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04화
로또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정답은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건 아닐까? 정 말 당첨된 것인가?
그렇게 확신이 들면 그다음은 인터 넷에 수령 방법을 검색해 본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받을 수 있 나. 그것을 확인한다. 그런 작업을 다 거친 후 그제야 행운이 자신의 손에 몰려왔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한다.
그러나 현성은 조금 달랐다.
‘내가 얻은 건 로또가 아냐.’
거듭 확인한 후 기분이 좋아서 회 사를 때려치우긴 했다.
하지만 그 결론은 신중한 생각으로 내려진 결론이다. 그러기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나 앞으로도 계속해 서 기분이 좋은 상태로 게임을 하다 간 망칠 수 있다.
현성은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지 돈을 얻을 수 있는 로또에 당첨된 것이 아니었으 니.
그리고 신중해서 나쁠 건 없지 않 은가.
‘어떻게 플레이하나 공부를 좀 해 야 해.’
사직서를 내고 회사에 나와 그가 가장 먼저 들린 곳은 다름 아닌 PC 방이었다.
당장 집으로 가도 되지만 그럼 현 아가 걱정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어서 오세요.”
“선불인가요?”
“아니요, 이용하시다가 후불로 지 불하셔도 됩니다.”
“아, 예.”
카운터에 물어보곤 적당한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이런 아침에 PC방에 온 것이 얼마 만인지.
게다가 요즘 같은 시대엔 PC방 보 다는 캡슐방이 더 흥행했기에 PC방 만 하는 곳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당장 이곳만 하더라도 한쪽 구역은 모두 캡슐이 즐비하게 나열되어 있 었다.
새벽에 급하게 알아보는 탓에 구체 적인 것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대충 아이템 시세나 간략적으로 돈 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일단 레벨이 높을수록 돈은 더 쉽 게 버는 건 확실해.’
어떤 글을 보니 한국 공식 랭커 1 위가 현재 레벨 300 후반이라고 한 다. 대부분 유저들 평균 레벨은 100 언저리.
즉 100에서 200 사이의 아이템들 이 가장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급도 많겠지만, 이런 시 장에서 어떻게 공급이 수요를 따라 갈 수 있겠는가. 늘 아쉬운 게 아이 템 아니던가.
‘어라?’ 그러던 중 직업 관련 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목: 등급별 직업 난이도]
작성자: 니들보단잘암
니들이 뭐 몰라서 적는 건데 레벨 이 오를수록 레벨 올리기 힘들어지 는 건 다들 알거야. 특히 100렙 이 후로는 진짜 현실 시간으로 하루 종 일 사냥해도 1업 할까 말까다. 그런 데 가끔 보면 전설 직업이나 영웅직 업 얻은 새끼들 부럽다 찡찡거리는 새끼들 있어서 글 싸지르고 간다. 일단 기본 희귀 등급만 해도 일반 등급 직업보다 1.5배 경험치 바가 크다. 다시 말해 일반 직업 1.5업 할 때 희귀 등급 직업 가진 애는 X 나 고생해서 1업 한다는 얘기다.
이제 유일 등급부터 골 때려진다. 유일 등급은 2배다, 2배.
1.5배나 2배나 거기서 거기지.
이런 생각하는 새끼들 있지?
이 부분에서 현성이 뜨끔했으나 계 속해서 글을 읽었다.
이런 새끼들이 전형적인 겜알못들 이에요.
일반이랑 1.5배 차이 나는 희귀 등 급도 힘들어 죽겠다고 찡찡거리는 애들 태반인데. 2배? 이건 말도 못 한다.
일반 등급들이 2업 할 때 1업 한 다는 소리니까.
아무리 직업이 좋아 봐야 뭐하냐? 레벨이 안 오르는데.
솔직히 웬만큼 컨 되는 애들이야 직업 등급 높을수록 좋은 거? o o 久.
그건 인정하고 가는 부분이다.
근데 일반인들 사이에서 희귀? 지 랄 말라 그래라.
까놓고 말해서 유일은 2배고, 영웅 은 3배, 전설은 4배다. 존재하는지 도 잘 모르겠는 신 등급이라는 등급 은 무려 5배다.
그런데 그냥 직업 좋다고 찡찡대며 밸패 맞아야 한다고 제발 지랄 좀 하지 마라.
니들 두뇌 다 합쳐놓은 인공지능이 밸패 이미 해서 안 해도 돼.
알겠냐?
-다소 거칠긴 해도 근스 맞는 말 OX.
-요즘 누가 찡찡대서 이런 글 싸 지르게 만드냐?
Leo 겜알못 개많음. 이데아만큼 완벽한 게임이 어딨다고;;;
-추천박고 갑니다.
다른 댓글들도 많았으나 대체적으 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걸 보니 조금 암담해지긴 했다.
일반 등급의 5배라니.
하지만 반대로 희망도 생겨났다.
‘다르게 말하면 일반 등급보다 최 소 5배 좋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 글에 따르면 컨트롤만 좋으면 그 이 상도 좋을 수 있다는 거 같고.’
컨트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자 신은 있었다.
옛날이긴 해도 한때 프로 제의까지 받던 자신 아니던가. 그때도 가상현 실게임이었지만, 그리 뛰어난 가상 현실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뛰어난 가상현실이기 까지 하니 자신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찾아봤으나 더 이상 알아야 할 것은 없는 거 같았다.
플레이 영상들도 참고하긴 했으나 당장 자신의 직업도 확인하지 않은 현성이 다른 유저의 플레이 영상을 봐야 도움 안 된다 생각했다.
‘오히려 겉멋만 들 뿐이야. 내가 직접 움직여보고 사용해 보는 게 백 번 나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던가.
그렇게 그가 자리에 일어나 카운터 로 향했다.
“PC 이용 중인데 캡슐도 이용 가 능한가요?”
“아, 그러면 PC는 결제하시고 캡 슐 이용 가능하세요. 캡슐은 선불입 니다.”
현성은 시계를 봤다. 이제 겨우 9 시 30분.
집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6시는 되 어야 하니 최소 8시간 30분은 남은 것이다. 너무 오래 하는 건 아닌가 싶었으나 고개를 저었다.
“9시간 충전해 주세요.”
“예, 시간당 3만 원해서 27만 원입 니다.”
비싼 줄은 알았지만 상당히 비쌌 다.
솔직히 집에 가서 이용을 할까 싶 었으나 이왕 온 김에 쓰자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웠다.
카드를 건넨 뒤 살짝 입술을 깨물 며 생각했다.
‘앞으로 내가 집에 있을 텐데 간병 인 아주머니를 그만 쓰자. 그럼 생 활비가 늘 거야.’
합당한 생각이긴 하나 타이밍이 조 금 좋지 못했다.
누가 들었다면 쓰레기 새X라고 할 법한 생각.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는 듯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간병인을 쓰지 않으면 2달 버틸 생활비가 아끼면 4달까지 버틸 수 있다. 확실히 자르는 게 합리적이긴 했다.
순식간에 간병인 아주머니를 그만 쓰기로 한 현성은 직원의 안내를 받 아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럼 즐거운 이데아 되세요.”
“예, 감사합니다.”
현성은 인사를 한 뒤 캡슐 안에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
취이이익.
마치 밥솥에서 증기를 배출할 때 나는 소리가 나며 뚜껑이 닫혔다. 그리고 익숙한 감각이 느껴지며 음 성 메시지가 울렸다.
[홍채를 인식합니다.]
[플레이어 현성, 이데아에 접속하 시겠습니까?]
“웅.”
그 대답과 함께 현실의 현성은 의 식이 끊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수면 상태에 빠지면서 가상현실에 접속했 다.
1년 내내 봐온 초보자 마을.
이제 이곳을 떠날 때가 되었다 생 각하니 무언가 기분이 미묘했다.
‘일단 잔여 능력치는 놔두자.’
당장 어떤 스킬이 있는지 모르는데 능력치부터 건드는 것은 독이나 다 름없다. 아무리 준수한 능력치라고 한들 어떤 직업인지 알고 나서 찍어 도 늦지 않다.
“타나노스의 후예는 뭔 직업일까?”
현성이 중얼거리자 아주 친절하게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타나노스는 죽음과 잠의 신입니 다. 고대에서부터 신들 중 최강이라 불려왔으며 그 어떤 신도 타나노스 를 말릴 수 없다고 전해집니다. 죽 음과 잠을 좋아하며 간혹 장난을 즐 기는 신이었다고 전해집니다.] 정확히 직업을 알려주기보다는 기 원에 대해 알려주는 느낌의 메시지.
그런데 보아하니 타나노스라는 신 은 참 답이 없는 것 같았다.
죽음과 잠의 신인데 장난을 즐기던 신이었다니. 게다가 아무도 말리지 못했단다. 그냥 설명을 봤을 땐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개양아치네.’
그러나 설명을 보니 기대감은 더욱 부풀었다.
죽음과 잠의 신이라니.
하기야 잠을 1만 시간 자서 얻은 신 등급 직업인데 잠과 관련이 없으 면 그게 더 이상했다.
이젠 스킬 목록을 봐야 할 때다.
“스킬 목록.”
외치자 바로 눈앞에 스킬 목록이 나타났다.
시작부터 스킬을 5개나 가지고 시 작하다니.
운도 상당히 좋았다.
그런데
[스킬 목록]
[타나노스의 기면증(신)]
〈패시브〉
-Lv.Max.
-설명: 죽음과 잠의 신 타나노스 는 신답지 않게 기면증을 앓고 있었 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잠을 자 다 보니 그의 부하들은 이를 골치 아프게 여겼다고 한다.
-효과: 현실 시간으로 24시간 중 랜덤으로 한 번 발동 된다. 발동된 즉시 캐릭터는 특수한 스킬이 없는 이상 강제로그아웃 때까지 잠이 들 게 된다. 유저는 이때 캡슐에서 나
가도 캐릭터는 게임 내에 잠을 잔 다. 이때 잠을 자는 시간당 1씩 능 력치가 랜덤하게 오른다. 단, 타나노 스의 숙면으로 잠자는 것으론 DP를 얻을 수 없다.
[타나노스의 꿈(신)]
〈패시브〉
-Lv.Max
-설명: 타나노스의 꿈은 늘 달콤 하다 전해진다. 항상 기분 좋은 꿈 을 꾸며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한 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 또한 꿈을 꾸는 것처럼 좋아했다고도 한다.
-효과: 자는 시간만큼 DP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보스 몬스터 혹은 30레벨 이상 차이 나는 몬스터, NPC, 유저를 사냥 시에도 DP를 얻 을 수 있다. ‘DP상점’이라고 외치면 DP를 소모할 수 있는 상점을 소환 할 수 있다. DP상점에서 얻은 것은 타나노스의 후예에게 귀속되며 다른 유저에게 팔 수 없다.
[타나노스의 몽유병(신)]
〈패시브〉
-Lv.l
-설명: 죽음과 잠의 신 타나노스 는 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하루 종일 잠을 잤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기면증까지 있어 불만인 부하들 때 문에 자는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몽 유병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효과: 수면 동안 플레이어의 컨 트롤 그대로로 캐릭터를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누군가 공격을 해오거나 몬스터들이 있는 곳이면 잠을 자는 상태에서 발동된다.
[타나노스의 악몽(신)]
〈패시브〉
-Lv.l(초급)
-설명: 타나노스는 다른 이들이 악몽을 꾸는 걸 보며 즐거워했다. 그래서 때때로 자신의 부하들이나 다른 신들에게 악몽을 걸기도 했다 고 전해진다.
-효과: 모든 무기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모든 무기술을 대체할 수 있 는 스킬이다. 모든 무기 추가 공격 력 200% 상승한다. 치명타를 입힐 때마다 10%의 확률로 상태이상 악 몽을 건다.
[죽음의 안식(신)]
〈액티브〉
-Lv.l
-설명: 타나노스에게 잠이 든 자 들은 반드시 죽었다고 전해진다.
-효과: DP를 소모해 대상을 1분 간 잠들게 한다. 대상이 잠이 든 동 안 데미지가 2배로 적용된다. 대상 에 따라 소모되는 DP가 달라진다.
-쿨타임: 10시간.
대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킬 들.
대부분 잠을 자는 걸로 이뤄지는 스킬들이지만 타나노스의 몽유병이 라는 스킬이 그 단점을 없애 버린 다.
이게 사기가 아니면 무엇이 사기겠 는가.
게임을 오래 접어왔던 현성이 보더 라도 사기적이었다.
‘기면중 스킬은 미쳤다. 그냥 자기 만 하면 능력치가 오른다고? 개꿀이 네.’
강제로그아웃은 유저가 게임에 접 속하고 현실 시간으로 12시간 이상 이 되면 강제로 로그아웃을 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 뒤에는 최소 4시간 휴식 후 게 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해놨다.
그것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 면 이데아에 접속하지 못하기에 보 통 4시간이 아닌 5?6시간 정도 충 분히 휴식 후 다시 접속한다고 한 다.
‘전투 도중에 기면증 스킬이 발동 되도 몽유병 스킬이 있으니 걱정을 안 해도 되겠구나.’
유저의 컨트롤대로 캐릭터가 움직 인다고 한다.
즉 자신만 잘하면 문제없다는 뜻.
이데아의 인공지능이 얼마나 뛰어 난데 저걸 믿지 못할 리가 없었다. 몽유병 스킬로 죽었다면 그였다고 해도 죽었다는 뜻이니 아쉬워할 필 요 없을 거 같았다.
‘그리고 이 DP상점.’
대충 확인해 본 결과 스킬에서부터 아이템까지 전부 살 수 있었다. 게 다가 등급은 무려 전설 등급까지 살 수 있다.
자신에게 귀속되어 다른 유저에게 팔 수 없다는 것은 아쉽긴 했으나 마찬가지로 그것도 상당히 좋았다. 다르게 말한다면 죽더라도 아이템을 떨구지 않는다는 소리니.
조금 아쉬운 점은 모든 아이템과 스킬은 등급을 정하고 살 수는 있어 도 그 대상은 랜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이템이나 스킬이나 등급 관계 없이 한 달에 한 번만 구매할 수 있게 해놨네. 하긴 그래야 형평 성에 맞긴 하지.’
아무리 신 등급 직업의 스킬이라고 한들 물건을 제한 없이 막산다면 문 제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템은 그 렇다 치더라도 스킬의 경우 문제가 될 수밖에 없을 테니.
‘죽음의 안식은 순간극딜기라고 봐 도 무방하고.’
마땅한 공격 액티브 스킬이 없긴 했지만, 그거야 DP상점에서 뽑으면 그만이다. 한 달에 한 번 일반부터 시작해 희귀, 유일, 영웅, 전설 등급 까지.
직업 스킬을 제외하더라도 5개의 스킬을 가지고 시작한다. 직업 스킬 까지 합한다면 무려 10개의 스킬로 시작하는 것이다.
“진짜, 대박이다. 이게 게임이냐는 핀잔 들어도 할 말 없겠는데? 으하 하!”
현성이 기분 좋은 듯 웃음을 터뜨 리자 그에 보답하듯 한 메시지가 떠 올랐다.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됩 니다.]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 다.]
[강제로그아웃 때까지 캡슐이 망가 져도 캐릭터는 게임에 남아 있으니 접속을 해제해도 됩니다.]
‘응? 이, 이게 뭐야?’
갑자기 화면이 암전되자 이상하다 고 생각하며 메시지를 읽자 어처구 니없다는 듯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그때.
[강제로그아웃까지 현실 시간으로 11시간 48분 남았습니다.]
12분.
고작 접속해서 스킬만 확인하자마 자 기면증 스킬이 발동됐다.
‘아니, 씨X 이게 게임이냐?’
설마 했던 말이 자신의 입에서 나 올 줄 상상도 못 한 현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