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0화 〉100화. 사전 준비 (100/122)



〈 100화 〉100화. 사전 준비

수많은 인파를 비추던 화면에, 다시 김갑부와 BJ군만두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 드디어 시작인가요?
연금술사! 연금술사!
저는 20레벨 되도록 전직도 안 했어요. 연금술사 되려고... 제발 전직 방법 좀 알려주세요.
- 연금술사님 출연하시면 후원 크게 갑니다!
.
.
.

실시간 댓글 창을 확인한 BJ군만두의 표정은 아직도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티를 내서도 안 되고, 방송을 진행해야만 한다.
이 방송이 나가고 있는 스트리밍 채널의 주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시청자 여러분. 실은 여러분에게 지금부터 소개해 드리고 싶은 분이 있는데요. 안 그렇습니까, 김갑부님?"
"네. 저도 정말 어렵게 허락을 받았는데요. 한 번 이 자리에 모셔 볼까요?"
"나와 주세요."

댓글 창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고, 동시 시청자수가 급격히 상승 중이었다.


게임 내에서 가장 핫 한 클래스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연금술사 클래스 이리라.
실체가  방송을 통해서 공개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방송 화면에는 어떤 인물이 등장했다.
조금 의외의 모습이었다.


"아, 안녕하세요."

특이한 형태의 마스크를 착용한 인물.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려도 괜찮을까요?"
"아, 네. 자세한 건 말씀 드릴 수 없고, 저는 이번 이벤트의 상품인 마나 포션을 가지고  사람입니다."


이를 지켜보며 김만우는 짙은 미소를 머금었다.

- 뭐야? 아이 아니야?
- 완전 캐릭터 작은데? 남자 맞지?
- 실제론 몇 살이지?
- 연금술사 맞음?
- 오우, 연금술사님!
- (5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
.

댓글 창에서는, 방송에 새로 등장한 인물의 외형을 보고 각종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마스크를 쓴 소년의 모습을 한 캐릭터.
하지만 프클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캐릭터의 외형을 커스터마이징  수 있었기에, 누구도 그를 보이는 모습 그대로의 어린아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소개는 그것이 전부인가요?"
"네에... 다른 것은 아직, 전부 비밀입니다. 죄송합니다. 이해 부탁 드립니다."

갑자기 김만우가 끼어들었다.

"실은, 방송 출연해 주신 것 자체도, 제가 엄청나게 조른 거거든요. 시청자 여러분. 너그러이 양해 부탁 드립니다."

김만우의발언이 끝난 뒤, 실시간 댓글 창의 반응이 급변했다.
그가 처음 방송에 등장했을 때처럼, 연금술사 클래스의 정보가 어느 정도 공개되리라 생각했던 시청자들.
심지어 스킬 시연까지 선보일 거라 예상했던 사람들이다.
민심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 뭐야. 이럴 거면 뭐 하러 출연해.
- 와, 실망스럽네.
- 제발, 부탁이에요. 전직 정보라도 좀 공유해 주세요.
- 내가 뭐랬냐. 연금술사들은 하나같이 자기들 이득밖에 모른 다니까.
- 김갑부도 별수 없네. 나락~
- 나락나락나락!!!
.
.
.

BJ군만두는 댓글 창에 올라가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식은땀이 한가득 흘러내렸다.
어쩌면 좋을지 감이 오질 않았다.
저 소년 캐릭터를 인물은 자신이 알기로는 연금술사가 아닐 텐 데, 왜 수상한 가면을 쓰고 방송에 나온 것인가.
그것도 몹시 궁금해졌다.


'설마, 내 방송 망치려고 작정했나?'


이런 생각이  정도였다.

반면, 김만우는 태연한 표정으로 뻔뻔하게 입을 열었다.
그도 분명 댓글 창을 확인하고 있을  데, 이 온도 차는 과연 무엇인가.
군만두는 그것 역시 의문스러웠다.

"시청자 여러분께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아이템을 공개하신 다고요?"
"네에... 그 일단은 오늘 상품으로 제공되는 마나 포션입니다. 이쪽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둘의 대화를 BJ군만두는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만두님? 지금 하세요? 얼른 화면 돌려요."
"네? 아... 넵."

화면은 이벤트 접수대의 가장 끝에 놓인 테이블을 향했다.
고급스러운 천으로 가려져 무엇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지금 바로 공개합니다."


김만우가 천을 거둬내자, 그 테이블 위에는 푸른 빛이 감도는 마나 포션이 종류 별로 놓여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소년이 말했다.

"이쪽이 최하급이고요, 여기가 중급입니다. 아이템의 이름을 확인하시면, 이쪽은 일반 등급이고, 중급 마나 포션은 푸른색이죠? 희귀 등급."

방송에 최초로 중급 마나 포션이 공개되었다.


연금술사의 숫자도 매우 적고, 마나를 머금은 던전 허브의 수급조차 쉽지 않은 현 상황.
당연히 숙련 단계에 진입한 연금술사는 더욱더 적은 숫자이거나, 어쩌면 이세영 단 한 명뿐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숙련 단계에 진입해 비로소 제작 가능한 중급 마나 포션은, 오늘로 실질적인 최초 공개가 되는 셈이었다.

김만우는 시청자 수를 확인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댓글 창 민심이  아무리 나빠도 일단은 신경 쓰지않았다.
동시 시청자 수는 증가하고 있다.
그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지표였다.
앞으로의 계획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중급 마나 포션 공개 이후, 나빴던 민심까지 차츰 진정되고 있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상황이었다.

'흠... 반응이 나쁘지 않군. 이제 이벤트 종료까지 얼마나 남았지?'

김만우는 여유롭게 시간을 확인했다.


'50분이라... 마무리 하기에는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는데... 여기서 어떻게 시간을 더 끌면 좋을까.'


모든 것이 계획 대로 흘러가는 건 아니었지만, 급하게 수정해야 할 정도로 예측 불가 한 일이 벌어진 것도 아니었다.
 방송을 통해 얻어야 할 것들만 확실히 얻어낼 수 있으면 그만 이다.
그게 지금 그의 생각이었다.


그건 바로 돈과 이미지.


함께 얻기란 결코 쉽지 않을 두 마리의 토끼가 이번 방송에서 사냥해야 할 목표였다.
계획도 충분히 세워뒀다.
중요한 포인트는, 그 계획을 실행할 타이밍까지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아 유지 해야 하는 것이었다.


'스킬 시연이나 할까?'

스킬 시연만큼 시간을 끌기에 좋은 것도 없었다.
이미 지난 방송 출연 때, 자신의 스킬을 공개한 경험이 있었다.

'반응도 좋았지.'

단순 시간만 끌면, 시청자가 빠져나갈 것이니,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스킬이어야만 했다.

흔한 클래스의 스킬 대부분은 다른 웹튜버들에 의해 이미 공개가 이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클레스 마스터와 친분을 제대로 쌓아 둔다면, 약간의 비용과 간단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걸로 스킬을 배울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스킬의 종류는 그게 전부가 아니다.
특수 스킬이나 히든 스킬은, NPC의 호감도를 끌어올려야만 받을  있는 히든 퀘스트를 통해서 배울  있다.
그게 아니라면 네임드 몬스터가 드롭하는 고가의 스킬북을 사용하는 방법 뿐이다.


'그거라면 꼭 히든 클래스일 필요가 없지.'

스킬북을 사용하면 아무리 평범한 클래스라도 특별한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당연히 매우 희귀하다.
반면, 수요는 높으니 고가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그래! 이걸로 가자!'

김만우는 급히몇몇 사람들을 호출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 스킬북을 통해 스킬을 배운 사람들.


세영을 제외한 모든 인맥을  동원할 생각이었다.
그렇긴 하지만 결국 연락이 닿은 건, 단 한 사람.
BI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 BIM이다.


김갑부 : BIM님. 김갑부입니다.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에게 부탁해, 급히 방송에 출연 시킬 만 한 길드원들을 보내 달라 요청했다.
그리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

'마나 포션이 엄청나게 사고 싶긴 했었나 보네.'


빔이 김만우의 부탁을 거절할리가 없었다.
이벤트가 끝나고  뒤, 대량의 마나 포션을 저렴하게 구매하는 대가로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으니까.

**

"멈추지 않는 우박!!"


이제 세영의 소유가 될 개간 된 땅 위에, 냉기 폭풍과 함께 거대한 우박이 쏟아져 내렸다.


- 우와-!   스킬 알아. 왜 지난번에 경매장에서 5억에 낙찰된  스킬 이잖아.
- 진짜임? 헐... 미쳤네. 나도 마법산데, 차원이 달라. 근데 5억이면 나는 어느 세월에 저런 스킬 배워 보나. ㅠ.ㅠ
- 직접사냥해서 얻어야지 별수 있나요.
역시 군만두님 방송은 콘텐츠가 좋네요. 정보도 팍팍 공개하고. 연금술 관련해서는 좀 아쉬웠지만, 인정해 드림. (1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솔직히 연금술은 나 같아도 공개 안 함. 그쪽은 진짜 정보 하나하나가 큰 돈이라서...
.
.
.

댓글 반응 좋고!
시청자 수 150만 넘어섰고!
김만우는 쾌재를 불렀다.


"시청자 여러분. 우리 BI 길드 여러분들께 모두 박수 부탁 드립니다. 이번 이벤트에 아무런 대가 없이 자원봉사를  주고 계신데요. 방송에 출연해 이런 스킬 시연까지  주셨습니다. 정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BJ군만두는 김만우의 눈치를 보며 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하지만, 눈치야 항상 보던 거라  문제되지 않았다.


쓰리던 속은 언제 그랬냐는  멀쩡했고,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 올랐다.
실시간 댓글 창의 반응도 좋고, 시청자 수도상승 일색.
기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가짜 연금술사를 데려 왔을 때는 정말 나락으로 떨어지나 했었는데... 역시 보통 사람이 아니야. 김갑부...'

BI 길드의 대표로는, 이미 인터뷰를 나눴던 경험이 있는 BI보급이 나섰다.

"아닙니다.같은 파르도 섬 플레이어로서 다 같은 운명 공동체 아니겠습니까? 저희 BI 길드는 오늘 이벤트를 도운것 이외에도, 섬을 지키기 위해 마족을 상대로 최전선에서 맞서 싸울 생각입니다."

- 짝짝짝.

댓글 창은 온통 손뼉을 치는 이모티콘으로 도배가 되고 있었다.

김만우의 작전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환호와 함께 지속된 방송.
시간을 버는데 충분하고도 남았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이벤트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군만두님. 이제 이벤트가 끝날 시간이 되었네요."
"네! 김갑부님. 이벤트 종료까지 1분 남았네요. 다행히 접수대 앞 끝도 없던 줄은, 몇  전부터 거의 사라졌는데요. 이제 고대 하시던 경품 추첨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여러분!"

와아아-!!


엄청난 인파가 동시에 소리를 지르자, 어디서 폭탄이라도터진 마냥 대지가 떨려왔다.
그 소리에 고막이 다 아플 정도였다.


김만우는 때가 왔음을 느꼈다.

'이제 슬슬  때가 됐을 텐데.'



BJ군만두는 아무것도 모르고  탈 없이 방송이 마무리될 거라 생각했다.
겨우 안심할 수 있게 것이다.


그러나 김만우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부터 매우 중요했다.
이 타이밍에 시청자가 빠지는 건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아직 이번 방송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흠...'

스포츠 경기 중계를 생각해 보자.
결승전이 끝나고 나면, 시상식이 벌어지는 동안 시청자들은 채널을 돌린다.
일부 끝까지 지켜보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그건 소수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지.'

분명, 이대로 경품 추첨만 했다가는 방송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죄다 빠져나갈 테니까 그걸 방지하기 위한 무언가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이미 계획의 일부였다.

'납품 양을 공개하는 동안은 괜찮겠지'

경쟁의 결과를 공개할 동안은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1등이 얼마나 많은 양을 채집해 왔는지는 시청자들 역시 궁금할 테니까.


'공개 하는 건 다음이야.'

김만우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BJ군만두는 BI 길드의 사람들과 오늘 이벤트의 순위 집계를 완료했다.
옆에서 방송을 진행하며 허브의 총 납품 된 양을 비롯한 참가자들의 순위를 공개했다.
댓글 창에서는 어마어마한 양에 놀랐고, 순위에 따라 희비가 갈린 참가자들의 아우성이 들려왔다.


'저 정도를 가지고 놀라다니.'

그러나 김만우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한번 채집을 시작하면, 마차 한가득채워오는 이세영을 지켜봐 온 그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자. 이제 상품을 전달하도록 할까요? 마나 포션은 우리... 여, 연금술사님이 도와주시겠어요?"

'지금이다.'


김만우는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가짜 연금술사 소년.
레드문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레드문이, 군만두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연금술사 아닌데요. 마법사인데요?"

BJ군만두는 웃고 있던 표정 그대로, 제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예...에? 아까랑... 말씀이..."
"저는 연금술사라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그냥 상품인 마나 포션을 가지고 온 사람이라고만 했어요."

BJ군만두는 말없이 벙쪄 있었다.


이제 방송을 그만 보고 나가려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황당한 상황에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연금술사라고 나온 사람이 방송에 무엇 하나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는 어떻게 이해를 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연금술사가 아니었다니.
자신들을 속인  아닌가?


분노의 감정이 실시간으로 난무하기 시작했다.

- 뭐야? 우리한테 뻥 친 거야?
- 어쩐지 마스크 쓰고 닥치고 있더라니.
- 방송이 장난인가. 지금 뭐 하는 것임?
- 실화인가요? 저희 전부 낚인 건가요?
- 군만두 표정 풀어라. 자기도 속은 척하기는. 처음부터 주작 한 거면서.
- 나락~ 주작~
- 아, 개빡치네. 시청자들을 뭐로 보는 거야?
.
.
.


BJ군만두는 생각했다.


'망했다...'

이제 욕은 욕대로 먹을 테고, 구독자는 과연 얼마나 빠져버릴 것인가.

"군만두님.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얼른 시상 하죠. 여러분들 기다리시는데."

김만우는 비난이 난무하는 와중에, 뻔뻔하게 방송 화면에 다시 나타났다.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댓글 창은 완전히 무시하고, 이벤트 당첨자들에게 상품을 건네고 있었다.

'이 인간 지금 뭐 하는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