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5화 〉115화. 히부린
키메라를 모두 처리한 3개의 길드.
무려 50명이 넘는 대 인원이 히부린의 던전, 그 입구에 도착했다.
이마저 3분의 1 이상이 줄어든 것이었다.
"지금 뭔 상황이죠?"
"저도 잘... 대체 히부린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이곳을 향하는 동안 들려온 굉음들.
이런 저런 마법이 휘몰아치는 난장판을 상상하며 도착했다.
온통 새까맣게 불타 버린 주변 환경이 자신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반증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예상 외로 너무 조용했다.
모두가 히부린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BI기츠는 인기척을 느끼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음?"
몇 명의 사람이 보였다.
그 중 아는 얼굴이 있었다.
전투 도중에도 꾸준하게 연락을 주고 받았던 스카이 길드의 마스터.
하늘 상어였다.
BI기츠는 그를 발견하자 마자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곧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샤크님. 대체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알파님은 어디 가셨고... 히부린은 또 어디 간 겁니까?"
"알파님요? 혹시, 제로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 네. 그 페어리의 날개를 가진 사람이요."
"가긴 어딜 갔겠습니까. 저 던전 안으로 들어갔지."
"예? 왜 일부러 그런 장소에?"
"그거야 저도 잘은 모르지만, 보십시오. 그뒤부터 일대가 조용해 지지 않았습니까? 제 생각에 제로님은, 저희를 비롯해 주변에서 전투 중이신 여러분을 걱정해 던전 안에 들어가 싸우려 하신 모양입니다.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상기된 표정으로 칭찬을 해오는 하늘 상어.
그의 발언을 듣던 BI기츠는 눈을 가늘게 떴다.
알파의 놀라운 전투를 보고 흠뻑 빠지기라도 했나 싶었다.
그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고 말이다.
'하긴... 나도 처음 봤을 때는 놀랐지. 아니, 잊혀진 세계에서도 놀랐었나? 그러고 보면 매번 놀라기만 했군...'
둘의 대화를 근거리에서 같이 듣던 사람들은 하늘 상어의 발언이 정말일까 의심하는 눈초리였다.
"설마..."
"말도 안돼. 그런 사람이 어디 있담니까?"
"키메라도 아니고, 최종 보스 격인 히부린을 혼자서 상대한 다고요?"
대부분의 반응이 그랬다.
오직, BI 길드원들.
알파라는 인물을 알고 있던 사람들만 작은 감탄의 목소리를 터트렸다.
그들이 보고 경험한 알파라는 인물은 매우 강할 뿐 아니라, 조금 특이한 사람이었으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거라 생각했다.
쿠- 궁!
그때 던전 안 쪽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언덕 위의 던전을 향했다.
**
칠흑의 창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세영은, 곧바로 히부린을 던전 안으로 유인했다.
숲의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던전 안에 들어가면마법도 그렇지만, 날개도 쓰기 힘들겠지.'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의 날개를 봉쇄하는 것.
그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날 수 없게 되는 건 세영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그에게는 비장의수단이 남아 있었다.
바라만에게 얻은 '공간의 틈'이라는 스킬.
자신의 모든 마나를 사용해도 단 세 번 밖에 쓸 수 없는 고급 순간 이동 스킬이었다.
물론, 지금은 한 번이 더 늘어나 네 번까지 사용 가능했다.
정령화 스킬 덕분에, 스텟이 10% 증가한 상태였으니까.
정신 스텟에 많은 포인트를 투자한 건 아니었지만, 그간 획득한 많은 칭호들 덕분에 꽤 높은 수치였다.
"키히히히. 역시 마법이야. 마법!"
징그러운 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히부린은 날아오는화염 탄을 요리조리 피하며 세영의 뒤를 쫓았다.
던전의 입구로 들어와, 첫 번째 갈림길 앞에 다다랐다.
"나랑 숨바꼭질이라도 하려는 거야? 그것도 나의 던전에서 말이야. 끄흐흐흐."
놈의 기분 나쁜 웃음을 멈추게 하려는 듯, 곧바로 갈림길의 모퉁이 뒤에서 세영이 대답했다.
"아니. 나도 해본 적 없지만, 술래잡기에 가깝지 않을까?"
그 말과 동시에 튀어나온 세영.
오른 손에 쥔 쇠뇌에서는 화염 탄이 발사 됐다.
연발 사격.
연달아 10 발의 탄환이 히부린을 향해 날아들었다.
"끄히히... 인간. 당신은 너무 어리석어. 이런 건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고?"
히부린은 그 자리에 선 채, 손바닥을 펼쳐 날아오는 모든 화염 탄을 받아내려 했다.
공간이 아주 좁은 건 아니었지만, 날아서 회피할 수 있을 만큼 넓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놈은 자만하고 있다.
그동안 사용할 수 없었던 마나를 얻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세영을 깔봤는지 모르겠지만 놈은 분명 자만하고 있었다.
퍼퍼퍼펑-!
히부린의 손바닥 앞에서 화염이 폭발했다.
화염은 얼마 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폭발의 여파로 생긴 메케한 연기도, 금세 사그라지고 있었다.
히부린 역시 별 다른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히히히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비웃기 시작한 히부린.
손바닥에낀 그을음을 가볍게 털어내더니, 다시 발언하기 시작했다.
마치 세영이 어디 있다는 지 아는 것처럼 갈림길 오른 쪽의 모퉁이 뒤를 바라보며.
"인간. 이제는 내 차례지? 각오하는 게 좋을 걸? 흐흐"
"미안, 아직 안 끝났어."
대답은 히부린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화염 탄이 히부린의 손바닥에서 폭발하는 동안, 세영은 공간의 틈을 사용해 히부린의 등 뒤로 이동했다.
크사발레의 창.
오직 이 창을, 놈의 심장에 찔러 박기 위해서.
"하압-!!"
푸욱-.
"끄아아아아아아악-!!"
방심한 히부린은 그 공격을 전혀 피하지 못했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세영의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릴 시간조차 부족했다.
놈이 비명이 던전 안 깊숙한 곳 까지 울려 퍼졌다.
'성공...'
칠흑의 창은 히부린의 심장이 있어야 할 장소의 살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놈은 이제 악마와 닮은 형상을 했지만, 이 장소에 심장이 없을 거라 고는 도무지 생각 들지 않았다.
인간 형태를 가졌으니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한 세영의 고정 관념이었지만, 다행히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키메라를 처치할 때 느꼈던 창에 마나가 흡수되는 감각이 손을 타고 전해졌다.
"공간의 틈!"
세영은 방심하지 않았다.
놈은 키메라가 아니다.
코어만 파괴된다고 승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나가 없어도 여전히 강력한 존재일 터였다.
그래서 곧바로 스킬을 재 사용했다.
거리를 벌리고 다시 모퉁이 옆으로 숨었다.
꿀꺽, 꿀꺽. 다급하게 포션을 마시며 마나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들려온 시스템 메시지.
[폭주 중이던 고대 마족히부린의 마나 코어가 모든 마나를 잃고 완전히 기능을상실하였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시겠습니까?]
세영은 그 황당한 메시지를 듣고 나서 참을 수 없게 되었다.
모퉁이 너머에 있을 히부린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죽은 건 아닐 텐 데? 자세한 정보는 또 뭐야?'
결국 못 참고, 메시지를 추가로 확인하는 동시에 고개를 조금 움직였다.
놈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의 시선이 이동함에 따라, 비명을 내지르던 히부린의 실루엣이 모퉁이 너머에 보이기 시작했다.
**
던전 안에서 들려온 폭음.
빔과, 스콧을 비롯한 결정권자들이 급히 회동했다.
스카이 길드의 하늘 상어는대부분의 길드원들을 잃고 이름 뿐인 길드 마스터 입장이었지만, 그래도 참가했다.
"BI 길드에서 결단 내리시지요. 저희는 단 세 명 뿐이고..."
"흠..."
"저도 따르겠습니다. 덕분에 더 큰 피해 없이 전투를 끝마칠 수 있었으니까. 스콜피온 길드는 어쩌시겠습니까?"
스콧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여기서 고집을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자신의 길드원들 또한, BI 길드의 도움으로 이만큼 생존할 수 있었다.
"빔님이 결정 하시죠."
내려야 할 결정은 간단했다.
모두가 히부린을 공략하기 위해 던전 안으로 진입할 것이냐.
아니면 알파에게 메시지를 보내 밖으로 유인해 달라 부탁할 것인가.
어느 쪽을 선택하던지 여기 있는 모두는 결국 히부린을 상대하게 될 것이다.
"일단 메시지는 보내라 하겠네. 다른 건 그 이후에 결정하지. 상황 파악이 우선이야."
모든 길드 마스터들은 빔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츠. 서둘러 알파를 호출하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 묻고, 웬만하면 놈을 밖으로 유인해 달라 부탁하게나."
"예. 부길마님."
BI기츠는 여기 있는 인원 중 유일하게 알파와 친구 추가를 한 상태였다.
김만우 역시 그랬으니, 그는 당연스레 길드의 연락 담당이 되었다.
BI기츠 : 알파님! 저 BI기츠입니다. 혹시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있겠습니까? 길드원들 모두 던전 앞에 모여있습니다.
그러나 대답은 한동안 들려오지 않았다.
"부길마님! 답변이 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흠... 설마, 벌써 당했나?"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메시지를 보낼 때, 시스템에서 안내가 됩니다. 친구로 등록한 경우에 한 해서."
빔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선택을 잘못했다가는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다.
히부린이 드롭 할 아이템은 탐이 나지만, 여기서 전멸이라도 했다가는 회사의 매출 40%가 날아갈지도 모른다.
아니, 전멸하지 않아도 최종적으로 파르도 섬이 마족에게 넘어가면 같은 결말이다.
"일단, BI땅꾼. 나. BI기츠 자네. 이렇게 셋만 들어가지. 상황 파악을 한 뒤에 뭘 시작해도 늦지는 않을 테니."
트래퍼 한 명. 힐러 한 명. 그리고 기사인 자신.
이렇게셋이서 상황 파악을 목적으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던전 앞에서 진형을 갖추고 대기한다! 스콧님. 부탁 드리겠소."
스콜피온 길드의 마스터 스콧에게 남은 인원들의 임시 지휘를 맡겼다.
그리고 던전의 입구에 섰다..
"자네. 입구부터 그 미끄러지는 함정 설치해 두게나."
"네? 놈은 하늘을 날 수있다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런 사소한 게 목숨을 지켜주는 법이야."
빔의 말대로 트래퍼는 함정을설치했다.
그것도 매우 촘촘히.
그런 후에야 던전의 안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
세영의 시선에 놈의 실루엣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퉁이 뒤로 보이는 히부린의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뭐, 뭐야?...'
눈살을 찌푸렸다.
히부린의 신체는 기묘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몸 안에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것 같은... 호러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괴 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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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정보]
히부린은 현재, 자신의 오리지널 스킬 '융합'을 사용해 여러 종류의 키메라와 몸을 하나로 융합한상태입니다.
대부분 마법을 사용하는 키메라들로, 이 키메라들이 사용 가능했던 모든 마법을 히부린 역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 히부린의 체내에는 다수의 마나 코어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페어리트리로부터 흡수한 거대한 마나로 인해 모든 코어가 폭주 상태입니다.
강력한 마법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총 몇 개의 코어를 가졌는지, 또는 어느 부위에 있는 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단, 하나의 코어가 현재 파괴 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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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 코어? 그것도 한 개가 아니었다고?"
어쩐지 수상하다생각했다.
놈의 마법은 정말 말도 안되게 강력했으니...
벼락의 비 스킬의 범위가 황당할 만큼 넓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대체 몇 개나 있다는 거지?"
세영은 급히 스킬을 사용했다.
공간의 틈.
다시 놈에게 다가가창을 찔러 넣으려 했다.
'위치는 모르는데...'
마나 코어의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어쩔 수 없다.
여기 저기 찔러보는 수 밖에.
[크사발레의 창]
- 내구도 24 / 100
창의 내구도는 충분했다.
설마 24마리나 흡수했을 거라 생각진 않았다.
마나를 흡수하지 못하면, 창의 내구도가 감소하진 않을 테니까.
얼마든지 찔러 주마!
"하압!"
푸욱-!
"끄아아아아아악-!"
세영은 창의 내구도를 확인했다.
- 내구도 23 / 100
'좋았어!'
아까 찔렀던 심장 위치의 반대편 가슴에 꽂아 넣었는데 다행히 정답이었다.
'반복해야 돼.'
손 끝의 감각에 집중했다.
얼마 지나지 않고 미동이 멈췄다.
창의 마나 흡수가 끝난 모양이다.
푸우욱-!
창을 다시 뽑아 이번에는 놈의 복부에 찔러 넣었다.
여기저기 찌르다 보면 어떻게 든 될 것이다.
지금밖에 없다.
히부린의 몸이 이상하게 변형 중이라 아무것도 못 하는 지금이야 말로, 놈의 모든 마나를 소멸 시켜야 한다.
"이노오옴! 인가아아안!!"
놈은 아무것도 못하고, 고통에몸부림쳤다.
창이 살을 찌르는 고통인지, 아니면 몸이 변하면서 겪는 고통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놈의 비명소리는 몇 번이고 던전 내부에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