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1화 〉101화. 사전 준비 (101/122)



〈 101화 〉101화. 사전 준비

BJ군만두는 김만우를 한참 바라봤다.
실시간 댓글 창은 차마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욕설이야 필터링 되겠으나, 각종 비난과 불만 댓글이 쇄도 중일 거라는 건 불 보듯 뻔했으니까.
하지만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댓글 창에만 존재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주변에서 구경 중이던수만 명의 파르도 섬 플레이어들 역시 불만이 가득했다.
이벤트의 최종 결과를 기다리며 군만두의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으니, 이들 역시 시청자와 다름없었던 것이다.

'큰일 났네.'

그런 그에게 김만우가 물었다.

"군만두님. 표정이 왜 그러세요?"
"아니,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십니까? 저와 시청자 여러분들을 감쪽같이 속이시지 않았습니까. 김갑부님께서!"

김만우는 방송 화면을 바라보며 이야기 했다.


"네? 제가요? 설마 시청자 여러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댓글 창은 이루 말할  없는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너무 빨라 제대로 읽을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굳이  댓글들을 하나 하나 읽지 않아도, 대충 어떤 반응인 건지는 너무나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길 유도한 것이 바로 자신이니까.


'역시, 생각 대로야. 사건 사고가 터지면, 꼭 소문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건 아주 서로 먼저 물어 뜯으려고 달려드는 하이에나가 따로 없어요.'


최악의 민심에도, 시청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었다.
그것도 엄청 가파른 속도로 말이다.

시청자 일부가 각종 게시판을 돌아다니며 뻐꾸기 역할을  것이다.
BJ군만두의 생방송 도중에 터져버린  황당한 사건을, MSG가득 섞어 가공해 퍼트린 것이다.
그건 사람들을 낚기 위한 그야말로 최고의 미끼이자, BJ군만두 채널의 홍보물이나 다름 없었다.


- 와, 쓰레기들이네.
- 웹튜버들 돈 쉽게 버니까 버릇 나빠지는 거임.
- 지금도 방송 중 인가요?
- ㅋㅋㅋㅋ 지금 LIVE 댓글 창 난리 났음.
- 여러분. 다같이 가서 매장 시켜 버립시다!

스트레스를  적당한 먹잇감이 나타났다.
너도 나도 다같이 힘을 모아, 이 악당들을 무찔러 버리자!
자칭 악을 뿌리 뽑으려는 거대한 세력이 BJ군만두의 채널로 몰려 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시간 시청자 수는 벌써 190 만을 돌파했다.


김만우는 여전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겉으로는 말이다.

'이거, 200만 찍겠는데?'

시청자 수를 보며, 그는 마음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예상보다  어그로가 끌린 모양이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자, 자. 알겠습니다. 제가 오해를 사게 끔 말을 했었나 보네요. 여러분이 원하시는  뭡니까? 제가 들어드릴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들어드릴 테니까, 제발 진정 좀 해주세요."

그러나 실시간 댓글 창은 좀처럼 진정되지 못했다.
오히려 불 난데 기름 부은  같이 활활 타올랐다.
이 상황을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만들어진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결코 거스를  없어 보였다.


이제 그들에게 진실, 거짓은 상관 없었다.
생방송에 출연한 김갑부는 '악(惡)'  자체가 되어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에는 아무리 김만우라도 조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좀 심했나? 하지만 이미벌어진 일이고, 전혀 예상 못한 상황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상태론 성난 시청자들을 직접적으로 설득할 수는 없어 보였다.
무슨 말을 한들, 자신을 믿어 줄리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 마음을 돌리기 위해 시도  따름이다.

"저기, 군만두님. 제가 어떻게 하면 우리 시청자들께서 진정 하실까요?"
"예? 그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러니까  거짓말을 하세요. 그것도 방송에 대고. 자기 방송도 아니면서..."

울먹거리는 군만두.
그는 예측이 가능한 종류의 사람이었다.
어찌 저렇게 김만우가 원하는 반응을 해주는 것일까.


"이거, 제가말만하면 자꾸 오해를 하셔서 한 마디 말하는 것도 무척 힘들지만, 저는 정말 거짓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런 소리를... 김갑부님이 분명 연금술사님이 방송에 출연하실 것처럼 행동 하지 않으셨습니까."
"네. 그랬죠."
"근데, 저 분은 마법사님이시라면서요."
"그렇습니다."

이젠  역시 화가 나는지, 김만우를 대하는 목소리가 매우 거칠어 졌다.

"지금 저랑 장난하시는 겁니까?"
"아닌데요? 저분은 마법사고, 연금술사는 방송에 출연할 예정입니다. 거기에 거짓은 없어요. 그리고 제가 언제 저분이 연금술사라 했던 가요?"

군만두는어느새 시청자들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가 느끼기에도 지금 벌어진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김만우에게 몹시 화가나 있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덕분 이었을까?
날이 가득 서있는 댓글들을 읽고 대답하지 않아도, 이렇게 군만두를 상대하는 것 만으로 시청자들에게 해명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었다.


"아니, 아까 대화를 생각해 보세요. 댓글 창에서도 온통 연금술사 이야기 뿐인데, 거기서 갑자기 게스트가 출연하면 누가 생각해도 연금술사라 생각지 않겠습니까?"
"그런가요.오해를 샀다면 그건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까말한 것처럼, 저기 계신 마법사님께 정말 사정 사정 해서 출연 요청을 드린 거거든요. 새로운 아이템을 공개하기 위해서..."
"그것부터 문제라니까요. 갑자기 마나 포션을 공개하니까, 다들 저분이 연금 술사라고 믿지 않았습니까."


김만우는 한숨을 푹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물론, 연기였다.


"그렇군요. 저는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여기 모여 계신 파르도 섬의 플레이어분들께 이 이벤트의 정확한 취지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딴에는 가장 적절한 분이라 생각해서 섭외한 건데..."

한때, 가수를 꿈꿨다던 김만우.
실은 배우를 꿈꿨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능숙한 연기였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이벤트는 모두가 단합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네. 하지만 단합이란 무엇이죠?"
"예? 그... 글쎄요."
"말 뿐인 단합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모두 공통의 목표를 가져야 비로소 진정한 단합이지 않겠습니까?"

BJ군만두는 눈앞의 이 남자가 댓글로 욕을 먹더니 정신이 나가기라도 한 건가 싶었다.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따질 기세였다.


"공통의 목표요? 그거라면 모두 똑같은 퀘스트를 받지 않았습니까?  때문에 이 이벤트를 기획 하셨다면서요?"
"그렇습니다. 퀘스트! 군만두님은 정말 섬을 지키고 싶나요?"
"그야 물론입니다."
"그럼 여기 계신 모든 여러분도 같은 생각이신 건가요?"

주변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BJ군만두는 그런 모두를 화면에 담았고, 그 모습이 생방송으로 고스란히 흘러나갔다.
다만, 모두 가면을 쓴 모습으로.

"뭐, 당연하겠죠. 섬이 망하면 저희 모두 망하게 될 테니까."

아직 그 누구도, 김만우가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몰랐다.


"김갑부님은 대체 무슨 소리가 하고 싶으신 겁니까?"

김만우는 군만두를 향해 말했지만, 마치 파르도 내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질문하는 듯 했다.


"어떻게 지키실 거죠?"
"네?"
"어떻게 지키실 거냐 구요. 이 섬을."

모두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그야... 잘..."
"잘, 어떻게요?"


BJ군만두는 당황했다.
생각해  적이 없었다.
마족이 날뛰기 시작하면, 레벨이 높은 사람들이나 대형 길드에서 앞장서 해결해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주변의 다른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만우는 과장된 목소리로, 가까이 있던 플레이어들에게 물었다.
그들은 방금 이벤트 상품을 수령한 사람들이었다.

"숲의허브 채집량 1등. 축하합니다. 당신은 어떤 식으로 섬을 지킬 거죠?"
"예? 저요? 저는 이제 고작 25 레벨 인데... 그리고 채집 말고는 거의 안 해서..."
"그럼 당신은요?"
"저 말입니까? 글쎄요. 생각해  적 없네요."

김만우는 방송 화면 앞으로 다가왔다.

"그것 보십시오. 모두 어떻게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지 않으십니까? 레벨이 부족하다고요? 장비가 구려서 아무런 도움이 안될 거라고요? 그저 저기 있는 BI 길드 같은 곳에서 발 벗고 지켜주길 기다리실 뿐이라고요? 실패하면 어쩔 겁니까? 섬이 통째로 마족에게 넘어가 전멸하면요? 아니, 애초에 그런 길드에서 마족을 상대하기 싫다고 하면요?"


주변은 조용해 졌다.
가끔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그들은 마치 김만우의 1인 극을 지켜보는 관객들 같았다.

그러다 누군가 외쳤다.

"그럼, 김갑부님은 저희 같은 쪼렙들이 마족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건가요?"

김만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그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여러분은 퀘스트를 받지 않았습니까? 거기 뭐라고 써있던 가요.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라지 않던 가요? 다시 묻겠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획득하신 퀘스트 공헌도는 얼마입니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 모여있던 사람들 중, 공헌도를 얻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던 모양이다.


"이것 보십시오. 아무것도하지 않고 누군가  지켜주기만 바라시는 겁니까?  굳이 마족을 처치할 필요는 없는데도 말입니다."
"대체 어떤 방법이 있다는 건가요? 김갑부님은 공헌도를 쌓으셨다는 말이신 건가요? 그냥 거짓말이 들통나자 아무 말이나 막 하시는 거 아닙니까!"


김만우는 발언한 사람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제가 뭐라 했습니까. 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니까요? 그리고, 또 말했지요. 제가 저기 계신 분을 방송의 게스트로 섭외한 이유가 이 이벤트를 연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거라고 말입니다. 이제 제 말을 믿고, 한 번 들어 볼 마음이 생기셨습니까?"

조용히 다물고 있던 BJ군만두가 나섰다.

"들어보지요. 듣는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이벤트를 기획한 것도, 여기 여러분에게 상품을 제공한 것도 김갑부님이시니까. 저는 이유가 궁금하네요.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김만우는 그제서야 댓글 창을 다시 확인했다.
여전히 난리를 피우는  몇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쪽도 차츰 안정되는 분위기였다.


김만우는 연설이라도하는 듯이 거창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는 앞으로  12시간 후면, 흉악한 고대 마족을 상대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마족은 매우 강력한 존재입니다. 저기 BI 길드요? 미안한 소리지만 아마 길드원 전원이 때로 덤벼도, 그 마족에게는 상대조차 안  겁니다."
"그럼 결국 죽기만 기다리라는 소리인가요?"
"아닙니다. 모두가 힘을 더하면 불가능 하진 않을 겁니다. 우리는 게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게임에는 언제나 공략법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그리고 저는  공략법의 힌트가, 우리가 받은 퀘스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김만우의 다음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가 과연 어떤 말을  지, 몹시 궁금했다.
퀘스트에 이 위기를 해쳐나갈 힌트가 있다니, 그건 대체 무어란 말인가.

하지만 김만우의 다음 발언은 모두의 예상을 한참이나 넘어섰다.
너무 황당한 방향으로.


"1분만 있다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아-!

수만 명의 사람이 동시에 탄식 했다.

BJ군만두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설마...'

김갑부 저 인간은, 이 와중에 TS미디어의 TV 광고를 내보낼 타이밍을잰 것이 틀림 없다.
그렇다면 설마  모든 것이 연출 된 상황이란 말인가?
그리 생각하자 온 몸에 파르르 소름이 돋았다.


'진짜 미치지 않고 서야...'


*

TS 미디어의 TV채널에서 광고가 흘러나가는 동안, 김만우와 BJ군만두, 그리고 수만 명의 인파가 둘러쌓은 장소에, 어떤 한 인물이 등장했다.
전신을 로브로 둘러싸 성별이 분간 가지 않는, 심지어 얼굴에도 이상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었다.
모두를 속인 가짜 연금술사 소년이 착용한 마스크와 같은 마스크였다.

김만우가 말했다.


"군만두님. 잠시  방송 재게 하면, 여기  사람 방송에 나가는 목소리 좀 변조해 주세요. 여성으로."
"네? 왜... 그럴 필요가..."
"그냥 좀 부탁 해요. 설명하고 있을 시간 없으니까."
"아, 알겠습니다."

그와는 한 배를 타지 않았던가.
동시 시청자 수가 무려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미 배는 항구를 떠났고, 선장은 자신이 아닌 김만우였다.
괜히 토를 달았다가는 바다로 빠트릴지 모르는 일.
BJ군만두는 조용히 김만우의 지시를 따를 뿐이었다.

김만우가 로브를 둘러 싸맨 인물을 향해 말했다.

"이야기는 했고?"
"네."
"감당은 된 데?"
"네."
"공헌도는?"
"확인했어요. 자요. 이게 제가 발주한 퀘스트 에요."


그는 김만우에게 종이를 건넸다.
 순간 김만우에게 새로운 퀘스트가 등장했다.


"이거, 여기 있는 사람들 전부에게 전해 주려면 한 둘로는 안되겠는데?"
"그냥 가까운 사람에게 뭉텅이로 건네고, 뒤로 전달하라고 하면 되죠."
"아, 그런가?"


둘의 대화를 수상하게 여긴 BJ군만두가 물어왔다.

"저, 저기 이분은 누구... 그리고 그 종이는 뭔가요?"

대답을  건 김만우였다.


"군만두님은, 방송에서 공개해야 하니까, 아직 손대면 안됩니다. 방송 재개하기 전에, 시스템 메시지 보안 해제 하세요."
"그 종이가 대체 뭐길래..."
"빨리요. 10초 남았으니까."
"아, 네."

김만우는 다시 모두의 앞에 나섰다.
그의 손에는 종이 뭉텅이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긴급 의뢰 : 소모품 납품 의뢰서 ]

- 익명의 인물이 발주한 납품 의뢰서 입니다. 획득과 동시에 신규 납품 퀘스트가 등장합니다.
- 시간 제한이 있는 긴급 의뢰서 입니다. 시간이 초과될 경우 해당 의뢰서는 자동 소멸합니다. 소멸까지 남은시간 9시간 43분.
- 파르도 시장의 직인이 찍힌 보증 된 의뢰서 입니다.

익명의 인물이란 바로 눈앞에 있는 로브를 둘러 싸맨 존재.
바로 이세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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