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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26화 (26/472)

잠만 자도 랭커 026화

한편 현성이 혼을 잃은 세르비스를 잡았을 때.

인페르노의 유저관리실에서는 난리 가 났다.

“미친. 지금 현성 유저 레벨이 몇 입니까?”

다급한 목소리로 묻는 조민우 팀 장.

빠르게 그걸 파악한 한 직원이 조 민우 팀장을 보며 말했다.

“53입니다.”

“하아, 지금 제국의 상황은 어떻 죠?”

“잠시만요!”

유저를 관리하는 부서지만 동시에 게임 안에 있는 NPC들의 동태도 같이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현성이 레벨 53을 찍은 것과 제국의 상황 이 무슨 연관이기에 저러는 것일까. 조민우 팀장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어디론가 연락을 걸었다.

“예, 여기 유저관리팀 조민우 팀장 입니다.”

-예, 조 팀장님 무슨 일이시죠?

“현성 유저가 레벨 50을 달성했습 니다.”

전화를 받은 여성은 말이 없었다.

그 침묵에 조민우 팀장은 긴장한 듯 마른침을 삼켰다.

-……하아, 준비가 덜 끝났지만 어 쩔 수 없죠. 제국의 상황은 어떻습 니까?

여자의 물음에 마침 조민우 팀장의 화면에 현재 제국의 화면이 떠올랐 다.

아직까진 조용한 시점. 하지만 얼 마 지나지 않아 시끄러워질 게 분명 하다.

이데아에 존재하는 NPC들의 자유 도는 워낙 뛰어난 편이다. 제아무리 인공지능 이데아라고 한들 어찌하지 못할 정도로.

물론 인공지능 이데아를 사용한다 면 어느 정도 조절은 가능하나 통제 는 불가능하다.

“아직은 잠잠합니다만, 곧 조사대 를 꾸릴 거 같습니다.”

-제국의 황제인 철혈의 군주가 가 만히 있을 리는 없긴 하겠죠.

“예, 그럴 거 같습니다.”

-그럼 지금 그 현성이라는 유저는 어떻습니까? 바로 직업 퀘스트를 수 행하러 떠났나요?

“저, 그게

조민우 팀장은 여성의 말에 조용히 자신의 화면 속에서 자고 있는 현성 을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처자고 있습니다.’ 라곤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최대한 좋게 꾸며서 말했다.

“기면중 스킬이 유지 중입니다.”

-……던전 중에 몽유병 스킬이 발 동된 모양이네요. 기면증 스킬은 언 제 해제되나요?

“현실 시간으로 7시간쯤 남은 거 같습니다.”

-게임 시간으로는 35시간…… 골 치 아프게 됐네요.

“예……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지금 갖춰진 조각들만 맞춰본다면 현성 유저의 직업 퀘스트가 풀려 제 국의 한 도시 근처에 거대한 고성 하나가 나타났다.

그걸 철혈의 군주라 불리는 카론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최소한 그 인근 지역에 있는 영주 를 시켜 조사단을 꾸릴 터.

문제는 현성이었다.

-그 유저가 먼저 가야 되는데 조 사단이 먼저 도착하게 되면…… 큰 일 나겠군요.

“예, 아무래도 그렇죠.”

-하아, 타나노스의 후예를 어떻게 얻었담. 진짜 이상한 유저네요.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으면 되지 않았을까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이었으나 오 랜 사회생활로 인해 간신히 참을 수 있었다.

-일단 지켜보고 특이사항 있으면 연락 주세요.

“예, 개발팀장님.”

그렇게 통화가 끝났으나 조민우 팀 장의 표정은 펴지지 않았다.

개발팀장이라는 자도 대책이 없는 데 어떻게 펴지겠는가.

마지막에 한 말은 결국 현성이나 제국을 계속 감시하라는 의미였다. 조민우 팀장도 잘 알고 있었다.

현성이야 아직 기면증 스킬이 발동 중이다 보니 시간은 한참 남아 있 다. 하지만 제국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자유도가 높은 NPC 중에서 도 무슨 일을 벌일지 가장 알 수 없는 것이 철혈의 군주 카론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100년형을 선고 받은 유저가 몇이던가.

그것 때문에 고객관리실만 죽어 나 갔다.

‘제발 별일만 없기를.’ 철혈의 군주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근방에 있는 영주에게 조사단 만 보내면 다행이다. 그 후 조사단 보다 현성이 먼저 도착하기만 한다 면 만사 오케이.

하나 그중 하나라도 꼬이기만 하면 엄청난 사건이 터질 수도 있었다.

‘고성이 나타난 지역이 베네아였 지?’ 이번에 현성의 직업 퀘스트로 인해 나타난 고성은 다름 아닌 유저들이 많이 찾는 도시인 베네아의 근처에 나타났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한 강의 도시. 외견도 외견이지만 사람 들이 가장 많은 100레벨대 몬스터 들이 있는 곳인지라 인기 있는 도시 중 하나였다.

‘베네아의 시장이 누구였지?’

검색해 보니 도르놈이라는 이름이 나왔다. 제국의 대상인 중 하나.

탐욕스럽고 욕심이 아주 많은 인물 이었다.

이런 인물이라면 큰 문제는 없으리 라.

‘자기 사설 경비대나 기사단을 안 보내고 유저들을 보내겠지.’

조사단이 NPC가 아닌 유저들이라 면 어쩌면 현성이 더 빠를 수도 있 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저들을 모으는 데 시간도 걸릴 테고, 그 밖에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철혈의 군주 카론이 베네아의 시장 도르놈에게 맡겨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가 직접 나선다면 현성의 퀘스트는커녕 그곳에 봉인되 어있던 몬스터가 깨어나고 말 것이 다. 거기서 철혈의 군주 카론이 그 몬스터를 잡는다면 다행이지만, 만 일 잡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는 거지. 몬 스터 하나 때문에 제국이 분열되면 서 몬스터는 날뛰고 막을 유저는 없 고.’

그야말로 최악의 일이다.

도대체 그 몬스터가 누구이기에 조 민우 팀장이 저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일까.

‘사룡 아퀼레오르.’

오래전 타나노스의 사도가 봉인했 던 악룡이자, 현재 유저들의 수준으 로 절대 이길 수 없는 최악의 레이 드 몬스터가 깨어나고 말 것이다.

만일 현성보다 조사단이 아퀼레오 르의 던전을 먼저 찾거나, 철혈의 군주가 직접 기사단을 보내 아퀼레 오르를 발견한다면?

생각하기도 싫었다.

왜 이런 퀘스트를 넣어 고생을 하 게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후우. 이번엔 현성, 저 유저를 응 원하는 수밖에.’

사룡 아퀼레오르가 깨어나면 한국 서버의 엄청난 원성을 듣게 될 터.

그런 일만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

그러던 중 타나노스와 관련된 직업 을 가진 다른 유저가 떠올랐다.

신 등급 직업은 아니지만 상당히 강력한 전설 등급 직업. 현성이 레 벨 50을 달성하면서 그녀에게도 퀘 스트가 발생했으리라.

현성과 내용은 다르지만 사룡 아퀼 레오르가 봉인된 고성을 가는 것은 같다.

‘제발 부탁합니다. 둘이 힘을 합쳐 서 부활을 막아주시길.’ 여태까지는 야근의 주범인 현성을 저주하고 욕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이번만큼은 제발 잘해 줬으면 하며 두 손을 모아 빌었다.

둘이 제발 별다른 일 없이 협력하 기를.

‘제발!’ 대륙의 최강을 꼽을 때 늘 거론되 는 사람이자 대륙의 최고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철 혈의 군주 카론.

그가 권태로운 표정으로 신하를 내 려다봤다.

신하는 머리를 조아리며 몸을 떨었 다.

이곳에서 실수하는 날에는 자신의 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3족이 멸 하게 된다.

선왕보다는 폭군에 가까운 저 황제 라면 그러고도 남을 존재!

라고 알려져 있었기에 넙죽 엎드려

황제에게 보고를 했다.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베네아의 동 쪽에서 수상해 보이는 건축물이 생 겨났다고 하옵니다.”

무겁게 내려다보는 황제.

신하는 감히 황제의 얼굴을 쳐다도 보지 못했다.

그저 이 침묵이 끝나기를 빌 뿐.

자신을 보지도 못하는 신하를 보며 황제는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담이 작은 놈이 신하라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황제는 신하를 내려다보며 한마디 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더냐.”

“예, 옛?”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냐 물었 다.”

황제의 말에 신하의 머릿속은 하얗 게 물들었다.

하나 황제의 신하까지 올라온 자 다.

머리가 나쁘면 올라올 수 없는 자 리. 아무리 긴장했다 한들 저 말의 뜻을 헤아릴 머리가 굳을 정도는 아 니었다.

“죄, 죄송하옵니다! 당장 베네아의 시장에게 알려 처리하도록 하겠나이 다!”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던 조 민우 팀장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설마 황제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을 줄이야.

이건 정말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반면 신하의 얼굴은 상당히 초췌해 보였다.

하기야 이런 보고를 황제에게 올렸 으니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모 양.

하지만 예상과 달리 황제는 신하에 게 죽으라 하지 않았다.

“……물러나라.”

“예, 예. 폐하.”

황제는 재미없다는 투로 말했고. 신하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알현실에 서 조용히 나갔다.

그런 신하를 보며 황제는 한숨을 쉬었다.

어찌 된 것이 수하들이라곤 하나같 이 자신을 무서워한다.

무릇 황제라 하면 위엄이 가득하고 언제나 냉철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래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고, 그 어 떤 포로에게도 한 점 용서를 베풀지 않았다.

그 덕에 전쟁에선 언제나 승리를 거머쥐었고 대륙에서 가장 위대한 제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아군들마저 두려워 떨다니.

‘끄응. 딱히 백성들에게 나쁘게 군 적도 없건만 어느샌가 폭군이 되어 있군.’

그것을 고칠 생각 따윈 없었다.

지금도 만백성이 그를 존경하고 따 랐으니.

다만 너무 과도하게 무서워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통 전쟁을 걸 어오는 나라도 없어져 몸이 찌뿌둥 한 참이었다.

‘재미있는 놈이 하나 없군.’

황궁에는 자신을 두려워하거나 너 무 충직한 인물들만 있었다.

재미있는 놈이 있으면 좋으련만.

‘여행자들이라 불리는 녀석 중에도 무례한 녀석들만 가득하고 도통 재 미있는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구나.’ 마음 같아서야 몰래 황궁을 떠나 여행이라도 다니고 싶었으나 그의 어깨에 어디 한두 목숨만 달려있겠 는가.

모든 신하들이 패닉에 빠질 게 분 명하다.

그거는 좀 곤란했기에 선뜻 나서지 도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언제 한번 산책이라도 다 니는 건 나쁘지 않겠지.’

아까 신하가 베네아에 새로운 건축 물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호기심이 동하긴 했다.

그러나 영 내키지 않았다.

철혈의 군주라고 불리는 그의 뛰어 난 직감도 직감이었으나 레벨이 100대의 몬스터들만 있는 그런 곳 에 가봐야 시시한 일뿐일 게 분명하 지 않은가.

그래서 베네아의 시장에게 맡기라 고 한 것이다.

‘조만간 제국에 대회를 하나 열어 야겠어. 여행자나 백성들 할 것 없 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 그나마 따

분하진 않겠어.’

너무 무료하다 못해 짠 즉흥적인 생각.

하나 이로 인해 인페르노 사의 개 발자와 유저관리팀이 얼마나 비명을 지를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것도 지금 그를 화면으로 지켜보 고 있는 조민우 팀장조차 말이다.

‘그곳에서는 재미있는 녀석이 나왔 으면 좋겠군.’

유저와 NPC 할 것 없이 모두 참 가할 수 있는 대회.

얼마나 큰 규모일지 상상도 안 될 그런 대회를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 른 채 조민우 팀장은 그저 황제가 베네아에 안 간다는 사실에 기뻐하 고 있었다.

대회로 인해 며칠을 집에도 가지 못하고 회사에서 생활하며 일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직 모른 채로 말이 다.

‘격투 대회가 적당하겠군.’ 격투대회.

자신이 나갈 수는 없다는 것이 아 쉽지만 전투를 구경하는 것도 나름 의 재미가 있었다.

물론 실력이 하찮다면 눈만 버리겠 지만, 좋은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 도록 해야 한다.

‘상품은 적당히 우승한 자가 제국 민이면 황궁에 일할 수 있는 기회와 황궁 창고에 있는 물건 하나를 주면 되겠고, 여행자가 문제구나.’ 여행자란 늘 탐욕적인 이들로 가득 했다.

아닌 자들도 존재하긴 했다.

하나 그 빈도는 상당히 차이가 났 기에 황제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것을 상품으로 걸어야 할까.

‘영지는 너무 과하군. 고작 대회 우승 따위로 영지를 주긴 아까워. 그렇다면……

황제는 슬며시 웃었다.

‘소원과 황궁 창고에 물건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되겠어.’

소원.

참으로 애매한 상품이 아닐 수 없 다.

상품을 내건 이가 얼마나 줄 수 있는지 생각을 해야 한다.

탐욕적인 인간이라면 적당한 것을 주면 될 것이다.

‘재미있는 자가 나왔으면 좋겠군.’ 만일 여행자가 자신이 예상치도 못 한 소원을 빈다면 꽤 재미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의 직감이 말해주고 있었 다.

이번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우선 업무들을 다 본 뒤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어.’

제국격투대회.

한국 서버의 거대한 축제이자 이름 을 알리고 싶어 하는 유저들을 모두 모이게 만든 거대한 이벤트가 시작 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 한 명의 NPC로 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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