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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5화 (5/472)

잠만 자도 랭커 005화

취이이이익.

캡슐은 닫힐 때와 같은 소리를 내 며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현성의 표정 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니, 이게 씨X 게임이냐?’ 한 번 더 속으로 중얼거리며 카운 터로 향했다.

기기가 꺼지더라도 캐릭터가 유지 한다고 하니 캡슐 이용비를 환불받 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네, 네?”

“죄송합니다. 미리 기기를 충전하 는 방식으로 해서 환불은 어려울 거 같습니다.”

“아니…… 하아. 알겠습니다.” 생돈 27만 원이 날아갔다.

뭐라 할 말은 많고 더 따진다면 사장까지 불러와 결국 환불을 받아 낼 순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할 기 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사전에 말해주지 않은 것은 알바생 의 잘못이긴 했으나 지금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있겠는가.

부들부들.

분노에 몸이 떨려오며 기면증 스킬 을 떠올렸다.

‘아주 빌어먹을 스킬이구먼. 아니, 갑자기 잠을 자는 게…… 진짜 기면 중이네.’

평소에 욕을 잘 하지 않는 현성이 었으나 지금만큼은 욕이 나올 수밖 에 없었다.

이제 회사도 안 다니겠다 욕할 일 은 없을 거라 생각했건만.

게다가.

‘이제 어디서 시간을 때우냐.’ 이왕 이렇게 된 거 현아에게 사실 대로 말하는 것이 나을까?

처음 생각은 자리를 잡은 뒤에 말 할 생각이었다. 당장 보이는 것만으 로 한다면 게임에서 좋은 직업 떴다 고 대책 없이 회사를 관둔 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어느 정도 결 과를 낸 뒤 말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한 달은 밖에서 게임을 해야 한다.

그 돈보다 차라리 집에서 게임을 하면 한 달 이용료만 내고 이용만 하면 되는데 캡슐방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

하물며 현아도 이데아를 하지 않는 가.

신 등급 직업이라고 한다면 그 가 치를 알아줄 것이다.

‘나중에 서프라이즈로 알려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

회사를 관뒀다는 이유가 그저 게임 으로 돈을 번다는 터무니없는 소리 로 납득될 리가 없으니까. 신 등급 직업이라는 것을 밝힌 뒤 말하는 게 훨씬 설득력 있지 않은 가.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 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현실 시간으 로 12시간이면 게임 시간으론 대략 60시간. 그러니까 58 정도 능력치가 오르겠지.’

곰곰이 생각한다면 엄청난 기회이 기도 하다.

접속한 지 얼마 되지 않아 12시간 풀로 기면증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 다. 즉, 레벨 1인데 58 정도 되는 능력치가 추가로 들어온단 소리다.

물론 잔여 능력치처럼 원하는 방향 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만, 그렇다 한들 능력치가 늘어난다 는 것은 대단한 기회다.

남들보다 스타트 라인이 훨씬 앞섰 다는 거니까.

‘이왕 게임을 하는 거 랭커를 노리 자.’

레벨이 높을수록 돈을 잘 버는 것 은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랭커들은 돈을 얼마나 벌 겠는가.

남들이 아직 개척하지 못한 곳을 개척하면서 새로운 아이템들을 얻 고, 그걸로 인해 돈을 벌 수 있다.

1년이라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현성은 자신 있었다.

신 등급 직업이라 일반 등급 직업 에 비해 5배나 차이가 나지만 랭커 들과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 터.

랭커들 또한 높은 등급의 직업일 테니.

‘그렇게 되면 내가 유리하지.’

아직 레벨 1임에도 불구하고 압도 적이라 할 수 있는 능력치를 얻었 다.

이것으로 사냥에 집중한다면 5배라 는 차이가 무색하게 사냥할 수 있으 리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거다. 하나 불가능하진 않다.

신 등급 직업이 그걸 가능하게 만 들어줄 것이다.

‘자, 그럼 집에 들어가서 현아에게 말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향하려 했 으나 차마 PC방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27만 원의 위력은 상당히 강력했다.

‘하, 내 돈.’

27만 원으로 능력치 58을 샀다고

생각해도 씁쓸할 뿐이었다.

이제 간병인이 거의 필요 없을 정 도로 나아진 현아는 재활치료 중이 었다.

현성과 같이 다니는 병원의 재활치 료실.

그곳에서 현아의 담당 의사와 함께 재활치료 중이었다.

“음, 아직 걷는 건 무리인 것 같지 만, 더 이상 심리적인 요인으로 못 움직이는 건 아닌 것 같네요.”

“네. 확실히 이데아에서 게임을 하 다 보니까 안 좋은 생각보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더라고요.”

현아의 말에 의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봐온 환자가 차도를 보이 고 있는데 어찌 안 좋을 수 있겠는 가.

게다가 이제는 다리에 근육만 좀 붙는다면 완치라고 할 만한 수준이 었다. 꾸준히 운동만 한다면 이제 더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될.

“그런데 오빠분에게는 언제 말할 생각이에요?”

“이만큼 나아진 거요?”

“아뇨, 모든 병원비랑 재활치료비 를 현아 환자가 다 부담하고 있다는 거요.”

웃으면서 말하는 담당 의사 이미나 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하, 전에 말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게임으로 돈 번다고 하니까 농 담인 줄 알더라고요.”

“오빠분이 TV를 안 보는 모양이네 요? 요즘 이데아라고 하면 돈 잘 버는 걸로 엄청 유명한데 말이죠.”

“뭐, 근데 아픈 제가 게임으로 돈 을 벌어야 얼마나 벌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죠. 그래서 나중에 한 번에 알려주려고요, 히히.”

참 마음씨가 착한 환자다.

게다가 오빠를 위해 저렇게 필사적 으로 재활치료를 하다니.

환자 중에서도 이런 환자는 상당히 드물다.

걱정하는 가족을 위해 빨리 나아지 려는 환자는 많아도 저리 독하게 나 아지려고 하는 환자는 드문 법이다.

그러던 그때.

브르르르르.

현아의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당연하지만 스마트폰의 진동.

그리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 만한 사람은 딱 한 명뿐이었다.

“오, 오빠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이 지?”

“아, 도와드릴게요.”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이미나가 도 와줘서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아 서 둘러 전화를 받았다.

“어, 어 오빠. 안 바빠? 이 시간에 전화를 다 걸고?”

-너, 어디야? 집에 왔는데 네가 없 어서 놀랐잖아.

“으, 응? 나, 나 산책 나왔지. 아줌 마랑 같이 산책 나오곤 해.”

당황한 것치고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었다.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지금 오빠 가 왜 집에 있냐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현아의 말을 들으니 현성은 조금 안심했다는 듯 목소리가 차분해졌 다.

처음에는 놀라서인지 다소 언성이 높았는데 진정된 모양이다.

-아, 그렇구나. 낮에 와본 적이 없 어서 몰랐네. 그럼 아주머니랑 천천 히 산책하고 와. 너무 집에만 있으 면 나쁘다고는 하더라.

“응, 좀 더 둘러보다 올게.”

-응, 조심하고.

“에이, 내가 애야? 게다가 아줌마 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람. 아무튼 있다가 봐.”

-응, 끊는다.

통화가 끊어지고 현아는 멍하니 이 미나를 봤다.

이미나도 얼핏 들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뭐해요? 빨리 들어가야 하는 거 아녜요?”

“아아, 그래도 지금 땀범벅이니까 샤워는 하고 들어가야지 않을까요?”

“그럴 시간에 빨리 들어가는 게 낫 지 않을까요?”

“그, 그게 좋겠네요.”

둘 다 허둥지둥하며 이미나가 휠체

어를 끌고 현아를 탈의실로 데려다 주었다.

옷을 빠르게 갈아입은 뒤 현아가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 아줌마. 오빠가 집이래요! 네, 네. 빨리 들어가야 할 거 같은데 금 방 오실 수 있어요? 아, 네. 1층이 라고요? 네네, 제가 1층으로 갈게 요. 로비에서 봬요!”

현아가 서둘러 전화를 끊고 미안하 다는 듯 이미나를 보며 고개를 숙였 다.

“오늘은 재활치료 여기까지 할게 요. 죄송해요.”

“뭘요. 저도 다 이해하니까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쌤 내일 봬요!”

현아는 급히 인사를 하고 스스로 휠체어를 끌며 승강장을 타고 1층으 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며 이미나가 피식 웃 음을 터뜨렸다.

“못 말리는 남매라니까.”

아마 저렇게 서로를 생각해 여러 가지를 숨기는 남매는 저 남매뿐일 거라 생각하며 돌아갔다.

그때 현아는 1층 로비로 내려가 간병인 아주머니를 보며 신신당부를 하며 말했다.

“제가 오빠한테는 산책 나왔다고 했으니까 말 맞춰주셔야 해요?”

“아유,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후우, 그럼 가요.” 집에서 병원까지 그리 멀지 않았기 에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통화를 하고 해봐야 고작 30분밖 에 걸리지 않았으니 충분했다. 이거 라면 산책이라고 생각하리라.

그리 자신하고 집에 들어가자 현아 는 무언가 달라진 오빠의 분위기를 알아챌 수 있었다.

‘어? 화났나?’

평소와는 달리 무거운 분위기다. 늘 현아 앞에서는 밝게 있으려는 현성이다 보니 확연히 티가 났다.

“아, 오셨군요. 오늘은 제가 집에 있으니 그만 퇴근하셔도 됩니다.”

“어머, 그래도 되나요?”

“예, 휴가도 많지 않으신데 오늘 푹 쉬세요.”

“아유, 감사해요. 그럼 현아 씨도 나중에 봐요.”

호호거리며 간병인 아줌마가 나가 자 현성이 현아를 안방으로 데리고 가주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 말을 꺼내기 애매한 순간.

현아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간 걸 들켰나? 아니, 그렇 다고 화를 내나? 그건 아닌 거 같 은데. 뭐지?’

평소의 오빠가 아니니 왜인지 겁이 났다.

뭔가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 닌가 싶어서.

설마 하는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갔고, 이내 두려운 생각만 들기 시작했다.

오빠도 어디 아픈 건 아닌가, 아니 면 회사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그때.

“나 회사 관뒀어.”

생각했던 거랑 다른 전개에 얼빠진 소리를 냈다.

갑자기 뜬금없이?

그러다 그간 현성이 힘들었단 사실 을 떠올렸다. 늘 야근에 구박받는 것은 당연했고, 항상 피곤한 모습으 로 퇴근하던 현성.

그걸 떠올리니 너무 힘들어서 그만 둔 건가 싶었다.

그러나 이내 표정이 밝아지는 현성 을 보니 그건 아닌 듯싶었다.

“이제 이데아로 돈을 벌라고 해. 느닷없는 말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나름 준……

“뭐? 진짜? 와! 회사 그만두고 이 데아로 돈을 번다고?” “어? 으, 응.”

“진짜 잘 생각했어! 요즘 이데아로 돈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나 오빠가 회사에서 고생하고 오는 거 볼 때마다 그만두고 이데아로 돈 벌자고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이상 하게 생각할까 봐 말 못 했는데 진 짜 잘됐다!”

“어, 어. 그래?”

현성의 말을 들은 현아는 표정이 환해졌다.

혹시나 싶어 되물었으나 현성이 그 렇다 대답하는 걸 보고 현아는 신났 는지 잔뜩 떠들었고, 그런 현아를 보며 현성은 얼떨떨했다.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의 반 응이 생각보다 좋으니 좋긴 했으나 얼떨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설마 이런 반응일지 누가 생각했겠 는가.

“지금 어디야? 아니, 아니, 직업은 뭐야? 무슨 등급? 그래도 좋은 거 나왔으니까 오빠가 회사를 관둔 걸 텐데? 아! 내가 도와줄까? 나 나름

고렙이야.”

속사포같이 쏘아지는 현아의 말에 현성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런데 나름 고렙이라니.

“진짜? 레벨이 몇인데?”

“나? 331! 내가 공식 랭킹 1000위 안에 든다고! 그동안 말하고 싶었는 데 오빠가 얼마나 무시했는데! 돈도 잘 벌어서 진료비도 내가 다 내고 있었다니까? 아.” 신나서 그간 숨겨오던 것을 말하다 아차 싶어 현성의 얼굴을 봤다.

그건 또 무슨 소리냐는 듯 웃으며 현아를 보는 현성. 하지만 눈은 절 대 웃고 있지 않았다.

현아는 현성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 다.

“아하하, 그, 그게.”

“어떻게 된 건지 말해보실까?”

“내, 내가 전에 응!? 살림에 보태 준다고 게임에 돈 좀 번다고 했는데 무시한 건 오빠였잖아!”

“지금 내가 그걸 말하는 거니? 진 료비를 뭐?”

“아, 그 얘기구나…… 헤헤. 혀나는 무순 소리 하는지 하나두 모르게 쏘.”

“이게!”

콩.

“아야야.”

불리해지자 애교로 무마하려는 현 아에게 딱밤을 먹인 현성이 눈에 쌍

심지를 켜며 말했다.

“하아, 오빠가 걱정되도 그렇지 그 걸 어떻게 몰래 그럴 수가 있냐.”

“그래도 오빠가 힘들게 벌어오는 돈인데…… 오빠 위해서 쓰는 돈은 하나도 없잖아. 그래서 진료비라도 내가 내려고 한 거지……

다소 주눅이 든 듯 말하는 현아를 보니 괜히 마음이 쓰렸다.

자기도 아픈 와중에 오빠 걱정까지 하다니.

기특했다.

현성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괜히 걱정했네. 그럼 아무튼 오빠 도 이제 이데아 할 거니까 가끔 너 한테 물어봐야겠다.”

“응? 그냥 내가 도와줄게. 초반 시 작이 좀 어려워.”

“됐거든? 나 이래 봬도 왕년에 프 로게이머 제의까지 받았던 사람이 야. 랭킹 1000위는 3개월 안에 잡 아주마.”

“아니, 무슨 1년이나 늦게 시작하 는 주제에 되게 당당하네? 무슨 직 업인데?” 현아는 궁금했는지 눈을 빛내며 물 었으나 현성은 눈을 부라리며 말했 다.

“당연히 비밀이지. 진료비 몰래 낸 동생에게 알려줄 직업은 없네요.”

“헐. 궁금한데. 진짜 안 알려 줄 거야?”

“음, 3개월 뒤에도 랭킹 1000위 안에 못 들면 알려줄게.”

그 말에 현아가 화색을 하며 좋아 했다.

마치 당장에라도 들을 것처럼 말이 다.

그런 동생을 보며 현성은 비웃었 다.

‘흐흐, 3개월 뒤에 누가 웃을지 두 고 보자.’

그러던 그때 왠지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근데 혹시 빌어먹을 기면증 스킬 때문에 못 찍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 를 저었다.

그렇게 되면 그게 게임이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리 없다고.

혼자 그리 생각하는 현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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