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9화 〉99화. 사전 준비 (99/122)



〈 99화 〉99화. 사전 준비

세영은  상황이 몹시 당황스러웠다.
대체 김만우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일을 크게 벌린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형. 이렇게 까지  필요가 있어요?"
"나도, 이렇게 많이 올 줄은 몰랐지."
"어떻게 감당해요? 저 많은 인원을."
"걱정마. 자원봉사자들도 넘쳐 나니까."


몰려든 인파 대부분은 이벤트를 참여하거나, 구경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미리 도착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존재했다.
모두 약제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사람들이다.


"와~ 요즘 하급 치료약 똥 값이다 했더니, 이렇게 모이고 보니까 약제사 숫자가 보통이 아니네."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기껏해야 백 명은 될까 싶었는데, 여기 모인 사람만 해도  정도니 섬 전체로 따지면 수천 명 되는  아닌가 모르겠어요."

파르도 섬에서만 이 정도였으니, 행성을 통틀면 그 수는 더욱 엄청날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하급 치료약 이외에는 제작하지 못했다.
상위 버전의 치료약을제작 가능했던 건, 약 스무 명.
저 많은 인파를 감당하려면 손이 부족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다.
애초에 숲의 허브를 채집하는 건, 주변의 고블린들 때문에 난이도가 높았다.
초보들이 채집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이벤트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원 허브를 채집해 왔을 것이다.

그리고.

"오빠.  허브티 완성됐어요."

누구보다 빠르게 허브티를 만들어 주고 있는 셰프 까만 곰의 존재!
그녀가 데리고 온 사람은 기존의 조수였던 나일과 포크 뿐만이 아니었다.
요 하루 이틀 사이 그녀의 제자는, 무려 여덟 명이나 늘어나 있었다.
그녀의 요리를 먹고, 매료된 사람들이 그만큼많았다는 방증이겠지.

"고마워. 여기 내려놔 줘."
"헤헤. 그럼, 오빠는 치료약 만드시는 거에요?"
"응. 아마도."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만우가 세영에게 말했다.

"하급 치료약 만드는 사람은 널렸으니까, 이쪽만 니가 좀 신경 써 줘라."
"알았어요. 어차피 제 퀘스트 때문에 시작된 일이고."

세영은 팔을 걷어 부치고, 본격적으로 치료약 제조를 시작했다.
재료가 다 모이면, 그 다음은 순식간이다.
지금의 그라면, 치료약 따위는 눈 감고도 제작 가능했다.

와아-!!


정말 엄청난 속도로 치료약이완성 되고 있는 모습.
지켜보던 다른 약제사들은, 입을 벌리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눈이 휘둥그레져 한참을 바라봤다.

"저, 저분은 대체 누구에요?"
"말도 안되는 속도... 대체 어떤 아이템을 쓰길래..."
"제작 속도 올려주는 아이템도 있나요?"
"글쎄요. 저도 모르지만... 진짜 괴물 같네요. 저보다 다섯 배는 빠른 거 아닌지..."


그런 주변 약제사들을 지켜보며, 괜히 콧대가 높아진 건 김만우였다.


"자, 자! 구경은 적당히들 하시고, 접수대에 줄은 끝도 안 보여요. 모두 서둘러 주세요. 우리 약제사님들도 이벤트끝나면 푸짐한 상품을 드릴 테니까 고생  해 주세요."


김만우의 목소리와 함께, 많은 약제사들이 일제히 제조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완성돼가는 많은 치료약들.
완성된 치료약을 접수대로 옮기는 역할은 세영이 고용한 파르도 섬의 주민들 몫이었다.
땅의 개간을 위해 고용한 사람들이었지만, 그 일은 잠시 뒤로 미뤄 두었다.
당장 급한 건 이쪽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미 개간 된 땅의 크기도 엄청나게 넓었다.
세영은 충분하겠다 싶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촌장이 욕심을 부리고 있을 정도다.


"고맙네. 알파. 자네 덕분에 매번 늑대나 멧돼지 습격이나 걱정하던 우리 마을이, 이렇게 달라지다니. 허허허.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구먼. 자네를 위해서 며칠 내로  농장을 만들어 줌세."
"하하... 말씀이라도 감사해요. 저 보다는 다 촌장님 덕분이죠. 앞으로도 잘 부탁 드려요."

세영과 대화를 마친 촌장은 여기 저기 기웃 거리며,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나저나 다들 얼굴이 밝네.'


얼굴이 밝은 건 촌장 뿐 만은 아니었다.
다들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세영 자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 약  두 시간 후면, 고대 마족 히부린이 무슨 짓을 해올지 알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 이런 난리를 피우는 게 히부린을 상대하는  어떤 도움이 될지는  수 없었으나, 시끌벅적 한 축제 분위기도 나쁘지 만은 않았다.

"이게, 히부린을 쓰러뜨린 뒤에 열린 축제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었다.

**


생방송을 시작한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정말 놀라운 양을 채집해 오셨는데요, 특별한 노하우같은 것이 있는 걸까요?"
"음... 저 같은 경우는 채집 가위의 힘이 컸어요. 무려 희귀 등급의 채집 가위 이거든요. 나머지는 열심히 채집을 한  밖에는..."
"와우~ 여러분 들으셨습니까? 무려 희귀 등급의 채집 가위라고 합니다. 채집가님. 그걸 우리 시청자 여러분들께 공개 가능하신가요?"
"물론이죠."


BJ군만두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채집량이 많은 사람들 위주로 인터뷰를 진행 중이었다.
이벤트 참가를 결정한 사람들인 만큼, 모두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설마, 이렇게 흥행할 줄이야.'


이벤트 방송의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동시 시청자 수는 130 만을 넘겼고, 그 수치를 꾸준히 유지하는 중이었다.
접수대에 차례를 기다리며 줄을 선 사람들도, 실시간으로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기에 지루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 이제 인터뷰는 그만 됐어요. 김갑부님 언제 나와요?
- 갑부님 보여 주세요.
- 슬슬~ 지겨워 지는데...
.
.
.


하지만 댓글 창의 반응은 별로 좋지 못했다.
당연했다.
시청자들은 이벤트에 참여한 것이 아니니, 경품 추첨에 흥미가 적었던 것이다.


'갑부님은  안 오시는 거야?'

주위를 둘러봐도 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때 일수록 그가 필요 하건 만.
군만두는 속이  들어가는 심정이었다.

사실, 김만우는 조용히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침착하게 때를 기다렸다.
방송이 루즈해지고, 시청자들이 한계에 다다를 때를 말이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 때였다.

[확성기 아이템을 사용하셨습니다. 약 1분 간 당신의 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집니다. 의지에 따라 효과를 중단하거나, 다시 켜는 것이 가능합니다.]


매우 희귀한 아이템인 확성기를 사용했다.
희귀하긴 했지만, 김만우가 전직을 위해 만났던 파르도의 악단에게서 손쉽게 구매하는 게 가능했다.
굶주린 그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확성기를 구매해준 김만우가 구세주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그의 피리 연주가 시작 되었다.

[종달새 원무곡(왈츠, waltz)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상쾌한 기분이 전신을 감싸고, 리듬에 맞춰 춤을춰야 할 것만 같습니다.]


갑작스레 들려오는 선율에 모두의 시선은 소리의 근원을 향했다.
밝고 경쾌한 음악 소리.
몇몇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다.

"먼가, 몸이 근질근질 한 걸?"
"왈츠라잖아! 나 이거 알아!"
"아리따운 그대여. 저와 한 곡 추시겠습니까?"
"어머,  유부녀 인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나저나, 피리로 왈츠가 연주 가능한 거였어?"

이런 저런 반응이 오가는 동안에도 연주는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김갑부다!
- 캬- 이건, 갑부님밖에 없지.
- 오우, 나 소름 돋았다.
- 등장 연출 보소! 두구두구.

BJ군만두의 시청자들은, 이 음악 소리의 정체가 분명 김만우일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당연히 정답이었다.

[당신은 종달새 원무곡을 감상하였습니다. 한 시간동안 이로운 효과를 부여 받았습니다.]

- 체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 발걸음이 가벼워 집니다. 이동 속도 +1


별거 아닌 축복의 빛이 사람들을 휘감을 때, 군만두의 방송 화면에 김만우의 모습이 등장했다.

"안녕하세요. 김갑부입니다."
"아, 아, 안녕하세요. 하하..."
"군만두님. 뭘 그리 당황하세요. 제가 그리도 보고 싶었나요?"
"네? 네... 뭐..."

꺄-!
- ㅋㅋㅋㅋㅋ 뭐야 군만두님 그쪽이었음?
- 뽀뽀해! 뽀뽀해!
- 갑부님. 방금 곡은 뭔가요? 새로운 스킬 이신 건가요?



"하하, 시청자 여러분들... 농담은 거기 까지요. 김갑부님! 방금 곡은 새로운 스킬 이신가요? 시청자 여러분들도 궁금해 하시네요."
"그렇습니다. 방금 배운거라, 효과는 저도 이제야 알았네요. 하하."

김만우는 경매장에 등록된 많은 악보를 사들였다.
지난 바라만과의 전투 당시 거래소에 등록해 뒀던, 많은 양의 고블린 시리즈 장비들.
 판매 금액을 대부분 사용해, 닥치는 대로 악보를 구매한 것이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방금 전 연주한 왈츠 처럼 버프 효과가 지나치게 별로인 탓에, 전투에는 아주 쓸모 없어 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김만우가 히든 클래스인 영혼의 지휘자를 공개한 뒤, 악보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희귀 등급 이상의 악보가 매우 귀해졌고 가격도 엄청 비싸졌다.


"자, 이제야 말씀 드리는 건데, 사실 오늘 이벤트를 처음 기획하신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우리 김갑부님 이십니다."


오~ 정말임?
- 캬아~, 클라스 보소. 이것이 진정한 히든클라스?
- 그래도 경품 비용 감당 하려면 군만두님이 없었으면 불가능 했을 걸?
-오우, 김갑부씨!
.
.
.

댓글 창을 힐끔 바라보며, 김만우가 말하기 시작했다.


"네. 그렇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제 저희는 파르도 섬의 운명을 건 전투를 해야 하니까요."
"김갑부님.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그 전투, 승산이 있는 걸까요? 고대 마족이라니.듣기만 해도 엄청 강력할 거라 예상 되는데요. 거대한 섬 하나의 운명을  퀘스트. 지금 껏 공개된 적 없는 대형 퀘스트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벤트를 기획했는데요. 다들 치료약이나 포션 때문에 고생들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기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김만우의 발언에, 실시간 댓글 창에서는 칭찬의 글이 빗발쳤다.

'이런 식으로 이미지 메이킹 하려는 건가? 무섭네...'


BJ군만두는 그런 김만우를 보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김갑부님. 오늘 상품 중에는 마나 포션이 존재하고 있는데요. 현재 판게아 내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 아니겠습니까? 심지어 중급 마나 포션을 상품으로 준비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는 건, 혹시 조력자 중에 연금술사가 존재하는 것인가요?"
"맞습니다. 자세한  설명 드릴 수 없으나, 연금 술사가 아니라면 포션은 만들 수 없죠."

오오... 역시.
- 뭐, 예상은 했지만.중급 마나 포션이라니.대체 그 연금술사 레벨이 몇임?
- 왜 일전에 난리였던 스텟 증가 포션도 그 사람이 판 거 아닐까?
연금술사님은 방송 출연 안 하시나요?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동시 접속자 수는 증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BJ군만두는 김만우를 수상하게 바라봤다.
저 남자가 또 무슨 꿍꿍이인가 싶었던 것이다.


'설마, 그 여자를 업고 있던 연금술사를 방송에서 공개라도 할 생각인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그야말로 대박 사건이지만,  앞에 있는 남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김갑부다.
분명 무슨 속셈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난 번 말씀하신 것처럼, 치료약 전문점을 함께 운영 하신 다는..."
"그렇습니다. 그분이 이번 이벤트에 상품으로 제공되는 마나 포션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오오. 그렇군요."


BJ군만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말을 맞춰둔 게 없었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하는지 몰라, 김만우의 얼굴만 뚫어져라 바라봤다.
나더러 어쩌라고! 라며 호소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 그럼 시청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시니, 이 자리에 한번 모셔볼까요?"
"네에? 저, 정말 그래도 됩니까?"
"군만두님. 왜 이리 호들갑이세요. 출연이 뭐 그리 대수라고...  역시 히든 클래스이지만 당당하게 출연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연금술사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는  그런 뜻일까요?"
"예? 아, 아니... 그런 말씀이 아니라..."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 ㅋㅋㅋㅋㅋ
- 군만두 당황하는 거 졸귀네.
- 연금술사님 정말 출연하시나요?
- 빨리요. 빨리! 현기증 난단말이에요!

이제 더는  수 없게 되었다.
시청자들은 연금술사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자, 그럼 여기서 1분만 끊어 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뜬금없는 김만우의 발언.
그 말에 깜짝 놀란 BJ군만두가 서둘러 프라이버시 모드를 사용했다.


그 당황하는 표정을 보며, 김만우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방송국에 광고 내보낼 타이밍은 줘야 하지 않겠어요? 하하. 그것도 다 우리 이득인데."
"네에... 그렇죠. 그나저나 연금술사님은 어디에? 아까 봤던 분 맞죠?"
"글쎄요."
"네? 지금 출연하신다고..."

김만우는 어깨만 으쓱- 할 뿐 확실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안돼요. 김갑부님. 만약 이 상황에 연금술사님이 방송에 출연 안 하면, 그야말로 댓글 창 폭발해요. 구독 취소한다고 난리도 아닐 거란 말입니다."

당황하며 호소하는 BJ군만두.
그러나 김만우가 입을 다물고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아, 그의 속은 타 들어가고 있었다.

"제발요. 갑부님..."

거의 울먹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린 건.


김만우는 군만두의 등 뒤에 다가온 인물을 향해 한 마디 했다.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준비 됐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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