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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1화 〉111화. 축복 (111/122)



〈 111화 〉111화. 축복

어둠의 영역은 소멸했다.
시야를 확보하지 못했던 플레이어들은 뒤늦게 확인한 거대한 페어리트리를 보고 경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체... 이건..."
"예뻐, 정말 너무 예뻐."
"상태 이상도 전부 사라졌고, 게다가 체력이랑 마나가 가득 차오르다니... 지금 무슨 일이 시작 된 거야?"
"우리 편이다! 페어리가 우리 편을 들어주나 봐! 그럼 그렇지. 초반 지역에 이런 멸망 스토리가 말이 되냐고!"


콰앙! 퍼퍼퍼펑-.

세영이 화염 탄을 쏘며 외쳤다.

"아직 적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요! 모두 공격합시다!"


한번도 사람들을 이끌어 본 적이 없는 그의 어설픈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런  누가 신경이나 쓰겠나.
당장 급한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는 일이다.

"이 정도 버프면, 상대 못할 것도 없지."
"아... 우리파티원들 벌써 죽어서 불쌍하네. 조금만 버텼으면..."
"그래도 희망이 보여요! 우리가 이길 겁니다!"

사람들은 이전보다 훨씬 자신이 넘쳤다.
아름답고 거대한 나무에게서 희망의 빛을 보았다.
이제야 자신들이 승리할 요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했다.

"죽어라! 마족들아!"
"내 공헌도의 먹이나 되라. 이 자식들아!"
"파티원 잃으신 분들. 저희끼리 새로 파티 짜요. 저는 힐러입니다. 파티 하실 분~"


많은 사망자가 나왔지만, 이제 본격적인아군의 우세가 시작 됐다.
축복의 효과는 그만큼 대단했다.
너도나도 신이나 반격을 개시했다!


그 모든 걸 조용히 지켜 보던 김만우.
놀라며 환호하는 아이들과 다르게, 그는 급히 BJ군만두를 호출했다.

김갑부 : 군만두님! 군만두님! 지금 이거 방송으로 잘 나가고 있죠?

BJ군만두 : 네. 물론입니다. 제로님이 예고해주셔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내보냈어요. 지금 댓글 창은 완전 뜨거운 용암처럼 들끓기 시작했어요.


김갑부 : 예? 반응이 나쁜가요?


BJ군만두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대 호평이죠. 부러워 하는 사람도 많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리고제로님이 뭐 하는 사람이냐는 질문도 폭발적이에요.

김갑부 : 제로요? 설마...

BJ군만두 : 네. 제로님이 깨어나시자 마자 허가해 주셔서... 제가 실수했나요?


김갑부 : 아닙니다. 그럼 사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잘 찍어주세요. 그냥 찍기만 하면, 알아서 주인공처럼 보일 테니까.

BJ군만두 : 네. 그런데 대체 저분은 뭡니까? 연금술사님 아니셨나요?


김갑부 :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 테니까, 생방송이나  부탁해요. 연금술사라는 거 절대 입에 담지 마시고요. 어렵게 목소리까지 변조해가며 여자인 척 속여 놨는데, 말짱 도루묵 만들지 마시고요. 적당히 히든 클래스 사냥꾼이라  주세요. 그리고 군만두님도 조심 하셔요. 괜히 주변에서 알짱대다 죽지 마시고!

김만우는 그제야 안심했다.
돌아 돌아, 결국은 자신이 생각한 그림과 가까워진 모양이다.
그러나 저런 식의 엄청난 효과까지 연출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야말로 뜻밖의 행운이라 해야 할까?


'이세영... 이 새끼는 진짜...'


몬스터를 향해 쇠뇌를 쏘는 세영의 뒷모습을 보며, 그는 묘한 감상에 젖었다.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 넘는 다니까.'

그런 그에게 노랑나비가 소리쳤다.

"아저씨는 멍하니 뭐해요! 다들 전투 중인데! 알파 오빠는 아저씨 버프 없으니까 빨리 버프라도 주세요!"
"아, 알았다고, 꼬맹아!"


김만우는 조용히 피리를 입에 가져다 댔다.
세영에게 왜 이렇게 늦게 온 거냐, 대체뭘 하다  거냐,  나무는 대체 뭐고, 이 버프는 또 뭐냐.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지만, 일단은 눈앞의 적을 섬멸하는 것이 우선이다.

피리 연주를 시작하자, 마나의 띠가 춤추기 시작했다.


BI기츠 : 김갑부님! 김갑부님!

'또 뭐야?'

김만우는 '산들바람의 시'를 끝까지 연주한 뒤에야 답변했다.

김갑부 : 네. 기츠님. 거기도 축복이란  받으셨나요?

답변은 곧바로 오지 못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

BI기츠 : 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설마, 김갑부님이?

김갑부 : 저는 아니고... 아무튼 다행이네요. 전투는 할만 하십니까? 여기는 시간만 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습니다.


또 시간에 텀이 있었다.
오히려 김만우가 한 마디를 더 보냈다.

김갑부 : 한창 전투 중이신 모양이네요.

그의 예상대로 BI 길드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힐러인 기츠 역시, 최적의  타이밍을 계산하느라 바빳다.
포션도 꾸준히 마시며, 마나를 유지해야 했다.


오히려 파티원들이 한창 전투 중인데, 이렇게 자기 혼자만 한가한 김갑부가 이상한 존재였다.


BI기츠 : 그것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지원 좀 해주십시오. 그 되도록 알파님이...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벌써 길드 하나가 거의 전멸했어요.

김갑부 : 거기도 축복 받았다면서요?

BI기츠 : 네. 하지만 적이 워낙 많고 강합니다. 게다가 조금 있으면 히부린이 등장할 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전에 키메라를 전부 정리하지 못 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장담할  없습니다.


김갑부 : 흠. 알겠습니다.

김만우는 고민스러 웠다.
원래 계획 대로라면 지금 파티원들은 히부린의 던전 앞에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세영이 지나치게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계획이 틀어졌다.

'지금 이동하기에는...'


도시 파르도.
이미 북 문 앞에서 시작된 전투는 어느 정도 승기를 잡고 있었다.
자신들이 빠지더라도 대세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전투력이 감소하는 만큼 아군의... 플레이어는 물론, NPC와 건물의 피해가 더 커질 것이다.

'지금 방송에서 빠지면 도망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고... 아니, 애초에 군만두씨도 세영이가 활약하는 모습을 찍으려면 데려가야 하는데...'

그것도 문제였다.
북쪽 숲으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생방송 진행을 어떻게 할 지가 문제였다.
군만두를 데려간다면, 최소 수십 분 동안은 이동 하는 모습만 비춰야  테니까.

'지금 상황에 이동 방송을 하면, 댓글 창이 난리 날 텐 데...'


하지만 가야 하는 이유도 분명했다.
던전 앞의 길드들이 전멸하면, 많은 몬스터와 최종 보스인 히부린까지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그것도 곤란한데... 분명, 고블린 대족장 바라만 보다는 훨씬 더 강력할 테고...'


휘이이이잉-!

콰콰콰콰- 쾅!

휘릭, 휘릭.


'뭐지?'


갑자기 그의 뒤편에서 다양한 공격이 날아왔다.
그 공격들은 곧장 고대 마족의 종자들을 덮쳤다.


"마스터다! 우리 마스터!"
"루드네브스님!"
"연무장의 카록님도 계신다."

NPC로 이뤄진 몇 개의 파티가 등장한 것이다.


"흠. 너무 늦은 게 아닌지 모르겠군."
"그러게 내가 북 문으로 향하자고 하지 않았소."
"카록님 진정 하시죠. 동문에 먼저 향하자고  건, 다 제자들을 믿어 서가 아닙니까. 이것 보십시오. 아직 잘 버텨주고 있지 않습니까. 카록님에게 기본 무기술을 배운 친구들도 많지 않습니까?"
"흠... 그렇긴 하지만."

이미 전직을 마친 플레이어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클래스 마스터 NPC들 이었다.
파르도 섬의 절체절명의 위기에, 그들이잠자코 있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플레이어와 기사들에게 북문을 맡기고 자신들은 나머지  군데의 성문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몬스터가 찾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북문을 향해 지금 찾아왔다.


"마족을 상대하는 건 참 오랜만이군.하압!"


휘익-


"그러게 말입니다. 설마 이런 조용한 섬에 마족이 나타날  누가 알았겠어요. 타올라라!"

화르르르.


레벨 상위 랭커인 플레이어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강력한 공격이 시작됐다.
오히려 더욱 다양한 스킬을 사용하며, 매우 노련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자신이 선택한 클래스 이외의 마스터들의 모습과, 그 강력함을 처음 경험하는 플레이어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와... 저 스킬... 비싸서 배웠는데 꼭 배워야 겠네."
"역시, 루드네브스님. 마법사 마스터다운 강함이야! 저 지팡이 이름이 뭐지?"
"카록님은 대체 직업이 뭐야? 처음에는 활을 쏘시더니, 이젠 장검과 단검을 동시에 사용하시네. 캬아..."
"저건 또 뭐 하는 클래스야? 완전 사기 급인데?"

뿐만 아니었다.
저 멀리 떨어져 이곳을 지켜 보고만 있던 아직 전직하지 않은 낮은 레벨의 플레이어들.
그들 역시 생각지 못한 행운에 환호 했다.
특히, 10 레벨이 지났는데, 아직 클래스 마스터의 위치를 찾지 못한 자들이 그랬다.

"마법사도 멋지지만, 저건  직업이야? 완전 쩌는데?"
"캬... 요즘 쇠뇌가 대세던데, 역시 판타지는 직접 활 시위를 당기는 게 멋지네. 파괴력도 장난 없고. 쇠뇌 쓰는 클래스 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근데, 그것도 다 이번 퀘스트가 성공해서 파르도 섬이 안전하게 지켜져야만 가능한 일이잖아?"
"퀘스트? 깨면 돼지! 저런 강력한 NPC들이 도와주는데 왜 못 깨?"

이들은 이제, 누가 어떤 클래스의 마스터인지 훤히 알게 되었다.
파르도 섬이 위기에 닥친 대신, 반대로 우연히 얻게 된 귀중한 정보였다.

김만우 역시 어부지리로 그가 걱정했던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됐다.
압도적인 힘의 NPC들 덕분에, 이제 마음 놓고 도시를떠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다른 한 가지를 문제를 더 크게 고민 중이었다.

'NPC마스터들의 전투 장면 이라니...  장면도 꼭 생방송에 계속 내보내야 하는데...'


오늘 진행되고 있는 방송의 수익 절반은 자신의 몫이었으니, 고민이 될  밖에 없었다.
선택을 잘못했다가는 엄청난 수익을 날릴지도 몰랐으니까.


그때 파티원인 아이들과 세영이 다가왔다.


"형? 뭐해요. 저희는 이제 놀아도 되겠어요. 저 분들 되게잘 싸우시네요. 몇 분은 저희 할머니 만큼이나 연배가 있어 보이시는데. 정말 놀랍네요."
"아저씨는 너무 편하게 있는  아니에요?"
"맞아요! 다음부터는 쇠뇌로 짤짤이 뎀이라도 주세요!"

김만우는 그런 아이들을 무시하고, 세영에게 BI기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히부린의 던전 앞이 다급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생방송 때문에 고민 중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걸 숨기려고 괜히 목소리가 커졌다.


"니가 늦게 오는 바람에 이런 사달이 난 거잖아. 대체  하고 있었던 거야?"
"죄송해요. 퀘스트 보상을 받고 오느라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축복도 제가 받을 보상인데, 무리해서 부탁한 거에요. 모두가 받을  있게... 뭐, 제가 부탁하지 않았어도 메르바가 먼저 이렇게 했을 것 같지만."


그 소리에호들갑을 떠는 아이들이었다.


"와... 진짜 쩔었어요. 형."
"오빠. 페어리들 많이 만났어요? 거긴 어땠어요? 예뻐요?"
"으응... 뭐,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구경하진 못했지만, 동화 같은 세계였어.
"후아앙... 저도 보고 싶어요."

김만우가 다시 호통쳤다.


"그런 잡답 할 시간 없다니까?"
"흠... 역시 빨리 가야겠네요. 여긴 마스터들에게 맡기고 서둘러 출발하죠. 아? 저는 먼저 갈게요."
"뭐?"
"저는 날아서 갈게요."
"뭘, 날아? 하늘을 날아서 간다고?"
"네."


김만우와 아이들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나 싶어, 세영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세영은 머쓱해져 손가락으로 볼을 긁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퀘스트 보상으로, 새로운 걸 배웠거든요. 제약이 많은 스킬이지만... 아무튼 급하니까 저는 먼저 갈게요. 늦지 않게 오세요."

김만우가 급히 그를 막아 섰다.


"자, 잠깐! 기다려봐!"

세영에게 다가가 헤드록을 걸며, 몰래 속삭였다.


"야 인마. 너 그냥 가면 방송은 어쩌려고?"
"그건 형이 알아서 하세요. 그건 형이 잘 하시잖아요?"
"끄응... 그래서 어떤 식으로 날아가는데? 로켓이라도 타고 가나? 아니면 지팡이?"

세영은 그의 목을 감싸던 김만우의 팔을 힘겹게 풀며 미소를 보였다.

"지켜 보세요."
"아아.. 자, 잠깐. 그럼 기다려봐.날아가는 거라도 찍게."
"급하다면서요?"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김만우는 급히 BJ군만두를 호출했다.
순식간에 그가 달려왔다.

"김갑부님. 뭔가요? 지금 시청자들 난리 났습니다.NPC들 전투 하는  보고 스킬을 물어보는 사람부터, 아무튼난리 났어요.동시 접속자 수도 이제 400만이 머지않았고요!!"
"네... 걱정 마세요. 30초면 돼요. 얘 날아가는 것 좀 방송에 담아야 하거든요."
"네?"


자기가 불과 몇  초 전에 했던 반응을 그대로 재연하는 BJ군만두를 보며, 김만우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일단 저 믿어 보세요. 제가 방송 망치는 거 봤습니까? 야, 그 새로운 스킬이란 거 어디 보여봐."

김만우와 BJ군만두. 그리고 아이들이 세영을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했다.
생방송을 지켜보는 400만 가까운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 그럼 할게요?"

세영은 사람들과 조금 거리를 벌리고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전설 등급의 스킬이었다.


"정령화(精靈化)!"

[스킬 '정령화 : 페어리의 화신'을 발동하셨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였습니다. 당신은 일시적으로 페어리와 같은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 '타리뮤의 날개 스킬'이 일시적으로 최고 레벨까지 상승합니다.
- '뱀의 눈' 스킬이 일시적으로 최고 레벨까지 상승합니다.
- '카스나의 눈' 스킬이 일시적으로 최고 레벨까지 상승합니다.
- 당신은 현재 페어리트리의 영향 하에 있습니다. 모든 스텟이 10% 증가합니다.
- 당신이 받고 있는 축복의 효과가 두 배 상승합니다.
정령화는 스스로 스킬을 종료하지 않더라도, 당신이 사망하거나, 페어리트리가 사라지면 자동 종료됩니다.


스킬을 사용한 세영의 몸에 빛이 내려앉았다.
페어리 퀸이 내린 축복의 빛과 닮아있었다.
그리고 그의 등 뒤에 투명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날개가 펼쳐졌다.
다름 아닌 페어리의 날개였다.

"그럼. 먼저 갈게요.이따 봐요."


아름다운 날개가 펼쳐지고, 세영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세영을 시야에 담는 모두가, 멍 하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NPC며 플레이어들이며, 방송을 시청 중인 사람들 역시, 아무  없이 조용히 지켜봤다.


날아 오른 세영은 순식간에 도시의 높은 성벽을 넘어 북쪽 숲으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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