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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17화 (17/472)

잠만 자도 랭커 017화

아직 몽유병에 대해 알지 못한 현 성이 인사하자 간병인 아주머니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총각도 어서 와서 먹어요.”

“아, 네. 잘 먹겠습니다.”

현성은 자신의 앞에 놓인 숟가락과 젓가락을 들어 국을 처음 떴다.

된장찌개의 칼칼한 맛에 절로 감탄 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밥도 한술 크게 떠 된장찌 개 국물에 담갔다가 후루룩 먹었다.

“크흐.”

“푸헤헤, 오빠 아저씨 같아.”

현성은 그 말에 오히려 고개를 끄 덕였다.

“사회생활 5년 차면 아저씨 맞지.”

“오빠가 그러니까 괜히 미안해지잖 아. 에이 씨.”

“흐흐, 이게 너와 내 차이다.”

아침부터 활기찬 남매를 보며 간병 인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과일을 깎 았다.

밥을 먹고 난 뒤 후식으로 준비하 나 보다.

현성이 말리려고 했으나 오히려 괜 찮다며 그냥 먹고 있으라는 말에 현 성도 어쩔 수 없었다.

밥을 먹는 중 현아가 기억났다는 듯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빠! 직업은 안 알려줘도 등급은 알려줄 수 있지?”

“직업 말해도 사실상 등급으로 판 단하는데 등급을 왜 알려주냐?”

“치, 그럼 유일 등급 이상이야?”

“당연하지. 유일 등급 아래였으면 회사 관둘 생각은 못 했지.”

“으흥? 그렇구나.” 그 말에 현아는 코웃음을 치며 고 개를 끄덕였다.

‘최소 영웅 등급이라는 거네.’

어제 이미나가 알려준 방법.

이렇게 떠봐서 발끈하거나 유일 등 급보다 이하였으면 회사를 관뒀겠냐 는 말을 한다면 영웅 등급 이상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렇다는 건 현아의 길드에 가입할 수 있는 조건은 충족했단 뜻.

‘오빠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지금 길드에 있는 이들은 모두 좋 은 사람들이다.

간혹 카이저가 툴툴거리긴 해도 나 쁜 사람은 아니다.

단지 자기에게나 다른 상황에 불만 이 있을 때나 까칠할 뿐. 성격 자체 는 좋은 축에 속했다.

게다가 지금 길드 사람들은 현아가 심리적으로 힘들 때 많이 도와준 이 들 아니던가. 그 말을 한다면 현성 도 한 번 보기는 할 거다.

‘혹시 조금이라도 싫으면 괜찮으니 까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야 지.’

아무리 가족이라 한들 그런 것을 강요할 순 없었으니까.

그보다 지금 현성의 레벨이 궁금했 다.

하루 만에 얼마나 찍었을까?

‘린 언니 동생이 어제 엄청 업해서 60까지 업 했다고 했지?’

하루 만에 레벨 52에서 60으로 올 렸다고 한다.

무려 8레벨.

린이 도와줬다고 해도 엄청난 속도 다. 게다가 유일 등급 아니던가. 유 일 등급도 만만치 않게 레벨 업이 힘든데 대단했다.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 현성의 레

벨이 몇인지 궁금했다.

“오빠 레벨 몇이야?”

“잘은 기억 안 나는데 30쯤 됐을 걸?”

“뭐?”

“30쯤 됐을 거라고. 왜?”

현아는 이상하다는 듯 현성을 봤 다.

분명 현아가 알기엔 현성은 어제 시작했고, 직업은 운이 좋게 레벨 1 때 얻은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하루, 그것도 하루 종일 한 것도 아 니었다.

새벽에 잠깐 하고, 아침에 고작해 야 4시간쯤 하고 레벨 30?

가능한 수치인가?

‘오빠가 날 놀리나?’

혹시나 싶어서 현성의 표정을 봤으 나 여전히 열심히 밥에 집중하고 있 었다.

장난칠 거였으면 이미 그걸 믿냐? 안 알려줘. 라고 했을 터. 그런데 그런 반응은커녕 현아의 반응을 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지, 진짠가?’ 혹시 자신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에 혹시나 싶어서 현성에 게 물었다.

“오빠 어제 시작한 거 맞지?”

“그렇지? 정확히는 어제 새벽 2시 쯤 시작해서 2?3시간 하고 끄고,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고, 4~5시간 하고 껐으니까. 맞지.”

“……레벨 1이라고 하지 않았나? 우연히 레벨 1 때 전직했다고 들은 거 같은데 어제?”

“응, 어제 새벽 2시까지 레벨 1이 었어.”

거짓말하는 구석도 안 보이고 놀리 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진짜라는 건데.

저게 가능한가?

‘아니, 뭐 하는 인간이야?’

의아한 것을 떠나서 기괴하다.

아니, 저게 진짜 사실이라면 여태 뭐 하러 뼈 빠지게 일을 했단 말인 가.

이데아 전에도 가상현실게임은 돈 을 많이 벌었었다. 실력만 있다면 월 천만 원은 우습게 벌었다. 그런데 그 고생을 하며 대기업에 5년간 스트레스받아가며 받은 월급 은 고작 한 달에 300-400 사이.

그것도 보너스가 있을 때나 400에 가까웠지 보통은 300을 넘는 건 꽤 힘들었다.

현아가 그렇게 멍하니 현성을 보자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현아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뭐 묻었어?”

“아니야. 그냥 오빠가 대단해서. 레 벨 진짜 빨리 올리네.”

“홋, 내가 좀 게임을 잘해.”

그렇게 잘했으면 더 일찍 하지 그 랬냐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자신 때문에 게임은 생각 도 하지 못한 것인데 뭐라 할 수 있었겠는가.

게다가 현성을 위해서라도 말하지 않는 게 이로우리라.

그 고생을 해가며 고작 그거밖에 벌지 못했는데 진작 게임을 했다면 편하게 살 수 있었을 거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다른 말로 하면 ‘너 5년 똥통에 버 린 거다’는 것과 다를 바 없었는데.

‘무덤까지 비밀로 하자.’

그런 작은 다짐을 했을 때 현성이 먼저 다 먹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 다.

“미안한데 먼저 일어날게. 좀 씻고 싶어서.”

“응, 씻어.”

오래 자다 보니 뻐근한 곳이 한둘 이 아니었다.

이럴 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다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풀리기 마 련.

그렇게 현성이 먼저 일어나 화장실 로 들어갔을 때. 간병인 아주머니가 현아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루 만에 레벨 30이면 대단한 거 아닌가? 진작 게임 했으면 엄청 나지 않았어?”

“쉿! 아줌마, 그거 오빠한테 절대 말하면 안 돼요.”

“아유! 당연하지.”

그 말에 현아는 조금 불안해졌지만 알았다니 고개를 끄덕였다.

현아도 밥을 다 먹고 간병인 아주 머니가 깎아준 사과를 먹고 있었을 때 현성이 샤워를 다 하고 나왔다.

“총각도 와서 먹어요.”

“아, 감사합니다.”

“아침 사과가 금 사과라잖아. 어여 들어요.”

“하하, 예. 머리만 말리고 갈게요.”

막 샤워하고 나와 머리를 말린 후 현성은 식탁에 앉아 사과를 먹었다.

평소에는 있어도 잘 먹지 않는 사 과였지만 생각보다 달아서 맛있었 다. 그렇게 몇 개 더 먹고 난 뒤에 현아가 먼저 방으로 휠체어를 끌며 말했다.

“나는 그러면 이데아 하러 갈게. 헤헤.”

“아이고, 내가 도와줘야겠네.”

“고마워요, 아줌마. 오빠도 접속할 거지?”

그 말에 현성은 별생각 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응, 이것만 먹고 하게.”

그렇게 말하며 사과를 하나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사과를 입에 넣은 뒤 화장 실로 가 손을 씻고 나오는 것을 본 현아가 웃으면서 방으로 들어갔다.

이대로 현성이 게임 접속하는 것만 본 뒤 병원에 가면 된다.

이윽고 현성이 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 후 캡슐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취이이이이익!

그 소리를 들은 현아가 아주머니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 첩보물 찍는 거 같네.”

“헤헤, 그쵸?”

아주머니와 현아가 서로를 보며 웃 곤 외출할 옷으로 갈아입자마자 바 로 밖으로 나섰다.

오늘도 재활치료가 있는 날이었다.

이제부터 매일 아침마다 재활치료 를 할 생각이었다.

그 외에 다른 시간은 이데아로 채 워야겠지만.

한편 어제 기면증 때문에 이제야 접속하게 된 현성은 어제 기면증 때 문에 보지 못한 메시지들까지 한 번 에 나오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 다.

‘언제 다 읽지? 아니지 일단 보스 를 잡고 나온 템부터 봐야지.’ 흐흐거리는 웃음과 함께 인벤토리 를 열었으나 새롭게 보이는 아이템 은 전혀 없었다.

이상해서 다시 찾아봤으나 눈 씻고 찾아도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하는 심정에 메시지들을 봤 다.

처음으로 보이는 메시지는 기면증 스킬로 상승한 능력치들.

[기면증 스킬로 40시간 05분 동안 수면하셨습니다. 능력치로 적용합니 다.]

[근력 10, 순발력 3, 체력 5, 마력

15, 지력 7이 상승했습니다.]

‘오 좋은데?’

마력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는 데 마침 마력에 대부분 능력치가 몰 렸다.

이렇게 운이 좋다니.

그렇게 좋아하면서 메시지창들을 올리자 이상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 다.

칭호를 얻었다는 걸 보고 확인하자 별다른 칭호는 아니었다. 솔플로 사 냥할 때 모든 공격력이 20% 상승 한다는 칭호.

현성에게 좋은 칭호이긴 했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런데 그 후에 보이는 메시지들이 심상치 않았다.

[히든 던전을 클리어해 던전이 초 기화됩니다.]

[히든 던전-오크의 무덤이 일반 던전으로 초기화됩니다.]

[아이템을 빨리 수거하실 것을 추 천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나오는 메시지.

[적을 처치하셨습니다. 타나노스의 몽유병이 해제됩니다.]

[던전 초기화로 가장 가까운 마을 로 이동됩니다.]

[강제로그아웃까지 현실 시간으로 8시간 남았습니다.]

적을 처치했다고 몽유병이 해제되 었다는 메시지와 마을로 이동되었다 는 메시지.

레벨은 무려 6이 올라 35가 되었 으나 아이템은 하나도 건지지 못했 다.

어쩐지 잘 찍지 않는 능력치인 마 력이 한 번에 올랐다 했다.

더는 나올 욕도 없었는지 하하 웃 으며 그럴 수 있다는 듯이 상태창을 열었다.

〈플레이어: 현성〉

레벨: 35

직업: 타나노스의 후예(신) 칭호: 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외 7개)

[HP: 5200/5200] [MP: 5010/5010]

[DP: 5410P]

[근력: 90] [순발력: 111] [체력: 85]

[마력: 76] [지력: 151]

잔여 능력치: 80

이제 근력과 마력, 체력에 조금만 더 분배하면 아이라스의 실패작1을 착용할 수 있다.

게다가 새로운 스킬까지 얻지 않았 는가!

“그래! 스킬이 있었지! 하하하!”

그 마음에 기뻤는지 큰소리로 웃음 을 터뜨렸다.

그러곤 새롭게 얻은 스킬을 열었 다.

[타나노스의 야상곡(신)]

〈액티브〉

-Lv.l (초급)

-설명: 타나노스는 자신의 잠을 방해한 자에게 항상 노래를 불러줬 다고 한다. 타나노스의 노래를 들은 이들은 모두 침묵에 휩싸여 죽었다 고 전했다고 전해진다.

-효과: 시전자가 공격에 성공할 때마다 적에게 악몽 스택을 쌓는다. 그리고 스킬 발동 시 스택이 존재하 는 적들(최대 10명)에게 스택당 300% 데미지를 준다. MP, DP 소 모 없음. 타나노스의 야상곡으로 죽 인 적은 DP 획득 불가능.

-쿨타임: 5분

“오!”

그토록 원하던 공격 스킬.

거기다가 상당한 스킬이다. 아무런 소모도가 없이 쿨타임만 차 면 쓸 수 있는 스킬이다.

역시 신 등급 스킬!

하지만 현성은 그런 타나노스의 야 상곡에 눈이 가지 않았다.

대단한 스킬이다. 대단한 스킬이지 만 이건 그냥 레벨이 오르면 얻을 수 있는 스킬이지 않은가. 그런데 반면 몽유병이 바닥에 쳐 버린 아이 템들은 히든 던전을 깨야만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

어쩌면 스킬북도 나왔을 수도 있 다.

그런데 그걸 확인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마을로 이동되다니.

혹시나 싶어 붉은 오크 부락으로 가면 있지 않을까 싶어 빠르게 뛰어 갔다.

몬스터가 리젠되든 말든 미친 듯이 잡으면서 다시 필드 보스인 붉은 오 크히어로 쿠락을 잡곤 비밀 통로가 있는 곳을 봤다.

그러나 이미 비밀통로가 아닌 동굴 처럼 변해 있었고, 입장해도 일반 던전이라는 명칭뿐이었다.

그렇다 아이템은 사라진 것이다.

터덜터덜 마을로 돌아온 그는 웃음 을 터뜨렸다.

“하하하! 씨X! 하하하! 운이 좋아 서 너무 기분이 좋네! 하하하하!”

드하 마을의 사람들은 그걸 보고 경계하며 피해 갔고, 경비병들도 그 런 현성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 울고 싶은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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