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8화 〉98화. 사전 준비 (98/122)



〈 98화 〉98화. 사전 준비

가장 먼저 제작한 건 정화의 포션이었다.


연금술의 숙련 단계에 접어든 세영은, 이제 중급 단계의 정화 포션이 제작 가능해졌다.

[중급 정화의 포션]


-마시면 중급 이하 대부분의 상태 이상이 해제됩니다. 타인에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 거래소, 경매장에 등록 가능합니다.

가장 먼저 이걸 제작한 이유는 한 가지다.
옆에 눕혀 둔 메르바에게 먹이기 위해서다.
탈혼의 포션으로 영혼이 빠져나가며, 생기를 잃어가는 그녀.
혹시나 통할까 싶어, 서둘러 그녀의 입가에 포션을 흘려보내려 했다.


"제가 할게요. 오빠는 제작 계속하세요."


노랑나비였다.

"응? 아직 안 갔어?"


세영의 무신경한 대답에, 나비는 오히려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에~ 안. 갔. 어. 요!"
"미안... "
"됐으니까 제작이나 마저 하세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세영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어때? 효과 있어 보여?"
"글쎄요. 모르겠는데... 이러다가 이 사람 죽는 거 아니에요?"
"그래도 퀘스트 제한 시간 전까지는 버텨 주지 않을까..."


속으로는 그럴 거라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내뱉은 순간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휴우... 일단 포션부터 만들자."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며,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했다.


'우선은 마나 포션.'

일단 모든 재료가 갖춰진 마나 포션부터 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제작 속도가 이상하게 빨랐다.
그 원인은 마나 허브티에 있었다.


포션의 제작에서 가장 긴 시간을 차지하는 건, 허브티를 끓이는 시간이다.
그런데 히부린의 비밀 창고에서 들고 온 항아리에, 이 마나 허브티가 가득 담겨있었으니, 그 시간을 온전히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연금술의 숙련 단계에 돌입한 덕분에 제작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완성된 마나 포션 역시 희귀 등급의 것이 만들어졌다.

[중급 마나 포션]


- 순간적으로 마나를 100 회복합니다.
거래소에 등록 가능합니다.

'같은 양의 재료를 사용했는데, 완성품의 회복량이  배나 되다니.'


이거야말로 큰 이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아직 100%의 확률로 중급 마나 포션이 제작 가능한 건 아니었다.


비율로 치자면 최하급 마나 포션이 30%, 하급 마나 포션이 60%, 중급 마나 포션이 10% 정도였다.
하지만 연금술의 숙련도가  상승해 레벨이 오른다면, 확률은 더욱 높아지리라.


'벌써 항아리 하나를 비웠네.'

순식간에 무려 수천 병의 마나 포션이 완성되었다.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된 덕분에 히부린의 항아리 하나가 순식간에  비어 버렸다.
그래도 즐거웠다.
무려 28개의 항아리가  남아 있었으니까.

'대박! 이게 다 얼마야?'

지금은 퀘스트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지만, 나중에 28개의 항아리 모두를 포션으로 제작해서 팔아넘긴다면, 엄청난 돈이 되리라.
그걸 생각하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그래도 우선은 우리가 쓸 걸 만들어야지.'


세영은 새로운 항아리의 뚜껑을 열었다.
역시 가득 마나 허브 티가 담겨있었다.


오히려 바닥을 들어낸 건 기타 재료였다.


"나비야."
"네.헤헤. 이번엔저 있는 거 안 까먹으셨네요."


왠지 환하게 웃는 나비.
세영은 멋적은 표정으로 말했다.

"지하실에 가서 마나수 좀 가지고 와 줄래?"
"네에~ 시켜  주세요!"

아래 층으로 사라지는 나비를 보며,세영은 다시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빠른 시간 안에, 파티원들은 물론이고 BI 길드에 건네줄 포션까지 대량으로 생산해야 했으니, 몸이 개라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군만두는 서비스.
BJ군만두의 팬 페이지다.
웹튜브 생방송의 인기 상승, 구독자의 엄청난 증가로 인해, 그의 팬 사이트 역시 사람들의 방문으로 열기가 후끈 했다.


<<군만두는 서비스>>


- 뭐야. 오늘방송 너무 짧다고 생각했더니, 이 시간에 긴급 공지라니.
- ㅋㅋㅋ 역시 군만두님.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
- 아~ 나도 파르도 섬에서 시작할걸. 군만두님 방송 빨리 알았으면 파르도 섬에서 생성했을  데...
나는파르도 섬이지롱~
- 저도 파르도 섬! 오예!
- 아... 자고 일어나서 방송 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 두근두근. 앞으로 여섯 시간 어떻게 기다리지?


게시판은 여느 때보다 더욱 시끌벅적했다.
그 원인은 이랬다.
웹튜브의 기능인 긴급 알람 서비스로, 그의 구독자들에게 긴급 공지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긴급 공지]


구독자 여러분. 군만두를 사랑해 주시는  여러분들. 깜짝 놀라셨죠? 먼저 방송도 안 켜고 알람을 보낸 점 사과드립니다.
장문 싫으신 분을 위해 내용 스포를 하자면, 생방송은 약 6시간 후부터 진행됩니다.

그럼 이제부터 제가 여러분께 긴급 메시지를 보낸 연유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아까 제 방송을 보셨다면 잘 아시겠지만, 저희 파르도섬은 미증유의 사건에 휘말려 있습니다.
우리 파르도 섬 플레이어들은 지금이야말로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모종의 이벤트... 라고 해야 할까,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할까, 잘 설명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제가 앞장서 뭔가 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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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도 섬에서 플레이하는 당신!!

지금 당장 허브를 채집해 주세요.
방법은 아래 링크를 확인 하시고요.
초보자라면 초원 허브, 이미 채집에 능숙한 분이고, 숲의 허브를 채집한 경험이 있으신 분은 숲의 허브를 채집해주세요.

그리고 풍차 마을의 치료약 전문점 앞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채집해 온 허브를 일정 비율로 치료약으로 제작해 드립니다.


추가로 채집량에 따라 순위를 매겨 상품을 드립니다.
채집해  적 없어, 자신이 당첨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시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분들을 위한 추첨 이벤트도 있습니다.
최소한의 양만 넘겨 채집해 오시면, 누구나 참여할 있답니다.

[상품]

채집해 오신 허브는 2대 1의 비율로 치료 약으로 교환해 드립니다.


- 초원 허브 2개 : 하급 치료약 1병
- 숲의 허브 2개 : 치료약 1병


(아래 경품은 치료약과 별도로 지급됩니다.)


<전체 채집량>

1등 : 30골드 + 하급 마나 포션 10병
2등 : 20골드 + 하급 마나 포션 5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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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허브채집량>

1등 : 20골드 + 최하급 마나 포션 10병
2등 : 10골드 +최하급 마나 포션 10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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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허브 채집량>


1등 : 10골드 + 최하급 마나 포션 5병
2등 : 5골드 + 최하급 마나 포션 3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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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첨 이벤트>
최소 100개 이상의 허브를 채집해 오시면, 추첨 자격을 획득할  있습니다.

- 1등상 (1명) : 50골드 + 하급 마나 포션 10병.
- 2등상 (1명) : 30골드 + 하급 마나 포션 5병.
3등상 (10명) : 각각 최하급 마나 포션 5병.


*** 특별 이벤트 ***


[뱀 딸기]

뱀 딸기는 발견하기 어렵지만, 맨손으로도 쉽게 채집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언제든 채집할 수 있습니다.

뱀 딸기를 채집해 오시는 분께는 10대 1의 비율로 치료약을 드립니다.


 딸기 10개 : 치료약 1병


100개 이상을 채집해 오시는 분들께는 희귀 등급의 고블린 시리즈를 추첨을 통해 나눠 드릴 예정입니다.
당첨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뱀 딸기 채집량 상품>

1등 상 : 100 골드 + 중급 마나 포션 5병.
2등 상 : 50 골드 + 중급 마나 포션 3병
3등  : 30 골드 + 하급 마나 포션 5병

*추신
이벤트에 도움을 주실 약제사분들이 계신다면, 이벤트 시작 1시간 전까지 풍차 마을로 와주세요.
소정의 보상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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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6시간 후부터 생방송을 시작합니다.
풍차 마을에서 허브 접수를 시작하는  역시 그때입니다.

특히 우리 시청자 여러분이 좋아하시는 김갑부님 역시 출연 예정이십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벤트를 계속할 수도 없고, 퀘스트 제한 시간도 있으니까,  이벤트는 접수 시작  딱 2시간 동안만 진행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파르도 섬 내의 다른 지인분들이 계신다면 많은 홍보 부탁 드립니다.)

그리고 다른 지역 플레이어분들, 또 우리 구독자 여러분 많은 시청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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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매우 놀랐다.
파르도  플레이어들은 모두 반색 했고, 특히 채집을 조금 해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다.
다른 지역 플레이어들은 그런 그들이 몹시 부러웠다.

다만, 이 공지에는 한 가지 수상한 점이 있었다.

- 뱀 딸기? 그게 뭔데 보상이 제일 좋은 거야?
- 어? 나 인벤에 몇 개인가 있을 텐데.
- 아오!  지난 번에  딸기 같은  봤었는데... 그냥 지나쳤다. 어디였더라...
- 그런데 상품 실화냐? 중급 마나 포션이라고? 미쳤다. 있는 줄도 몰랐는데. 거래소에서 거래된 적은 있냐?
- 아~ 파르도 사람들 부럽다.

다양한 반응들.
이는 꼭 그의 팬 페이지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프클 접속기기를 통해 웹튜브의 알람을 실시간으로 받아   있었기 때문에, 군만두의 채널을 구독한 파르도 섬 내의 플레이어들 역시 환호성을 질렀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도시의 광장은 이 이야기로 대소동이 벌어졌다.
마족의 탑이나 단체 퀘스트의 등장과도 비견  정도였다.


"채집 가위 팔아요. 허브채집에 필수 아이템! 마법 등급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제작했어요~"
"뱀 딸기 삽니다~ 파실 분~"
"허브 싸게 파실 분? 아... 없겠죠?"


 기회를 타, 한  챙기려는 사람들.

반면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다.


"저거 진짜냐? 어떻게 개인이 저런 보상을 감당해? 상품으로 걸린 액수만 얼만데?"
"개인이겠냐? 보나 마나 어디 기업 같은 데서 스폰 붙었겠지."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마나 포션은? 넌 중급 마나 포션 구경이라도 해 봤냐?"
"시발, 그래 내 레벨 이제 고작 20이다. 중급 마나 포션은커녕 최하급도 못 산다. 어쩔래? 뭐 보태줬어?"


뿐만 아니었다.
도시의 성벽 밖에서 사냥 중이던 플레이어 중에는, 사냥을 멈추고 채집을 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눈에 띠였다.

그야말로 파르도 섬 내의 최대 이벤트가 시작된 것과 다름없었다.


**



BJ군만두 : 공지는 올려 뒀습니다. 그런데 이 많은 경품을 대체 누가 감당하나요? 이벤트 진행할 사람은 있는 거 확실합니까? 이런 이벤트 잘못 했다가는 역풍이 불지도 몰라요.


김갑부 : 걱정 마세요. 조금 있으면 군만두님 메일로, 비지니스 문의 수십 수백 통이 오는 통에 전부 확인 하기조차 힘드실 테니. 바로바로 확인  주시고, 시간 맞춰 풍차 마을로 오시기나 하세요.

BJ군만두 : 그... TV중계도 정말 하실 건가요?

김갑부 : 당연하죠. 이건 예고편에 불과하다니까요? 전 할 일이 많아서 이만.


"하아..."


BJ군만두는 자신의 방송이 과연 어떻게 될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김갑부님이 어떻게 하겠지...'

아직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이제 한배를 탄 셈이다.
같이 침몰할 지, 대박이 터질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벌써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려 대기 시작했고, 긴급 메시지 알람도 울려 대기 시작했다.

BJ군만두 :네. PD님.


긴급 메시지의 주인공은TS 미디어의  PD였다.

TS김PD : 제가 왜 연락하셨는지 아시죠?


'알긴 알지만... 흠...'

군만두는 김만우의 흉내 내 보기로 했다.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되겠지만... 이 정도는 협상에 있어서 애교나 다름 없다.

BJ군만두 : 물론이죠. 이미 다른 방송국에서도 몇 번이나 연락이 왔거든요. 거절하기 힘든 권유도 있어서 곤란해 하던 참이에요.

TS김PD : 네? 벌써요? 하하... 그래도 역시 저희랑 계약하실 거죠? 지난 생방송 때와 똑같은 조건으로 드리겠습니다. 저희가 시청률도 높아 광고도 많이 붙는 거 아시죠?

BJ군만두 : 네... 그렇긴 합니다만. 다른 곳도워낙 크게 지르셔서, 조금 난감 하게 됐네요.


TS김PD : 이거 왜 이러십니까. 정이 있지. 하하... 좋습니다! 제 권한으로 60%까지 올려 드리겠습니다.


너무 쉽게 먹혀들자, 오히려 소름이 들 정도였다.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BJ군만두 : 흐음... 이거,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하던 곳이랑 관계를 이어가는 게 좋을 같네요. 하, 하. 서둘러 계약서 보내 주세요.

TS김PD : 네. 역시 군만두님 이십니다. 제가 처음 군만두님의 방송 출연을 강행한 지가 벌써 몇 주나 지났는데, 올 들어 가장 잘한 일일지도 모르겠네요. 설마 이렇게 크게 되실 줄이야. 허허허. 그럼 저도 국장님 재가를 받아야 하는지라, 10분... 아니 5분만 기다려 주시면 계약서 보내겠습니다. 그 전에 다른 방송국 연락은 차단해 주세요! 꼭 입니다!

연락을 종료한 후, 군만두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 시켜야만 했다.
온몸에서 땀이 배어 나왔다.


'하아... 이런 기분이구나.'


BJ군만두는 묘한 희열을 느끼며, 김갑부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생방송 시작합니다!"


- 기다렸어요!
- 오오! 드디어 시작이구나!
- 이벤트에 사람 많이 모였나요?
- ㄷㄱㄷㄱ
빨리 보여줘요.

BJ군만두는 어느 건물의 지붕 위에 있었다.
방송 화면 상, 그의 뒤로 보이는 건 온통 하늘이었다.

"하하. 네. 그럼 현재 파르도 섬의 풍차 마을 전경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화면은 조금씩 움직였다.
처음에는 아래로.
 곳의 숲이 보였고, 그러다 건물의 지붕이 보였다.
그리고 회전했다.

웅성웅성하는 소음이 화면에 들려오기 시작한  그때였다.

그때 BJ군만두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와아아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생방송 화면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모여 빽빽하게 주변을 둘러쌓은 풍차 마을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 헉. 미쳤따.
- 와~ 대박. 거의 축제인데?
월드컵 인줄.
- 아! 나도 저기 갔어야는데.
- 근데, 저 인파 감당 가능? 헬 파티 되는 거 아님?
- 알아서 잘 준비 하셨겠죠. 믿고 보자고요. 괜히 400만 웹튜버가 아니실 테니까.
에이, 군만두님 떡상 한지 며칠이나 지났다고요.
닥치고 그냥 봅시다!

"그럼, 허브와  딸기 접수 시작합니다!"


군만두의 맨트와 함께, 급하게 준비된 30개의 접수대에서 본격적인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접수대를 맡고 있는 건, 다름 아닌 BI 길드의 길드원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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