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021화
레벨 낮은 놈이 고작 3번의 공격 으로 80대 몬스터를 잡아 놀랐다.
맞는 말이긴 하나 조금 달랐다.
현성의 말도 맞긴 하지만 리나나 예은이 놀란 것은 그런 게 아니었 다.
처음 현성이 공격한 그 동작.
믿을 수 없을 만큼 정확하고 깔끔 한 동작에 놀란 것이다.
둘 다 현성이 한 발도를 스킬이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놀랄 만한 동 작이었다.
스킬이라 한들 그저 그 힘을 발동 하는 것뿐 그 전의 움직임과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은 유저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런데 현성은 완벽한 타이밍과 완 벽한 때에 움직였다. 물론 스킬이 아닌 그냥 공격한 것이었으나 그걸 알 리가 없는 둘은 알 리가 없었다.
스킬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놀라운 움직임이었으니.
‘어, 어떻게?’
‘ 가능한가?’
예은은 그저 놀라 멍한 표정이었 고, 리나는 자신이라면 할 수 있을 까? 생각했다.
지금 접속하고 있는 부캐릭터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러나 본캐라면?
‘가능은 하겠지만 저렇게 침착하고 깔끔하게 가능할까?’
예은은 몰라도 리나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빠르게 발도하며 베는 그 순간까지 도 검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데아 유저들의 고질적인 문제. 검으로 베는 것이 아닌 도끼 마냥 타격하듯 공격하는 모습도 전 혀 없었다.
아무리 스킬이라고 한들 타격 자체 는 유저의 행동으로 달라질 수 있 다. 그런데 스킬이라고 한들 현성은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라이칸의 배 를 베었다.
아니, 갈랐다고 볼 정도로 깔끔한 동작이었다.
‘현실에서도 운동을 하는 사람인가 봐.’
컨트롤이 뛰어나다 못해 예술적인 사람.
게다가 35라는 레벨로 80대 몬스 터를 잡는 압도적인 능력치를 가진 것을 봐선 최소 전설 등급 직업이 다.
리나의 본캐인 린 또한 전설 직업 이었으니 확신했다.
‘반드시 영입해야 해.’
아직 레벨이 낮다고는 하나 그러면 어떤가.
저 사람의 실력은 그걸 만회하고도 남는 실력인데.
고작 레벨을 운운하며 실력자를 놓 칠 리나가 아니었다.
다만.
‘당장 길드 가입 제의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이 느닷없이 ‘실력 쩌네요? 저희 길드 로 오시죠’라고 하면 어떨 거 같은 가.
대부분 무시할 게 뻔하다. 아무리 거대한 길드라고 해도 말이다.
사람을 상대하면서 최소한의 예의 가 있고, 리나는 그걸 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러기에 일단 친해진 뒤 말을 꺼 내보자 생각했다.
한편 예은은.
‘저, 저 사람 뭐야?’
압도적이다.
예은이 볼 땐 자신은 절대 저렇게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세 방이라니.
속도 계열 직업인 예은은 절대 따 라 할 수조차 없는 신기.
그것도 자신보다 레벨이 25나 낮 은 유저가 했다니.
이제야 현성을 보는 눈빛이 달라졌 다.
“현성 님.”
“예?”
“방금 그거 스킬이었나요?”
“아, 그 검은 벼락이요? 네, 스킬 이죠.”
“아니요. 처음 공격하신 그 검을 뽑으면서 공격하는 거요.”
“네? 그건 스킬이 아니라 그냥 제 가 한 건데?”
그 말에 예은이 두 눈을 빛냈다.
스킬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그것 도 아니라니.
현성의 말에 리나 역시 놀랐다.
스킬을 사용하면서 움직인 것이라 도 경이로운 몸놀림이었는데 심지어 그게 스킬도 아니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직접 보지 않았으면 믿지 못했으리라.
“어, 어떻게 한 건가요?”
“예?”
“그 검 뽑는 거요!”
“예은아 그런 건 묻는 거 아냐.”
예은이 묻자 리나가 예은을 째려보 며 말했다.
예은도 아차 했는지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다른 유저가 쓰는 기술을 알려달라 고 하다니. 상당히 무례한 질문. 그 러기에 리나가 고개를 숙여서 사과 했다.
“죄송합니다. 애가 아직 어려서.”
반면 현성은 그런 두 여자를 이해 할 수 없다는 듯 봤다.
‘그냥 검 뽑는 건데 뭐가 죄송하다 는 거지?’
잘은 모르겠으나 가만히 있으면 중 간은 간다지 않는가.
현성도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별말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걸 본 예은과 리나는 크 나큰 착각을 하고 말았다.
‘기분 나쁘셨나 봐.’
‘어, 어쩌지?’
여기서 죄송하다며 아이템 분배를 잘 해드린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했 다.
현성이 딱히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괜히 그런 말을 하면 현성이 기분 나빠 할 수 있다. 자기가 그런 사람 으로 보이냐면서 말이다.
화를 풀어드리고 싶었으나 별 방도 가 없었다.
‘하아.’
어쩌겠는가. 일단 사냥을 하는 수 밖에.
그런데 자매는 눈치를 보는 바람에 현성에게 감히 먼저 말할 수 없었 다.
일단 잘못한 게 이쪽이었으니.
그렇게 둘이 주눅이 들었을 때 그 상황을 모르고 있는 현성이 말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아, 네!”
“좋아요!”
현성이 먼저 나서서 말하자 두 자 매는 신이 난 듯 대답했다.
예은과 리나는 생각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그러나 그런 둘을 보는 현성은.
‘이상한 자매네.’
딱 그렇게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리나는 현성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좋은 수를 떠 올리곤 그에게 말했다.
“그러면 현성 님이 저희 중 실력이 제일 나으니까 전방에서 지시를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요?”
일단 이 파티의 리더는 리나였다.
현성을 영입한 것도 그녀였고, 예 은을 도와주기 위해 온 것도 그녀 다.
그러니 리더는 당연히 리나다.
그런데 현성에게 지시를 하라니.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씨익.
현성에겐 이만한 기회가 어디 있겠 는가.
일단 파티 플레이다 보니 저 둘에 맞춰야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생각 했다.
게다가 리나가 당연히 지시를 내릴 거라 생각했건만.
자기가 생각한 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제가 평소 하던 대로 하겠습니다.”
따라오기 힘들면 말하라는 말은 하 지 않았다.
저 둘도 실력이 뛰어나 보이는 데 다 자기보다 레벨이 높지 않은가.
그래서 따라오지 못하리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 갑시다.”
팟!
타탓! 탓!
현성이 말하자마자 뛰었고, 자매는 그런 그를 뒤따랐다.
속도의 차이는 거의 나지 않았다.
리나가 조금 뒤처지긴 해도 못 따 라갈 정도는 아니었다. 예은은 바로 뒤를 따라올 정도로 빨랐고.
현성은 그런 두 자매를 신경 쓰지 않고 말했다.
“전방에 라이칸 셋.”
그 말과 함께 현성의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휘익.
그걸 본 예은은 경악했다.
아직 레벨도 자신보다 낮은데 순발 력이 자신보다 높다?
스킬을 사용해 빨라진 거 같진 않 다. 스킬을 사용한 이펙트가 없었으 니. 그렇다는 건 순수 능력치로 움 직인다는 말이 된다.
‘더 속도를 내자.’
현성이 자신보다 순발력이 높은 것 같았으나 예은은 속도 계열 직업이 다. 쌍검을 쓰는 것만 해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당연하지만 가속을 할 수 있는 스 킬은 얼마든지 있었다.
현성이 뛰어가는 걸 본 예은도 지 지 않겠다는 듯이 따라갔다.
그런 둘을 발견한 라이칸 세 마리 역시 둘과 같이 빠르게 달려들었다.
“크르르르!”
“아울!”
으르렁거리며 속도를 내는 라이칸 들.
그 속도는 둘에 뒤지지 않았다.
엄청난 동체시력이 요구되는 상황. 그때 현성은 침착하게 제일 앞에 나 온 라이칸을 보며 자세를 낮춰 속도 를 내며 검을 뽑았다.
또다시 환상적인 발도가 나타나며 현성의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강력한 일격! 치명타가 터집니다.]
[타나노스의 악몽이 발동했습니다.]
[늑대로 타락한 인간이 상태이상 악몽에 걸렸습니다. 5초간 환각과 고통을 느낍니다.]
치명타가 터져 기절한 데다 추가로 5초로 악몽 상태에 빠졌다. 지금은 이 녀석보다 다른 녀석을 상대하는 게 이롭다.
더군다나 다른 두 놈이 현성을 보 며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으나 라이칸들은 그걸 인지할 정도로 빨랐다.
그러나 현성은 그것을 알아차리기 라도 한 듯 빠르게 허공을 도약했 다. 그리고 자신을 노리는 둘을 보 며 검을 움직였다.
둘이 동시에 달려드는 상황에 현성 의 검은 재빠르게 둘의 목을 노리며 거칠게 라이칸들의 목을 베었다.
슥, 슥!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급소를 가격했습니다. 치명타가 터집니다.]
경쾌한 몸놀림.
하지만 검은 경쾌하기는커녕 거칠 고 난폭했다.
베었다기보다 찢어발겼다는 느낌이 강한 검술이었다.
발도를 할 때는 예술적인 몸놀림이 었으나 지금의 검술은 조금 달랐다. 거칠고 사나운 느낌의 검술.
마치 사냥개가 물어뜯는 듯한 느낌 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현성은 세 마리의 라 이칸 머리 위에 검은 구가 떠오르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사용한 뒤 5분이 지난 것이다.
타탁.
빠르게 도약하던 현성은 땅에 착지 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타나노스의 야상곡.”
잔잔한 밤은 한없이 고요했다.
U | 99
U | 99
.......
검은 벼락에 맞은 라이칸들은 아무 런 소리를 지르지도 못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꿇은 그 셋에게 현성은 한 번에 검을 휘둘러 목을 베어냈다.
서걱!
툭툭툭.
그리고 동시에 세 마리의 머리가 떨어지더니 잿빛 가루가 되어 사라 졌다.
예은이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세 마리를 혼자 잡자 현성의 몸에 은은한 빛이 서리더니 경쾌한 종소 리가 울렸다.
[레벨 업!]
현성은 그러거나 말거나 떨어진 아 이템들을 둘러봤다.
예은은 그런 현성을 보며 경악했 다.
거리 차이가 그리 난 것도 아니었 음에도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세 마리를 처치했다.
압도적.
이게 압도적이 아니면 어떤 것이 압도적 일까.
그렇게 라이칸들을 처치한 현성이 잡템들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 다.
“다음 곳으로 이동할게요.”
“네, 네‘?”
“예?”
허무하게 라이칸이 죽은 걸 보며 놀라던 예은과 방금 막 도착해 뭔 일이 일어난 지도 제대로 보지 못한 리나가 반문했으나 현성은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몸을 날렸다.
다음 몬스터를 발견하기까지 불과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한 마리 더 많 은 네 마리.
현성은 그걸 보며 씨익 미소 지었 다.
‘아깐 운이 좋게 타나노스의 야상 곡이 쿨타임 돌아왔지만 이번엔 스 킬 없이 가보자.’
타나노스의 야상곡은 아직 4분 남 아 있다.
그렇다 한들 저 라이칸들을 못 잡 을 거 같지 않았다.
초보자의 장검이었다면 또 몰라도 검도 좋은 걸로 바꾸지 않았는가. 게다가 그런 검의 공격력을 2배로 높여주는 아이라스의 실패작1까지.
그게 현성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었다.
슥, 스슥, 스윽!
순식간에 검을 세 번 휘둘렀다.
가슴을 3번이나 베인 라이칸은 부 들부들 몸을 떨었다.
현성의 공격력은 현재 상상을 초월 할 정도다.
타나노스의 악몽으로 기본 공격력 이 2배가 되어있는 상태인 데다 무 기까지 괜찮은 걸 끼고 있었으니.
게다가 현성이 점점 이데아에 적응 되어가는 것도 한몫하고 있었다.
‘이렇게 허리를 틀면서 공격하면 평소보다 데미지가 더 박히네.’
육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데미지를 더 낼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하기야 가볍게 휘두르는 것과 전력 을 다해 허리까지 돌려가며 휘두른 검과 위력이 같으면 말이 안 되긴 하다.
기존 가상현실게임들은 대부분 그 랬는데 이데아는 이런 세밀한 부분 까지 완성도가 높았다.
‘재미있어.’
예전 게임들은 이렇지 않았다.
몬스터의 눈을 베어도 몬스터는 음 찔거리기는커녕 상관없다는 듯이 덤 볐다.
그러나 이데아의 몬스터들은 눈을 공격하려 들면 팔을 들어서라도 막 았고, 그 상태에서 반격을 한다.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는 행동에 현 성은 라이칸들을 농간하기 시작했 다.
눈을 노리는 듯 휘두르던 중 몸을 틀며 검의 궤도를 유려하게 바꿔 다 른 곳을 공격한다.
그 뒤에 같은 식으로 눈을 노리려 하자 라이칸은 뒤로 물러나는 걸,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라이칸에게 달 려들어 심장부를 찌른다.
심리를 꿰뚫어 보고 컨트롤을 이용 해 농락하며 상대를 철저히 짓밟는 다.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적.
현성이 순식간에 동료 둘을 죽였 다. 스킬이 없다 한들 그 속도는 어 디 가지 않았다. 뒤이어 온 예은이 허겁지겁 한 마리를 상대할 때 현성 은 마지막 남은 한 마리를 봤다.
녀석은 자신을 보는 현성을 보며 오들오들 떨었다.
[늑대로 타락한 인간이 두려움을 느낍니다.]
‘재미있네.’
몬스터가 유저의 실력을 보고 겁을 먹다니.
이런 부분들도 참 잘 만들었다 생 각했다.
그렇다고 한들 봐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전의를 상실한 몬스터는 좋은 경 험치 공급원이죠.’
씨익.
서걱.
현성은 그렇게 오들오들 떠는 라이 칸까지 세 마리를 잡고 나온 아이템 들을 챙겼다.
이번에는 창이 나오긴 했으나 검을 쓰는 현성에겐 필요 없는 아이템.
그러다 쌍검을 쓰는 예은을 봤다.
방패처럼 사용하기도 하고 빠르게 휘두르며 공격을 2배로 넣는 쌍검.
꽤 매력적이지 않은가.
‘나도 쌍검을 써볼까?’
아직 초보자의 장검을 버리지 않았 으니 쌍검을 쓸 수도 있긴 하다.
게다가 타나노스의 악몽은 모든 무 기술을 대체한다 하니 쌍검술도 가 능할 터. 하지만 이내 현성이 고개 를 저었다.
‘지금 굳이 잘 쓰는 스타일을 애써 바꿀 필요는 없지.’
쌍검을 써서 장점도 있겠지만 단점 도 있을 터.
그럴 바에 지금 사용하는 익숙한 스타일을 쓰는 게 나았다.
예은이 라이칸을 처치하자 때마침 리나도 도착했다.
순발력이 차이가 나다 보니 점점 멀어져 거리 차이가 나게 된 것. 막 도착한 리나를 보며 현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가죠.”
리나와 예은은 별말 없이 바로 뛰 는 현성을 쫓았다.
말해봐야 멈출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하는 수 없이 뛰고 있을
때, 리나는 짜증 나는 메시지가 떠 오르는 것을 봤다.
[지속적인 달리기로 순발력이 1 상 승하셨습니다.]
‘……역시 화나신 게 분명해.’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는 리나였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