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20화
‘35 라고?’
사냥은커녕 때리기나 할 수 있을까 싶은 레벨.
하나 리나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 다.
‘아까 달려가던 속도는 절대 레벨 35의 순발력으로 나올 수 있는 속 도가 아니었어.’ 검을 사러 갔을 때의 그 움직임은 속도 계열 직업 80대 레벨이라 해 도 믿을 법한 속도였다.
그래서 더 놀란 것이다.
현성의 레벨이 생각보다 낮았다는 거에.
저 정도의 능력치를 가지려면 직업 등급이 상당히 높아야만 가능하다.
리나는 거기에 놀란 것이다.
‘최소 영웅? 아니, 영웅 등급이라 도 35레벨에 80대의 순발력을 얻을 수 없어. 게다가 다른 능력치들이 떨어져 보이진 않아. 그렇다는 건.’ 꿀꺽.
전설 등급 말고는 떠오르는 등급이 없다.
신 등급은 이데아를 만든 인페르노 측에서도 아직 정확한 정보를 알리 지 않았다 보니 가능성을 닫아 두었 다.
‘이 사람하고 꼭 사냥해 봐야겠어!’ 리나가 그런 생각을 한 반면 예은 은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운 표정이었 다.
애당초 자존심과 자존감으로 똘똘 뭉친 예은이다.
하루라도 빨리 언니에게 도움이 되 고 싶어 레벨을 올리는 게 목적인 예은에게 갑자기 나타난 레벨 35짜 리 유저가 어떻게 보이겠는가.
발목이 잡히는 것은 절대 사양이었 다.
하지만 언니가 데려온 사람이다. 아무리 불만이라도 함부로 할 수 없
었다.
언니, 어떻게 할 거야?”
불만스럽긴 하나 언니의 뜻에 따르 겠다는 모습.
오늘 초면인 현성이 보더라도 딱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모양 이다.
‘도도한 성격이면 절대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네.’ 건방져 보이긴 하나 예의는 갖춘 다. 참 묘한 유저라고 생각하며 현 성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의 레벨이 공개될지 몰랐던 현 성이다. 그래서 말하지 않은 그의 잘못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아쉽 긴 해도 다른 사람을 구하든가 다른 던전을 구하는 수밖에.
그런데 그때 리나는 웃으며 말했 다.
“저는 괜찮은 거 같네요. 게다가 거기 가려고 하는 걸 보면 실력은 되신다는 거잖아요?”
“물론이죠.”
아까 현성이 한 말을 그대로 돌려 주었으나 현성은 농담기가 전혀 섞 이지 않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 다.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고.
그걸 본 리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리나가 결정하자 예은도 어쩔 수 없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사람 구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와 비슷한 수준. 그런데 기왕 직접 가겠다는 사람을 막고 다른 사람을 찾는 것은 그야말 로 사냥도 못 하고 시간 낭비만 하 는 셈 아닌가.
그럴 바에 발목을 잡더라도 약한 저 남자를 데려가는 것이 낫다. 라 는 판단을 한 것이다.
“감사합니다. 아, 혹시 궁금해서 묻 는 말입니다만, 사냥할 때 영상 촬 영을 해도 될까요? 싫으시다면 거부 하셔도 됩니다.”
“영상 촬영이요?”
“예.”
“유튜버신가요?”
현성은 그 말에 짧게 고민하고 고 개를 끄덕였다.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돼서 영상은 아직 없지만, 편집 중입니다. 이왕 던전에 들어가는 거 영상을 찍으면 좋으니까요.”
현성의 말에 리나도 고개를 끄덕였 다.
“어차피 저는 영상 촬영을 해도 가 면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예은, 너는?”
“저도 상관없습니다.”
유독 까칠하게 느껴지는 말투였으 나 허락받았으니 그걸로 됐다.
지금 만드는 영상만으로 재환이 죽 을 듯이 고생하고 있다는 걸 모른 다. 그래서 영상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고 싶은 것이었다.
‘영상 몇 개 더 주면 좋아하겠지?’ 안 그래도 회사에 일이 많아지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사원이라면 절대 그렇지 않지만 사 장이라면 회사에 일이 많아지는 건 좋을 수밖에 없다.
이제 영상 촬영까지 허락을 받았으 니 꺼릴 게 없어진 현성이 말했다.
“그럼 가시죠.”
“네‘?”
“바로 가는 거 아니었나요?”
어딜 가냐는 듯한 반응.
그 반응에 오히려 현성이 이상하다 는 듯 리나를 봤다.
소개가 끝났으니 사냥을 하러 가자 는 것인데 뭐가 잘못된 건가?
아무래도 이데아 지식은 초보인 현 성이었기에 자신이 혹시 잘못 말한 거 아닌가 싶어 둘을 봤으나 예은이 오히려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이데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죠?”
“크흠.”
“맞나 보네. 그럼 실력도 있어 보 이니까 바로 가자, 언니.”
“으음, 그래요. 지금 가도 문제는 없을 거 같으니까.”
“원래는 바로 가는 거 아닌가요? 제가 파티 사냥은 또 처음이라서, 하하.”
그런 반응들에 어색하게 웃으며 물 었다.
현성의 말에 리나가 살며시 웃으며 대답해 줬다.
“보통은 던전 들어가기 전에 몬스 터나 지형지물에 대해서 설명을 하 고 가죠. 흔히 브리핑이라고 하죠? 그런 걸 하고 가기는 해요. 현성 님 이 그런 거에 익숙할까 봐 브리핑하 고 가려고 했는데 먼저 가자고 해서 놀란 것뿐이에요. 저희도 사실 잘 안 해요.”
“아아,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지만 현성 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공략법을 보고 게임할 거면 게임 왜 하냐.’ 물론 브리핑과 공략법은 엄연히 다 르다.
공략법은 어떻게 해서 깨라. 라는 형식이라면 브리핑은 이러이러한 게 있으니 조심하자. 라는 식이니 다르 다.
그러나 현성이 보기에는 같은 모양 이다.
하기야 게임이라는 것은 이곳에 뭐 가 나오는지 알아가는 재미로 플레 이하는 맛 아니겠는가.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게임을 깨 는 게 무어가 재미있겠는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도착했네요. 다들 준비됐죠?”
예은은 늘 준비를 해두는 편이기에 사실상 현성에게 묻는 말이었다.
현성도 마찬가지로 괜찮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다.
그때.
“현성 님이 먼저 가시죠?” 예은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런 예은의 말에 리나가 다소 당 황한 듯 봤으나 예은은 침착하게 말 했다.
“일단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야 같이 파티플레이를 하죠. 게다가 위급하면 언니랑 내가 도울 수 있으 니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되고요.”
그 말에 리나는 다소 불쾌하다는 듯 예은을 봤다.
파티플레이를 하는 데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언뜻 듣는다면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처음 본 파티원 에게 저런 말을 한다는 것은 도와주 지 않고 죽게 하려는 의도처럼 보일 수 있다.
던전에 파티를 한 채 들어간 이상 파티를 해제할 수 없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서 파티원이 죽 는다 해도 던전 밖으로 쫓겨나진 않 는다. 즉 3인 파티가 들어가서 한 명이 죽는다면 2인으로 그 던전을 클리어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도중 에 나와도 되지만, 그런 식으로 경 험치를 독식하려는 이들도 상당히 많았다.
지금 예은이 하는 말은 그런 식으 로 들린 것.
“예은, 너……
“좋습니다.”
리나가 뭐라 하려 했을 때 현성이 좋다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
그걸 본 리나도 놀랐으나 예은도 적잖이 놀랐다.
사실 현성이 뺄 것이라 생각했다. 언니가 말했으니 실력은 있을 것이 다. 안목이 뛰어난 언니가 허튼소리 를 할 리가 없으니까.
그러나 저 현성이라는 사람은 믿을 수 없었다.
막말로 현성이 버스를 타려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실력은 있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일 수 있다.
그래서 알아서 물러나라는 듯이 말 을 한 것.
그런데 생각과 달리 오히려 흔쾌히 대답하자 조금 당황했다.
‘진짜 실력이 좋은가?’
그런 생각도 들었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자신조차 레벨 35때 80대 몬스터 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저 사람 이 과연 할 수 있을까?
대답은 NO.
한다 하더라도 깔끔히 처리하는 것 은 불가능하리라. 서포터 역할이나 보조 딜러식은 가능할지 몰라도 1대 1은 불가능하다 생각했다.
그건 리나도 마찬가지.
“아, 아니, 현성 님 그러실 필요 가……
“뭐, 파티 사냥에 있어서 상대 실 력을 신용하지 못하면 안 되죠. 솔 직히 제가 레벨이 낮은 건 사실이니 까 실력을 보여 드려야 하는 건 맞 죠.”
“그, 그건 그렇지만.”
현성의 말이 구구절절 맞았기에 리 나도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여기서 안 된다고 하면 현성의 실 력을 무시하는 게 되지 않는가.
그럴 순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먼저 들어가죠.”
현성이 말하며 앞장섰다.
동굴에 먼저 입장하는 현성을 보며 리나와 예은이 그를 따라 동굴에 입 장했다.
[던전-라이칸의 동굴에 입장하셨습 니다.]
[오랫동안 유저가 오지 않는 던전 입니다.]
[몬스터들이 오랜 기간 굶주려 각 성하였습니다. 평소의 몬스터들보다 20% 강력해집니다.]
[게임 시간으로 5일간 경험치 획득 률 50% 증가합니다.]
그걸 보며 다들 눈을 빛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았는데 운이 좋다 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던전은 흔히 오버 라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유저가 너 무 들어오지 않아 몬스터들이 강해 진다. 그 대신 경험치가 1.5배가 되 는 것.
어떻게든 버려지는 던전이 없게 시 스템이 만든 것인데 이게 생각보다 쏠쏠하다.
경험치가 극악이라 할 수 있는 현 성에게도 아주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영상 촬영.” 현성이 말하자 앞에 꽤 여러 옵션 이 떴다.
어떤 식의 촬영을 할지와 가면을 쓸 것인지.
일단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촬영을 하는 게 좋다는 조언을 듣고 참고한 것이다.
그리고 영상 촬영은 1인칭이 아닌 3인칭 촬영으로 클릭했다. 이 부분 은 미리 재환에게 조언을 들었다. 3 인칭 촬영으로 선택하면 알아서 촬 영해준다고.
그리고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가 면을 설정했다.
빛조차 흡수할 것 같은 무광의 검 정 가면. 전에 재환에게 보내는 영 상도 딱 이 가면으로 설정했었다.
이제 이건 현성의 트레이드 마크가 될 것.
그렇게 영상 촬영 옵션을 모두 설 정하자 촬영이 시작되었다.
‘실제로 가면이 생기네.’
가면이 생겼지만 가면을 쓴 것처럼 시야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민얼굴 같은 느낌이었으나 얼핏 보 이는 것이 가면이 있다는 건 알려주 고 있었다.
‘재밌네.’
히든 던전 때 영상을 보내주긴 했 지만 플레이를 하며 실제로 촬영하 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다 보니 진짜 가면이 나올 줄 은 몰랐다.
그걸 보곤 예은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우리는 그렇다 치는데 그쪽은 왜 가면을?”
“아, 이게 제 컨셉이라서요.”
현성은 웃으며 말하며 근처에 들리 는 기척을 듣곤 가볍게 몸을 풀었 다.
그리고 예은을 보며 말했다.
“그럼 가볍게 몸 좀 풀고 오겠습니 다.”
현성의 말과 함께 나온 늑대인간을 봤다.
사람의 얼굴을 했으나 군데군데 털 이 나 있고 사람의 주먹 위로 마치 어떤 히어로가 떠오르듯 기다랗게 발톱이 자라나 있었다.
일단 늑대의 외형이 있긴 하지만 척 봐도 인간과 흡사하다.
그래서인지 현성은 재미있다는 듯 라이칸을 봤다.
‘인간형이라 재밌겠어.’
인간형이라는 건 어느 정도 지능이 있다는 뜻이고, 그런 상대는 현성에 게 최고의 상대였다.
“크르르르.”
으르렁거리는 것만큼은 완전한 늑 대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때.
팟!
현성이 아닌 라이칸이 먼저 달려들 었다.
당황하리만큼 빠른 속도.
80대 레벨 몬스터 중 속도로는 으 뜸이라 할 수 있는 라이칸이다. 저 것이 빠르지 않다면 뭐가 빠르겠는 가.
그러나 현성은 전혀 당황하지 않 고, 그대로 맞서서 달려들었다.
현성도 달려드는 걸 보자 리나나 예은은 당황했다.
보통 저럴 때는 뒤로 물러났기에. 하지만 현성은 오히려 달려들었다.
더군다나 검을 뽑지 않은 상태로.
‘저러다 당하는 거 아니야?’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현성의 실력을 믿었던 리나조차 말 이다.
그러나 현성은 라이칸에게 달려들 며 자세를 낮췄고, 그 상태로 더 빠 르게 가속했다.
순간적으로 라이칸은 현성의 모습 을 놓쳤다.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고, 라이칸 의 시야 아래에 있던 현성은 그대로 검을 뽑아 라이칸의 복부를 베었다.
서걱!
깔끔하다 못해 예술적이라 할 수 있는 발도!
그것을 본 예은과 리나가 떡하니 입을 벌렸다.
자신들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현성을 봤다.
저런 공격이 가능하다니.
[강력한 일격! 치명타가 터집니다.]
‘급소를 가격하지 않아도 치명타를 줄 수 있구나.’
다만 아쉽게도 타나노스의 악몽은 발동되지 않았다. 그러나.
‘저게 악몽 스택이군.’
현성의 눈에만 보이는 검은 구가 라이칸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걸 보고 현성은 조용히 말했다.
“타나노스의 야상곡.”
동시에 라이칸의 머리 위에 있던 검은 구가 예은과 리나의 눈에도 보 였고, 동시에 검은 벼락이 되어 떨 어졌다.
I”
벼락은 고요했다.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그대로 라이칸의 몸을 관통했고, 라이칸은 순식간에 무릎을 꿇었다.
쿵.
공격을 당한 라이칸 조차 소리를 내지 못했다.
이것이 타나노스의 야상곡.
그걸 본 현성은 길게 미소 지은 채 라이칸의 등 뒤로 와 그대로 목 을 베었다.
서걱.
[늑대로 타락한 인간을 처치했습니 다.]
[타나노스의 꿈 효과로 1DP를 획 득하셨습니다.]
‘됐다.’
타나노스의 야상곡이 어느 정도 데 미지를 줄지 시험해 본 것.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막타를 남기고 처리할 수 있는지 알았다. 그것도
정확하게.
‘겸사겸사 실력도 확실히 보여줬겠 지?’
그렇게 생각하며 예은과 리나를 봤 으나 아직까지 놀라 입을 벌리고 있 는 두 자매를 보며 피식 웃었다.
하기야 레벨이 낮은 놈이 고작 3 번 만에 80대 몬스터를 잡았으니 놀랄 만도 했다.
“자, 이제 사냥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