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꼭 해야겠어?"
"너와 나 사이에 남은 건 이제 아무것도 없어. 이혼하자. 아니, 이혼해 줘."
그녀가 죽을 만큼 아플 때 어린 남편은 곁에 없었다.
라연이 유산한 지 꼬박 6일이 지나서야 한국에 도착한 준재.
지친 라연은 그를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잘 지내. 그리고……."
준재의 허리를 꽉 한 번 안아 본 그녀가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죽을 때까지 만나지 말자."
*
4년 후. 이혼한 남편은 이제 세계적인 모델이 되어 돌아왔다.
피하려 해도 준재는 자꾸만 라연에게 다가온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아는 것처럼.
"그런데 그거 알아?"
바로 귓가에서 들려온 허스키한 음성에 귓바퀴에 소름이 돋았다.
라연은 서둘러 준재의 가슴을 밀어냈지만 앞을 가로막은 그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가 싫어졌단 말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거."
"……비켜, 도준재."
"너 아직 나 사랑하지?"
"비키라고!"
차갑게 밀어내는 라연의 앞에 그가 무릎을 꿇었다.
"잘못했어, 누나."
로영 장편 현대 로맨스 소설, <잘못했어,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