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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4화 (24/472)

잠만 자도 랭커 024화

회사를 때려치운 현성의 모든 스트 레스의 근원은 다름 아닌 기면증이 었다.

현실에서 기면증이 있다면 또 모르 겠는데 게임 캐릭터가 기면중이라 니.

좋은 스킬이긴 하다.

접속을 못 하는 대신 그만큼 능력 치가 오르지 않는가.

근데 그 타이밍이 정말 욕이 나올 법했다.

‘한 번은 보스 때 나와서 아이템을 못 줍더니 이번에는 파티사냥 때네. 잠깐, 이번에 사냥한 아이템들도 다 안 줍겠지?’

그 생각에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 다.

솔직히 드랍률이 안 좋은 곳이라고 해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붉은 오 크나 오크전사의 원념보다 많이 뱉 었다.

거기다 엘리트인 타락한 늑대인간 은 희귀 등급 아이템까지 나오지 않 았던가.

그렇다면 보스에게서는 얼마나 좋 은 게 나올까.

하나 현성의 캐릭터는 몽유병 상태 이다. 즉 아이템을 수거하지 않는다.

‘두 분이 다 드시겠네.’

하기야 경험치는 현성이 거의 독식 하다시피 얻었다.

파티원에게 분배가 된다 하더라도 공적치가 낮은 경우엔 많은 경험치 가 가지 않는다. 그러니 보스에게서 나온 템은 양보했다고 생각하면 된 다.

그러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기면증 때문에 던전을 클리어한 후 잠만 처잘 텐데. 그럼 다음에 더 높은 던전 갈 때 힘들겠네.’

다른 사람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 듣자 하니 그곳에서 사람 구하는 일 이 쉽지 않은 모양인데 언제까지 거 기에 죽치고 있을 수도 없지 않은 가.

또 그 자매를 만나는 일도 쉽지 않을 게 분명하다.

만나긴 하더라도 시간을 꽤 들여야 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혼자 들어 갈 수 있는 사냥터를 구하는 게 이 로울 터.

게다가 파티를 하며 좋은 점보단 불편한 점이 더 많았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다른 곳 가서 사냥하는 게 낫겠어. 괜히 신 경 쓰여서 좀 느리게 잡은 거 같기 도 하고.’

타나노스의 야상곡을 얻은 뒤로 사 냥 시간은 훨씬 단축되었다.

오크의 무덤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라졌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속력을 냈었 는데 뒤에 따라오는 두 자매 때문에 마음껏 속력을 내진 못했다.

혼자 던전에 들어가 사냥한다면 그 런 일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 는가.

‘그래. 이왕 이렇게 나온 거 혼자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를 찾자.’

이왕 사냥하는 거 마음 편하게 사 냥하는 게 좋지 않은가.

게다가 영상 촬영을 하긴 했지만, 이번 자매도 가끔가다 찍혔기에 영 상을 올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았 다.

‘이왕 영상 찍는 거 혼자 나오는 영상들로 잡자.’

동료들과 함께 파티플레이를 하는 영상도 멋있긴 하다.

현성도 그런 것들을 싫어하지 않았 다.

그러나 현성과 손을 맞출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그저 자신과 잘 맞는 플레이어가 없 다고 생각했다.

일단 현성의 플레이 자체가 배려심 이 없는 플레이다.

빠르게 이동하며 몬스터를 처리 후 다시 빠르게 이동한다.

파티원들은 쫓기만도 바쁠 수 있기 에 협동플레이같이 그림 같은 플레 이는 현성과 맞지 않은 건 사실이 다.

물론 현성이 다른 상대에게 맞춘다 면 가능할지 몰라도 현성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영상인데 나만 보여주면 되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현성의 영상인데 그 외에 다른 인 물은 나오지 않아도 된다.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가 46이었 지? 그럼 대략 90에서 100때 몬스 터를 찾아봐야겠다.’

레벨 35 때도 80대 중 빠르기로는 으뜸인 라이칸들을 복날 개 잡듯 잡 은 현성이다.

지금 당장 레벨 90에서 100을 잡 는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현성이 그렇게 이데아 홈페이지에 접속해 전에 본 글을 찾으려는 그 때.

부르르르르.

부르르르르.

스마트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재환이었다.

“양반은 못 되는 녀석이네. 여보세 요?” _어…… 현성아.

“뭐야? 왜 죽어가는 목소리냐?”

현성의 말대로 거의 죽어가는 목소 리였다.

피곤과 졸음에 찌든 목소리.

하지만 묘한 활기가 담겨 있었다.

-아아, 별건 아니고 여태 밤새고 있다.

“뭐? 이틀째 아니야?”

-뭐 그렇지.

그 말에 현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스마트폰을 봤다.

보일 리가 없는 재환을 떠올리곤 고개를 저었다.

그냥 밤을 새우는 것 자체로도 엄 청난 심력이 소모된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밤을 새웠다? 미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것도 이틀이나 샜다니 조금 존경스러울 정도.

“그래서 무슨 일이냐?”

-아아, 잘 뻔했다. 후우, 잠만 에 너지드링크 좀 마시고.

“야, 좀 쉬어야 하는 거……

-꿀꺽, 꿀꺽, 꿀꺽. 캬하! 좀 살 거 같다.

“……좀 쉬면서 해라. 급한 것도 아니잖아.”

-흐흐,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걱 정 마라. 우리 직원들도 다 파이팅 중이다.

그 말에 현성은 피식 웃었다.

하기야 처음으로 회사를 차린 거 다. 열정이 넘치지 않으면 그게 이 상한 거다.

뭐든 다 잘해보려는 시기.

이럴 때 주변에서 쉬라고 해도 듣 지 않을 게 뻔했다.

현성도 재환이 알아서 잘하려니 생 각하고 잔소리는 그만했다.

“두 번째 묻는 건데 웬일이냐? 영 상으로 뭐 물어볼 거 있었어?”

-응, 그거지. 너 그 보스 잡을 때 있잖아.

“ 보스?”

현성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 거렸다.

보내준 영상에서 보스라고 해봐야 현성이 잡은 보스는 중간 보스인 오 크주술사의 원혼뿐일 거다.

그런데 그 녀석도 보스라 칠 수 있는 것일까?

혹시나 싶어서 현성이 되물었다.

“오크주술사의 원혼?”

-아니, 이지를 상실한 카락 말이 야.

“뭐? 걔 잡은 영상도 있어?”

-넌, 네가 보내줘 놓고 영상을 안 봤냐?

“내가 직접 플레이 한 건데 굳이 왜 보냐?”

일리 있는 말이라 재환도 딱히 별 소리 못 했다.

그나저나 카락을 잡은 영상이 들어 가 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네가 잡았는데 기억도 못 하냐?

“으음, 뭐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그게 왜?”

-그때 플레이가 앞부분에 네가 전 투하는 거랑 완전 극과 극이어서 그 걸 컨셉으로 갈까 생각 중이야.

“그래? 어떻게 다른데?”

- 응?

“플레이 스타일 말이야. 어떻게 다 른데?”

그 말을 들은 순간 재환은 고민했 다.

‘이 녀석 진짜 조현병인가?’ 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한 것인데 이제는 좀 걱정이 들기 시작한 재 환.

그러나 현성은 그걸 모른 채 물어 봤다.

“그래서 어떻게 다르냐니까?”

-아, 응. 컨트롤 자체는 엇비슷한 거 같은데 되게 계산적인 플레이라 고 해야 하나?

“계산적인 플레이?”

-웅, 평상시의 네가 사냥개나 투견 처럼 미친 듯이 달려들면서 상대의 틈을 만들고 농락하는 스타일이라면 카락 잡을 때는 되게 신사적이고 정 정당당한 느낌이었지.

“으흠, 신사적인?”

-웅, 뭐라고 해야 하지? 상대의 숨 을 빨아 먹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 나? 상대에게 절대 여유를 주지 않 게 몰아 잡는 느낌이었어.

“끄응, 어떤 건지 상상이 잘 안 되 네.”

현성은 그 말을 들어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말했다.

자신이 신사적이고 정정당당한 느 낌의 스타일? 생각해 본 적도 없었 다.

현성 자체가 상대를 도발하면서 좋 게 말하면 과감하고, 나쁘게 말하면 더러운 식으로 싸운다.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해 실력이 흔들리게 하면서 사냥하듯 싸우는 게 현성이다.

그런데 정정당당하고 신사적이라 니.

-아! 딱 기사 같다고 할 법한 스 타일 이었지.

“상상이 잘 안 되네. 내가 그렇게 싸웠다는 게 제일 믿기지 않는다.”

-야, 너 뭐 문제 있는 건 아니지?

현성의 그 말에 재환이 걱정하며 물었다.

“응? 뭐가?”

-너 혹시 조현병이나 그런 정신이 좀 아프다던가…….

“에라이! 날 정신병자 취급하네. 그런 게 아니라, 카락 잡을 때는 특 정 스킬이 발동돼서 내가 아니라 AI가 움직이는 거야. 그래서 몰랐던 거다.”

어차피 신 등급인 것도 이미 재환 에게 말한 뒤다.

스킬 하나 더 말한다 해서 이상할 거 없었다.

그 말을 들은 재환은 깊은숨을 내 뱉으며 안심했다.

-새X. 난 또 너 어디 아픈 줄 알 았다.

“내가 그런 거 걸릴 정도로 약하진 않아. 아무튼 나도 궁금하다 그 부 분만 메일로 보내줘라.”

-오케이. 그보다 평상시 때랑 그 스킬 때랑 컨트롤 차이는 없는 거 지?

“응, 일단 그런 걸로 알고 있어.”

-으음, 그럼 다행이긴 한데 나는 컨셉을 평상시 너는 검은 가면을 쓰 고 AI 때는 하얀색 가면을 쓰게 하 려 했거든. 지킬 앤 하이드처럼.

“……그럼 내가 하이드인 거냐?” -뭐, 그런 거지?

재환의 말을 부정할 순 없었으나 왠지 기분이 나빴다.

어찌 되었건 지킬이 본체 아닌가. 근데 AI가 지킬 역할이라니.

“크흠.”

-아무튼 그런 식으로 너 닉도 만 들면 괜찮을 거 같아서.

“지킬 앤 하이드처럼?”

-응, ‘oo 앤 o o’ 이런 식으로 하든가, 아니면 대표 닉을 지어서 사냥꾼 스타일, 기사 스타일. 이렇게 해서 올려도 되고.

“으음, 내가 생각해야 하는 거지?”

-그렇지. 내가 지어줘?

재환의 말에 현성은 잠시 고민했 다.

영상이나 계정을 모두 재환에게 맡 기기는 하지만 이름은 자신이 지어 야 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생각해 볼게. 좋은 게 안 떠오르면 같이 생각해 보자.”

-오케이. 아 메일 보내 놨으니까 봐봐. 개 지린다.

“지려봤자 나랑 비슷한 컨트롤인데 뭘 그리 오버하냐.”

-하아, 이래서 천재 새X들이란.

“뭐?”

-아니다. 난 열등감 좀 해소하려고 일하러 간다. 닉네임 생각나면 바로 연락 줘라.

“짜식 싱겁긴. 알았다.”

-그래 나중에 보자.

“오야.”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통화를 끊었 다.

그러곤 다른 인터넷창을 메일을 확 인했다.

[이성을 상실한 카락 레이드 영 상.]

그 제목을 보곤 살짝 웃음이 터졌 다.

자신의 영상을 보게 되다니. 그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터진 것이다.

살다 살다 이런 일도 오는구나 싶 었으나 궁금했기에 바로 영상을 틀 었다.

그리고.

“미쳤네.” 어느 정도 편집을 한 것인지 현성 이 설정한 검은 가면이 아닌 흰 가 면을 쓴 현성. 아니, AI가 카락을 상대하는 것을 봤다.

자신의 움직임과 흡사한 것이 있긴 했으나 스타일 자체가 달랐다.

재환의 말 그대로 기사와 같은 스 타일.

‘이건 나도 배워도 도움이 되겠는 데?’

정정당당하고 신사답다. 하지만 그 렇다고 해서 틈을 보이거나 변칙적 이지 않다는 말은 아니었다.

정정당당하지만 상대의 숨을 빼앗 는다.

이게 무슨 소리냐.

전투를 하다 보면 상대가 숨을 쉬 는 타이밍이 있다.

순간적인 힘을 내기 위해서는 보통 호흡을 멈추고 근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그 후에는 생명체이다 보니 숨을 쉬어야 한다. 혹은 몸을 잠시 쉬어주어야 한다.

그건 틈이라기보다 박자라고 해야 하는 것이 옳은 표현.

그런데 현성의 캐릭터를 조종하는 AI는 깔끔하고 정정당당한 움직임 이지만 그 상대의 박자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숨을 땟는다. 근데 나라면 이렇게 착하게 빼앗진 않지.’

씨익.

박자를 흩뜨리는 것은 맞으나 처음 부터 끝까지 그 공세로 이어나간다.

상대도 자신의 박자가 엉망이 되었 다는 걸 눈치챌 수 있게.

그러나 현성이었다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거다.

‘박자는 엉망으로 만들지만 그걸 눈치채지 못하게. 자기가 이기는 것 처럼 보이게 하면서 어느 순간 보면 죽어 있는 그게 진짜 숨을 뺏는 거

지.’ 오늘 파티 사냥을 하며 몇 가지 깨달은 것들도 많았으나 이 영상으 로 얻은 게 더 컸다.

앞으로 더 재미있는 전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내심 기면증에게 감사했다.

‘앞으로는 네 스타일을 참고할게.’

재환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보낸 영상으로 인해 수많은 유저들과 몬스터들이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걸.

그리고 현성이 그만의 무기를 얻게 되었다는 것을.

영상을 다 본 현성이 다시 이데아 홈페이지에서 적당한 사냥터를 찾고 있을 때 뜬금없이 리나와 예은이 떠 올랐다.

‘혹시라도 다음에 볼 때 아이템을 받을 수 있진 않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다 이내 고 개를 저었다.

‘에휴, 포기하면 편하다고 하잖아. 포기하자. 그래, 내 아이템이 아니었 다 치면 편할 거야.’

그렇게 생각하다 이내 편안하게 생 각했다.

‘차라리 그 자매랑 내 캐릭터도 확 죽었으면 좋겠다.’

가지지 못한다면 차라리 아무도 가 지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냥터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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