 탐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다시 깨어난 히부린은 분명, 페어리트리를 재차 노려 올 것입니다.

- 페어리 퀸 메르바는 악랄한 고대 마족 히부린에게 공격 받았습니다.  탓으로 그녀의 영혼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습니다. 그녀는 페어리트리라 불리는 신목의 수호자입니다. 그녀가 없다면 히부린에게서 신목을 지켜내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녀의 영혼을 되찾아야 합니다. 그 유일한 방법은 신목의 힘을 빌리는 것 뿐입니다.


- 페어리 뱀은 히부린의 봉인은 물론, 페어리 퀸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그녀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봉인은 해제 되었고, 페어리 퀸은 더욱 큰 상처를 입게 되었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페어리 퀸의 영혼.  마저 조금씩 흩어지고 있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페어리 퀸이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그 때, 페어리뱀 역시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분류 : 수호
-난이도 : E (목표 단계에 따라 난이도가 변경됨)
-제한 시간 : 24시간
-보상 : 페어리트리의 축복
-목표 1 단계 : 서둘러 페어리  메르바를 페어리트리의 뿌리 근처로 데려가야합니다.



고민 끝에 내린 세영의 선택은, 그를 하나의 길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이제 위기에 빠진 페어리 퀘스트에서, 또 다시 무언가를 선택해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지...'

문제는 어떻게 그녀를 데리고 이 세상을 빠져나가느냐 하는것이었다.
뱀처럼 작은 체구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일단은 저 상처를...'


세영은 조심스레 그녀의 입가에 힐링 포션을 흘려 보냈다.
들쳐 업든지 안기라도 하려면 상처부터 치유해야 했으니까.

다행히 포션의 효과는 발군.
상처는 서서히 회복되어 갔다.

세영은 인벤토리에서 버섯을 꺼내 먹었다.
페어리의 뚱보 버섯.
미리 여분을 채집해 둬 다행이었다.
자신이 들어왔던 출구를 향하려면 몸집이 큰 편이 빠르게 이동하는데  도움이  거라 생각했다.

조심스레 메르바의 전신을  안에 담았다.
그리고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출구의 위치가 지도에 표시되는 것이 이렇게 다행일 수 없다.
안 그랬다면 한참을 헤매야 했을 것이다.


'그래도, 모두 열심히 거울을 지켜 줬구나.'


세영은 버섯을 밟고 달리며, 히부린을 보고 놀랐을 동료들을 떠올렸다.


'히부린을 내가 깨운  알면, 다들 뭐라고 할까...'


그리고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지가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

BI 길드의 부길마 빔이 소리쳤다.

"최대한 치료약으로 버텨라! 힐러들은 마나 아끼고."

뒤늦게 상대하기 시작한 키메라들은 그다지 위협적인 놈들은 아니었다.
불과 10분 전만 하더라도 무려 서른 다섯 마리나 되는 키메라를 상대했다.
고작 여섯 마리.
무려 열 여섯 명이나 되는 인원 앞에서는 아무것도아니었다.


그러나 마나가 없다.
언제까지 평타 공격만 해서는, 놈들을 쓰러뜨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만다.


[합성종 no. e-156 '고브차'를 처치하셨습니다.]


"하아..."
"휴우... 오래 걸리네."
"그래도 잡았네요. 이제 다섯 마리."

그래도 수십 분을 함께 견뎌내며, 일행은 제법 호흡이 맞기 시작했다.


핑쿠햄스터가 다섯 마리의 어그로를 끌며 주변을 빙빙 달렸다.
그 시간 동안 15명이 한 마리의 키메라를 상대하는 간단한 사냥 방식을 사용했다.
햄스터만 잘 버텨주면, 그야말로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 없었다.

빔이 소리쳤다.

"다음은 가장 이동 속도가 빠른 놈으로 잡는다!"


예!!

우렁찬 길드원들의 대답과 함께, 다음 키메라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저 꼬맹이 잘도 달리네."
"뭘~ 키메라가 느린 거지."


이 사냥 방식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당연하게도 햄스터였다.
그의 뒤를 따라오는 키메라들에게 사로잡혀 다굴 맞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모든 게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걱정 없었다.
지금 따라오는 키메라들은 여태껏 사냥했던 놈들에 비하면 매우 느렸다.
공격을 받는 일조차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건 예견된 일이었다.
애초부터 가장 이동이 느린 놈들 이었다.
다른 놈들에 뒤쳐지고, 마지막엔 뚱보 키메라에 가로 막혀  장소에 진입조차 하지 못하던놈들이다.

그러니일행의 유일한  가지 문제는 사냥 중인 키메라가 아닌 시간이었다.
이 세계가 붕괴할 때 까지 남은 시간.

"대체, 알파 이 녀석은 언제 나오는 거야?"
"오빠... 무사 한 걸까요?"
"그래도 형인데, 이제 오겠죠."

하늘은 무너져 내려, 새까만 공간을 들어내고 있었다.
밤하늘 같은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별 하나 없는 칠흑의 공간.
귀신이니 호러이니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공포가 밀려올 정도다.

그야말로 하늘이... 이 세계  자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부길마님. 아무래도 안 되겠는 데요? 어차피 느려 터진 키메라는 그냥 내버려 두고, 저희라도 도망을... 이러다 모두 죽습니다."

빔은 자존심이 강했다.
부사장 정도 직책에 오르면, 돈 말고 남는 것은 자존심과 체면 뿐이다.
저런 꼬마들... 물론, 실제로 꼬마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소수의 저들을 내버려 두고 자신들만 도망친다는 선택을 내리는 건 너무 거북했다.
도망칠 거였다면, 진작 도망쳤을 것이다.

게다가 알파가 디펜스 미션이라도 클리어 하지 않으면 회사의 다른 직원들에게 체면이 서지 않는다.
사장이 직접 참여한 파티에선 마나 회복이 붙은 무려 10억이 넘는 영웅 등급 검을얻었다고 난리인 상황이다.
이대로 아무런 성과도 없이 목숨을 부지하느니, 차라리 퀘스트 하다가 강력한 몬스터에게 전멸 당했다고 하는 편이 부사장으로서의 체면이  것이다.

그리고 지금이라도 알파 그자가 저 거울 안에서 나타난다면, 디펜스 미션은 성공하게 될 테니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콰앙-!


갑작스레 굉음이 들렸다.
건물의안에서 들린 것이, 아마도 히부린이  원흉일 것이다.


"무, 무슨 소리지?"
"아까 그 여자가,  히부린이라는마족이 무언가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길마님. 역시 이대로 도망치는 편이..."

콰앙-!!

이번엔 더욱 가까이서 들렸다.
게임에서 이런 경우 십중팔구 새로운 몬스터가 등장할게 뻔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합성종 no. e-301 '오르기스'가 등장합니다. 인조 마나 코어가 100% 활성화 되었습니다.]


새로운 키메라가 등장했다.


히부린은 조금 전 흡수했던 모든 마나를 사용해, 오르기스를 깨웠다.
그리고 이 키메라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키메라 중 하나.
당연히 다른 키메라들에 비해 완성도가 높았으며,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넘버 300을 넘는 키메라들은 그 아래 넘버의 키메라들에 비해 차원이 다른 존재인 것이다.

'내가 손댈 수 없다면, 키메라를 써서 방해하면 그만 이지. 키히히히' 이런 그녀의 생각이 들려올 것만 같다.


"아저씨.  놈은 다른 키메라랑 다른데요?"
"맞아요. 여러 몬스터를 합성한 흔적이  보여요."
"내 눈에도 보인다! 그런데 어쩌라고. 이 꼬맹이들아!"
"그치만, 이상 하지 않아요?"


히부린이 자신의 몸을 페어리와 융합시키기 위한 실험을 반복한 끝에 탄생한 키메라.
여러 몬스터의 부위를 잘라 이어 붙힌 형태가 아니었다.
다양한 생명체의 신체.  장점 만을 융합 시켜 탄생한 새로운 '종'과 다름없었다.


[오르기스가 스킬 '불타는 삼지창 Lv. 2'을 사용합니다.]


놈은 키메라임에도 마법을 사용할 줄 알았다.


놈이 들어 올린 오른 손에서거대한 불의 창이 만들어 졌다.

"모두 뒤로 물러나! 기사들 앞으로 와서 방어한다. 힐러들 힐 준비!"

여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나 포션 없이 과연 놈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일까?


터터텅-!!


"크윽..."

빔의 방패에 불타는 창이 날아왔다.
그 뿐만 아니라 같은 길드의  기사에게도 하나  내리 꽂혔다.
하나의 거대한 삼지창이 날아오며 세 개로 나뉘어진 것이다.

키메라 오르기스의 레벨은 무려 65.
히부린 덕에 공짜로 상승한 빔의 레벨은 57.
그나마 그가 길드원 중 가장 레벨이 높았다.

그 탓이었을까?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체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방패의 방어를 뚫고 화염 데미지가 들어 온 것이다.


"모두 조심해라. 보통 놈이 아니야. 엄청난 데미지다."

[오르기스가 스킬 '얼어붙은 바늘 Lv. 4'을 사용합니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 놈은 왼손을 들어 올렸다.


"미친... 이번엔 얼음이야?"

두 가지 속성의 마법을 다룬다.
놈이 키메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십 수백 개의 작은 얼음 알갱이가 놈의 머리 위에 만들어졌다.
하나하나의 알갱이는 이윽고 끝이 뾰족한 고드름처럼변해갔다.
바늘이라 하기에는 조금 크기가 컸다.

"전부 막아낼  없겠는데요?"
"다들, 포션 꺼내. 죽지 마라!"


놈의마법이, 한 군데에 뭉쳐있던 일행을 그대로 덮쳤다.


"으윽... 다음에는 못 버틸 지도..."
"그래. 치료약으로는 도저히... 힐링 포션이 더 있었다면 모를까."

일부 방어력이 약한 마법사나 힐러들이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부지했다.
힐러들은 그런 사람들에게 힐을 사용했다.
이 마나가 바닥나면, 그야말로 진정한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응?"

거울에 변화가 생긴 건 그 즈음 이었다.
거울면이 또 다시 잔잔하게 일렁였다.
그리고 쑤욱- 하고머리가 튀어나왔다.

일행과 떨어져 키메라 네 마리를 유인 중이던 핑쿠햄스터는 그 모습에 까무러치게 놀랐다.

"으악-! 뭐야. 왜 히부린이 또 나오는 거야?"

거울면에서 튀어나온 게, 히부린과 똑 닮은 페어리 퀸 메르바의 머리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를 앞으로 조심히 안아 들고,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렸던 세영이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들어냈다.

"형?!"


[알파의 디펜스 미션 퀘스트가 종료됩니다. 퀘스트가 최종 클리어 되었습니다. 공헌도 계산을 시작합니다.]


"오빠!?"
"야, 이 새끼야! 왜 이제야 나타난 거야!"


김만우는 소리쳤지만 아이들과 함께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BI 길드원들 역시 한숨을 내쉬긴 했으나, 이제 퀘스트를 클리어 했으니 보상을 받을 거란 기대감이 차오르며 표정들이 밝아졌다.
하지만가장 앞에  빔과 기사들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아직이다! 모두 방어 준비해. 정신들 똑바로 차려라!"


그렇다.
무려 두 가지 속성의 마법을 사용하는 적이 아직 멀쩡히 살아있다.
퀘스트 보상을 받아도, 이대로 죽게 되면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오르기스가 스킬 '불타는 삼지창 Lv. 2', '얼어붙은 바늘 Lv. 4'을 사용합니다.]


"미친..."
"뭐?"


세상에 이런 미친경우가 있나.
놈은 이번엔 두 개의 서로 다른 속성의 마법을 동시에 사용하려 하고 있었다.




세영은 그 모습을 지켜봤다.


'키메라들 다 잡은 건가? 몇 마리  남았네... 당장 급한  저 녀석인가?'

"형! 조심하세요."

햄스터의 목소리를 귀로 흘리며, 세영은 메르바를 바닥에 조심히 내려뒀다.

"걱정 마! 놈이 키메라라면 처치하는 건 매우 간단하니까."

세영은 인벤토리에서 방금 얻은 따끈따끈한 아이템을 꺼냈다.
멍청한 히부린이 회수하는  잊고  물건.

칠흑의 창.


무려 대상의 마나를 흡수해 봉인 한다는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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