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4화 〉114화. 히부린 (114/122)



〈 114화 〉114화. 히부린

숲이 또 다시 불타기 시작했다.
연달아 반복된 화염 공격에, 수십 수백 년을 살아온 숲의 나무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있었다.
거대한 누라라의거목도 견딜 수 없는 강렬한 화염이 몰아쳤다.

'휴... 겨우 피했네.'

세영은 동시에 쏟아진 그 많은 마법 공격을 간단하게 회피했다.
페어리의 날개 덕분이었다.
공중으로 날아올라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숲을 내려다 본다.


히부린과 눈이 마주쳤다.
놈의 눈은 세영을 신기한 물건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타오르는 불길과 생나무가 타며 만들어진 메케한 연기들은 히부린의 시야를 방해하지 못했다.
이 또한 놈이 원했던 페어리의 능력 중 하나.

그리고 세영 역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뱀의 눈과 카스나의 눈 스킬 덕분인지, 그런 히부린을 또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엔 내가 공격할 차례야."


세영은 히부린에게 쇠뇌를 겨눴다.
놈이 마법을 쓴다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강력하지만 공격 속도가 느린 마법은 날아서 회피하기에는 매우 수월했으니까.
쇠뇌를 쏘는 것 보다  안전한 전투가 가능할 것 같았다.


"연발 사격!!"

총 열 발의 화염 탄이 히부린을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놈도 갑옷으로 무장한 방어 중시 타입은 아니니까, 생각보다 수월 할지도 몰라.'


콰앙-! 콰콰콰콰-


하지만 히부린은 재빨랐다.
게다가 날개도 있다.

날아간 화염 탄은 바닥에 처박히며 폭발했고, 히부린은 날개를 이용해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키히히히. 그 날개는 어디서 구했지? 설마, 나를 따라하기라도 한 건가?"

그런 질문에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조금 짜증이 났다.

"내가 너 같은  알아?"

놈이 아무리 재빠르다 하더라도, 모든 공격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양 손에 쇠뇌를 쥐고 쉬지 않고 쏠 수 있는 세영이라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하다.
히부린이 말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수없이 많은 화염 탄이 날아갔다.

콰앙-!

역시 예상 대로다.
히부린의신체에 몇 발의 화염 탄이 적중했다.


"흥. 잔재주를 부리는 군."


그러나 놈은 건재했다.

[히부린이 '타오르는 불꽃'에 저항하였습니다.]


심지어는 화염 탄의 부가 효과인, 화염 디버프 역시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끄히히히. 뜻밖의 수확이야. 화염 내성까지 상승해 버렸네?"

흡수한 키메라 중, 화염 내성이 높은 녀석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번에는 내 차례지? 끄히히히."

[고대마족 히부린이 스킬 '육중한 바람 Lv. max', '빙결의 창 Lv. max',을 사용합니다.]

이번에는 화염이 아니었다.
바람과 얼음.
또 다른  가지의 속성 마법을 동시에 사용했다.


콰콰콰콰-


세영을 향해 세찬 바람이 날아왔다.
아니, 바람 정도가 아니라 돌풍과 다름 없었다.
쉽사리 공중에 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날개가 찢어질  한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 얼음으로 만들어진 창이 날아왔다.

쩌저저적-


세영은 급히 팔을 앞세워 얼음을 막아내려 했다.
아무 소용도 없는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나와버렸다.

"큭, 이런!"

 얼음 창은 데미지를 입히기 위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영의 몸과 접촉하는 동시에, 그의 몸 전체를 감싸며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날개까지 온 몸이 얼어붙어, 더는 공중에 떠 있을 수조차 없었다.
불타는 숲 아래로 그의 몸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으윽... 날개가 안 움직여..."


날개는 물론 팔까지 얼어붙어, 발버둥 칠 수조차 없었다.
이대로 바닥과 부딪치며 낙하 데미지까지 추가로 입게 생겼다.


그런데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고대 마족 히부린이 스킬 '냉기 폭발 Lv. 1'을 사용합니다.]

파삭-!

"크악-"


히부린의 스킬 사용과 동시에 세영의 몸을 감쌌던 얼음이 산산조각나며 폭발했다.
말도 안되는 강력한 데미지가 세영의 체력을 순식간에 증발 시켰다.

[체력이 30%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동상 디버프에 저항하셨습니다.]


쿵-!


[강력한 낙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체력이 10%이하로 감소하였습니다.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골절 디버프에 저항하셨습니다.]

죽기 직전이었다.
연속된 엄청난 데미지에 저릿한 고통이 온 몸을 훑었다.
이런 공격을 연속으로 당했다가는, 아무것도 못해보고 죽게 되리라.
그나마 상태 이상에 저항한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꿀꺽. 꿀꺽. 급하게 포션을 마셨다.
회복 량이 무려 200이나 되는 중급 힐링 포션.
이게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  뻔했다.

'하아... 어쩌지.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역시 좀 무리가...'

"괘, 괜찮으십니까! 제로님?"

하늘 상어와 스카이 길드원들 이었다.


"네에... 살아 계셨네요."
"정말 죽는  알았습니다. 포션으로 간신히 버텼어요. 그런데 대체 뭡니까? 저렇게 하늘을 날고, 동시에  가지나 되는 마법을 사용하는 괴물을 무슨 수로 잡아요?"
"... 저도 그렇게 생각 합니다. 저 혼자서는 무리예요."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 보아도, 해답은 쉽사리 떠오르지 않았다.
놈은 크기만 작을 뿐.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며 각종 마법을 퍼 붇는 드래곤이나 다름 없었다.

"제대로 작전을 세우기 전에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해도 간단치 않겠어요."
"그렇습니까? 제로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저희로서는 상대할 방도가 없겠군요."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고대 마족 히부린이 '벼락의 비 Lv. 2'를 사용합니다.]

쿠르르릉.

하늘을 어둡게 뒤덮고 있던 시꺼먼 구름들이 성을 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번개인가..."

번쩍-

쾅!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한 섬광과 함께, 벼락이 내리쳤다.
하나가 아니었다.
 그대로 비라도 내리 듯, 수백 가닥의 벼락이 떨어졌다.

어떤 나무는 쪼개지고, 어떤 나무는 새까맣게 그을렸고, 또 어떤 나무는 불타며 옆으로 쓰러졌다.

영화나 영상으로 본다면 장관이겠으나, 눈앞에서 직접 경험하기에는 엄청난 공포 그 자체였다.

으악-!


 곳에서도 비명이 들려오는 것이, BI 길드가 향한 장소에도 벼락이 떨어진 모양이다.
단 한 명이 사용한 마법의 범위라고 상상조차 못 할 정도로, 공격 범위가 말도 안되게 넓었다.

화르르르.

"조심하세요!"

쩌저적... 콰앙!


세영의 앞에 있던 거목이 불타며 쓰러졌다.
쓰러진 거목이 벼락을 대신 맞아준 덕분에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세영은 그걸 보며 몹시 안타까웠다.


'트리얀이 보면, 무척 슬퍼할 것 같네... 아. 누라라도 그럴지 모르겠고.'


"감사합니다. 제로님 아니었으면 나무에 깔려 훈제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 저나 뇌전(雷電, 천둥과 번개) 마법이라니... 프클에서는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아니요. 저는 마법사 계열의 클래스 마스터이신 루드네브스님께 들었습니다. 대륙에는 번개를 다루는 마법사가 있다고... 분명상급 마법이라고 들었는데..."

하늘 상어를 비롯한 생존한 스카이 길드원들의 대화다.

"그렇습니까?"
"예. 얼음과 불 마법은 초급. 대지나 바람 속성이 중급. 뇌전 마법은 상급 마법이라 들었습니다. 이외에도 그림자를 다루거나, 빛과 어둠을 다루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호기심이 발동했지만, 지금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아직 초보 지역을 벗어난 것도 아닌데, 상급 마법을 사용하는 보스를 상대하라니... 파르도 섬만 좀 너무한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포션 공급도 넉넉하게  해주면서, 완전 억지 밸런스라고요!"


옆에서 무슨 대화를 나누던 신경 쓰지 않고, 세영은 다른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늘 위에 떠있는 히부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분명... 퀘스트 설명에는, 시간을 지체하면 놈이 더 강력해 진다고 한  같은데...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지?'

이대로 상대하기에, 놈은 너무 강력했다.

**



BI 길드와 스콜피온 길드의 길드원 몇 명이, 방금 내리친 벼락에 사망했다.


빔이 외쳤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방심하지 말고 체력을 가득 채우라 그러지 않았나!"

키메라의 광역 공격과 하늘에서 벼락이 내리치는 타이밍이 겹치며, 방어가 약하고 체력이얼마 남지 않았던 인원들이 사망한 것이다.
그나마 더 피해가 없었던 건, 이제 남아있던 키메라가 한 마리 뿐이었던 덕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사망자는 몇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부길마님! 스카이 길드에서연락이 왔는데, 놈이 드디어 행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좀 전의 벼락도 놈의 마법이었다고 ..."
"뭐? 그게 사실인가?"
"예! 알파님도 손을 못쓸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고 합니다."


빔은 거만하게 웃었다.

"흥. 보스라고 화려하긴 한 모양이야."
"공격 범위가 이렇게 넓다면, 상대하기 매우 벅찰 같습니다."
"그거야 진 즉 각오했던 일이고, 그래봐야 초반 지역 보스. 전원이 힘을 모으면 쓰러뜨리지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시간 싸움이야. 버티기만 하면, 어떤 놈이든 결국 쓰러진다! 게다가 우리는 레벨이 많이 올랐지 않나!"


열변을 토하던 빔은, 마지막  마디는 마음 속으로만 생각했다.


'중요한 건 보스 드롭 아이템. 그걸 독차지 하기 위해서는 우리 길드에서 누적 데미지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알파의 공격력은 익히 알고 있다.
좀 전에도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인원은 이쪽이 우세하다.
키메라를 잡는 속도도, 결국 두 배는 빨랐으니까.

'혼자 10인분 이상을 하는 그놈은 괴물이 틀림 없지만...'

그래도 이쪽은 머릿수로 밀어 부칠 뿐이다.

그런데 그 머릿수가 방금 전 줄었으니 짜증이나지 않을 리 없었다.


"지금같이 급박한 상황에 바보같이 방심하다 죽다니! 전원 체력 90%이상을 항상 유지하라. 지금부터 사망하는 인원은 당장 해고할 테니까 알아서 하라고 들!"

대답들이 시원찮았지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는 다들 알아챘을 거라 믿었다.
이런 정도로 진짜 해고할 리가 없다는 것도 알겠지만, 각오의 문제니까.


"후딱 정리하고, 최종 보스를 공략하러 출발한다!"

예!!

그제야 시원한 대답이 들려왔다.


이를 지켜보던 스콧.
스콜피온 길드는 자신을 포함해도 절반으로 인원이 줄었다.
다른 길드원은 전부 사망한 지 오래다.

'적이 너무 강했어...'

예상 외로 벅찼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도 그랬다.
설마,  쿠아만테 보다 더욱 강력한 놈들이 연달아 등장할 줄이야.
게다가 다수의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기 때문이었는지 피해가 막심하다.

'뭐가 문제인 거지? 적어도 장비 만큼은 우리 길드가 최강일 터. 레벨? 인원 수? 대체 뭐가 부족한 거야!'


짜증이 치밀었다.
스콧은 누구보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화만 낼 수는 없다.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니까.
더욱 더 강해지고 싶었다.


앞에서 마지막 키메라를 향해 공격을 퍼붓는 BI 길드를 보며, 저들과 자신의 길드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살폈다.


'파밍 기업이라... 확실히 군대같이 명령을 따르는 군. 편리하겠어.'

자유는 없을 테지만, 서로 돈이 얽혀있어 그런지 상명하복이 철저했다.
요즘 세상, 기업 운영을 저런 식으로 하면현실에선 무리가 따를지도 모르지만 이건 게임이니까.

'부럽군. 자신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하는 길드원이라... 파밍 기업이 아니더라도, 길드원을 돈으로 고용하면 어느 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는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인원도 충분히 확충하고, 완벽하게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겠지.'

스콧은 다른 행성에 있던 자산은 물론, 현실의 돈을 추가로 사용할 마음을 먹었다.

'기업이 아니라 왕국을 만들자.'

길드원... 아니 직원들이 파밍한 아이템들을 팔아 현실의 이익을 얻는 것이 파밍 기업이다.
그러나 스콧이 생각한 길드는, 파밍을 통해 벌어 들인 모든 돈을 철저하게 게임 캐릭터와 길드가 더욱 강해지는데 쏟아붓는 길드.
그런 길드를 만들고 싶었다.

'어려울 것도 없지. 요즘 세상 어디든 취업 못한 젊은 영혼이 넘치고 있으니까.'

지금  순간.
길드 마스터 스콧은, 스콜피온 길드를 마음 속에서 버렸다.
다들 좀 있는 놈들이 모이니, 장비들은 삐까뻔쩍했지만, 단합도 안되고 제멋대로 였다.
괜히 힐러가 죽어 장비가 날아가면, 길드 마스터인 자신이 그들의눈치까지봐야 했을 정도니까.
오늘 사망한길드원들은, 자신이 뭐라 하기도 전에 길드를 나간다는 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

'내가 고용한 직원이라면, 내 마음대로 죽으라고 명령할 수도 있겠지. 적어도 월급이 따박따박 지급되는 기간 동안은...'


이 순간.
스콧이 새롭게 추구하는 길드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


화르르... 쾅!


퍼펑.


세영은 제대로 공격도 못해보고 도망치기 바빴다.
한번 죽음의 위기를 경험한 뒤부터는 더욱 조심하고 있었다.
특히 놈이 마법을 사용한다는 시스템 메시지만뜨면, 화염 탄을 쏘며 날개를 펼치고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도 계속 생각했다.

'이대로는 끝이 없어. 이러다 숲이 사라져 버릴 거야.'

타오르는 주변 환경은, 이곳이 숲이었는지 잊게 만들 정도로 심각했다.
여기저기가 쌔까만 잿더미로 변했다.
무언가 수단을 강구해야 했다.

'그걸 써 볼까?'


일단은 마법이라도 못쓰게 할 작정이었다.
물론 놈이 쇠뇌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도망치기에는 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숲은 더 망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게 놈을약화 시키는 방법 이리라.

'나 피하기 쉽다고 이대로 둘 수는 없지.'


또, 놈이 고생해서 흡수한 마나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은, 꽤 통쾌할 것 같았다.


알파 : 형. 얘들아. 얼마나 남았어?

김갑부 : 야. 몇 번을 물어봐. 아직 멀었어.


핑쿠햄스터 : 이제 헌터 마을 도착 직전이에요. 20분은  걸려요.

알파 : 빨리 와줘. 히부린이 난동 피우고 있어. 이러다 숲 전체가 불탈지도 몰라.


노랑나비 : 여기서도 연기가 자욱하게 올라가는  보여요. 오빠  막히지 않아요?

알파: 응. 그건 괜찮아. 나만 괜찮은 걸 수도 있으니까, 올  마스크 착용하고 오는 게 안전할 지도모르겠다.

노랑나비 : 네. 조금만 버티세요. 최대한 빨리 달려 갈게요!

그들이 도착하기 까지 약 20분.
세영은  시간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손에 쥐었다.


칠흑의 창.
크사발레의 창을 손에 쥐었다.
전설 아이템 특유의 붉은 기운이, 새까만  주위에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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