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118화. 히부린
[저주 받은 히부린의 개조 강화 쇠뇌]
- 내구도 150/150
- 고대 마족 히부린이 만든 쇠뇌입니다. 히부린은 자신의 약점을 보안하고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이 쇠뇌의 제작에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결실을 맺었습니다.
매우 정교하게 제작되었으며, 강력한 능력을 가진 쇠뇌입니다.
그러나 이 쇠뇌는 히부린 전용으로 제작된 만큼, 다른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나의 저주가 그것입니다.
당신에게 이 저주를 극복할 힘이있다면, 얼마든지 사용하시기 바랍니다.이 쇠뇌는 결코 당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 물리 공격력 +70, 연사 속도 +5,공격 속도 +3
- 일부 개조 탄환의 효과가 상승합니다.
- *착용과 동시에 '마나의 저주'에빠집니다. (마나의 저주 : 매 초 10의 마나가 감소합니다. 마나의 자동 회복이 불가 합니다. 쇠뇌를 착용 해지해도, 저주는 일정 시간 지속됩니다.)
- **** 쇠뇌 사용 시 낮은 확률로 '다발 사격 Lv. 1'스킬이 마나의 소모 없이 자동 발동됩니다. 만약 더 높은 레벨의 '다발 사격'스킬을 보유했다면, 해당 레벨로 강화된 스킬이 발동됩니다. 또한 체력이 30%이하가 될 경우에는, 다발 사격의 발동 확률이 대폭 증가합니다.
- 거래 및 양도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마치 히부린 자신만이 사용할 수 있게 끔 만들어진 듯 한 쇠뇌였다.
놈은 마나가 없으니, 저주에 걸릴 리도 없을 것이고 말이다.
세영이 무려 전설 등급의 쇠뇌, 그것도 이미 개조가 끝난 쇠뇌임에도 단 한번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 역시 저주 때문이었다.
'저걸 사용하느니, 다른 쇠뇌로 연발 사격을 사용하는 게 더 좋으니까. 다른 스킬도 죄다 쓰지 못할 테고...'
특히 단일 몬스터를 공격하는 데 있어서는, 연발 사격을 사용하지 못하는 페널티가 매우 컸다.
물론 마나 포션을 미친 듯이 마셔 댄다면 아주 사용 못하는 것은 아닐 테지만, 특정한 상황이 아니라면 엄청난 손해일 것이다.
"이제 놈의 남은 체력은 30% 이하야!"
"네? 그걸 형이 어떻게 아세요?"
"오빠. 다른 보스들도 체력이 30% 이하가 되면 광폭화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신 거예요?"
"아니. 그것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놈이 가진 쇠뇌의 옵션에 보면 체력 30%이하가 됐을 때 다발사격 확률이 엄청 상승한다고 쓰여있거든."
다들 납득하며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더 자세히 물어보기에는 상황이 급박했다.
뒤에서 피리를 불며, 얼른 공격을 계속하라 재촉하는 김만우의 눈빛도 무서웠고 말이다.
"다시 공격해 온다!"
누군가의 외침.
히부린의 공격이 재개되었다.
"조심해라!"
그런 외침은 필요 없었다.
이미 모두가 조심하고 있었으니까.
히부린의 쇠뇌에선 매 공격마다 여러 발의 탄환이 동시에 발사되기 시작했다.
본래는 넓게 확산 되어야 할 그 탄환들을, 탱커인 기사 혼자서 모두 받아내야 했다.
놈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웠던 탓이다.
탱킹을 하며 어그로를 유지하기 위해선 검이 닿는 범위까지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크윽..."
기사에게 모든 탄환의 데미지가 동시에 들어왔다.
방어 한계치를 아득히 넘어섰기 때문에 방패도 무용지물이었다.
탄환의 숫자 만큼 배로 늘어난 데미지는 그토록 강력한 것이었다.
힐!!
"큭... 더는 버틸 수가..."
한두 번이라면 어떻게버티겠으나, 매 순간 빗발치는 탄환 공격에 힐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걸 본 빔이 급하게 외쳤다.
"이런, 바보같이. 그대로 서있지 말고 당장 거리를 벌려라!"
하지만 너무 늦은 주문이었다.
지금껏 잘 버텨온 탱커가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히부린의 시선은 결국 등 뒤의 딜러들에게 향했다.
아마도 세영을 지켜보는 것이리라.
"네놈, 인간! 거기 숨어 있었는가!"
아직 몰랐다는 게 더 신기했지만,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놈의 쇠뇌에서, 여러 발의 탄환이 딜러들을 향해 동시에 쏘아진 때문이다.
거리가 있었던 만큼 탄환은 넓게 확산되며 날아왔고, 공격을 당한 건 세영의 옆에 있던 다수의 플레이어들이었다.
"윽..."
"말도 안돼. 뭔 놈의 데미지가."
"시발. 탱커가 죽으면 어쩌라는 거야!"
즉사한 자는 없었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체력의 바닥을 드러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페어리트리의 축복이 있다는 점이었다.
[축복의 힘으로 맹독에 저항하였습니다.]
상태 이상에 걸리지 않는다는 축복의 효과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속된 중독 디버프로 죄다 쓰러졌을 것이다.
"힐! 힐 좀 주세요."
"여기도요. 한 방 더 맞으면 죽는다고!"
"치료약으로는 감당이 안돼요. 단숨에 체력 90%가 날아갔는데 어떻게버티겠어요."
그러나 그들은 회복할 수 없었다.
힐 보다 더 빠르게 다음 공격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히부린의 탄환은 스킬이 아닌 일반 공격이다.
그 탓에, 딜레이도시스템 메시지도 없이 다음 공격이 계속된 것이다.
티딩. 팅.
"햄스터야. 덕분에 살았다."
"뭘요. 제 할 일이 이런 건데."
다행히 세영의 파티에선 피해가 없었다.
핑쿠햄스터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 방패로 탄환을 막아낸 덕분이다.
"그나저나 엄청난데요? 몇 번 쏘지도 않았는데 사망자가... 죽는 게 저라고 상상만 해도 오싹하네요."
방패 뒤에 숨은 레드문이 떠들었다.
그에 노랑나비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사망자가 속출 중인데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멍청아! 사람들 앞에서 입 조심해!"
"아... 응. 미안."
매번 노랑나비에게 혼쭐이 나면서도 입을 가볍게 놀리더니, 결국 실수를 해버렸다.
그는 좀 더 반성이 필요해 보였다.
"형. 아무래도 놈이 보는 건 형 같은데요?"
그렇다.
공격을 잘 막아냈지만, 아직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다.
이제부터 세영이 놈을 상대로 탱킹을 해야 한다.
그가 누적 시킨 어그로 수치를, 다른 사람이 넘어 서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것이 새로운 도발 스킬을 배운 핑쿠햄스터라 할지라도.
일대는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딜러 몇 명이 사망하며, 다들 이리저리 달아나기 바빴다.
도망치지 않으면 오히려 사망자가 더 늘어났을지 모르니 현명한 판단이다.
그것도 히부린의 시선이 오로지 세영에게 고정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이제, 승부수를 띄워야 해.'
세영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네임드 전은 몇 번이나 경험했다.
매번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무려 50명 가까운 인원이 20분 간 공격해 놈의 체력 70%를 깎았다.
놈을 완전히 쓰러뜨리기 위해선, 적어도 10분은 더 공격해야 할 것이다.
"얘들아. 앞으로 히부린의 모든 공격은 나를 향할 거야. 내가 얼마나 버틸 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버텨 볼 테니까, 너희는 다른 장소로 피해."
그 말을 듣고, 아이들이 급히 고개를 돌려 세영을 바라봤다.
"오빠..."
"형. 형이 아무리 강해도, 어떻게 하시려고요?"
"맞아요. 힐러도 없는데 어떻게..."
김만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모르겠어요. 아마 10분이나 버티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아요. 그래도 어떻게 해 봐야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티티팅-!
"크윽..."
히부린의 반복 된 공격을 막아내는 데, 햄스터도 슬슬 한계인 모양이었다.
세영은 힐링 탄환이 장착된 쇠뇌를 꺼내 햄스터의 체력을 회복 시켰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 됐으니까, 어서 피해!"
세영은 그렇게 외치며, 다시 장비를 교체했다.
오른손에는 저주 받은 쇠뇌를.
왼손에는 중급 마나 포션을 쥐었다.
[마나의 저주에 빠졌습니다. 해당 저주는 페어리트리의 축복으로도 막아낼 수 없습니다.]
'역시... 뭐, 예상했으니까.'
오직 데미지를 증가 시키기 위해, 페널티를 감수하기로 결정했다.
마나 포션이 아깝지만, 1초라도 놈을 빨리 쓰러뜨려야만 한다.
죽는 것보다, 마나 포션을 마시는 편이 손해가 덜하다는 계산이었다.
세영은 모두를 향해 외쳤다.
"히부린의 체력은 이제 30% 남았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탱킹 하겠습니다. 실패할지도 모르니까 항상 긴장 부탁 드려요. 그리고 어렵겠지만 기회를 봐서 힐 좀 부탁 드립니다. 힐 하시다가 제가 갑자기 보이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세요"
현재 플레이어들은 세영과 히부린을 중심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흩어진 상태다.
도망치느라 공격도 멈춘 채였다.
그런데 갑자기 탱킹을 하겠다고 나선 인물.
손에 쥔 쇠뇌를 봤을 때 사냥꾼 직업으로 보였으니, 모두가 황당해 하는 건 당연했다.
우스워 콧방귀를 뀌는 사람도 있었다.
"기사도 못 버티고 죽었는데 무슨 수로?"
"흥. 지가 뭔데 힐을 달라 말라야. 마나 포션 맡겨 놨어?"
"아주 영웅 나셨군. 데미지 좀 세다고 저러나 본 데, 이게 무슨 게임인 줄 아나."
"이거 게임 맞는데?"
그때 중후한 목소리가 소란을 잠재웠다.
"좋다! 일단은 그렇게 간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빔을 바라봤지만, 그의 표정은 매우 단호했다.
그리고 이미 세영을 향해 히부린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
힐의 여부가 문제일 뿐. 그들의 선택으로 상황이 변하는 것도 아니었다.
햄스터는 세영의 말을 믿고 장소를 이동했다.
그의 방패 뒤에 숨은 파티원 모두가 조심스레 장소를 벗어났다.
히부린의 탄환이 세영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공간의 틈."
세영은 마나가 감소하는 와중에 스킬을 발동했다.
동시에 마나 절반이 사라졌다.
그가 이동한 장소는 히부린의 코 앞.
놈에게 곧바로 쇠뇌를 발사했다.
당연히 연발 사격 스킬을 사용했고, 크리티컬이 터지며 총 20 발의 화염 탄이 놈의 얼굴에서 폭발했다.
마나의 저주를 감수하고도 무기를 바꾼 이유는 놈에게 더 큰 데미지를 단 번에 주기 위함이다.
"크아아악. 이, 이놈 인간!"
히부린은 분노하며 발광했다.
그러나 놈의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세영은 다시 원래 장소로 돌아와 있었다.
오른손에 쥔 마나 포션을 마셨다.
중급 마나 포션이었지만, 마나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는 네 병이나 마셔야 했다.
몇 번의 스킬 사용으로, 순식간에 마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역시 이 쇠뇌를 평소에 쓰기에는...'
세영은 마나가 회복됨과 동시에 다시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히트 앤 런.
앞으로 몇 번이나 이걸 반복해야 놈이 쓰러질 지, 그것이 관건이었다.
이를 지켜보는 플레이어들은 한층 더 황당함을 느끼고 있었다.
등에 달린 날개를 사용한 건가싶었고, 눈을 비벼 현실이 맞는지 확인하는 자도 있었다.
"뭣들 하는가! 서둘러 공격하라!"
그러나 빔의 목소리와 함께 이들의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묻고 따지고 할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히부린을 향한 모든 플레이어의 집중 공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
'이대론 끝이 없겠어...'
세영의 온 신경은 회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히부린에게 접근했을 때, 실수라도 몇 발의 탄환을 동시에 맞았다가는, 즉사할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반면, 히부린 역시 느끼고 있었다.
세영의 공격은 막아야 한다고.
자신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자신과 같은 쇠뇌를 사용하는 바로 저 인간이라고.
때문에 다른 공격은 무시하고, 세영의 연발 사격을 막아 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귀찮은 인간들. 방해하지 마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았는지, 갑자기 주변에서 공격하던 인간들을 향해 목소리를 토해냈다.
또, 공간의 틈을 사용해 요리조리 도망치는 세영에게도 한 마디를 꺼냈다.
"쥐새끼 같은 인간. 대체 무슨 방법으로 사라지는 지 모르겠지만, 그것도 지금뿐이다!"
그렇게 떠들더니, 놈은 드디어 날개를 사용했다.
'맞아. 놈에게는 날개가... 이런.'
히부린은 공중으로 떠올랐고, 플레이어들의 공격이 닿지 않는 하늘까지 날아올랐다.
이제 놈을 향해 공격 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세영 한 사람이 되었다.
"이게 놈의 마지막 패턴인 것 같은데, 어쩌죠? 공격할 수단이 없는데..."
"하늘 위에 떠있는 걸 무슨 수로 잡으라는 거야?"
"시발. 게임 개발 누가 했냐. 게임이라면 드래곤도 몇 번 날았다가 결국엔 땅으로 내려오는 법이잖아! 아니면 화살이 닿을 정도로만 날 던 가!"
목표를 향한 공격이 불가능해진 플레이어들의 짜증이 폭발했다.
세영도 걱정이었다.
놈의 탄환은 단순히 날아서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순간 이동을 반복하며 자신 혼자 놈을 상대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소지한 포션이 무한정 나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정말 큰일인데...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
세영이 한탄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어?'
히부린과는 다른 방향의 하늘에서 날파리 같은 것이 보였다.
'내 눈이 이상한가?'
자신의 눈을 비벼봤지만, 날파리들은 점점 숫자가 늘어났다.
그것은 한둘이 아니었다.
수십... 수백... 아니, 셀 수 없는 많은 숫자였다.
그리고 이 장소를 향해 가까워지는 것만 같았다.
'날파리는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새?'
얼핏 보기에는 작은 새 떼가 날아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더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점점 더 가까워진 덕분에, 그것이 무엇인지 세영은 금세 알 수 있게 되었으니까.
날아온 것은 페어리.
그것도 하나같이 인간 크기로 거대해진 페어리들이었다.
"메르바?"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 저희가 함께 상대하겠습니다.]
그 목소리는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렇게 느낀 것은 비단 세영만이 아니었다.
땅 위에 선 모든 플레이어가 멍하니 하늘 위의 페어리 퀸을, 그리고 페어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크기가 작았다면, 벌 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하늘을 나는 요정들의 대 군단처럼 보였다.
일대의 하늘을 가득 뒤덮은 엄청난 숫자의 페어리들.
그들이 히부린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메르바.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응. 미안해. 우리가 늦었지? 페어리의 뚱보 버섯을 새로 성장 시키는데 시간이 걸렸어. 그나저나 당신의 날개 정말 멋진 걸? 히히. 이참에 페어리가 될 생각은 없어?"
메르바는 세영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전과다르게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영혼으로는 이전과 같은 늠름(?)한 모습의 여왕이 될 수는 없었던 지라...
때문인지 그녀는 마치 개구쟁이처럼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소녀가 되어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마무리를 짖자. 나쁜 마족에게서 우리들의 섬을 지켜야지! 안 그래 알파? 히히히."
세영은 페어리들과 함께, 히부린을 향해 공격을 시작했다.
아직도 땅 위의 플레이어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리고 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