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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3화 (23/472)

잠만 자도 랭커 023화

여태까지 상대했던 라이칸과는 덩 치부터가 다른 녀석.

일반 몬스터인 늑대로 타락한 인간 이 삐쩍 말랐다면 녀석은 벌크 업을 하며 운동을 한 보디빌더 같은 몸이 었다.

키 차이는 그리 차이 나지 않았으 나 덩치가 있기 때문에 다소 위압적 인 모습.

더군다나 일반 몬스터인 늑대로 타 락한 인간도 열 명씩이나 존재한다.

아무리 현성이라도 혼자 잡을 수 없었다.

이길 수 없는 게 아닌 그간 잡은 몬스터들이 너무 많아 현성이라도 양심에 찔렸기 때문.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엘리트는 양보할 순 없었다.

“제가 엘리트를 맡고 나머지는 맡 기겠습니다.”

다른 파티였다면 불만이 나올 수도 있는 지시다.

그러나 예은과 리나는 불만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체력이 바닥났다.

이데아에는 정확한 표시가 없긴 하 지만 스테미너라는 개념은 존재하 다.

정신적인 피로도 존재해서 어느 정 도 플레이를 하면 쉬는 게 당연하 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성은 그걸 모르는 사람이었다.

덕분에 예은과 리나만 죽어 나갔 다.

‘더 상대하셔도 되는데……

‘괜히 배려하신다고……

속으론 그렇게 생각했으나 차마 말 할 순 없었다.

저 말을 들으면 현성이 어떻게 생 각하겠는가. 게다가 그녀들보다 몇 배는 몬스터를 잡은 현성도 저리 쌩 쌩한데 몇 마리 잡지도 못하고 뛰기 만 한 그녀들이 ‘우린 지쳤으니 님 이 다 상대하세요’ 할 순 없는 노 릇.

리나도 자존심을 안 부리는 편이었 으나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길드 영입도 해야 하는데 약해 보일 순 없잖아.’

힘들어도 너무 힘들었고,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천근만근이었는데도 어쩔 수 없이 검을 드는 이유였다. 현성은 자매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 며 먼저 움직였다.

“가소롭다!”

역시 엘리트답게 말도 할 줄 알았 다.

하나 지능이 높을수록 현성의 밥이 될 뿐.

탓!

현성과 엘리트가 서로를 향해 달려 들었다.

현성도 발도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미리 검을 뽑은 상태.

거리를 좁히자 먼저 움직인 것은 다름 아닌 엘리트였다.

흥 흥!

주먹에 나 있는 발톱을 휘두른다.

처음에는 왼손, 그 뒤는 바로 오른 손을 휘두른다.

하나 현성에겐 닿지 않았다.

거의 한 뼘 차이로 뒤로 물러나며 두 공격을 피한 뒤 그대로 검으로 엘리트의 어깨를 찔렀다.

방금 막 휘두른 오른손이었던지라 피할 순 없었다.

푹!

그리 크지 않은 데미지. 하나 고통은 있었는지 녀석이 눈살 을 찌푸린다.

현성은 그걸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뒤로 물러나면서 마탄사격으로 녀석의 왼쪽 눈을 향해 발사했다.

마탄사격의 최대 장점.

데미지는 약하지만 꽤 빠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팍팍팍!

그 덕에 다섯 발 중 세 발이 녀석 의 눈에 적중했다.

“크아아아! 죽여 버리겠다!”

“이거 웃기는 놈일세? 언젠 안 죽 이려 했나 보지?”

“크아아아!”

이죽거리는 현성을 보며 달려들었 다.

하나 이미 왼쪽 눈은 피를 흘리는 상태.

곧 회복은 되겠지만 당장 시야는 오른쪽 눈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때 현성은 물 흐르듯 투 척용 단검을 녀석의 오른 눈을 향해 던졌다.

마탄사격에 비해 느리고 보이기까 지 한 단검.

그걸 보며 녀석은 가소롭다는 듯이 오른팔을 들어 단검을 막았다.

그것과 동시에.

서걱!

붉은 선이 가슴팍에 그어지더니 이 내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다.

“크아아아아아악!”

[강력한 일격! 치명타가 터집니다.]

단검을 막으려 오른손을 든 순간 녀석은 자신의 하나뿐인 시야인 오 른 눈을 가리게 되었다. 현성은 그 걸 노리고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녀 석의 가슴을 벤 것이다.

“반드시 죽이겠다.”

아까와는 달리 차가워진 말투.

이제야 이성을 찾은 모양이다. 그 러나 이제 와서 뭘 하긴 이미 늦었 다. 현성에겐 이미 차려진 밥상이었 으니.

“타나노스의 야상곡.”

“……

일반 몬스터인 늑대로 타락한 인간 과 다를 바 없었다.

아니, 한 가지 다른 게 있었다면 검은 벼락을 맞은 엘리트는 그대로 소멸하듯 잿빛이 되어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차피 엘리트 몬스터나 일반 몬스 터나 얻을 수 있는 DP는 같다.

그래서 그냥 타나노스의 야상곡으 로 처리해 버린 것이다.

[타락한 늑대인간을 처치하셨습니 다.]

[타나노스의 야상곡으로 처치했습 니다. DP를 획득하실 수 없습니다.] 그 간단한 두 메시지와 함께 경쾌 한 종이 울렸다.

[레벨 업!]

역시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 였다.

혹시나 싶어 자매가 싸우는 것도 확인했다.

쌍검을 이용해 빠르게 여러 번 공 격하는 예은. 그리고 몸을 움직이면 서 급소만을 노리고 공격하는 리나.

움직임만 본다면 예은이 더 빠르긴 했으나 정확도나 깔끔함은 리나가 훨씬 나았다.

‘둘 다 괜찮게 하네.’

저 둘도 다른 이들이 보기엔 둘도 프로실력의 컨트롤이다.

다만 현성이 보기에는 그럭저럭하 는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 기야 그런 압도적인 현성인데 저 실 력으로 눈에 찰 리가 있겠는가.

그래도 예은보다 리나가 훨씬 나아 보일 수밖에 없었다.

‘꽤 괜찮아. 근데 가끔가다가 움찔 움찔하는 건 왜지?’

현성은 용케도 리나가 전투하는 중 움찔움찔하는 걸 발견했다.

다름 아닌 부캐와 본캐의 차이가 너무 나다 보니 생기는 현상 같은 것이었다.

본캐였다면 가능했을 움직임이지만 부캐이다 보니 움찔거리게 되는 것.

‘저것만 아니라면 컨트롤이 더 늘 겠는데?’

현성의 생각이 정답이었다.

아무리 연습을 한다 해도 능력치가 낮아진 캐릭터에 적응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보니 본캐에 들어갔을 때보다 컨트롤이 못한 건 사실.

리나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걸 알 리가 없는 현성에겐 그저 꽤 잘하네 수준으로밖에 보이 지 않았다.

물론 리나의 본캐인 린이라 해도 그보다 컨트롤이 뛰어날진 의문이지 만.

“후우.”

“하아, 끝났다.”

둘의 실력이 실력이다 보니 지칠 대로 지쳤다 한들 일반 몬스터 10 마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잡을 수 있 었다.

자매는 몬스터들을 잡자마자 그 자 리에 앉아버렸다.

보통은 저게 정상이다.

조금 수가 많았다든가, 엘리트 몬 스터가 포함된 무리를 잡고 나면 휴 식을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힐러가 없는 파티라면 더더욱.

그런데 현성은 그런 자매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쉬시려나 봐요?”

자매는 그 말이 마치 ‘고작 그거 하고 쉬는 겁니까?’로 들려왔다.

“어, 저 그게…… 리나가 뭐라 말을 하려 한순간 현 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쉬다 가시죠.”

그 말을 들은 자매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도 쉰다고 하고 수련할 게 뻔했으니까.

여태 쉬면서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는 현성이다. 게임 시간으로 무려 15시간이나 했음에도 불구하 고 말이다.

그녀들에겐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 었다.

‘보통 게임 오래 하려고 좀 쉬면서 하는데 진짜 현성 님은……

‘대단하긴 대단하다. 좋은 의미로 나 나쁜 의미로나.’

자매는 엇비슷한 생각을 하며 현성 이 무엇을 할까 궁금해 살짝 봤다.

그런데 현성도 자리에 앉았다.

같이 사냥을 하면서 처음 보는 광 경.

그걸 보자 리나와 예은이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진짜 휴식다운 휴식을 하겠 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현 성의 눈앞에 어제 접속 종료 전 보 았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됩 니다.]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 다.]

[강제로그아웃 때까지 캡슐이 망가 져도 캐릭터는 게임에 남아 있으니 접속을 해제해도 됩니다.]

[파티 사냥 중 기면증에 빠지셨습 니다. 스킬 타나노스의 몽유병이 발 동됩니다.]

‘미친, 아, 안 돼.’

뭐라 말하려는 순간. 현성의 시야 는 검게 물들었다.

기면증이 발동한 것.

그것을 본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미안합니다, 라나 님, 예은 님. 전 여기까지인가 봐요. 경험치 욕심을 내면서 많이 잡다 보니 벌을 받나 보네요.’

그렇게 둘은 들을 수 없는 사과를 하고 캡슐을 나온 현성은 마지막 메 시지를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거렸 다.

“그런데 파티사냥 중 기면증에 빠 졌다고 몽유병 스킬이 발동되지 않 았나?”

파티사냥을 처음 해보는 것인 데다 파티사냥 중 기면증이 발동될 것이 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될지 알 리가 없는 현성이다.

그러나 몽유병 스킬이 발동되었다 는 걸 보면 적어도 둘에게 민폐는 끼치지 않으리라.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재미있게 사냥 중이었는데 매우 아 쉬웠다.

‘씨 X.’ 역시 욕으로 마무리하는 기면증 후 기였다.

한편.

현성이 쉬자고 말한 지 불과 30초 도 지나지 않고 기면증 스킬에 빠진 현성의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일어났 다.

그것도 벌떡.

“......2”

“현성 님?” 벌떡 일어난 현성을 보며 자매는 설마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현성은 보지 못한 메시지가 현성의 캐릭터 앞에 떠올랐다.

[파티사냥 중 기면증에 빠졌을 시 몽유병 스킬이 발동됩니다.]

[던전을 클리어하기 전까지 해제되 지 않습니다.]

현성이 재접속을 했을 때나 볼 수 있는 메시지.

당연하지만 리나나 예은이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현성의 캐릭터는 AI.

당연한 말이지만 리나의 물음에 대 답하지 않고, 그대로 더 깊숙한 곳 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걸 본 리나와 예은은 멍한 표정 으로 그걸 봤다.

“언니, 30초쯤 쉰 거 맞지? 내 착 각 아니지?”

“??????웅.”

그렇게 둘 다 멍하니 있다 리나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가자, 예은아.”

“??????웅.”

짜증을 낼 법도 했으나 그럴 기운 조차 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이곳은 대규모 던전이다.

그 빠른 현성을 한참이나 놓쳤다가 는 거리 차이가 얼마나 날지 생각만 으로 끔찍했다.

예은은 리나에게 속도가 빨라지는 버프를 걸어주곤 둘이 같이 현성의 뒤를 따랐다.

이미 현성이 떠난 지 한참 지났기 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땅에 남긴 흔적들이 현성이 어디로 갔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뭐지? 왜 아이템을 다 버리고 가 셨지?”

“그러게. 원래는 다 주우셨잖아.”

“인벤토리에 자리가 없으신가 보 네. 언니, 우리가 주워서 드리자.”

“그래, 이거라도 해야지.”

사냥에 도움도 안 되는데 이거라도 돕자고 생각하며 리나와 예은이 아 이템을 빠르게 수거한 뒤 현성의 뒤 를 쫓았다.

여전히 아이템들을 다 뿌리고 가는 현성.

그중 엘리트 몬스터를 잡고 나온 것인지 희귀 등급 아이템들도 한둘 씩 보였다.

‘보통 희귀 아이템은 다른 거 빼더 라도 자리를 만들어서 넣으려 하지 않나?’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으나 크게 신 경 쓰지 않았다.

안 그래도 빠른 현성인데 전투를 하는 것도 보지 못할 정도로 앞서 나갔으니 그럴 생각할 여유도 없었 다.

그렇게 아이템을 한참 수거하다 보 니 어느덧 게임 시간으로 10시간이 더 흘렀다.

던전에 들어온 지도 게임 시간으로 어언 25시간.

“언니, 나 쉬고 싶어……

“??????나도.”

영웅 길드의 길드장이자 한국 공식 랭킹 1위보다 레벨이 높은 리나이건 만 10시간째 따라잡기는커녕 몬스 터도 못 보고 있었다니.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았으나 어 쩌겠는가.

경험치는 어느 정도 나눠 받는 덕 에 예은도 상당히 레벨이 높아졌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딱 60이 었는데 이제는 레벨이 잘 오르지도 않는 72까지 레벨 업을 했다.

그러나 예은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 다.

내일도 더 높은 사냥터에서 이렇게 사냥한다면 레벨은 금방 오르겠지 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예은이 무언가를 발견 했는지 소리쳤다.

“어, 언니! 저걸 봐!”

커다란 문.

보스 방의 상징적인 의미!

왠지 모르게 너무 감격스러웠다.

자신들이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싶 기도 했다.

‘이걸 고작 하루 만에 보다니.’

대단하긴 대단했다.

원래라면 대규모 던전은 보스방까 지 현실 시간으로 최소 2일에서 3 일 정도 걸린다. 아무리 휴식을 최 소화시켜도 무한정 몬스터를 잡을 수 없는 노릇이니.

그런데 현실 시간으로 하루, 아니, 고작 5시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보스 방까지 오다니.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였다.

왠지 모르게 뿌듯하기까지 했다.

뭔가 기록을 세운 느낌.

예은도 같은 것을 느꼈는지 상당히 뿌듯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리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봤다.

“ 응?”

리나의 의문에 예은도 뭔가 싶어 리나가 보는 쪽을 봤다.

그곳에는 현성이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거대한 문에 손을 올리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뭐 하는 건가 싶어 다가가는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든 파티원이 모였습니다.]

[보스의 방에 들어가면 보스를 처 치하기 전까지 로그아웃 및 이동스 크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혼을 잃은 웨어울프 세르비스의 방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방에 들어가려고 할 때나 나오는 메시지.

이게 나왔다는 건 현성이 들어가기 를 원했다는 것이다.

이곳까지 오느라 지칠 대로 지친 그녀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메시지였 다.

“어, 어? 혀, 현성 님!”

“저, 저희 좀 쉬어요!”

리나와 예은이 뭐라 하기도 전에 파티장인 현성에 의해 보스 방의 문 이 열리기 시작했다.

[혼을 잃은 웨어울프 세르비스가 깨어납니다.]

[주의하십시오. 오랫동안 클리어되 지 않은 탓에 훨씬 강력해집니다.]

[혼을 잃은 웨어울프 세르비스를 처치 시 경험치와 드랍율이 2배가 됩니다.]

이제 다 끝났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현성이 검을 뽑고 그녀들 앞에 섰다.

마치 저놈은 자신 혼자 상대하겠다 는 듯이.

공주를 지키는 기사처럼 멋들어진 뒷모습. 하지만 그녀들은 전혀 그렇 게 생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문을 안 열었으면 됐잖아!’

‘역시 처음에 예은이 때문에 화나 신 게 분명해.’

기면증 덕에 더 큰 오해가 생긴 현성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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