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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3화 〉103화. 사전 준비 (103/122)



〈 103화 〉103화. 사전 준비

모든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웹튜브를 통해 방송을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뭐야... 저 엄청난 양은?
- 저 정도 양이면 연금술사가 맞지 않을까요? 거래소나 경매장에서도 저런 양을 파는 걸 본 적이 없는데.
- 그런데, 저 많은 게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말도 안돼!
- 저게 다 얼마냐...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아직 건물의 2층 제조실에는 더 많은 양의 마나 포션과, 힐링 포션이 존재하고 있었다.
허브티를 끓이는 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제조 시간이 5분의 1로 단축 된 덕분이다.




김만우는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며 방송의 진행을 이어갔다.

"이 마나 포션을 보시면 연금 술사라는 사실을 아시겠죠? 어디서 사오려 해도 이런 양을 팔아주는 연금술사가 어디 있기나 한 답니까?"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중이었지만,김만우는 개의치 않고 방송을 진행해 나갔다.
BI기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뒤, 그에게 질문했다.

"기츠님. 고대 마족 말입니다. 우리 BI 길드에서는 상대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어떤가요? 파르도 최강길드  하나 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음... 어렵네요.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섬이 망하면 그야말로 끝장이니까요."
"기츠님은 다양한 네임드 몬스터를 처치한 경험이 있으시죠?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이었습니까?"
"다른 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역시 가장  문제는 마나 포션의 부족입니다. 클래릭인 저와, 튼튼한 탱커 클래스가 있다면, 사실 고블린 수준의 네임드 몬스터는 매우 쉬운 상대입니다. 단지 마나가 가득할 경우에 한해서요. 힐러의 마나가 바닥났을 때, 마나 포션조차 없다면  역할은 거기서 끝입니다.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죠. 이는 다른 클래스도 대부분 비슷한 처지일 겁니다."

김만우는 반문했다.

"마나 포션이 없다면 고대 마족의 상대는 더욱 힘들겠네요."
"네. 당연합니다. 사실, 마나 포션이 많다고 해서 고대 마족을 간단히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부족하다면 절대 상대할 수 없을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탓에, 댓글 창에서는  다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마나 포션이 없다면 아무리 레벨이 높고 장비가 뛰어나다 해도, 고대 마족을 상대하려 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저희 길드와는 다르게, 다른 플레이어들은 몸을 사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BI 길드에서는 고대 마족을 상대로 당당하게 나서려 하는 겁니까?"

BI기츠는 사전에 김만우에게 들은 대로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그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고대 마족에게 섬이 망해버리면, 파밍 기업인 저희 회사가 쫄딱 망하게 될 거라는 것이 이유입니다. 저희는 정말 섬이 망하길 누구보다 바라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마족을 쓰러뜨리면 드롭하는 아이템이 그 이유겠네요."
"아이템이요?"
"네. 특별한 옵션이 붙은 무기입니다."


김만우는 미소와 함께 방송 화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청자 여러분. 바로 그겁니다. 아이템! 제가 왜 이 어린 꼬맹이 캐릭터의 마법사님을 섭외 했느냐고요? 그건 바로 여러분에게 특별한 아이템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이걸 본다면 파르도 섬의 레벨 상위 랭커들은 눈에 불을 켜고 마족들을 상대해 주실 겁니다. 어떤 거냐고요? 지금 보시죠!"

레드문은 김만우의 신호와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자신이 소유한 영웅 등급의 무기를 만 천하에 공개했다.



[아이스 스틱]
- 내구도 110/110 <영웅 등급>
- 사용하기 간편한 형태의 스틱입니다. 마력을 증폭 시켜 주며, 냉기의 힘을 담고 있습니다. 마계에서만 자라나는 얼어붙은 침엽수를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 마법 공격력 +50, 마력 증폭 +30
- *공격 시 대상에게 '동상' 디버프를 겁니다. 동상 효과는 공격  누적되며, 일정 확률로 대상을 빙결 시킵니다. 빙결 된 대상은 물리 공격에 취약해 지며, 회피를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공격  마나 회복 +1 (디버프로 인한 데미지에도 마나 회복 옵션이 발동합니다.)
- 거래소 및 경매장에 등록 가능합니다.

아이스 스틱.
이제껏 레드문이 사용 중이던 무기.
마족의 종자 쿠아만테를 처치하고 얻었던 아이템이다.


마나 포션이 금값인 시대.
무려 마나 회복 옵션이 붙어있는 놀라운 무기였다.

"이 무기는 마족을 처치하고 얻은 무기죠? 마법사님. 사용해 보니 어떠시던 가요?"

김만우의 질문에 레드문이 답했다.


"음, 마나가 가득 회복된 상태에서 고블린을 상대한다면, 기초적인 마법 공격의 경우 두 배 가량더 많은 횟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네임드 전투 시에도, 평소보다 마나 포션의 소모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희귀 등급 이상의 고블린 지팡이가 가진 체력 회복 옵션과 비교해도 충분히 좋아요. 여유가 된다면 두 가지의 무기를 병행해 사용하면, 더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체력이 부족하면 고블린 지팡이, 마나가 부족할 때는 이것. 무기를 교체해 가며 사용해도 되거든요. 그리고 애초에 마족을 상대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고블린 지팡이가 없다면, 이 무기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요. 거래소나경매장에 매물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경매장에 올려둔 전설 지팡이의 가격에 혹여나 영향을 줄까 싶어, 김만우가 사전에  하라고 시킨 발언이었다.



슬슬 지겨워져 방송을 떠나려던 시청자들은, 뜬금없이 깜짝 공개 된 영웅 등급의 무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비난을 일삼던 채팅은, 다른 채팅에 가려져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였다.

- 뭐야 저게? 고블린 지팡이보다 공격력이 말도 안 되게 높잖아? 거기다 마나 회복 옵션이라니.
- 그러게. 무슨 전설 무기 급 공격력 인데?
- 와...  부럽네 진짜. 저건 또 얼마나 하려나.
- 캬~ 역시 김갑부님.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10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
.


이제 여론은 그가 원하던 대로  달라지다 못해, 놀라움과 칭찬으로 댓글 창이 폭발 직전이었다.
꽉꽉 막혀있던 후원 역시 줄을 잊기 시작했다.


김만우는 방송에 들리지 않게, 서둘러 BJ군만두에게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리고 방송을 계속 이어갔다.
이런  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희는 고대 마족이라는 여태껏 상대한 적 없던 강력한 적과 맞서야 합니다. 하지만 보십시오. 이 시련을 극복한다면 분명 달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아이스 스틱을 가리키던 김만우의 손끝이, 그 방향을 바꿔 수천 병의 마나 포션을 향했다.

"자! 이곳에 마나 포션이 있습니다. 고대 마족을 상대하려면, 고대 마족의  입장 레벨이 45레벨 이었던  처럼 충분한 실력이 갖춰져야 합니다. 저희는 45레벨 이상의 플레이어여러분에게, 여기 있는 최 하급 마나 포션을 가장 최근의 경매장 낙찰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할 예정입니다. 물론 되파는 걸 금지하는 서약을 하셔야만 합니다. 이걸 제공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섬을 위기로부터 구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옆에서 대기하던 군만두를 불러들였다.

"군만두님! 다음 생방송은 언제죠?"
"네? 그... 저기, 열 시간 후 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저랑 열 시간 후에, 또 방송을 하기로 약속하셨죠?"


고개를 끄덕이는 군만두를 뒤로 하고, 김만우는 다시 화면을 향했다.

"여러분! 다음 생방송은 약 10시간 후 입니다. 그때는 고대 마족을 상대로 격전을 벌이는, 파르도 섬의 상위 랭커들과  전투 장면을 보실  있을 겁니다. 있다가 뵙죠! 그리고 마나 포션 구매하실 45레벨 이상인 파르도 섬 플레이어 분들은서둘러 풍차 마을로 오시기 바랍니다. 판매는 3시간 내로 종료할 예정이니까! 그럼 그때까지 아디오스~!"

작별의 인사를 하며, 군만두를 향해 눈치를 줬다.
 신호에 군만두는  전 들었던 대로 서둘러화면 송출을 차단했다.
화면 송출만 차단한 것이지, 웹튜브의 LIVE 방송이 아직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김만우가 그렇게 요구한 이유?
그건실시간 댓글 창을 보면 알 수 있었다.


- 대박... 진심 쩐다. 오늘 방송.
- 김갓부! 당신이 킹이야!(1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갑부님  할래. (30만CC를 후원하셨습니다.)
- 와... 레전드였다. 연금술사 인 척 마법사 데려 온 것 까지 전부다  그림 그린 거였나? (200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 다음 방송까지 어떻게 기다리라고 ㅠㅠ(5만 CC를 후원하셨습니다.)
가지 마요!! (20만CC를 후원하셨습니다.)
.
.
.

손뼉을 치는이모티콘이나 최고라는 의미의 엄지 손가락이 펼쳐진 이모티콘. 심지어는 왕관 모양의 이모티콘이 줄을 잊고 있었다.
그 뿐이랴.
칭찬댓글은 기본. 거기에 엄청난 양의 후원이 줄을 잊고 있었다.

일부 비난을 위해 웹튜브를 찾았던 사람들은, 여전히 열심히 물타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들의 채팅은 다른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거의 눈에 띄지 못했다.

김만우는 그걸 보며, 콧구멍을 벌름거렸다.


'으흐흐. 작전 성공.'

그의 계획대로 이미지와돈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사냥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

크에엑-!!

"부족해... 더, 더 필요해... 끄히히히"


고대 마족의 탑과 근처의 고블린숲.
벌써 몇 번이나 고블린의 비명이 들려오고 있다.

"계약이라니. 성가시긴 하지만 뭐 좋아. 끄히히히. 이제 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야."


카아악-!!

히부린이 고블린들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다.

"끄히히히히. 융합-!!"

흡수한 건 마나 뿐만이 아니었다.



고블린들 중에서 마법을 사용하는 주술사를 발견하기만 하면, 죄다 자신의 몸에 섞고 있었다.
마법을 배우는것보다, 마법을 사용하는 몬스터를 자신의 몸과 하나로 만드는 선택을  것이다.

[고대 마족 히부린이 '화염구 Lv. 9'를 사용합니다.]

고블린 샤먼 주술사.
그들이 가지고 있었을 마법을 숲 여기저기에 난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시전 된 마법의 격이, 히부린의 레벨에 맞게 상승했을 정도였다.
무려 9 레벨의 화염구.

화르르르르-


누라라의 거목을 비롯한 숲의 나무들이 불타며, 새까만 연기가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맑기만 하던 파르도 섬의 하늘이, 점점 어둡게 물들고 있었다.

"마법이야, 마법.으히히히히."

이제 아름다움은 찾아  수 없는 외모.
히부린의 모습은 페어리 메르바에서, 마치 독을 잘못먹어  몸이 녹색으로 변해버린 흉측한 마녀처럼 바뀌고 있었다.
피부는 이제 고블린과 다름 없었고, 요정의 아름다운 눈망울도 퀭 하게 쑥 들어갔다.


"마나... 마나를 원해."

흡수한 마나는 마법 몇 번으로 소진되었다.
더 많은 양의 마나를 원했다.


"그래. 저걸 내 차지로 만들어야 해..."

외형은 흉측하게 달라졌지만, 히부린은 여전히 페어리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피어오르는 새까만 연기 사이로, 파르도 섬을 뒤덮은 거대한 페어리트리. 그 가지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마나...  괴물같이 거대한 마나를 모두 빨아들일 수 있다면..."

아직 인간과 계약으로 묶인 시간은몇 시간이나 남았다.
하지만 저 나무를, 저 거대한 마나를 손에 넣는 것은, 계약과는 무관할 것이다.


히부린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더 강력하게 변모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강력해질 작정이었다.

***


북쪽 멀리 산불이라도 크게 났는지, 회색 연기가 하늘로 치솟는 게 보인다.
분명 히부린과 연관 된 일 이리라.
그 연기 방향으로 마차를 모는 도중이다.

세영은 셰프 까만 곰의 도움을 받아, 대량으로 제작한  딸기의 주스를 가지고 북쪽의헌터 마을을 향했다.
정확히는 헌터 마을 북쪽 숲에 사는 트리얀의 집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페어리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고민하던 중, 겨우 떠올렸다.
트리얀에게 부탁해 타리뮤를 찾는 것 이외에는방법이 없을 거라는 걸.


"어서 오시게. 알파."
"잘 지내셨어요."

트리얀은오히려 먼저 나와 세영을 맞이했다.

"나도 이제는 마을의 소문을 듣는다네. 나무꾼 제자들도 가끔 찾아오고 말이야. 그런데... 마족 이라지? 숲의 마녀를 쓰러뜨려 준 자네라면, 분명 여기 저기서 도움을 요청할 테지. 그래.나를 찾아  이유는 무엇인가?"
"타리뮤를 만날  있을까요? 마족으로부터 섬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해요."


트리얀의 눈가주름이 꿈틀거렸다.

"이거 어쩌나. 그녀는 고향으로떠났다네."
"네?"
"흠... 너무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탓인지, 아니면 고향을 너무 오래 떠나 있는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한다고 하더군. 그래도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하고 갔네만..."

세영은 난감했다.
환몽의 포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페어리의 도움이 필요했으니까.
재료로 들어가는 게, 신선한 요정의 날개 가루 버섯이었기 때문이다.


<알파...>


갑자기 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뱀! 괜찮니?"

<그래. 그것보다 포션은 어떻게 되었어?>


"미안... 버섯을 구할 수가 없어서... 그런데 어떻게 된 거야? 메르바의 신체는 풍차 마을에 있는데, 어떻게 너와 대화할  있는 거지?"


<파르도 섬은 페어리트리의 영향 아래 있으니, 어디에서 든지 가능해. 물론, 메르바의 영혼이 전부 흩어져 버리면 불가능하겠지만... 그보다 버섯은 그곳에 가면 있을 거야. 페어리 트리의 뿌리와 가까운 장소.>

"거기가 어딘데?"

<파르도 궁전의 지하에...  메르바를 데리고... 위험해. 마족이...>

"뱀?"

거기까지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도중에 멈춰버렸다.


"트리얀. 미안해요. 급히 가봐야겠어요."
"그래. 조심하게나."

세영은 서둘러 파르도 궁전을 향하기로 했다.
메르바는 김만우가 데리고 와 줄 것이다.

이제 히부린과 계약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더 서둘러야 한다.

'뱀. 조금만 기다려. 금방 원래대로 되돌려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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