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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7화 (7/472)

잠만 자도 랭커 007화

‘알려주기 싫으면 싫다 하지 사람 을 뭔 거지 취급을…… 뭐 그래도 꽁돈 생겼으니 개이득!’

역시 마인드가 긍정적인 현성은 초 소를 지나쳐 몰래 밖으로 나왔다.

이렇게 된 이상 혼자 길을 찾는 게 낫다.

또 물어봐야 알려줄 것 같지도 않 고.

‘산성슬라임보다는 깊은 곳에 있을 거 같기는 한데 방향도 다르겠지?’

산성슬라임은 강하지만 일단 초보 자용 몬스터다.

그런데 그 인근에 오크 부락이 있 을 리는 만무. 그렇다는 것은 그 방 향이 아닌 다른 쪽에 오크가 있을 확률이 높았다.

‘다른 몬스터가 나오면 그것도 환 영이지만.’ 당장 현성의 능력치로 오크도 다소 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차라리 더 높은 레벨대의 몬스터가 나오면 좋을 거 같았다.

그렇게 숲에 들어가 한참을 헤맨 끝에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의 발보다 커다란 발자국.

오크라는 녀석을 실제로 본 적은 없었으나 안 봐도 비디오다.

‘잘 찾았네.’

씨익.

확실히 게임 운은 있는 모양이다.

시간으로 치면 헤맨 지 고작 20분 도 안 됐건만, 벌써 흔적을 찾다니.

그러던 중 근처에서 인기척이 들렸 다.

부스럭.

“ 빙고!”

“취 익?” 인간보다 거대한 몸집,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신장에 머리는 사람보 다는 돼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간 들어온 오크가 확실했다.

다만.

‘보통 녹색이라 들었는데 붉은색이 네.’

“취이익! 인간이다! 죽여라!”

“취익! 취이익!”

수는 둘.

게다가 움직임을 보아하니 산성슬 라임의 산성포와 비교할 수 없을 정 도로 빨랐다.

이 정도면 컨트롤을 시험해 보기 딱 좋은 상대!

휘익!

붉은 오크가 현성의 허벅지보다 굵 은 방망이를 휘둘렀다.

빠르긴 하나 동작이 크고 군더더기 가 많다.

힘만 믿고 설치는 전형적인 공격. 이런 공격에 맞아줄 현성이 아니었 다.

왼쪽으로 피하며 왼쪽에서 오는 붉 은 오크를 봤다.

‘정면.’

이번에도 정면 위에서 아래로 휘두 르는 방망이.

뻔한 공격이다.

현성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간단히 옆으로 이동하며 검을 뽑으면서 붉

은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검을 뽑는 순간 폭발적인 속도로 뽑으며 공격하는 기술. 발도!

일본에선 이 발도를 중심으로 검술 을 익히는 문파가 있을 정도다.

그 기술을 알 리가 없는 붉은 오 크는 그대로 목을 내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퀴 이이 익!” 돼지 멱따는 소리가 들리며 현성에 게만 보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그리고.

[타나노스의 악몽이 발동했습니다.]

[붉은 오크가 상태이상 악몽에 걸 렸습니다. 5초간 환각과 고통을 느 낍니다.]

“퀴이이이이익! 저, 저리 가라! 퀴 이익!”

뭐를 보는지는 모르지만 괴로워하 는 붉은 오크. 그걸 놓칠 현성이 아 니었다.

발도한 검을 빠르게 휘두르는 현성 이 한 번 더 붉은 오크를 공격한 뒤 뒤로 빠졌다. 그리고 현성이 있 던 자리에 방망이가 뒤늦게 휘둘러 졌다.

“취익!”

악몽에 걸리지 않은 붉은 오크가 동료를 구하기 위해 나선 것.

그걸 보며 현성은 웃으며 빠르게 땅을 차고 악몽에 걸리지 않은 붉은 오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당연하지만 붉은 오크는 검을 막기 위해 그 궤도로 방망이를 휘두르려 움직였고, 그걸 본 현성은 자연스레 검을 내리며 검의 궤도를 바꿨다.

왼쪽 하단에서 오른쪽 상단으로 베 는 상단베기!

서걱!

“퀴이이익!”

가슴이 길게 베이며 녹색 피가 사 방으로 터졌다.

미성년자였다면 그저 비눗방울이 튀는 걸로 보였겠지만, 현성의 계정 은 그런 락 따위 걸려 있지 않았기 에 다소 잔인해 보였다.

‘으, 이런 거까지 실감 나네.’ 진짜 몬스터를 벤 느낌.

하지만 그래서인가 꽤 짜릿했다.

게임보다는 만화나 소설의 주인공 이 된 기분!

이어 붉은 오크의 뒤로 돌아 빠르 게 한 번 더 가격했다.

이번에는 등을 내어준 붉은 오크는 비틀거리며 뒤를 돌아 현성을 공격 하려 했으나 두 번이나 공격을 허용 한 붉은 오크보다 현성이 훨씬 빨랐 다.

서걱.

생명력이 거의 바닥이었는지 마지 막 일격에 목이 베인 붉은 오크는 그대로 잿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때 기분 좋은 종소리가 들리더니 메시지가 떠올랐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타나노스의 꿈 효과로 1DP를 획 득하셨습니다.]

한 마리에 무려 4업이나 했다.

그리고 마침 악몽에서 깨어난 붉은 오크는 벌벌 떨며 그 광경을 지켜봤 다.

악몽보다도 더 악몽 같은 현실.

“취, 취익.”

이미 현성에게 두 번이나 베였던 붉은 오크가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두 번째 붉은 오크 를 벴을 때 또다시 경쾌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타나노스의 꿈 효과로 1DP를 획 득하셨습니다.]

아까에 비해 낮았으나 이걸로 총 7업을 해 벌써 레벨 8이 되었다.

“레벨 올리기 쉽네.”

이데아를 하는 다른 유저가 들었다 면 현성을 두드려 패려 했겠지만, 아쉽게도 그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 다.

다른 게임보다 몬스터도 강하고, 레벨 업도 어렵기로 소문난 이데아 다.

그런데 레벨 1부터 레벨 40에 가 까운 몬스터를 잡았으니 한 번에 7 업은 당연했다. 아니 확실히 레벨 업이 어려운 게 맞았다.

다른 게임 같았으면 최소 10업은 했을 경험치일 텐데 고작 7업밖에 하지 못했으니.

‘게다가 마까지 얻었네.’

30레벨 이상 차이 나는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주는 DP.

이거 일석이조가 아닌 일석삼조였 다.

‘좋네. 이대로 붉은 오크 부락을 싹 털자.’ 중간중간 레벨 업 때문에 DP는 많 이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레벨 업이 있었으니 그게 어디인가.

지금 현성에겐 레벨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스킬은 일단 부락을 다 털고 뽑 자. 스킬 없이도 그 정도는 해야 게 임으로 돈 벌 실력이 되는 거지.’

현성은 지금 자신을 시험하는 거 다.

이 정도도 못할 거 같으면 애초에 때려치우라는 뜻.

하지만 그만큼 자신 있었기에 당당 할 수 있었다.

이제 레벨 업도 해서 잔여 능력치 는 무려 85나 쌓여 있었으나 쓸 생 각은 추호도 없었다. 방금 본 붉은 오크들의 수준을 보니 한 단계 높은 몬스터가 나와도 여유롭게 잡을 자 신이 있었다.

“이현성 아직 안 죽었네!”

“취이익! 인간이다!” 소리를 지르자마자 나타난 붉은 오 크.

이번엔 수가 셋이었다.

그걸 본 현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 다.

“취, 취익, 이, 인간인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낀 붉은 오 크들이었으나 이미 현성에게 발견된 순간 늦은 거다.

그렇게 현성이 달려들자 이후 돼지 멱따는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으하하하! 경험치 떡상 가즈아!”

“하아암, 여기도 지루하군.”

“그런 소리 말게. 우리가 지루할수 록 마을 사람들은 안전한 거니 좋아 할 일 아닌가?”

“이 친구, 농담도 못 하나?”

한센이 투덜거리자 스미스가 껄껄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한센도 피식 웃 으며 경비를 서고 있었다. 경비병이 한가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만큼 안 전하다는 뜻이니 좋은 일이다.

지루하긴 해도 평화를 싫어하는 사 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건 한센도 마찬가지였다.

그때 붉은 오크 부락 쪽 숲속에서 바스락거렸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금세 긴장한 표정으로 창을 겨눴다.

붉은 오크라면 아무리 경비병인 한 센과 스미스라도 쉽지 않은 상대다. 철저하게 경계를 하지 않으면 위험 할 수 있다.

그런데.

“어? 어라?”

“이, 이보게 왜 거기서……

“아.”

붉은 오크 부락 쪽 숲에서 나온 것은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한센과 스미스는 얼빠진 표정으로 현성을 봤고, 현성은 어색하게 웃으 며 인사했다.

“아하하, 안녕하세요.” “아, 아니. 자네가 왜 거기서 나오 나?”

스미스가 그렇게 물자 현성이 우물 쭈물하자 한센은 뭔가 생각하더니 이내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자네, 우리 말을 듣지 않고, 오크 를 잡으러 갔다, 된통 당해 도망쳤 구먼.”

“아아, 어쩐지 꼴이 말이 아니더라 니. 그래도 잘 도망친 모양이군. 다 행이네.” 명백히 무시하는 모습.

처음에는 걱정이라 생각했으나 계 속 듣다 보니 현성도 기분이 나빴는 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방긋 웃으며 둘을 보며 물었다.

“혹시 이거 어디다 파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응?”

“어라?”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인벤 토리를 가득 채운 붉은 오크의 가죽 뭉텅이를 꺼내 그 둘에게 보여줬다.

수만 해도 최소 20이 넘는 수.

보통 2마리를 잡아야 1개 나오는 것을 생각하면 최소 40마리를 잡았 다는 뜻이다.

“허어억!”

“이, 이럴 수가......

“이거 어디서 파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여전히 방긋 웃는 현성.

한센이 마른침을 삼키며 한곳을 가 리키며 말했다.

“저, 저쪽으로 가시면 잡화점이 있 을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다시 싱긋 웃으며 꺼낸 가죽들을 모두 인벤토리에 넣은 뒤 현성이 한 센이 말한 쪽으로 당당히 갔다.

유유히 사라지는 현성을 보며 두

사람을 침을 꼴깍 넘겼다.

“겉으로만 봐선 모른다더니……

“고수였구먼. 어라? 잠깐, 그럼 우 리 돈은?”

“아??????

“이번 달 용돈 전부였는데 하아, 당분간 술은 생각도 못 하겠네.”

“하아.”

멀리서 한숨을 늘어지게 쉬는 두 경비병을 보며 속이 시원했는지 피 식 웃어주곤 잡화점으로 들어섰다. 여러 물건을 팔긴 했지만, 현성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바로 카운터로 향했다.

그제야 주인이 현성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었다.

“어서 오시게.”

“예, 물건을 팔러 왔습니다.”

“오호, 여기 올려놓게.”

주인의 말에 현성은 붉은 오크 50 마리를 잡고 나온 잡템들을 모두 올 렸다.

쓸 만한 장비는 하나도 나오지 않 고, 오직 잡템만 나왔으나 경험치는 짭짤하게 벌 수 있었다.

‘레벨도 벌써 15이다.’

첫날에 벌써 15. 누가 들었다면 놀 랄 만했으나 레벨 40대 몬스터를 50마리 가까이 잡은 것치곤 상당히 별로인 결과.

하지만 현성은 진심으로 기분이 좋 았다.

시작이 좋다. 첫 끗발이 개 끗발이 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시작이 반이 라는 얘기도 있지 않은가.

왠지 앞으로도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죽 상태도 좋고, 이빨하고 뼈도 상태가 좋아. 모두 다 해서 150골드 쳐주지.”

실버나 쿠퍼 단위 없이 오직 통용 되는 단위는 골드였다.

100골드가 1만 원이었으니 정확히 만 오천 원을 번 셈이었다.

‘고작 게임 시간으로 2시간 사냥해 서 만 원이라. 현실 시간으로는 1시 간은커녕 30분도 안 지났는데 만 원이라. 내 월급보다 많이 벌 수 있 겠는데?’

시작부터 40레벨대의 몬스터를 잡 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 감사합니다.”

“그래, 자주 이용해 주게!” 인벤토리가 더 있었다면 더 사냥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으나 왔다 갔다를 반복하면 되니 크게 불 만은 없었다.

아니, 사실 환영할 만한 상황이다.

처음 한두 달은 돈보다는 레벨을 중점으로 키우자고 생각했는데 잡템 만으로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으하하, 더 열심히 잡자!”

기운이 났는지 다시 붉은 오크 부 락 쪽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한센과 스미스는 말릴 틈도 없이 빠른 속도.

그걸 보며 둘은 인정할 수밖에 없 었다.

“저런 속도면 확실히 인정해야겠 어.”

“우리보다 강한 거 같네.”

“그나저나 저렇게 열정적으로 붉은 오크를 잡아주면 우리야 고맙지.”

“암, 그렇고말고. 얼마나 잡고 싶으 면 저리 빨리 가겠어?”

한센과 스미스는 현성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으나 실상은 조금 달랐 다.

‘초보자 아닌 줄 알았으니까 돈 달 라고 하면 안 되니까. 앞으로는 초 소 앞은 뛰어서 지나치자.’

그들의 생각보다 현성은 치사한, 아니, 알뜰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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